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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정식 로제의 노래 원문보기 글쓴이: 삐에르
김정식의 노래와 관련한 논문은 2편인데 아래에 옮겨놓은 것은 『헤세연구』 제24집(2010) 실려있는 논문임.
또 한 편은 『헤세연구』 제22집(2009) 실려있음.
헤르만 헤세의 시와 김정식의 노래
정경량(목원대)
0. 들어가는 말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1877~1962)의 시가 노래로 작곡된 것은 몇 곡이나 될까? 헤세의 시는 헤세가 살아있을 당시에도 무려 2000편이 넘는 노래로 작곡이 되었으며, 20세기의 독일 시인들 중에서 헤세의 시가 가장 많은 노래로 작곡이 되었다. 그러면 한국에서 헤세의 시가 노래로 작곡된 것은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필자가 확인한 바 한국에서 헤세의 시가 노래로 작곡된 것은 맨 먼저 「아름다운 여인 Die Schöne」이 서유석1)에 의해 작곡된 것을 비롯하여, 김정식2)이 헤세의 시 「들판을 넘어... Über die Felder...」, 「흰 구름 Weisse Wolken」, 「신음하는 바람처럼」, 「방랑 길에 Auf Wanderung」를 노래로 만들었다.
서유석이 헤세의 시로 만든 노래 「아름다운 사람」은 197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온 노래이다. 반면 김정식이 헤세의 시로 만든 노래들은 서유석의 노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는 좀 약한 편이다. 그러나 김정식은 어린 시절부터 헤세의 시로부터 커다란 감동을 받아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자작곡 가수가 된 사람으로서 그의 삶과 노래에는 헤세로부터 받은 결정적인 영향이 깊이 스며있다.
그러면 헤세의 시는 김정식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이제 김정식이 작곡한 헤세의 시, 김정식이 작사ㆍ작곡한 노래들 그리고 김정식이 쓴 글들을 통해 그가 헤세의 시로부터 특히 어떠한 치유적, 문학적, 정서적, 사상적 영향을 받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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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유석은 1970년대에 우리나라 통기타 음악을 주도한 가수로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헤르만 헤세의 시 「아름다운 여인 Die Schöne」을 노래로 만들어 부른 가수이다. 오랫동안 교통방송과 푸른 신호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수와 방송진행자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 김정식은 노래를 직접 만들어 부르는 자작곡 가수로서, 헤세의 시로 인하여 감성이 깨어났고 그 깨어난 감성이 노래로 표현되어 지금까지 400여 곡의 노래(예술가요/어린이 노래/연주곡/생활성가/삶의 노래 등)를 작곡하여 부르고 있다.
1. 헤세의 시 「흰 구름」과 김정식
독일의 작가이자 시인인 헤르만 헤세와 한국의 자작곡 가수인 김정식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김정식은 어린 시절부터 헤세의 시를 좋아하게 되어 헤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또 그 영향으로 인하여 김정식은 시를 쓰고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자작곡 가수가 되었다. 김정식은 어린 시절을 회고하면서 무엇보다도 헤세의 시가 자신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피력한다.
에밀리 디킨슨과 이해인, 유경환, 권오순, 나태주, 나해철, 정호승, 도종환, 김용택 등 처음 대하는 순간 내게 노래로 다가오는 시를 쓴 많은 시인들이 있지만, 시가 나를 전율케 한 첫 기억은 헤세의 시 ‘흰 구름’이며 내 어린 날의 슬픔은 이때부터 치유되고 있었다. 이후의 내 삶이 노래를 만들고 부름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하거나 또한 남을 치유하는 것이라면 그런 삶을 시작하게 해준 내 치유의 처음은 보통 이상임에 틀림없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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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정식: 인문학이 주는 삶의 치유. -헤르만 헤세를 통해 만난 두 가지 영성- 실린 곳: 공동선. 2010 09+10. 김형태 발행. 서울(오롬시스템) 2010. 125쪽.
여기에서 김정식은 헤세의 시 「흰 구름」으로부터 첫 번 째의 문학적, 시적인 전율을 경험했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 경험은 무엇보다도 슬픔으로부터 치유되는 치유적 차원의 경험이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모든 외국의 작가들 중에서 헤세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작가이자 시인이다. 헤세 작품에 대한 경험은 나름대로 각각 다를 텐데 김정식의 경우에는 헤세의 시가 치유적 경험과 영향을 제공한 것이다. 헤세의 시 「흰 구름」에 얽힌 김정식의 사연을 좀 더 들어보자.
