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찍한 교보문고 매장. 평일의 낮 시간이지만 서점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서점에 올 때면, 꼭 책을 구입할 계획이 없는 경우에도 책을 사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충동 구매의 유혹이라고나 할까요.=ㅅ=
이집트 여행 안내 서적을 구입한 후 유레일패스 구입과 환전을 할 일이 남았는데, 그에 앞서 여름방학 때 전시관 안내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 근처의 서울역사박물관에 들러 보안팀 감독님과 요원 형들께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사진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유레일패스 발권을 하는 여행사로 가는 길목에서 찍은 덕수궁의 입구인 대한문입니다. 작년 여름 친척 누나의 프랑스 가족과 친구들이 한국을 찾아와 경주, 제주를 비롯한 한국 여행을 할 때 제가 서울 여행 가이드(?)를 했는데, 그 때 찾은 이곳 대한문 앞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제 모습을 돌아보게 했던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저 문의 글자는 뒤에서부터 앞의 순서로 대한문이라 읽고, 각 글자의 의미는 큰 대, 나라이름 한, 문 문이다'라는 저의 설명에 누나의 친구가 '그렇다면 저 '한'에서의 나라라 함은 한국을 말하는 것인가'라고 질문을 해 왔습니다. '아니다. 저 한(漢)은 중국을 말하는 것이고, 한국의 한(韓)은 다른 글자다'라고 말하자 다시 '왜 한국의 문 이름에 중국의 나라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이냐'라는 물음이 돌아왔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저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새삼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유레일패스 구입을 한 뒤 여행사의 건너편에 위치한 은행에서 환전을 하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환율로 환전을 할 생각에 근처에 위치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외환은행의 세 개 은행 점포를 돌며 환율 전광판을 확인하였고, 비교 끝에 외환은행에서 환전을 하였습니다.
국외 여행을 할 때에는 신용카드와 여행자수표를 적절히 활용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나 '오로지 현금' 사용을 선호, 고집하는 성격이라 그냥 가져간 원화 전액을 유로 현금으로 환전해 버렸습니다.
현금으로 환전을 하더라도 지나친 고액권을 소지하는 것은 거스름돈 등을 받을 때 불편하고 도난의 위험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한때 외국화폐 수집을 취미로 한 덕분에 '고액권도 한번 쥐어 보자'라는 생각에 알뜰하게(?) 유로화 최고액권인 500유로 지폐(현재의 환율로 이 지폐 한 장의 원화 상당액은 약60여만원)까지 끼워 받아 환전을 했습니다.ㅎㅎㅎ
나중에 프랑스에서 만난 친척 누나가 제가 가져온 여행 경비를 점검해 줄 때 현금 속에 끼어 있는 500유로짜리 지폐를 보고 '이상한 색깔이 들어 있어 버리네?^^'라는 말을 했 정도니 배낭여행객으로서는 제가 얼마나 튀는 행동을 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배낭여행객으로서'라는 전제를 붙이기는 했지만, 500유로짜리 지폐는 유럽에서도 엄청난 고액권인 데다가, 프랑스의 경우 현금이라도 700여유로(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상의 거래를 할 때에는 신용카드와 같이 의무적으로 자료를 남기도록 되어 있어, 유럽 사람들도 이 지폐를 사용하는 일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나중에 여행지에서 많은 한국인들을 만났지만, 500유로짜리 지폐를 소지하고 있거나 소지했던 여행객은 저뿐이었습니다.=.=
환전을 하고 혜화동 거처에 들러 유레일패스와 유로화를 안전하게 보관한 뒤, 다시 학교로 돌아와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교수님과 학과 선배, 동기들과 함께한 모임을 가졌습니다.
사진 속의 교수님은 민법 과목을 강의해 주시는 변환철 교수님으로, 변환철 교수님께는 2006년 1학기에 '물권법(2)'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판사로서 법원에 몸담으셨던 변환철 교수님은 실무 경험을 살려 강의 주제에 맞는 대법원 판례들을 소개해 주시고, 촉박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중요 내용을 꼼꼼히 살펴 주시는 강의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이따금씩 들려 주시는 교수님의 사법시험 수험 시절 경험과 에피소드, 사모님을 처음 만나셨던 이야기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강의의 백미입니다.
