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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생체 시계에 주목해야 하는가? 무한 경쟁이 내면화된 시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점점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라는 압력에 매몰되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시간생물학자 틸 뢰네베르크는 생체 시계에 관한 놀라운 지식을 토대로 현대인이 겪은 ‘사회적 시차증’의 원인과 그 해소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삶의 모든 정황을 생체 시계만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시도 때도 없이 졸음에 시달리는 자신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기에 이르렀을 경우, 타고난 생물학적 조건을 확인한다면 훨씬 현실적인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음을 이 책은 주지시킨다.
저자 : 틸 뢰네베르크
저자 틸 뢰네베르크 Till roenneberg는 1953년 뮌헨에서 출생했다. 열일곱 살에 ‘시간생물학계’ 삼대 거장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위르겐 아쇼프 교수 연구실에서 일하면서 과학도가 되기로 결심했다. 대학에서 전공으로 물리학과 의학을 택해보았지만, 인간에 대한 끊이지 않는 호기심 때문에 진화유전·심리·생태를 탐구할 수 있는 생물학으로 전향했다. 뮌헨 대학과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광생물학·신경생리학·뇌과학을 거쳐 시간생물학으로 복귀해 하버드 대학에서 다년간 연구했다. 현재 뮌헨의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 소속 의학심리 연구소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간의 시간유형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역자 : 유영미
역자 유영미는 연세대학교 독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지능적이고 매혹적인 동물들의 생존 게임》, 《감정사용설명서》, 《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몸의 행복》, 《땡전 한 푼 없이 떠난 세계 여행》 등이 있다. 《스파게티에서 발견한 수학의 세계》로 2001년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
서문| 당신 몸속 시계는 몇 시인가
1부 아침형 인간의 딜레마
01|강요된 시간표
02|전통사회의 속담이 독설로 바뀐 이유
03|불면의 사이클
04|생체 시계를 발견하다
05|시간 속에 고립된 사람들
2부 몸속 시계가 작동하는 법
06|낮과 밤이 뒤바뀐 여자
07|대물림되는 시계
08|생체 시계도 똑딱거리는가
09|신진대사의 스위치
10|단세포생물의 시계에 바치는 시
3부 시간을 빼앗긴 현대인
11|낮잠 자는 도시가 합리적이다
12|젊음은 야행성인가
13|아침 수업은 시간 낭비
14|우주에서 관찰한 지구의 시간
15|여행을 떠나는 몸속 장기들
16|사회적 시차증
17|태양이 문화에 선행한다
18|농장의 빛, 공장의 빛
19|서머타임: 위조된 시간
20|우리의 낮은 그들의 밤에서 온다
21|사랑은 타이밍이다?
22|우울증이 도지는 계절
23|생긴 대로 사는 법
24|체내 시계를 보호해야 한다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왜 지금 생체 시계를 주목해야 하는가?
“고용주들은 직원들에게 ‘각자 생체 시계에 맞춰 일어나고
일할 준비가 됐다고 느낄 때 출근하라’고 지시해야 한다.”
_틸 뢰네베르크 교수, 《파이낸셜 타임스》인터뷰에서
세계적인 시간생물학자가 들려주는 생체 시계의 비밀
왜 지금 생체 시계에 주목해야 하는가? 무한 경쟁이 내면화된 시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점점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라는 압력에 매몰되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시간생물학자 틸 뢰네베르크는 생체 시계에 관한 놀라운 지식을 토대로 현대인이 겪은 ‘사회적 시차증’의 원인과 그 해소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모든 생명체의 몸속에 실재하는 생체 시계는 오랜 진화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며, 그러나 인간의 생체 시계는 철도 발명 후 서로 다른 시간대를 빠르게 오가며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소위 ‘시차증’이라 부르는 증상이 생긴 것이다. 시차증은 장거리 여행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태양 시간을 따라 진화해온 생체 시계는 햇빛 약한 도시 환경에서 자주 고장이 난다. 여기에 장거리출장, 원거리근무, 야간근무, 교대근무 등 억지로 활동 시간대를 바꾸는 일 또한 가세한다. 우리는 단지 노동 패턴을 바꾸고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치명적인 대가가 따른다. 가장 보편적인 증상으로 수면장애를 꼽을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잠과 깸은 종잇장 뒤집듯 바꿀 수 있는 두 가지 의식 상태가 아니라, 생체 시계의 명령에 따른 생물학적 현상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층의 수면장애가 4년새 2배로 급증했고, 10대까지도 서울 한 의료센터에서만 매월 1,000명 가까이 우울증과 스트레스, 과로로 인한 폐해, 수면장애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사회적 강요에 의한 이 같은 증상을 ‘사회적 시차증’이라며, 현대인 둘 중 하나가 이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한다.