어린 시절 아무런 이유 없이 자주 슬펐다. 그 슬픔 안에는 쓸쓸함과 그리움, 기다림과 안타까움이 담겨있었다. 그럴 때마다 하늘을 보거나 마을 앞산에 올랐고 노래를 부르거나 책을 보았다. 그러다 13살 때 학생잡지에 실린 헤세의 시 ‘흰 구름’을 만났다. 처음엔 그냥 좋았다. 좋고 싫은 것은 논리라기보다 즉흥에 가깝다.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슬픈 마음이 달래어지면 좋았다. 그래서 자주 그 시를 보게 되었다. 수업시간에도 책상 속에 넣어둔 시집을 열고 눈을 아래로 하여 보고 또 보았는데, 보면 볼수록 더욱 좋았고 아무리 보아도 좋았다. 종종 선생님께 들켜 꾸지람을 들었지만 그 때 뿐이었고, 보고 싶다면 언제든지 보았다. 심지어 어둑해진 하교 길에 시집을 들고 보면서 걷다가 전봇대에 부딪혀 안경을 깬 적도 있었다. 벌써 오래전에 다 외워진 시를 그렇게 자주 보고 싶었다면 아마도 처음 그 시를 만났을 때 내게 다가온 치유의 느낌을 자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학교에서 음악수업시간에 배운 일반적인 지식 외에는 단 한 차례도 개인교습이나 지도를 받아본 적이 없는 내게 언제부터인지 노래가 떠올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헤세의 시에 의하여 치유가 이루어진 후부터인 것 같다. [...] 40여 년 동안 떠오른 내 노래들을 통해 삶의 위로가 되었다거나 치유를 누린 분들이 있다면 그 고마움은 오롯이 헤세에게 돌리고 싶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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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같은 책. 123-124쪽.
그러면 이제 그토록 김정식에게 커다란 치유적 영향을 주었다는 헤세의 시 「흰 구름」의 전문을 함께 감상해보자.
흰 구름
오 보아라, 구름이 다시금 흘러간다
잊어버린 아름다운 노래의
조용한 멜로디처럼
파아란 하늘 저멀리!
그 누구도 구름을 알 수 없다,
오랜 여행길에서
모든 방랑의 고통과
기쁨을 알지 못한 사람은.
태양과 바다와 바람처럼,
나는 하얗고 정처 없는 것을 사랑한다,
그들은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자매요 천사들이기 때문에.
Weisse Wolken
O schau, sie schweben wieder
Wie leise Melodien
Vergessener schöner Lieder
Am blauen Himmel hin!
Kein Herz kann sie verstehen,
Dem nicht auf langer Fahrt
Ein Wissen von allen Wehen
Und Freuden des Wanderns ward.
Ich liebe die Weissen, Losen
Wie Sonne, Meer und Wind,
Weil sie der Heimatlosen
Schwestern und Engel sind.5)
헤세는 ‘구름의 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구름에 대해 많은 아름다운 시를 썼는데, 이 시는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헤세의 구름 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시에서 헤세가 구름을 통해 노래한 것은 무엇일까? 구름은 이 시에서 방랑을 상징하고 있으며 또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 즉 향수를 표출하는 상징 역할을 하고 있다. 헤세 초기 시의 분위기와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 이 시의 주제는 따라서 ‘방랑과 향수’이다. 그런데 김정식은 도대체 이 시의 어떤 면으로부터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된 것일까? 김정식 자신의 말을 들어보자.
‘흰 구름’이라는 시를 처음 만났을 때, ‘기나긴 방랑 끝에 여행자의 기쁨과 슬픔을 한결같이 맛본 사람이 아니면 저 구름을 이해하지 못합니다’라는 구절이 끝없이 내 가슴속에서 맴돌았다. 너무나 좋아서 그 구절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쿵쾅거렸다. 그때 내 가슴에 와 닿은 것은 ‘가장 아름다운 것은 기쁨을 주는 동시에 또한 슬픔과 불안을 준다’는 ‘이페머럴(Ephemeral/덧없는 삶의 아름다움)’이라는 영성이었다. 내가 이해한 것은 이런 것이다.
‘삶이란 다 슬프거나 다 기쁜 것이 아니라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덧없는 것이로구나. 그러므로 나는 기쁠 때 기쁨을 갈무리해두었다가 슬플 때 꺼내도록 하고, 슬플 때 또한 다 슬퍼하지 말고 그것을 갈무리해 두어야겠다.’
