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엄마(장모님) 49재를 모시고...
2023년 1월 2일 월요일
음력 壬寅年 섣달 열하룻날
새해 첫날에는 하루 잠시 추위가 주춤하더니
오늘은 또다시 한파경보에 수은주가 사정없이
곤두박질을 하여 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 20도...
그나마 바람이 잠잠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바람까지 불어제끼면 감당을 못할 추위였을게다.
어제 새해 첫날은 지난해 11월 중순에 작고하신
엄마(장모님)의 49재였다. 연일 한파경보에 엄청
추운 추위가 이어지더니 모처럼 포근한 날씨였다.
아마도 엄마가 자식들을 다 불러 모으시려고 좋은
날씨를 선물한 듯했다. 봉평 산골에서, 멀리 영주
에서, 수원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엄마 직계자손은
다 모였다. 가족이라고 해도 다 합쳐봐야 11명이
전부이다. 그래도 각자의 삶에 충실하느라 모두가
한꺼번에 다 모이기는 쉽지가 않다. 그런데 어제는
온가족이 다 모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남들은 새해를 맞이하여 해돋이를 보러가는 기쁜
날이었는지 모르지만 우리가족들은 슬픔에 잠긴
새해 첫날이었다. 엄마보다 3년이나 먼저 홀연히
이 세상을 등져버린 처남, 혼자 두 아들을 데리고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처남댁이 엄마의
49재를 준비한다고 하여 용인 처남집으로 갔다.
음식점 셰프 겸 메니저를 하는 큰조카, 서울에서
명문 Y대를 졸업하고 일을 하면서 오는 3월에는
석사과정에 입문을 하는 명석한 두뇌의 공학도인
작은 조카가 처남댁과 함께 49재 준비를 해놓아
가족 모두가 다 감동, 감격, 감탄을 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마음 한 켠 슬픔이 엄습했다. 이렇게 멋진,
듬직한, 잘 성장한 아들 둘을 두고 가버린 처남이
생각나서 울컥했던 것이다. 엄마의 49재이지만
한꺼번에 엄마와 처남을 추모하는 슬픈 행사였다.
집에서 엄마의 49재를 모시고 가족들이 함께한
신년 가족모임이 되었다. 네 집에 자식이라고는
넷 뿐이다. 이 녀석들이 이제는 집안 행사를 주도
하는 것이라서 너무나 대견스럽다. 이렇게 우리의
시대는 뒷전으로 물러서게 되는구나 싶긴 하지만
뿌듯하고 흐뭇하고 고맙다. 녀석들은 제각기 우리
어른들에게 준다면서 선물까지 준비하여 또한번
감동을 주었다. 앞으로는 이 네 녀석들이 사이좋게,
우애있게 잘 지낼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 뿌듯하다.
앞으로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따금씩
가족모임을 갖기로 했다. 아마도 엄마가 사이좋게
지내라고 이런 시간을 마련해준 것이 아닐까 싶다.
집으로 오는 길에 엄마와 처남이 함께 잠들어 있는
수목원에 들려 주변을 정리하며 참배를 하고 왔다.
엄마 생전에 처남의 옆에 가시고 싶다고 하셨기에
수목원에 함께 모셨다. 용인에서 가까운 수원에서
사는 우리 아들 녀석은 이따금씩 다녀간다고 한다.
우리는 마음은 있어지만 자주 못가보는 것이 많이
죄송스럽다. 이제 엄마와 처남이 함께하고 있으니
이따금씩 다녀오자고 다짐을 하며 수목원을 나와
산골집으로 돌아왔다. 어제는 이서방이 운전하여
촌부는 너무 편안하게 다녀왔는데 무슨 연유인지
너무 피곤하여 평소보다 늦은 기상을 했다. 아마도
여러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피곤하여 그랬나 싶다.
어제 수목원에서 식구들이 다 내려가고 난 뒤 혼자
맨마지막으로 나오면서 이렇게 다짐을 하고 왔다.
"엄마! 자식들과 손자, 손녀 걱정은 내려놓으시고
고통없는 곳에서 장인 어르신, 처남과 함께 편안히
영면하세요. 맏사위, 맏딸이 엄마 몫을 하겠습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처남! 자네 생전에 친형처럼 너무나 잘 따라주어
고마웠네. 모든 아픔, 고통은 내려놓고 좋은 곳에서
부모님 모시고 편안히 영면하시게! 자네 식구들은
누이들과 매부들이 잘 챙기고 있네. 자네 두 아들은
너무나 씩씩하게, 듬직하게 잘 장성하고 있으니까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네. 편히 쉬시게나~ 사랑하네."
*일기를 쓰고보니 빠뜨린 것이 있네.
세 자매는 생전에 엄마와 처남이 좋아했던 음식을
한 가지씩 준비했다. 아내는 식혜를, 처제는 김밥을,
영주 막내처제는 약식을...
첫댓글 어머니의 아름다운 모습
아마도 그것은 자손들의 모습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계묘년에 첫 시작을 가족과 함께 했으니 이마음을 바탕으로
올해도 내내 행복만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쁘게 추억 하시며
평화로우시기를 기도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