회식 멤버들과 함께. 가장 오른쪽이 제 모습입니다. 식당 종업원분께 촬영을 부탁드려 찍은 것인데, 화면이 흔들린 것이 아쉽습니다.
저녁 회식에 이어 찾아간 정문 앞 Bar 에이원. 영화 연애소설에서 차태현이 길거리에서 시계를 들고 손예진과 이은주에게 소리를 칠 때 두 여주인공이 앉아 있었던 카페의 아래(지하)층에 위치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멤버들이 '만들어 낸 메뉴'는 다름아닌 '양맥(양주+맥주) 폭탄주'였습니다. 소맥(소주+맥주) 폭탄주를 마셔 본 적은 있었지만, 양맥 폭탄주를 마셔 보는 것은 이번이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다음 날 출국을 한다는 사실을 아시는 교수님이 몇 시 비행기를 타고 가느냐고 물어 오셔서 13시 55분이라고 말씀드리자, '그러면 아침 비행기도 아니고 자고 갈 시간 충분하네!^^'라며 교수님과 선배 형, 동기들이 모두 저에게 집중적으로 잔을 권했습니다. 역시 난생 처음으로 해 보는 러브샷까지, 조금 얼떨떨하면서도 너무나도 즐거운 기분으로 쉬지 않고 폭탄주를 몇 잔째 들이키자, 술마시는 일에는 나름대로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저도 얼큰하게 취해 버렸습니다.=.=;
그래도 용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자리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교수님께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시더니 역시 근처에서 모임을 가지고 있는 황경웅 교수님의 팀이 이 곳으로 합류하기로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경웅 교수님과 학생들이 주점에 들어와 함께 자리하였고, 분위기는 더욱 즐거워졌습니다.
황경웅 교수님(中), 그리고 동기 만수(左)와 함께.
황경웅 교수님께는 2006년 2학기에 친족법 강의를 수강하였으며, 교수님 역시 판사로서 법원에 몸담으셨습니다. 변환철 교수님께서 이웃집 아저씨를 뵙는 것 같은 친근한 느낌으로 강의를 해 주신다면, 황경웅 교수님께서는 법조인으로서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강의를 해 주신다 하겠습니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명확하고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로 강의 내용을 전달하시는 것일 뿐인데, 온 강의실을 압도하는 듯한 어떤 분위기에 학생들은 절로 교과서와 강의 내용에 이목을 집중하게 됩니다.
그런 교수님께서, 기말시험을 보기 전의 마지막 수업 시간에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그 내용은 잠시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와 시 한 편을 들려 주시고, 기말시험지에 A4 용지 한 장을 더 달아 '답안지에 기술할 것이 아닌 실천을 하여야 할 마지막 문제'로 역시 한 편의 글(글의 주제는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해 보라'는 것이었음)을 소개해 주셨을 때에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잠시 쉬겠다고 건물 바깥을 다녀오며 몸을 움직이자 갑자기 술기운이 돌며 순식간에 만취해 버렸습니다. 그 때의 시간은 이미 출국 당일인 12월 22일. 그 와중에도 이제는 '그만 달리고(=.=)' 혜화동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교수님께 인사를 드렸는데, 역시 술기운은 어쩌지 못하고 택시비를 하라며 교수님께서 주시는 2만원을 염치 없는 줄도 모르고 '감사합니다!*^^*' 하고 덥썩 받아 들었습니다.=.=;;
다행히 아무런 일 없이 혜화동에 도착하여, 술기운의 힘으로 즉시 꿈나라에 빠져들었습니다.=ㅅ=
여행기에서는 이 날 뵌 변환철 교수님과 황경웅 교수님 두 분 이야기만을 할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학 생활을 하며 여기에서 말씀드리지 못한 많은 교수님들께, 정말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이것은 저에게 있어 정말 큰 행운이자 행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함을 일일이 열거하지 못한 법과대학 모든 교수님들과, 이 날 사진을 여행기에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변환철 교수님, 황경웅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국민을 위한 사법의 유럽 여행기
제 2 회
드디어 파리로.. 그 잊을 수 없는 여정
2006. 12. 22
드디어 손꼽아 기다리던 대망의 날 아침이 밝아 왔습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13시 55분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었지만, 방에 앉아 있어 봤자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라는 조바심만 날 것 같은 생각에 출근을 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첫 국외 여행의 좋은 추억을 만들고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귀국할 것을 당부하셨고, 저는 아버지의 말씀을 다짐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이른 새해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날 파리까지 이어질 초장거리 여정, 한 발 더 나아가 제 유럽 여행의 시발점에서 촬영된 그 첫 사진입니다.