당신의 게으름과 졸음을 과학적으로 해명한다
○ 아침형 신화는 허구다
수피 시인 바바 불리 샤는 이렇게 말했다. “일찍 일어나는 자가 신께 이를 수 있다면, 수탉이 가장 먼저 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저자는 이 풍자적인 시구를 인용하며 농경사회의 속담이 현대사회에서 독설로 탈바꿈한 이유를 설명한다.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전 인구의 60%가 ‘올빼미형(저녁형)’에 속한다. 이런 상황에서 종달새형(아침형) 인간 찬양 문화는 올빼미더러 종달새가 되라고 강요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시간유형’을 종달새형/올빼미형으로 구분하는 것은 체격을 난쟁이/거인으로 분류하는 것만큼이나 극단적인 분류라며 생체 시계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 개성이 다름을 강조한다.
○ 낮잠 자는 도시가 합리적이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사냥이나 풀 뜯기 등 딱히 할 일이 없을 때면 언제나 잠을 잔다. 그런데 인간은 길게 자고 길게 깨어 있다. 생체 시계가 ‘수면 압력’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면 압력은 잠자는 시간 전반기에 대폭 제거되고, 후반기에 완전히 약해진다. 반대로 깨어 있는 시간 전반기에는 수면 압력이 대폭 거세져 이른 오후에 우리는 상당한 피로감에 젖어든다. 지중해의 농부들은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 시원한 그늘로 찾아가 낮잠을 자는 대안을 찾았는데, 바로 시에스타 문화다. 어떤 시간에는 더 쉽게, 어떤 시간에는 피로감이 극에 달해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생체 시계의 수면 압력 때문이며, 점심은 낮 동안 제2의 잠을 끼워 넣기에 탁월한 시간 창문이라고 한다.
○ 젊음은 야행성이다
10대들은 아침마다 잠과의 전쟁을 치른다. 전날 밤 너무 늦게 잠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늦게 자는 걸까? 생체 시계는 연령에 따라 변하는데, 10대는 생물학적 프로그램상 ‘올빼미형’이 되는 나이이다. 이런 연유로 아침 시간에 그들의 몸은 기면증 환자처럼 ‘렘’ 상태에 빠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등교 시간을 1시간 늦추자마자 하룻밤 최소한 8시간을 자는 학생 비율이 35.7~50%로 늘고, 출석률·성적·의욕·식습관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전통적인 학교 시간표는 생물학적으로 극히 정상적인 다수의 10대를 노골적으로 차별대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지구력, 장시간 집중력, 최고의 신체 능력은 시간유형이 늦은 10~20대 초반에서만 발견되는 특성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바로 이 같은 특성을 갖는다. 야행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적합한 나이가 있다는 것이다.
○ 나폴레옹은 6시간, 아인슈타인은 10시간, 그렇다면 당신은?
‘남자는 6시간, 여자는 7시간, 바보는 8시간 잔다’고 말했던 나폴레옹은 잠을 적게 잔 반면, 아인슈타인은 최소 10시간은 자야 했다. 중요한 것은 각자가 필요로 하는 만큼 잠을 자야 유쾌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9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잠을 적게 자는 사람들은 생체 시계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다고 한다. 각자의 수면 습관은 눈 색깔, 머리카락, 신장과 마찬가지로 개성이 다른 각자의 신체적 개성이라고 봐야 한다.
○ 사랑은 타이밍이다
첫닭이 우는 동시 일어나는 사람은 늦잠 자는 배우자를 게으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결혼생활 중 발견하는 차이점의 대표 격으로 꼽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 리듬에 대한 자기 평가와 배우자 평가 사이의 간극은 더 커진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배우자 평가가 현실과 완전히 배치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20~50세 남녀 시간유형의 실제적 차이는 점점 줄어들어 50세 이후에는 거의 사라진다.