이 아름다운 영성은 내가 특별한 성취욕구나 강박감(선함과 우등함, 생존을 위한 경쟁심이나 자신과 사회에 대한 모든 책임감)없이도 매일 매순간을 평안하게 잘 살도록 이끌어주었고, 나를 끝없이 사랑해주시고 용서해주시는 하느님께서 놀랍고도 특별한 일을 연출해주시지 않아도 항상성 안에서 늘 그분과 함께할 수 있게 잘 도와주었다.6)
김정식은 이처럼 어린 시절에 만난 헤세의 시 「흰 구름」 중 특히 제2연으로부터 결정적인 삶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시의 제2연을 되새겨보자: “그 누구도 구름을 알 수 없다,/ 오랜 여행길에서/ 모든 방랑의 고통과/ 기쁨을 알지 못한 사람은.” 김정식에게서 우리는 단 한편의 시, 단 한 대목의 시 구절이 인생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김정식은 그러니까 이 시의 제2연으로부터 무엇보다도 이중적이자 대조적인 삶의 구조, 즉 삶의 양극성에 대한 인식을 깊이 하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김정식은 헤세의 시 「흰 구름」을 통하여 삶이란 본질적으로 기쁨과 슬픔, 기쁨과 고통이 한데 섞여 있다는 철학적 예지를 일찍부터 터득하게 된 것이다. 어린 나이에 한 편의 시를 통하여 이러한 삶의 본질을 깨달았다는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리라. 이러한 삶의 양극성을 깨달은 김정식은 이어 양극적 삶의 본질을 아름다운 (가톨릭) 종교적 영성과 접목시킨다. 그리하여 그는 “특별한 성취욕구나 강박감”없이도 기독교적 신앙 안에서 평안하게 살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2. 김정식이 작곡한 헤세의 시와 노래
2.1. 「들판을 넘어...」
앞에서 우리는 그 동안 김정식이 헤세의 시를 가지고 작곡한 노래가 모두 4편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이 4편의 노래를 김정식이 작곡한 순서대로 하나씩 살펴보자. 그가 맨 처음 작곡한 헤세의 시는 「들판을 넘어... Über die Felder...」이다. 「들판을 넘어...」는 헤세의 초기 시로서 헤세가 1902년 봄, 즉 헤세가 26세 때 쓴 시이다. 이 시는 헤세 초기 시의 전형적인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 시이다. 먼저 이 시 전문을 감상해보자.
들판을 넘어...
하늘을 넘어 구름이 흘러간다
들판을 넘어 바람이 간다,
들판을 넘어 헤매는 이는
내 어머니의 잃어버린 아이.
거리 위로 나뭇잎 흩날린다,
나무 위에 새들이 우짖는다 -
저 산 너머 어디엔가
머나먼 내 고향 있으리라.
Über die Felder...
Über den Himmel Wolken ziehn
Über die Felder geht der Wind,
Über die Felder wandert
Meiner Mutter verlorenes Kind.
Über die Straße Blätter wehn,
Über den Bäumen Vögel schrein -
Irgendwo über den Bergen
Muß meine ferne Heimat sein.7)
구름과 바람이 등장하고 나뭇잎과 새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이 시에서 들판을 넘어 방랑하고 있는 시적 화자는 산 너머 어디엔가 있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헤세 초기시의 분위기와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 이 시의 주제는 따라서 “방랑과 향수”이다. 이 시에는 헤세 자신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의 외롭고 우울했던 자전적 요소가 짙게 깔려있다. 시적 자아는 여기에서 자신을 가리켜 “내 어머니의 잃어버린 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무슨 뜻일까? 청소년 시절 이런 저런 이유로 부모님에게 심하게 반항했던 헤세. 그의 마음과 심경은 어떠했을까? 평안하지 못하고 괴로웠으리라. 그런 안타까움과 괴로움의 심경이 “내 어머니의 잃어버린 아이”라는 대목에 스며들어 있다. 방랑하는 시적 자아는 누구보다도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으며, 어머니와 더불어 먼 곳에 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있는 것이다.
이 헤세의 시 「들판을 넘어...」로 노래를 만들게 된 계기와 과정을 김정식은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들판을 넘어」는 1985년의 어느 여름날 만들었습니다. 제가 살던 서울 강서구 화곡동 105-416 번지에 있던 일명 「까치산 집」은 까치산 꼭대기에 있습니다. 집에서 한참 떨어진 거리에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는데 헤세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 그 해는 제 어머니가 52세로 아직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해입니다. 슬픔과 그리움 기다림과 안타까움 등이 가슴에 매일 아롱졌어요. 그런 마음이 헤세의 시로 인하여 위로받았고 그 감성이 노래로 되었다고 생각합니다.8)
이처럼 김정식은 이 시를 마음에 되새기면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 자신의 고독한 심경을 노래로 만들어 표출한 것이다. 헤세와 김정식 두 사람이 그들의 시와 노래에서 어머니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각각 다르게 표출되었겠지만, 아무튼 김정식은 헤세의 시로부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러한 심경을 「들판을 넘어」9)라는 노래로 표현하여 만든 것이다.
김정식이 맨 처음 감동과 영향을 받은 헤세의 시 「흰 구름」의 주제가 ‘방랑과 향수’인데, 김정식이 맨 처음 헤세의 시로 작곡한 노래의 시 「들판을 넘어...」도 똑같이 ‘방랑과 향수’라는 동일한 주제의 시라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다. 이 주제는 헤세 초기 시의 대표적인 주제에 해당하는 것인데, 김정식은 헤세의 시 중에서 무엇보다도 이러한 낭만주의적 차원에서 ‘방랑과 향수’를 노래한 헤세의 시들을 가장 좋아했던 것으로 보인다.
2.2. 「흰 구름」
김정식이 헤세의 시를 가지고 두 번 째로 작곡한 노래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흰 구름 Weisse Wolken」10)이다. 「흰 구름」은 「들판을 넘어...」와 같은 해인 1902년경에 쓴 초기 시이다. 「들판을 넘어...」와 마찬가지로 이 시도 헤세 초기 시의 낭만주의적인 특징을 잘 드러내는 시이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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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헤세의 시 「들판을 넘어...」와 「흰 구름」에 대해 음악적인 관점에서 해설한 것은 필자의 논문 정경량: 한국인이 작곡한 헤세의 시와 노래. 실린 곳: 헤세연구 제22집. 2009. 23-44쪽을 참고할 것.
