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 나무날. 날씨: 미세먼지 없고, 벚꽃이 활짝 피고, 덥다.
[우리마을 실험실]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이석이랑 채원이가 다가와 시를 외웁니다. 이번 주 암송할 시인 방정환선생님이 쓴 <어린 동무들에게>를 줄줄 외우네요. 다 함께 한 주에 한 편씩 시를 외우는데 병뚜껑딱지를 선물로 주었어요.
3학년 장구 수업을 평소보다 일찍 마치고 숲속놀이터에 꽃을 심었어요. 장구 치는 힘들이 좋아서 금세 장단을 익히니 크게 걱정이 없습니다. 일채부터 칠채까지 잘 치고, 이채도 다양한 기본기 형태를 한 달 만에 다 익혔어요. 이제 꾸준히 반복해서 익히고 연결해서 완성하면 됩니다. 어제 거름 넣고 뒤집어놓은 숲속놀이터 꽃밭에 저마다 10개씩 심었어요. 삼분의 일쯤 심었으니 차례로 거름 넣고 꽃밭을 만들어 가면 멋진 숲속놀이터 꽃밭이 될 겁니다. 오후에 다시 남은 곳에 거름을 넣고 땅을 뒤집어 꽃밭을 만들어놓았어요. 내일도 꽃 심기는 이어집니다.
의정부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기획공모로 모집하는 <우리마을 실험실-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마을공동체> 공모 1차 서류 면접을 통과하고 2차 발표 면접을 봐야 하기 때문인데요. 발표 면접에서 떨어질 확률이 반반이지만 이번 마을공동체 사업은 여러 가지도 뜻이 있기도 해요. 올초에 과천은 과천시의회에서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 공모 사업을 모두 삭감해 처음으로 마을공동체사업이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그래서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공모하는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인데, 기획 주제가 그동안 <전환마을과천을꿈꾸는사람들>이 꾸준히 제안하고 실천해온 기후위기 대응입니다. 더욱이 과천에서는 처음으로 두 개의 협동조합, 한 개의 비영리민간단체, 과천시행정, 임의단체가 함께 협력해서 제안하는 사업이라 뜻깊습니다. 네 분이 함께 의정부 면접 장소를 오가며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면접은 언제나 긴장을 하게 됩니다. 미리 보내놓은 ppt 발표 자료를 미리 받아놓지 않은 주최측 실수에 상관없이 크게 사업 맥락과 참여 까닭을 발표했어요. 5분 발표인데 2분만에 마치고 길게 질의응답을 받았습니다. 신청서가 있으니 궁금해 하는 것을 자세히 설명하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함께 간 분들이 함께 대답을 하니 좋습니다. 질문의 핵심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제안한 마을신문, 마을기술, 로컬푸드와 먹을거리, 기후위기 강좌 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마을 실험실로 특별하게 지원할 까닭이 무엇인가, 모임의 목표와 사업 뒤 성과가 무엇인가입니다. 저마다 자기 영역에서 하고 있는 것들이지만 우리마을 실험실 취지답게 여러 기관이 함께 협력해서 같이 기후위기 대응을 삶에서 끌어내고 자립을 구체로 실천하는 애씀이 얼마나 소중한 전환인지, 마을공동체 예산이 전액 삭감된 과천시의 상황, 재개발로 다시 마을공동체가 구성되어야 하는 현재와 미래를 더해서 대답을 했습니다. 저도 과천시마을가꾸기위원회 위원으로 마을공동체 공모 사업 심사에 참여해봤지만 심사위원들의 질문은 신청한 사업에 대한 되돌아보기를 하게 해줍니다. 짧은 발표 면접을 위해 먼 길까지 함께 한 세 분께 정말 고맙습니다. 결과 발표가 어떻게 나든 좋은 기획과 연결 경험이 되었기에 모두 괜찮다고 마음먹습니다. 문득 2016년쯤인가 경기도 따복공동체(지금은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단희아버지랑 함께 일산에서 블록체인 면접을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때는 선정되어 양지마을에 목공, 발효, 적정기술을 소개하고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마을공동체를 가꾸었지요. 또 그때는 맑은샘교육연구회 대표로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다섯 개 조직이 함께 참여한 것이라 또 다릅니다.
2017년 전환마을운동을 널리 알린 영국 토트네스를 다녀와서 <전환마을 과천>을 꿈꾸며, <전환마을과천을꿈꾸는사람들> 모임으로 여러 해 마을공동체 사업을 벌여왔습니다. 모임 이름은 계기가 되었지만 오래전부터 맑은샘교육연구회가 꾸준하게 일궈온 삶의 전환을 위한 실천을 마을 모임으로 넓혀간 것이기도 합니다. 비록 사업을 이끌고 총괄하는 노릇은 꾸준하지만 해마다 새로운 사업과 협력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전환마을의 씨앗을 퍼뜨리고 있는 셈입니다. 더 뜻있는 실천모임이 마을 곳곳에 있지만 또 다른 협업 방식으로 과천시민들에게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제안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을 실험은 다양하게 일어날 것입니다. 사업만 있고 삶의 전환은 만들어내지 못하는 공모사업이 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입니다. 코로나와 기후위기를 늘 말하지만 정작 자본, 도시, 소비의 편안함과 욕망을 놓지 못하는 서로의 삶을 되돌아보도록 우리마을실험실이 잘 쓰이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