통계에 따르면 40~45세에 이혼을 가장 많이 하며 그 이후 점차 이혼율이 낮아진다. 이런 현상은 시간유형에 대한 자기 평가와 배우자의 평가의 차이가 노년에 줄어드는 현상을 관찰하면 이해가 될 법하다. 그 나이에도 같이 사는 사람들은 서로의 생활방식을 맞춘 것이다.
○ 8·5근무제가 집단적 착각일 수밖에 없는 이유
때가 되면 한 번씩 ‘선진국’의 서머타임 제도를 도입하자는 이야기들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서머타임을 실시하는 지역에서는 이 제도를 반대하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저자는 계절적 변화를 3주 정도 거스르는 서머타임 제도가 하루아침에 서쪽으로 15도를 여행해 그곳에 체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생체 시계가 이 같은 갑작스런 시간 전환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에 서머타임은 곧 1시간 더 일찍 출근하겠다는 집단적 결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겨우 1시간일 뿐이지만 생체 시간 시스템을 조작하려는 시도들은 결국 우리의 사회적 시차증을 더 악화시키게 된다.
몸이 일할 준비가 되었을 때 일하라!
생체 시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표준 생체 시계 시간표’대로 사는 것 또한 문제다. 각자의 시간유형은 이론적으로 추천된 시간보다 최대 6시간 빠르거나 느릴 수 있으므로 자신의 시간유형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후에야 자기만의 생체 시계에 따른 삶을 계획할 수 있다.
예컨대 올빼미형들의 경우, 오전에 자전거 출근으로 더 많은 빛을, 오후에 선글라스와 은은한 조명으로 더 적은 빛을 쬐어 일조량을 조절하면 사회 시간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의 세심한 노력 이상으로 사회적인 각성 역시 필요하다. 저자는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는 고용주들에게, 직원들의 생체 시계를 존중하고 그에 따른 업무 시간표를 고려할 것을 조언했다.
“노동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사회적 시차가 거의 없었다. … 고용주들은 직원들에게 ‘각자 생체 시계에 맞춰 일어나고 일할 준비가 됐다고 느낄 때 출근하라’고 지시해야 한다.”
이 책이 삶의 모든 정황을 생체 시계만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시도 때도 없이 졸음에 시달리는 자신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기에 이르렀을 경우, 타고난 생물학적 조건을 확인한다면 훨씬 현실적인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음을 이 책은 주지시킨다. 잘 쉬고, 잘 자고, 잘 일하려면 생체 시계의 명령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www.theWeP.org에서 저자가 진행 중인 시간유형 설문조사(Chronotype Study)에 참여할 수 있다. 영문 페이지에 성별·나이 등 간단한 정보를 기재한 뒤, 시간유형 질문에 답하면 이메일로 개인 시간유형이 분석된 자료를 받을 수 있다.
해외서평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책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
구체적인 사례와 연구 결과를 멋지게 조합시킨 책. …손에 잡히는 학문!
- 도이칠란트 라디오(DEUTSCHLAND RADIO)
각 장마다 학술적인 지혜와 지식이 잡지 기사처럼 쉽고 흥미롭게 제시되어 있다.
-《베를리너 차이퉁》(BERLINER ZEITUNG)
<책속으로 추가>
어린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유형이며, 그 뒤로 차츰차츰 시간유형이 늦어져 사춘기와 청소년기(adolescence) 학생들은 완전히 올빼미가 되고, 그런 경향은 20세에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그때부터 꺾이기 시작해 나머지 인생 동안에는 차츰차츰 다시금 빠른 유형으로 변해간다. _138쪽
나이에 따른 시간유형 변화는 대도시뿐 아니라 시골 지역에서도 전형적이며, 이탈리아 알프스 지방의 한적한 골짜기에서 에스토니아, 인도, 뉴질랜드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다른 지역들에서도 나타난다.(…) 사춘기 또는 청소년기에 시간유형이 늦어지는 것은 청소년들이 자의적으로 택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생물학적 프로그램이다. _141쪽
카스캐돈은 평소 같으면 등교할 시간에 수면 실험실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연구했고, 그 결과 많은 수의 청소년이 중대한 수면장애인 기면증(narcolepsy) 현상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아침 시간에 청소년들을 내버려두자마자 즉석에서 잠이 들어 곧장 렘수면으로 빠졌다. (…) 이와 같은 결과들은 실험 대상자들이 몸은 ‘일어나’ 있을지언정 생리적으로는 여전히 잠을 자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학생들이 곧장 렘수면으로 빠지는 것은 기면증 환자들을 연상시켰다. _153쪽