헤세는 그의 초기 시에서 특히 낭만주의적인 관점에서 자연에 대한 많은 시를 썼다. 이 시에서도 헤세는 흰 구름을 노래하는 가운데 그가 특히 사랑하는 자연물로서 “태양과 바다와 바람”을 제시하고 있다. 김정식이 노래로 작곡한 헤세의 두 시 「들판을 넘어...」와 「흰 구름」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자연물은 무엇인가? 바로 구름과 바람이다. 그러니까 이 두 시가 지닌 공통점은 주제가 동일하다는 것이요, 또 시에 나타나는 자연물의 소재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김정식 역시 헤세와 마찬가지로 자연물 중에서 특히 구름과 바람을 좋아하리라고 짐작하게 해준다.
김정식은 14살 때 헤세의 이 시 「흰 구름 」으로부터 커다란 감동을 받은 후 38년 동안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가, 2005년에 노르웨이의 옛 수도 베르겐을 여행하던 중 가을 하늘에 흰 구름이 떠가는 것을 보고 「흰 구름」이라는 헤세의 시가 떠올라 노래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김정식은 2009년 어느 날 「휜 구름」과 관련된 결정적인 개달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2009년 7월 2일 오후 2시 22분. 어떤 이에게는 아무 일없이 그저 지나가고 만 순간이겠지만 내게는 삶을 송두리 채 뒤흔드는 전율의 순간이었다.”고 김정식은 토로하면서 그가 헤세와 관련하여 겪었던 일을 피력한다. 그것은 목원대학교에서 열렸던 한국헤세학회의 심포지움에서 있었던 일인데, 당시 장정자 교수가 「인문학이 주는 삶의 치유」라는 주제에 대해 발표를 하자 김정식은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하. 그러니까 음악이나 미술을 통해 치유가 이루어지듯이 시나 소설 등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다치고 상한 마음이 치유될 수 있겠구나.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었던 한 사람이 누군가의 문학 작품을 통해 치유되고, 힘과 용기를 얻어 새로운 삶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또한 내 삶 속에서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런 일이 수없이 일어났을 수도 있겠구나.12)
이때 말하자면 김정식은 “문학으로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는”13) 문학치료의 기능과 효능을 깨달은 셈이다. 당시 한국헤세학회 심포지움에서 김정식은 헤세의 시로 만든 그의 노래를 부르게 되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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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정운채: 문학치료의 이론적 기초. 서울(문학과치료) 2007. 225쪽.
그날 나는 그 노래[「흰 구름」]를 한 줄도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내 안에 그렇게 많은 눈물들이 고여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닦을 수도 닦을 필요도 없었다. 닦아도 곧 바로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그냥 무대에 서서 음향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반주음악에 맞추어 기타로 음률을 따라 연주하는 것이 다였다. 아직 어렸을 때부터 남 앞에서 노래 부를 기회가 많았고, 큰 노래대회에 나가 입상한 경력도 많은 편이지만 무대에서 울어본 기억은, 아니 우느라고 노래를 못 부른 기억은 한 번도 없었다. 노래가 슬퍼서 울었던 것이 아니다. 내 삶이 헤세의 시를 통해 오랜 동안 치유되어 왔다는 사실이 인식되었고, 그것이 슬펐다. 아름다운 슬픔이다.14)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과거의 일에 대한 어떤 소중한 깨달음의 경험을 한다는 것은. 2009년 한국헤세학회 심포지움에서 있었던 그 깨달음의 순간을 바탕으로 김정식은 지나온 그의 삶과 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피력한다.
저는 그 때까지 내 감성을 깨어나게 하여 삶의 영성을 노래에 담게 했던 매개 역할을 기독교가 했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랜만에 내가 깨달은 사실은 그것이 헤세의 시였다는 거예요. 헤세의 시로 인하여 내 감성은 깨어났고, 깨어난 감성이 노래로 표현되어 400 여 곡의 노래(예술가요/어린이 노래/연주곡/생활성가/삶의 노래 등)가 나오게 되었어요.15)
말하자면 김정식은 그 동안 자신의 삶과 정서에 오랫동안 치유의 기능을 했던 것은 가톨릭 기독교 신앙이었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보다 더 결정적인 치유의 역할을 했던 것은 바로 헤세의 시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후 수차례 이어지고 있는 헤세의 시노래 콘서트를 통해 인문학이 주는 삶의 치유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16)고 하면서 김정식은 헤세의 시와 자신의 노래가 주는 치유의 경험과 영향력을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2.3. 「신음하는 바람처럼」
김정식이 헤세의 시로 세 번 째 작곡한 노래는 「신음하는 바람처럼」이다. 그가 2010년 2월 20일에 노랫말로 사용한 헤세의 번역시 「신음하는 바람처럼」을 먼저 감상해보자.
