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들은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먼저 부처님에게서 사신족을 얻은 사람은, 목숨을 일 겁이나 혹은 반 겁 동안 더 머무를 수 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 사신족을 얻은 사람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신력이 자제하신 부처님이시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나는 먼저 이것을 너에게 말하지 않았느냐? 그러나 너는 그때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또 청하는 일도 없지 않았느냐? 여래는 말을 한 번 입 밖에 내놓은 이상에는, 두 번 거듭 어기지 않는 것이다. 어리석은 자는 제가 말하고 제가 이것을 어기지마는,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아난은 답답하고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울면서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심이 어찌 이렇듯 빠르십니까? 세상의 광명이 없어짐이 어찌 이렇듯 속합니까?”
부처님은 이것을 불쌍히 여기시고 달래어 말씀하셨다.
“아난아, 슬퍼해서는 안 된다. 일체유위의 법은 다 이런 것이다. 한 번 만나면 반드시 갈리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부처님이시여, 중생들은 이제 오래지 않아서 인자한 아버지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금세 낳은 송아지가 어미에게 버려진 것같습니다.”
“아난아, 근심하지 말라. 설사 내가 일 겁을 여기서 더 머문다고 하더라도 너희들을 만난 이상에는, 언젠가는 갈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모든 법의 성상은 본래 이런 것이다. 그러므로 내 일에 대하여 그렇게 괴로워하지 말라. 설사 내 육신은 없어질지라도 내가 말하여 남긴 묘법의 법신은 언제든지 남아 있지 않겠느냐? 아난아, 내가 깔고 앉았던 방석을 가져 오너라. 나는 방으로 들어가겠다.”
아난은 방석과 요를 가지고, 부처님을 따라 사라 숲 동산에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4 저녁나절이 되어 부처님은 아난에게 명령하여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나가서 이 동산 주변에 와 있는 비구들을 불러 다 강당으로 모이게 하여라.”
아난은 모든 비구들에게 전달하여 비구들을 다 강당으로 모이게 하였다. 부처님은 방 안에서 나와 강당으로 들어가시니, 비구들은 다 일어나서 절을 하였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내가 지금까지 너희들에게 말하여 온 여러 가지의 가르침에 대하여, 너희는 항상 이것을 생각하고 외우고 익혀서 버리지 말라. 천하의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을 바르게 가지면, 모든 하늘은 이를 위하여 기뻐하고 또 인간도 이 때문에 복을 받게 될 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욕심을 눌러서 자기를 이기지 아니하면 안 된다. 몸을 단정히 하고, 뜻을 단정히 하고, 말을 단정히 하여라. 성내는 마음을 버리고, 탐심을 버리고, 항상 죽음에 대하여 마음으로 생각하여 보라. 만일 마음이 삿된 일을 하고자 하거든, 결코 눌러서 하지 못하게 하고, 마음이 음욕을 따라 가고자 할 때에도 그것에 맡겨 두어서는 아니 된다. 호귀한 것을 부러워할지라도 또한 들어주어서는 아니 된다. 사람에게는 본심과 망심의 두 가지가 있는 것이다. 항상 참된 마음인 본심을 지켜 망심을 따라가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인간은 마음이 첫째다. 마음은 하늘도 되고 인간도 되며, 악취도 되고 또는 성위도 열어 준다. 형상과 마음은 둘이 아니다. 형상은 마음이 지은 바요, 마음은 모든 법을 만드는 것이다. 마음은 알음알이를 지어내고, 알음알이는 감정을 지어내고, 감정은 다시 마음으로 돌아간다. 마음은 실로 일체를 지배하는 것이다. 마음은 뜻을 내어 행을 일으키고, 행은 생명인 목숨이 되는 것이다. 실답고 어리석음은 진실로 행에 있는 것으로써, 목숨의 긴 것과 짧은 것은 명의 행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뜻과 행과 명, 이 세 가지는 붙어 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짓는 바의 좋은 것과 나쁜 것은 제가 이끌어 받지 아니하면 아니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악행을 하였다고 하여 그 자식이 대신 받지는 못하는 것이요, 자식이 악행을 지었더라도 그 아비가 대신 받지 못하는 것이다. 선행을 하면 자연히 복을 받고 악행을 하면 스스로 양화를 받는 것이니, 이제 부처가 천상천하에 공경을 받는 이유도 다 마음이 들어서 만들어 낸 것이다.
5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마음을 바로 가져 오직 도를 닦는 것만이 세상에 있어서 편안함을 얻는 일이다. 이리하여 나의 청정한 도가 오래 세상에 있어서 인간을 구제하고 모든 하늘 사람을 인도하여 일체 중생을 쉬게 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 도란 것은 무엇인가?
비구들이여, 몸의 가난한 것을 괴로워하여 탐욕을 일으켜서는 아니 된다. 복락을 받을지라도 곧 고통이 생기는 것을 생각하여 즐거움에 빠져서는 아니 된다. 마음이 무상하여 변천한 것임을 생각하여 집착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것이 곧 사념처다.
비구들이여, 아직 일어나지 아니한 악행은 미연에 막고, 이미 일어난 악행은 끊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일으킨 선행은 힘써 키워야 하고, 아직 일으키지 아니한 선행은 힘써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곧 사정근이다.
비구들이여, 항상 선행을 생각하여 이것을 하고자 하고, 항상 마음을 하나로 모아 법을 생각하고, 항상 정진하여 흔들리지 말고, 항상 생각을 모아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말라. 이것이 사신족이다.