매우 이론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지구상에서 이처럼 극단적인 ‘종달새’들이 천왕성과 해왕성에 가면 극도의 ‘올빼미’가 되어 지구의 10대들보다 훨씬 늦은 시간유형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_168~170쪽
장기들은 새로운 시간대에 적응하기 위해 서로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 어떤 장기는 체내의 날들을 연장하는 것이 쉽고, 어떤 장기는 단축하는 것이 쉽다고 해보라. 오스카와 제리가 보스턴에서 캘리포니아를 거쳐 도쿄까지 서쪽으로 여행을 했던 반면, 그들의 몇몇 장기는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야 했다. 따라서 다양한 장기들이 모두 목적지에 모이기까지 컨디션이 말이 아닌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_183쪽
중부 유럽 인구의 40%가 넘는 사람들이 2시간 이상 사회적 시차증에 시달리고 있고, 그들 중 15% 이상은 체내 시간과 외부 시간이 최소 3시간 넘게 차이가 난다. 산업화된 다른 지역이라고 뭐가 다르겠는가? _195쪽
인간 행동이 생물학적 기초에서 비롯된다는 암시가 발견될 때마다 이를 문화적 영향으로 치부하는 것은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다. _206쪽
오해를 피하기 위해 언급하는 바, 나는 결코 세계를 체내 시계로만 설명하고자 하지 않는다. 어떤 일에는 늘 수많은 이유가 존재하는 법이다. 그러나 나는 많은 학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문화적인 안경을 약간 고쳐 써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식습관과 관련해 동서 차이뿐 아니라 남북 차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화적’ 차이 역시 기온 같은 환경 요인에 근거할 수도 있다. _210쪽
사람들이 주로 실내에 머무는 도시 지역의 시간 지표는 더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는 시골보다 200배는 약하다. 이렇듯 ‘영원한 여명’ 가운데 있는 현대인의 삶은 생리적 타이밍에 중대한 결과들을 초래한다. 우리는 진화사적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겨난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건강과 삶의 질에 끼치는 결과들을 아직 분명히 모르고 있다. _221쪽
중부 유럽인들에게 서머타임은 몇 개월 동안 프랑크푸르트에서 모로코 남쪽으로 여행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서머타임은 1시간 더 일찍 출근하겠다는 집단적인 결정에 지나지 않는다. (…) 그리하여 시간 전환을 통해 생체 시간 시스템에 개입하는 것은 우리의 사회적 시차증을 더 악화하고 수면량을 줄인다. _235쪽
오늘날의 사회에서 체내 시계를 가장 공격하는 것 중 하나는 교대 근무이다. (…)
교대 근무자는 신체가 소화시킬 준비가 안 된 상태일 때 먹고, 신체가 원래 먹을 것을 기대할 때는 먹지 않는다. 그리고 체내 시계가 잠을 원하지 않을 때 잠을 자고, 체내 시계가 수면을 원할 때 일을 한다. 두뇌와 눈이 어둠을 기대할 때 빛에 노출되며, 배우자와 아이들이 하루를 마치고 휴식하거나 아침이 되어 기상할 때 집에 같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 교대 근무자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세상이 시끄럽고 밝을 때 잠을 자려고 노력한다. 교우 관계가 계속 비꾸러지고, 가족이나 친구들의 시간에 맞추다 보면 모처럼의 휴일조차 아주 피곤해진다. 교대 근무는 신체와 두뇌에 계속적인 스트레스가 된다. 그리하여 교대 근무자들은 카페인을 많이 섭취한다든지 줄담배를 피운다든지 하는 상쇄 전략을 개발하게 된다. _239~240쪽
남편들은 자신들의 수면 습관을 아내의 수면 습관에 맞추는 듯하다. 그 때문에 여자들은 남편들이 자신과 같은 시간유형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남자들은 배우자의 시간유형에 대해 더 현실적인 표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_255쪽
미국 신경정신과 의사 톰 베어(Tom Wehr)는, 해가 떨어지고도 오래도록 주변 세계를 훤히 비추고 낮과 다름없이 행동하게 하는 이 모든 기기에 둘러싸여 있지 않으면 수면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 자문했다. 그래서 실험 대상자들에게 태양이 떠 있는 시간에만 활동하고, 천문학적인 광원이 떨어지자마자 어두운 집으로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집에서는 전등을 켜서도 안 되고, 텔레비전을 보아서도 안 되며, 심지어 냉장고를 열 때 켜지는 작은 불도 금지되었다. 이렇게 갑자기 완전한 어둠 가운데 있게 되면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깜깜한 곳에서 다니다 파란 멍이 드는 것을 면하려면, 그냥 잠자리에 드는 것이 최고의 전략일 것이다. (…) 피험자들이 실험을 끝낸 뒤 ‘푹 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비로소 깨달았다고, 보통 푹 쉬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푹 쉰다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_264쪽