신음하는 바람이 밤을 울게하듯이
나의 갈망 네게로 날아 가네
모든 그리움은 잠깨어 있어 잠깨어 있어
오,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한 너는
나의 무엇을 알고 있는가
밤늦은 불 조용히 끄고
열띤 몇 시간을 눈뜨고 있어
어느덧 밤은 네 얼굴이 되고
사랑을 속삭이는 바람소리는
지울 수 없는 네 웃음이 된다
네 웃음이 된다17)
이 시는 안타까운 사랑의 아픔과 고뇌로 인하여 늦은 밤까지 잠을 못 이루며 괴로워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시의 주제는 ‘짝사랑’ 혹은 ‘이루어지지 못한 안타까운 사랑’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 시의 주제는 공교롭게도 서유석이 노래로 작곡한 헤세의 시 「아름다운 여인」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 시에 소재로 등장하는 자연물은 무엇인가? 바로 ‘바람’이다. 그러니까 김정식이 작곡한 헤세의 시 3편에 공통적으로 사용된 자연물의 소재는 바람인 것이다.
이 바람은 시에서 어떤 의미로 나타나 있는가? 제1연과 제2연에서 각각 나오는 바람은 “신음하는 바람”과 “사랑을 속삭이는 바람소리”로 나타나고 있다. 한 편의 시에 등장하는 바람에 대한 수식어가 대조적이라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양극적인 삶의 정서를 곧잘 시에 표출하였던 헤세는 이 시에서 바람과 연계된 정서마저도 “신음하는” 고통의 정서와 “사랑을 속삭이는” 행복의 정서로 각각 양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안타까운 사랑의 상황으로 인하여 잠 못 이루는 시적 화자는 밤에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대조적인 양극적 정서를 함께 느끼고 있는 것이다.
「흰 구름」에 표출된 양극적 삶의 정서로부터 강한 인상과 영향을 받은 김정식은 바람을 통하여 마찬가지로 같은 양극적 정서를 표출한 이 시에 공감을 느껴 노래로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김정식의 노래 「신음하는 바람처럼」의 악보를 보며 이 노래를 감상해보자.
2.4. 방랑 길에
김정식이 헤세의 시를 노랫말로 하여 네 번째로 만든 노래는 2010년 4월 5일에 작곡한 「방랑 길에」이다. 김정식은 이 노래에 “헤세의 시 안에서 만난 영혼의 벗 정경량님께”라는 부제를 달아 필자에게 헌정하였다. 그러면 먼저 헤세의 시 「방랑 길에」18)를 함께 감상해보자.
방랑 길에
- 크눌프를 회상하며 -
슬퍼하지 말아라, 곧 밤이 되리니,
그러면 우린 창백한 땅 위에
몰래 웃음 짓는 싸늘한 달을 바라보며,
손에 손을 잡고 쉬게 되리라.
슬퍼하지 말아라, 곧 때가 오리니,
그러면 우린 쉬게 되리라. 우리의 작은 십자가 둘이
밝은 길가에 나란히 서면,
비가 오고 눈이 내리며,
바람이 또한 오고 가리라.
Auf Wanderung
- Dem Andenken Knulps -
Sei nicht traurig, bald ist es Nacht,
Da sehn wir über dem bleichen Land
Den kühlen Mond, wie er heimlich lacht,
Und ruhen Hand in Hand.
Sei nicht traurig, bald kommt die Zeit,
Da haben wir Ruh. Unsre Kreuzlein stehen
Am hellen Straßenrande zu zweit,
Und es regnet und schneit,
Und die Winde kommen und gehen.(1, 322)
이 시는 특히 음악성이 뛰어난 헤세의 초기 시이다. 헤세 초기 소설의 주인공 크눌프와 연관되어 있는 이 시는 시적 화자가 우리에게 “슬퍼하지 말아라”고 권면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시적 화자가 상대하고 있는 대상자는 현재 슬픈 상황, 혹은 슬퍼하고 있는 정서적 상황에 놓여있다고 상정할 수 있다. 이것은 시적 화자가 슬픔의 정서에 놓여 있는 우리(독자)로 하여금 슬픈 상황, 혹은 슬픈 정서를 극복하도록 해주기 위해 먼저 단언적으로 “슬퍼하지 말아라”고 권면하고 있는 상황으로 여겨지게 한다. 그 권면에 대한 근거로서 시적 화자는 이 시에서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무엇일까?