비구들이여, 도를 믿고 도를 닦고 도를 생각하고 마음을 도에 정하여 밝게 사제의 지혜를 닦아라. 이리하여 선행의 뿌리를 기르는 것이 좋다. 이것이 오근이다.
굳게 도를 믿어서 의심을 끊고, 괴로움을 막고, 부지런히 도에 정진하여 게으름을 제하고 오로지 도를 생각하여 삿된 마음을 깨뜨리고, 올바르게 마음을 정하여 어지러운 생각을 물리치고, 밝게 성제를 연구하여 망견을 버리라. 이리하여 선행을 닦는 힘을 얻는 것이 좋다. 이것이 오력이다.
비구들이여, 정법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모든 법을 보고 그의 참됨과 거짓을 가리고, 항상 정진하고 항상 기뻐하고, 거짓을 제하여 마음을 가볍게 쉬고, 마음을 선정에 머무르게 하여 망견이 나지 않게 하고, 진실하지 못한 모든 경계를 버리고, 떴다 잠겼다 하는 두 끝을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진실로 성제에 들어가는 도이다. 이것을 칠각분이라고 한다.
비구들이여,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하고, 바르게 생활하고, 바르게 정진하고, 바르게 도를 생각하고, 바르게 마음을 정하는 것이 좋다. 이것을 팔성도라고 한다.
6 비구들이여, 이러한 것들의 가르침은 올바로 세상을 구제하는 청정한 도다. 너희들은 중생의 복을 위하여, 또는 인간과 천상의 번영을 위하여 이것을 닦고 이것을 전하라. 비구들이여, 이 삼십칠조도품은 모든 선행의 근원이다. 이것으로써 마음을 닦아, 탐하지 말고 다투지 말며, 속이지 말고 희롱하지 말며, 질투하지 말고 교만하지 말며, 지혜와 자애와 공경의 눈으로써 나의 육체 이상의 정법의 진신을 보는 것이 좋다. 자세히 나의 정법의 진신을 보아서야, 내가 현재 이 세상에 있어서 항상 너희들의 곁을 여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말세에 이르기까지, 독한 나무가 변하여 감로의 열매가 맺기를 원한다. 너희들은 이 법 가운에서 서로 화목하고 공경하여 싸움을 일으키지 말라. 너희들은 다같이 같은 스승에게서 배운 것이니, 물과 젖이 되어 다투지 말라. 그리하여, 잘 나의 법을 지켜, 같이 배우고 번영과 즐거움을 같이 하라. 마음을 쓸데없는 곳에 써서 목숨을 쓸데없이 허비하지 말고, 깨달음의 꽃의 정기를 마시고 도의 과실을 이루어, 드디어 세상으로 하여금 다 이 과실을 먹고 배부르도록 하기에 힘쓰라.
비구들이여, 나는 스스로 이 법을 깨달아, 남을 위하여 설하였다. 이 법은 잘 너희들로 하여금 해탈에 이르게 할 것이다. 너희들은 이것을 잘 받아 가려서, 일과 일에 행함이 좋을 것이다. 나는 이제 석 달을 지나면 열반에 들 것이다.“
7 여러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놀라고 슬퍼하여 몸을 땅에 던져 소리를 높여서 부르짖었다.
”부처님이시여, 어찌하여 이렇듯 빨리 열반에 드시려 하는고! 세상의 눈이 어찌하여 이렇듯 속히 없어지려 하는고! 부처님이시여, 원하옵건대 이 세상에 더 머물러 열반에 들지 마소서. 일체 중생은 모두 무명의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이 세상에 계셔서 밝은 등불이 되어 비춰 주소서. 일체 중생은 다 생사의 바다 속에 빠져 떠돌아다니면서 있습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의 배가 되어 주소서. 만일 그렇게 아니 하신다면, 일체 중생은 길이길이 나아갈 앞길에 미혹하고 있을 것입니다.“
”너희들은 잠깐 말을 그쳐라. 근심과 슬픔을 품어서는 아니 된다. 세상은 무상한 것이다. 굳고 강하더라도 영구히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더욱이 육신은 약한 것이다. 마치 번갯불과 같은 것이다. 천상의 천신들도 죽고 지상의 왕자도 죽는 것이다. 빈부와 귀천을 물론하고 세상에 나서 죽지 않는 자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함이 있는 유위의 물건을 변하지 않게 하려는 것은 무리이다. 너희들은 깨끗하게 살아라. 그리하여 항상 해탈을 구하여 방일하지 말라. 나의 생애는 완전히 지나갔다. 나는 종말이 가까웠다. 너희들은 이 세상에 남아 있고, 나는 이제 생각한 대로 편안한 곳으로 간다. 너희들은 삼가고 경계하여 자신으로 그 마음을 지켜라.
내가 말한 모든 법은 그야말로 너희들의 스승이다. 이것을 잘 받드는 것은 나를 받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만일 딴 곳으로 미끄러져 나가지 않고 이 도를 닦아 나아간다면, 곧 여래의 정법을 두호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세상에 있는 것과 같이 받들어 조금도 달리하지 말라. 그리하면 스스로 해탈에 이르러 모든 인천대중을 틀림없이 구제하게 될 것이다.“
이때에 해는 이미 저물어 부처님은 아난을 데리고 정사로 돌아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