독자들은 우리 신체와 삶 전체가 하루의 리듬에 기반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계절적 삶도 적잖이 리듬을 탄다. 계절적 차이는 적도에서 떨어져 살수록 더 증가하고, 북반구와 남반구는 6개월이 어긋난다. 하루 길이가 계절에 따라 크게 변하는 지방(겨울에 영하로 훌쩍 떨어지고 눈도 많이 오는 지방)의 경우 주민들의 모든 삶은 완전히 계절에 의해 좌우된다(최소한 산업화 시대 이전에는 그랬다). 그리하여 인간의 삶과 관련된 다수의 통계들은 연간 리듬을 보여준다. _265쪽
연구자들이 각 계절에 일반인 실험 대상자들로 하여금 원래는 우울증 진단에 활용되는 질문지를 채우게 했더니, 봄보다 가을에 우울증 비율이 더 높게 나왔다. (…)
또 하나 뚜렷한 연간 리듬을 보여주는 통계는 바로 자살률이다. (…) 일반적 사고와 달리 자살하겠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데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없으면 불가능한데, 우울한 계절에는 낼 수 없는 에너지다. 따라서 자살을 선택할 만큼 충분히 절망한 사람들은 한여름, 즉 에너지가 가장 충천할 때 자살할 확률이 높다. 자살 통계의 계절적 차이는 위도와도 연관이 있다.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일반적으로 자살률이 높고, 여름과 겨울의 차이도 더 크다. 이렇게 위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자살률의 연간 리듬이 낮의 길이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_266~267쪽
진화는 생물이 밤낮의 자연적 교대와 계절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예측할 수 있도록 체내 시계를 개발했다. 산업화된 인간은 이런 시계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는 24/7뿐 아니라 어느 정도 24/7/365 사회에서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모든 삶의 형태가 끊임없이 공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의 적은 상당히 컸지만(검치호나 늑대 또는 곰) 우리는 훨씬 더 작은, 그러나 커다란 적에 못지않게 위험한 박테리아, 균, 바이러스 등의 공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런 적들은 여전히 계절적으로 등장한다. 그리하여 신체의 적절한 시간 시스템이 최소한 면역계에는 여전히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체내 시간 시스템은 광주기의 변화 등과 같은 필수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때만 효력 있게 작동할 것이다. _273쪽
체내 시계가 ‘민감한 사람들에게나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던 의학부의 동료 교수나, 약간의 훈련으로 어떤 근무시간에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청소년들이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보고 디스코텍에서 ‘빈둥거리다 보니’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지 못해서 첫 시간 수업이 힘든 것이라고 확신하는 정치가들과 교사들을 생각해보라. 그들은 대부분 빠른 시간유형 내지 잠이 적은 사람들이 아닐까? 의사결정자들은 사회적 시차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스템을 변화시킬 이유를 결코 못 보는 것이다. 이는 역이나 공공건물들을 건설 또는 개조할 때 장애인들에 대한 고려가 등한시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_280쪽
수면은 우리의 인성과 행동을 결정한다. 체내 시계에 맞춰 적절하게 잠을 자야 유쾌해진다. _282쪽
체내 시계는 우리 신체가 적시에 적절한 것을 하는 데 중요할 뿐 아니라 포유류의 혁명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_296쪽
생체 시계를 이해하면 자신과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며, 수면 패턴에 대한 선입견이 만들어낸 마음의 짐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_11쪽
치과에 몇 시에 가는 것이 가장 좋고 운동을 언제 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에 대한 조언이 옳고 도움도 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시간유형을 알지 못하는 한 그런 조언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체내 시간은 이론적으로 추천된 시간보다 최대 6시간 정도 더 빠르거나 느릴 수 있기 때문이다. _26쪽