제1연에서는 곧 밤이 되리니 슬퍼하지 마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무리 슬퍼도 곧 평안히 쉬게 되는 밤이 될 테니 너무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루라는 시간의 길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그런데 제2연에서는 그 시간의 길이가 인생 전체 혹은 죽음 이후로까지 확대 연장된다. 말하자면 하루해도 그렇게 빨리 지나가듯이 우리의 일생도 곧 마무리할 때가 와서 죽음에 이르러 영원한 평온에 다다르게 되니 전혀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우리가 아무리 슬프거나 혹은 슬픈 상황에 놓여 있을 지라도 머지 않아 곧 이 땅에서도 그렇거니와 저 세상에서도 평온하게 쉬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시는 “(현세적) 삶의 평안”과 “죽음 이후의 평온”을 서로 밀접하게 연계시키면서, “덧없는 삶과, 죽음 이후의 평온”이라는 시의 주제를 절묘하게 연계시켜 상승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참으로 인상적인 삶의 위로와 위안을 받게 된다. 어차피 짧은 하루요 인생이니 어떠한 경우라 할지라도 결코 너무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인생관을 우리는 이 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얼마나 절묘하고 훌륭한 시인가? 이 시를 우리가 진정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가 어떤 슬픔이나 고통 속에 있을 지라도 우리는 그러한 상황과 정서를 여유롭게 극복하여 평온한 삶과 정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김정식이 노래로 만든 헤세의 4편 시들은 모두 그 소재와 주제 면에서 아주 강한 공통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김정식이 헤세의 시문학 중에서도 ‘구름과 바람’을 위시한 자연의 현상을 노래하는 가운데, 우리 삶의 부정적 정서를 극복하여 긍정적이고 평화로운 삶의 정서를 지향하는 헤세의 시에 깊이 공감한 데에서 나온 결과라고 본다. 이제 김정식의 노래 「방랑 길에」의 악보를 보면서 이 노래를 감상해보자.
3. 김정식의 노래와 글에 나타난 헤세 시의 영향
헤세의 시는 김정식의 노래와 사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이제 김정식이 작사ㆍ작곡한 노래들과 그가 쓴 글들을 중심으로 하여 헤세의 시가 그의 노래와 사상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그가 작사ㆍ작곡한 노래들의 노랫말에는 헤세의 시로부터 받은 어떤 영향이 나타나 있을까? 김정식은 1978년 군대생활을 하던 시절 만났던 <헬렌 인우드 Helen Inwood>의 시내용을 토대로 만든 노래 「기도의 응답」의 후반부에 다음과 같은 노랫말을 적었다.
기도의 응답 여러 가지네
때로는 햇볕(미풍) 때론 폭풍(파도)
어떤 응답도 다 주님의 뜻
난 사랑으로 늘 맞이하네19)
이 노래는 가톨릭 생활성가로서 기독교적 신앙의 노래인데 김정식은 기도의 응답 상황을 “햇볕(미풍)”과 “폭풍(파도)”이라고 하는 대조적인 자연현상을 상징적으로 대비시키는 가운데, 기도의 응답이 우리의 시각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기도 응답의 양극성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종류의] 응답도 다 주님의 뜻/ 난 사랑으로 늘 맞이”한다고 하는 성숙한 신앙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김정식 자신의 신앙적 삶의 여정에서 우러난 종교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그가 어린 시절 만나 감동을 받았던 헤세의 시 「흰 구름」의 영향이 크게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그런가하면 김정식은 시편 139편을 묵상하며 만든 그의 노래 「난 알아요」의 노랫말 후반부에서는 다음과 같이 더욱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신앙관을 표출한다.
때때로 고난이 나를 찾을 때
피하고 싶은 내 마음은
당신을 멀리 떠났다 느껴도
어차피 그곳 또한 당신 품안인 것을
알아요 난 알아요20)
우리가 대부분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고난’이라고 하는 삶의 상황마저도 결국은 하느님의 “품”, 즉 섭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성숙한 신앙적 태도를 김정식은 이 노랫말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이와 같이 헤세의 시가 김정식의 사상적인, 신앙적인 삶의 태도에 끼친 영향 외에 다른 영향은 없을까? 김정식의 노래에 나타나는 노랫말에는 헤세의 초기 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자연물이나 자연현상이 많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김정식의 노랫말에는 특히 구름과 바람이 자주 나타난다. 그의 노래 「오! 나의 바람」21)의 노랫말 전문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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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김정식의 자작곡 「오! 나의 바람」은 1982년 제6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한 노래이다.
오! 내 형제 바람
커다란 가슴으로 날 안아주는 바람
오! 내 친구 바람
이 세상 모든 얘기 속삭여 주는 바람
오! 내 사랑 바람
언제 어디서나 나를 기다리는 바람
오! 내 형제 바람
하이얗고 정처없는 나그네의 벗
오! 내 친구 바람
부드럽고 따스한 천사의 자매
오! 내 사랑 바람
잃어버린 노래의 예쁜 멜로디22)
어떠한가? 이 노랫말은 헤세의 어떤 시를 연상하게 하지 않는가? 바람을 형제와 친구라고 칭하면서 바람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이 노래의 노랫말을 보면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헤세의 시 「흰 구름」을 그대로 연상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노랫말의 후반부에 나오는 “하이얗고 정처없는 나그네의 벗”, “부드럽고 따스한 천사의 자매”, “잃어버린 노래의 예쁜 멜로디” 등의 대목은 헤세의 시 「흰 구름」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가 어린 시절 그토록 커다란 감동과 영향을 받았던 헤세의 시 「흰 구름」은 이렇게 김정식의 자작곡 노랫말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의 또 다른 노래 「봄바람」에서도 김정식은 “바람 바람 내 친구 바람/ 바람 바람 좋은 바람/ 바람 바람 내 사랑 바람/ 언제나 내 곁에”23)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내 마음의 노래」의 노랫말 중간 부분에서도
[...]