혜화동 정류장에서 공항리무진 버스를 타고 곧장 인천공항으로 가는 루트가 정석이라 할 수 있지만, 삼성동 한국도심공항터미널을 이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혜화역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4호선 열차는 그나마 탈만 했는데, 환승을 한 뒤 사당역에서 삼성역까지 이용했던 2호선 열차에서는 출근 시간의 지옥철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정말 유감없이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여정의 발걸음을 뗀 저의 마음은 한없이 즐겁기만 했습니다.
삼성동 한국도심공항터미널 탑승수속 카운터입니다. 일반석 카운터에 줄을 섰는데, 두 칸 옆에 있는 일등석, 프레스티지석 전용 카운터가 한산하자 직원분이 그 쪽에서 탑승수속을 할 것을 권하여, 엉겁결에 상위 클래스 카운터에서 탑승수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전혀 이런 말을 할 이유가 없었지만, 들뜬 기분에 탑승수속을 해 주신 직원분께 이번이 첫 국외 여행이라고 말씀드리자 좋은 여행 다녀오시라고 웃으며 답례하십니다. 완전 컨트리보이가 되었던 순간이지만, 여행기를 쓰는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사소한 일마저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습니다.^^
짐을 가지고 다니는 부담을 없애기 위해 서울에 올라올 때와는 달리 캐리어를 위탁 수하물로 부쳤기 때문에, 탑승수속을 한 뒤의 제 모습은 겨울 옷에 가방을 맨 학기중 등하교시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새삼 '내가 지금 파리로 가는 게 맞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기까지 했지만, 이 상황이 결코 꿈이 아님을 다시한번 인식하고는 너무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 법무부 출국 심사를 받은 뒤 여권과 탑승권에 도장을 받고, 인천공항으로 가는 한국도심공항터미널리무진 승차권을 구입한 뒤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버스가 도심공항터미널을 출발하기 전, 기사님이 밝은 표정으로 승객들에게 인사를 하십니다.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 사진 속 앞좌석의 일본인 여성 승객은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전자사전으로 이따금 한국어들을 찾아 보고 있었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달리던 도중(사진 속 구간의 도로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아닙니다) 대학 동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이름이 저와 같은 '준석'인 친구는 현재 휴학을 하고 고향인 목포에서 사법시험(제1차시험)을 준비중입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에게 여행을 간다고 말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일부러 이를 숨기고 있었는데, 뭐하냐고 묻는 녀석에게 막상 거짓말을 하기도 좀 그렇다는 생각에 유럽 여행을 다녀온다는 것과, 지금 출국을 하러 인천공항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사실대로 말하자, 친구가 '으아 진짜 부럽다. 네 말 들으니까 공부하기가 싫어진다'라고 하는 바람에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가족 또는 친척을 마중나가거나, 공항에서 근무하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몇 차례 인천공항을 찾을 때마다 '이것이 국제선 비행기를 타러 오는 것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바로 그 목적으로 인천공항에 왔다는 것이 정말 감격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사진 속의 버스는 제가 타고 온 한국도심공항터미널리무진 BH120F(DE12Tis 엔진 모델)입니다.
오늘은 나도 국제선 비행기를 타러 인천공항에 왔다구~
대한항공 일반석 탑승수속 카운터입니다.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이미 탑승수속을 하고 탑승권을 발급받은 저는 이 곳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습니다.