순환적인 시간 구조에서 순서 같은 것은 없다. 이것은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것과 똑같은 문제다. 해가 뜨는 게 먼저인가, 해가 지는 게 먼저인가? (…) 알과 닭의 문제는 자원 확보에도 적용된다. 새벽 4~5시에 기상하는 심한 종달새들은 극소수인 데 반해 그 시간까지 잠들지 않는 올빼미들은 그보다 더 많다. 그리하여 일찍 일어난 종달새들이 숲에 나타나기 전에 아직 잠들지 않은 올빼미들이 버섯을 모두 가로채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그 시간에 버섯을 다 모아놓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오후에 일어나 아침형 인간들에게 그 버섯을 판매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그렇게 하면 그들은 심지어 버섯을 독점할 수도 있다. 수확할 수 있는 버섯은 비로소 다가오는 새벽에야 다시금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버섯의 예가 별로 와 닿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을 생각해보라. 그날의 마지막 주식시장인 월스트리트는 바로 다음 날 도쿄의 첫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며, 계속하여 도쿄와 뉴욕 사이의 모든 다른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_35~36쪽
수면이 부족할 때 체감하게 되는 증상은 통증과 마찬가지로 체내의 비상 체계에 속하며, 이런 비상 체계를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_41쪽
단지 지치고 피곤하다고 해서 단잠을 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내 시계 역시 잠드는 능력을 조절하고 우리로 하여금 몸을 회복시키는 단잠을 자게 한다. _47쪽
우리는 특정 시간에 배고픔을 느낄 뿐 아니라 아침, 점심, 저녁의 식사 습관도 아주 상이하다(문화적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우리는 하루의 특정 시간에 조깅할 마음이 생기고, 특정 시간에 집중이 더 잘되거나 머리가 잘 돌아가며, 외국어도 더 잘 습득할 수 있다. 알코올에 대한 반응도 한낮과 저녁이 다르다. 통계에 따르면 섹스도 선호되는 시간대가 있으며, 치과 치료를 받을 때 느끼는 아픔도 시간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새벽 4시경에 일어난다. 많은 사람들은 정오경에 몸이 노곤해져 잠시 꾸벅꾸벅 졸고 싶어한다. 지중해 지방에 산다면 여유롭게 낮잠을 잘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약들은 주로 특정 시간에 복용해야 한다(혈압약 복용과 관련한 사라의 궁금증을 상기해보라). 병원에서는 “8시에 혈액 채취실로 오세요” 등의 지시를 종종 들을 수 있다. 혈액 수치는 하루가 지나면서 변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르티손 호르몬이 좋은 예다. 코르티손 호르몬의 혈중농도는 아침에 가장 높고, 하루가 지나면서(약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감소해 밤의 전반부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남은 밤 시간에 걸쳐 다시금 상승한다. 코르티손 농도가 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을지라도, 그의 매일 리듬은 체내 시계에 의해 조절된다. 아침 8시의 코르티손 농도는 개인의 시간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언제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시간약학)은 체내 시계 연구에서 특히나 중요한 분야이다. 시간약학은 최소량의 약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고 부작용도 줄일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인지 연구한다. 이렇게 약이 잘 받는 시간 역시 각자의 시간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_109쪽
수면 압력은 깨어 있는 전반기에 대폭 커진다. 그래서 점심때쯤 되면 이미 상당히 피곤해진다. 점심 식사를 하지 않아도 피곤한데, 점심 식사까지 하면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 깜박 조는 것은 지중해 지방에서 넉넉한 시간의 시에스타 문화로 발전했다. 더위, 어둠, 밤잠의 부족이 이런 제2의 잠으로 인도한다. (…) 점심 더위에 대한 가장 자연스런 반응은 더 시원한 장소를 찾는 것이고, 에어컨이 나오기 전에 시원한 장소는 언제나 그늘지고 어두운 공간이었다. 수면 압력이 큰데 어둠까지 더해지면 잠드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 시에스타 문화는 우리가 개인적인 수면 필요를 언제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지와 관련하여 상당한 융통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지중해 지방의 시에스타가 보여주는 것처럼 두 번에 나누어 간헐적으로 잠을 잘 수도 있다. 한 번은 밤에, 또 한 번은 더운 대낮에 말이다. _131~132쪽
첫댓글 틸 뢰네베르크 지음 / 역자 유영미 옮김 / 출판사 추수밭 | 201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