슬프다고 느끼는 순간에 창가로 가 하늘을 보세요
흘러가는 구름의 숨결이 포근하게 안겨올 거예요
슬픔도 외로움도 사랑의 아픔도 모두 다 잊어버리고
저 멀리 흘러가는 흰구름 곁으로 바람타고 날아가요24)
라고 하면서 하늘의 흰 구름과 바람을 연계시키는 가운데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한다. 구름과 바람을 서로 연계시키는 것은 그의 노래 「구름」에도 나타난다. 노래 가사의 전문을 살펴보자.
산허리를 따라서 흘러가는 저 구름은
내 맘속에 그리움 남기고 떠나가네
새들노래 들리는데
내님 어디 갔을까
부는 바람 타고서
흘러가는 저 구름은
내님 있는 곳까지
흘러 흘러 가려나25)
이처럼 김정식이 작곡한 노래의 노랫말에 나타나는 자연물은 무엇보다도 구름과 바람이 서로 연계되어 자주 나타난다. 심지어 그는 1978년 3인조 중창단 「들, 바람, 구름, 노을」을 만들어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하였는데, 그 중창단의 이름 안에도 구름과 바람이 들어 있을 정도이다. 김정식은 1989년 11월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의 끝에서도 “하 많은 일거리 가운데에서도 예쁜 것과 고운 것을 느끼셨던 당신의 가슴을 닮아 저는 산과 들과 하늘과 바람을 사랑합니다.”26)라고 쓰고 있다.
김정식이 작곡한 노래의 노랫말에는 구름과 바람 이외에도 푸른 하늘, 태양 등의 자연물이 「슬픈 얘기」27)라는 노래의 노랫말 속에 등장하며, 「바다로 가려네」28)라는 노래에서는 바다에 대한 사랑이 표출된다. 그런가 하면 「사랑-1」29)이라는 노래의 노랫말에서는 “그 언제부터 내 마음 속에 깊은 슬픔 있었나/ 그 언제부터 내 마음 속에 기쁨 있었나”고 하면서 예의 그 대조적인 양극적 정서를 표출하는 가운데, “보고파지는 얼굴을 암만 꿈속에서 그려보아도/ 파란 하늘 저 멀리 둥실둥실 하얀 구름뿐”30)이라고 노래한다. 또한 「엄마 얼굴」이라는 노래에서도 “파아란 하늘엔 하얀 구름 한 조각/ 이렇게 언덕에 앉으면 보고 싶은 엄마 얼굴”31)이라고 노래하면서 마찬가지로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한데 엮어 묘사하고 있다. 헤세의 시 「흰 구름」에 나타나는 파란 하늘 배경의 흰 구름이 이처럼 김정식의 노랫말에도 자주 나타난다. 헤세의 시 「흰 구름」이 그의 시와 노래 및 그의 삶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주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5. 맺는 말
지금까지 우리는 김정식이 헤세의 시를 가지고 만든 노래들과, 김정식이 작사ㆍ작곡한 노래들, 그리고 그가 쓴 글들을 통해서 헤세의 시가 그에게 어떤 치유적, 문학적, 정서적, 사상적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어린 시절 그가 만났던 헤세의 초기 시 「흰 구름」은 그가 만난 다른 어떤 시인들보다 그의 삶과 정서에 결정적인 치유적 영향을 주었고, 그의 노래와 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헤세는 주로 그의 초기 시에서 구름과 바람 등의 자연을 소재로 하여 낭만주의적 ‘방랑과 향수’ 등의 주제를 많이 노래하였다. 헤세의 시 「흰 구름」을 비롯하여 주로 헤세 초기 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김정식 역시 헤세와 마찬가지로 무엇보다도 구름과 바람, 태양과 바다 등의 자연을 사랑한다. 그가 작사ㆍ작곡한 노래의 노랫말과 그가 쓴 글에서도 이러한 자연친화적이며 서정적인 헤세 시의 영향은 크게 나타난다. 또한 헤세 시의 소박한 시어와 구조적 특성의 영향을 받아 김정식의 노래에는 주로 순수한 우리말로 된 가사에 조용하고 잔잔한 정서가 스며있는 곡들이 많으며, 노래의 곡조 면에서도 소박한 동요나 민요와 같은 단순하고 서정적인 가락과 분위기의 노래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김정식이 헤세의 시 「흰 구름」을 중심으로 헤세의 시로부터 받은 가장 커다란 사상적 영향은 헤세 문학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양극성의 수용 사상이다. 말하자면 우리의 인생은 그 본질적 구조상 기쁨과 슬픔, 고통과 평온 등의 대조적이며 양극적인 상황에 늘 놓여있다는 것이다. 헤세 자신이 시문학 창작과 글쓰기를 통하여 자기 인생의 어려움과 고통을 극복하는 치유의 효과를 누렸듯이, 헤세의 시로부터 결정적인 치유적 영향을 받은 김정식 역시 문학치료의 효능을 체험함으로써 늘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향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시와 문학 작품의 치유적 영향력인가! 이러한 문학치료의 현상과 경험 및 영향은 비단 김정식에게 국한 된 것이 아니리라. 우리에게 이처럼 소중한 기능과 역할을 하는 아름다운 시와 노래가 함께 있다는 것은 우리의 행복이자 축복이다.