출근 시간에 혜화동을 나서기는 했지만,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을 들러 왔기 때문에 막상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그렇게 넘쳐날 만큼 시간이 많이 남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곳 탑승수속 카운터 구역까지는 예전에도 와 봤기 때문에, 들어가 보지 못했던 면세구역으로 지체없이 입장하기로 했습니다.
출국을 하는 친척들을 배웅할 때마다 나도 저기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했던가. 오늘은, 저도 당당히 여권과 탑승권을 들고 저 곳으로 입장합니다.
사진 속의 입구로 들어가며 탑승권을 보여 주었는데, 탑승권에 찍혀 있는 KCAT(한국도심공항터미널) 도장을 본 직원이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수속을 한 승객은 옆쪽의 전용 입구로 입장해야 한다'고 해서 한 번 '빠꾸'를 먹었습니다.=.=
안내받은 입구는 도심공항터미널에서 탑승수속을 한 승객과 항공사 승무원, 공항 직원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입장을 한 뒤 어느순간 앞뒤로 대한항공 승무원들에 둘러싸여 엑스레이와 금속탐지기 보안검사를 받았습니다. 문득 제가 항공기 객실 사무장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몇 단계를 건너 뛰어서 이 나이에 바로 사무장?ㅎㅎ), 승무원들도 예외 없이 보안 검사를 받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역시 저는 컨트리보이였던 겁니다.^^
엑스레이 및 금속탐지기 보안 검사를 마친 뒤 출국심사를 받습니다. 사진 속 심사대는 인천공항에서 탑승수속을 한 승객들이 이용하는 곳이고, 도심공항 탑승수속을 한 승객들은 역시 별도의 카운터에서 심사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도심공항터미널 이용 승객들이 이용하게 되어 있는 출국 심사대입니다. 도심공항터미널 승객 이외에 항공사 승무원과 VIP 승객들이 이 심사대를 이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도심공항터미널 이용 승객의 수가 인천공항 탑승수속 승객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이와 같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심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출국 심사를 마친 뒤 제가 지나온 보안 검색대를 바라봅니다. 보안 검사를 받을 때에는 이제 곧 항공 여행을 시작한다는 설레임을 한껏 느낍니다.
드디어 인천국제공항 면세 구역에 들어섰습니다. 좌우로 펼쳐지는 각종 면세점들과 여행객들의 홍수를 바라보면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이 사진은 공항의 왼쪽 윙으로 가는 방향, 이전 사진은 오른쪽 윙으로 가는 방향입니다. 출국장에 들어선 저의 마음은 설레여져 오기만 합니다.
탑승구 안내 화면이 항공편별 탑승구가 위치한 방향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제가 탑승할 KE901편의 14번 탑승구는 공항의 오른쪽 윙에 위치합니다. 인천-파리 노선에서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가 코드쉐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래에 에어프랑스 편명 AF261이 함께 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실제 운항을 하는 Master, 에어프랑스가 Slave입니다.
제가 쇼핑을 할 일은 없었지만, 하루 전날 저녁 누나가 전화를 걸어 와 구입 비용은 프랑스에서 줄 테니, 일단 제 여행 경비로 출발 전 공항에서 홍삼 드링크를 사다 줄 것을 부탁하였기 때문에 잠시 면세점에 들렀습니다. 하루 전 혜화동에서 인천공항까지 이동할 교통비 등 최소한의 비용만을 남긴 채 거의 모든 원화를 유로로 환전한 상태여서, 유로화로 구입을 하기로 했습니다.
계산 방법이 무척 특이하였는데, 전액 유로화로 지불을 하면 55유로, 유로화와 원화를 섞어 지급하면 50유로 310원이라는 것이었습니다(이 날 환율은 1유로당 약 1,270원 정도였음). 어이없을 정도로 큰 금액 차이에 그 이유를 물으니, 외국 화폐는 오로지 '5' 단위로만 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갑에는 이미 유로화만을 충전(?)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등에 매고 있던 가방을 뒤져 겨우 310원을 찾아내어 50유로짜리 지폐와 함께 대금을 지급하였습니다. 조금 남아 있던 원화 몇 푼마저 없었거나, 캐리어에 넣어 위탁 수하물로 부쳐 버렸다면 꼼짝없이 55유로를 지불하거나, 시내 은행보다 환율이 좋지 않은 공항 환전소에서 유로를 원화로 바꾸어야 할 뻔 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이라고는 오로지 비행기를 탈 일 뿐이었기에, 등에는 가방을, 한 손으로는 홍삼 드링크 쇼핑백을 들고 제가 비행기에 탑승할 14번 탑승구로 가볍기만 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맨 처음 가까이에서 저를 맞이한 비행기는 아시아나항공의 BOEING 747-400이었습니다. 보나마나 콤비겠지 하고 별 생각 없이 기체고유번호를 본 저는 흠칫 놀랐습니다. 아시아나항공에 단 두 대(기체고유번호 HL7418, HL7428)가 있는 BOEING 747-400 Full Pax기였던 것입니다. 저 비행기의 기체고유번호는 HL7428이었습니다.
(혹시나 Full Pax기와 Combi의 차이점을 모르실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드립니다. 풀 팩스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객 전용 기체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콤비는 여객기와 화물기의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는 비행기로서, 여객용 객실 공간을 줄이고 기체의 뒤쪽 구역을 화물칸으로 사용하는 기체입니다.)
아시아나항공에는 2007년 2월 기준으로 총 13대의 BOEING 747-400이 있고, 이 중 2대가 앞서 말씀드린 대로 Full Pax기, 6대가 Combi, 5대가 Cargo(화물기)입니다. 참고로 대한항공은 2007년 1월 31일 기준으로 총 45대의 BOEING 747-400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24대가 Full Pax기, 1대가 Combi(기체고유번호 HL7480), 20대가 Cargo입니다.
저 비행기의 기체번호가 HL7428임을 알려 주는 노즈기어 커버의 번호입니다. 앞의 'HL7' 중 HL은 대한민국 항공기 무선 호출 부호, 7은 제트기임을 의미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상용 여객기에 공통으로 붙는 부분이기 때문에 생략되어 백의 자리 수 이후 부분만 표기되어 있습니다.
백의 자리 수 '4'는 엔진의 개수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747과 같은 4발기는 '4', 777 등 쌍발기는 '2'를 붙이도록 하는 원칙이 예전에는 충실히 지켜졌으나, 현재는 747이 HL76XX이라는 번호를 부여받기도 하고, 777이 HL77XX대의 번호를 부여받기도 하기 때문에 더이상 엔진의 개수를 나타내는 숫자라는 의미는 가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747-400의 PW4056 엔진.
HL7428 너머 저 멀리로는 아시아나항공의 BOEING 747-400 Combi(기체고유번호 HL7415)가 서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HL7428 옆으로 제가 타고 갈 비행기의 모습이 보입니다. 드디어, 정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려 왔던 비행기와의 만남을 가지는 순간입니다. 여태껏 사진이나 영상만으로 봐 온 747이 아닌, 제가 탑승할 747입니다.
탑승구의 에스컬레이터로 기장, 부기장님들이 내려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운항 승무원들에 이어 객실 승무원들이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내려갑니다.
그 사이 아시아나항공 BOEING 747-400 Combi(기체고유번호 HL7415)가 푸쉬백을 하여 엔진에 시동을 걸고 출발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네 번째 비상구 이후의 창문이 막혀 있고, 꼬리날개 아래쪽에 있어야 할 다섯 번째 비상구가 없다는 것이 저 비행기가 콤비기임을 알려 줍니다.
제가 타고 갈 인천발 파리행 대한항공 KE901편(직항, 경유지없음), BOEING 747-400(기체고유번호 HL7473)입니다. HL7473은 말할 것도 없이 Full Pax기이며, 1996년 12월 말에 제조, 대한항공에 인도된 기체입니다.