김정식은 “장애자나 병자와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셨던 그리스도 예수를 본받아 우리도 서로 돕고 사랑하며, 기쁨이든 슬픔이든 가진 바를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겠다.”32)고 피력한다. 헤세의 시에 나타난 양극성의 수용 사상과, 기독교의 이웃사랑 정신이 만나서 어우러진, 아름다운 삶의 영성을 우리 모두 함께 추구해 나가게 되길 기대한다.
Zusammenfassung
Hermann Hesses Lyrik und die Lieder von Cheongsik Kim
Cheong, Kyung Yang(Mokwon Uni)
Hermann Hesse ist der Dichter, dessen Gedichte am meisten unter den deutschen Dichtern des 20. Jahrhunderts komponiert sind. In Korea hat Cheongsik Kim bis jetzt 4 Lieder mit Gedichten Hesses gemacht, und zwar “Über die Felder”, “Weisse Wolken”, “Wie stöhnender Wind” und “Auf Wanderung”.
Mit dem 13. Alter begegnete Cheongsik Kim entscheidend mit dem Gedicht Hesses “Weisse Wolken”. Von diesem Gedicht Hesses hat er sein Leben lang so starken Einfluss bekommen. Unter den vielfältigen Einflüssen von diesem Gedicht hat er zuerst vor allem einen Einfluss der Heilung bekommen. Er hat und zwar besonders von der 2. Strophe dieses Gedichts den entscheidenden Einfluss bekommen, die folgendes lautet: “Kein Herz kann sie verstehen,/ Dem nicht auf langer Fahrt/ Ein Wissen von allen Wehen/ Und Freuden des Wanderns ward.”
Von diesen Zeilen des Gedichts “Weisse Wolken” hat er also schon in seiner Jugend die wesentliche Struktur der Polarität des Lebens erkannt, das und zwar aus den Leiden und Freuden oder aus der Traurigkeit und dem Frieden besteht. Durch dieses Erkenntnis der Polarität des Lebens konnte er seie Traurigkeit und Leiden des Lebens überwinden, und immer nach dem glücklichen und friedlichen Leben streben.
Bei den 4 Gedichten Hesses, die Cheongsik Kim für seine Lieder als Text gebraucht hat, gibt es einige bedeutungsvolle Gemeinsamkeiten. Bei diesen Gedichten erscheinen unter den Naturerscheinungen hauptsächlich die Wolken und Wind. Besonders bei den 2 Gedichten “Über die Felder...” und “Weisse Wolken” erscheinen gemeinsam die Wolken und Wind als Stoff der Natur, und dazu das Thema “Wanderung und Heimweh” kommt gemeinsam bei den 2 Gedichten. Es bedeutet, dass Cheongsik Kim besonders die Wolken und Wind als Naturerscheinungen und das Thema “Wanderung und Heimweh” gern gehabt hat.
Diese Wolken und Wind erscheinen sehr häufig auch in den Texten seiner Lieder, die er selber mit dem Text komponiert hat. Daneben kommen auch andere Naturerscheinungen und zwar, Himmel, Sonne, Meer usw. in seinen Liedern. Aus dem Einfluss der Hesseschen Gedichte sind die Lieder von Cheongsik Kim meistens sehr naive Lieder mit der einfachen Melodie wie die Kinderlieder oder Volkslieder.
Die früheren Gedichte Hesses machten einen starken und entscheidenden Einfluss auf dem Leben, den Liedern und den Gedanken von Cheongsik Kim. Ein gutes Beispiel von der heilenden Kraft und von der schönen Funktion der literarischen Werke bei Cheongsik Kim. Es funktioniert dazu bei ihm so gut auch mit der schönen Wirkung seiner tieferen katholischen Religiosität.
참고문헌
김정식: 김정식․로제리오 생활성가. 서울(가톨릭 생활성가 찬미회) 1985.
김정식: 인문학이 주는 삶의 치유. -헤르만 헤세를 통해 만난 두 가지 영성- 실린 곳: 공동선. 2010 09+10. 김형태 발행. 서울(오롬시스템) 2010.
정운채: 문학치료의 이론적 기초. 서울(문학과치료) 2007.
Hesse, Hermann: Die Gedichte. Bd. 1. Frankfurt/M. 1977.
주제어: 헤세, 김정식, 시, 노래
Schlüselbegriffe: Hesse, Cheongsik Kim, Lyrik/Gedicht, Lied
필자 E-Mail: kycheong@mok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