제가 타고 갈 비행기 뒤로는 활주로로 택싱하는 아시아나항공 HL7415와, 다음 순번으로 대기하고 있는 모스크바행 아에로플로트러시아항공 일류신 96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직 탑승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잠시 여유를 가지고 공항을 둘러보았습니다. 대한항공 AIRBUS A330-300의 모습이 보입니다.
AIRBUS A330-300의 기체고유번호를 본 저는 이번에도 흠칫 놀랐습니다. 대한항공에서 이 기종은 국제선용 기체가 HL75XX, 국내선용 기체가 HL77XX대 번호를 가지고 있는데, 사진 속 비행기의 고유번호가 HL7720이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AIRBUS A330-300이지만 국제선 기체와 국내선 기체는 좌석 배치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국제선용 330-300은 일등석, 프레스티지석, 일반석의 3클래스 체제에 좌석 배치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나, 국내선용 330-300은 프레스티지석과 일반석의 2클래스 체제에 시트 피치를 국제선용 기체에 비해 조밀하게 하여 좌석 수를 늘림), 저 비행기를 인천공항에서 만났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다만 2007년 3월 말무터 국내선용 330이 국제선으로 용도 변경되며 개조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비행기를 인천공항에서 보는 것이 더이상 놀랍지 않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출국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별생각 없이 소지품 점검을 해 보던 저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바지의 왼쪽 주머니 속에 들어 있어야 할 지갑이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갑 속에는 500유로짜리 지폐(-_-)를 포함한 저의 여행 경비 전액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이걸 찾지 못하면 비행기를 타지 않고 좋게 광주로 내려가셔야 할 상황이었습니다.-_-;;
완전히 혼비백산하여 가방과 옷 주머니를 뒤지는데, 지갑은 어이없게도 저의 코트 주머니에서 나왔습니다. 기억을 곱씹어 보니 면세점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올 때 지갑을 평소 넣어 두는 바지 주머니가 아닌 코트에 넣어 둔 것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십년감수했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현금과 신분증 등이 무사히 들어 있는 것을 재차 확인하였습니다. 말이야 쉽지만, 처음 지갑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정말이지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탑승구 앞에는 저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갈 승객들이 의자에 앉아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얼굴 모습과 대화를 들어 보니 상당수가 한국인과 프랑스인들이었으며, 일본인, 중국인들은 의외로 거의 없었습니다(보다 정확히 말해서,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탑승 시간이 가까워지자 승객들이 하나둘 탑승구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탑승 개시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온 뒤 여권과 탑승권 확인을 거쳐 탑승구에 입장하였습니다.
탑승구에 들어서니 몇 명의 백인 남성 승객들이 비행기를 향해 열심히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모습이 보여, 저도 그 대열에 합류하였습니다. 다만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저 하나뿐이었다는 거.ㅎㅎ
그토록 기다려 왔던 여행의 막을 열며, 제가 탈 747이 코앞에 서 있는 감격을 마음껏 만끽하였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승객들.
왼쪽의 탑승교는 일등석 슬리퍼 시트(P클래스-프리미엄 일등석)와 프레스티지석(C클래스) 승객이 이용하는 곳, 오른쪽의 탑승교는 일반석 승객들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대한항공 인천-파리 노선의 클래스는 PCY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P는 일등석 슬리퍼 시트, C는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 클래스), Y는 일반석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새로 나온 코쿤형 시트인 '일등석 코스모 슬리퍼 시트'는 신형 좌석이라는 의미를 가질 뿐 기존의 일등석 슬리퍼 시트와 동일한 등급의 클래스(모두 P클래스)입니다. 단 이들 일등석 코스모 슬리퍼 시트 및 일등석 슬리퍼 시트와, '일등석(F클래스)'은 서로 다른 클래스이며, F클래스는 P클래스보다 한 단계 아래의 클래스입니다.
탑승교에서 촬영한 비행기. 거대한 747이 눈 앞에 서 있는 감격을 느낍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 온 순간이던가. 대한항공 BOEING 747-400 기체고유번호 HL7473, 만나서 정말 반갑다.
오늘 KE901편의 비행으로 11시간여동안 수고해 줄 747-400의 PW4056 엔진입니다.
마침내.. 정말 마침내..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비행기에 탑승한 저는 한순간 들뜬 기분을 주체하지 못했지만, 그 중에도 찍을 사진은 찍고 보자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뜻밖에도 제가 탑승한 HL7473은 일등석슬리퍼시트를 제외한 모든 좌석과 기내 인테리어가 신기재로 교체된 기체였습니다. 사전에 확인한 운항 기체 정보를 통해 신기재 장착 교체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던 저로서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지만, 이런 '경우의 수' 밖의 이벤트가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 주는 것임은 틀림없습니다.
사진 속의 좌석은 대한항공의 신형 비즈니스 클래스 시트인 '프레스티지 플러스 시트'입니다. 최근의 경향은 고객의 개인 공간 확보와 보다 편안한 휴식을 위해 비즈니스 클래스에도 사진과 같은 좌석간 칸막이를 설치하는 추세입니다.
한창 탑승이 진행되고 있는 비행기의 객실. 이미 좌석에 앉아 차분히 출발을 기다리는 승객, 선반에 짐을 올려 놓는 승객, 자기 자리를 찾아 복도를 이동하는 승객 등으로 한바탕 소란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저의 자리, 진행 방향 왼쪽의 맨 뒤 창측 좌석인 56A석을 찾아 객실 뒤쪽으로 쭉 나아갑니다. 객실 뒤쪽은 아직 승객들이 오지 않아 한산한 분위기입니다.
저의 좌석인 56A석(창측)과, 옆자리인 56B석입니다. 좌석마다 배게 또는 허리 받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쿠션과 담요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팔걸이 옆으로는 위성전화기 겸용 AVOD(개인용 주문형 오디오, 비디오 화면) 조작 리모콘이 수납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747은 일반석 횡측 배열이 3석-통로-4석-통로-3석(이른바 3-4-3 배열)으로 되어 있지만, 저의 좌석은 기체의 폭이 좁아지는 후미 부분에 위치하고 있어 3석이 아닌 2석 배열이 되어 있습니다(2-4-2배열). 이것을 노리고 이 시트로 사전 좌석 배정을 한 것입니다.^^ 항공권을 구매할 때 대한항공 예약센터 직원분께 들은 말인데, 이 2석 좌석이 승객들에게 무척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객실의 맨 끝자리인 저의 좌석 뒤에는 보시는 바와 같이 비상구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비상구 뒤에는 총 네 개의 화장실이 있습니다. 기왕 비행기 사진을 찍는 김에 여기저기 자세히 둘러보자는 생각에 화장실의 풍경(?)도 남겨 봅니다.^^
물 한 방울 묻어 있지 않은 세면대의 모습이 아무도 아직 이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창측 좌석을 선택한 이상 비행중 겪을지도 모를 화장실 이용의 불편함을 대비해 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오늘 비행에서 이 화장실의 첫번째 이용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제가 이용한 화장실의 입구입니다. 한정된 기체의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동안 출발 시간이 더욱 가까워져 옴에 따라 객실의 뒤쪽도 방금 탑승을 한 승객들로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진행 방향 오른쪽의 복도 맨 끝에서 다시 한번 찰칵하기. 오른쪽 아래 AVOD가 설치되지 않은 좌석이 제 좌석 반대편의 56열 좌석입니다. 뒷자리의 승객이 없으므로 모니터를 설치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출발 시간이 임박해 오며 분주하게 비행기에 탑승하던 승객들의 발걸음이 점점 잦아들자, 저도 이제 자리에 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저의 자리인 56A로 갔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이 옆좌석인 56B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한국인 남성 승객이 앉아 있었습니다. 정중히 앞으로 지나갈 것을 요청한 뒤 저의 자리에 착석, '이제 자리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구나'라고 생각하며 창 밖으로 펼쳐지는 공항의 풍경을 바라보던 순간, '준석, 너 뭐 잊은 거 없냐?'라는 메아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습니다.
Oh, my God!!!!!!!!!!!!!!!!!
등에 매고 다니던 가방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방은 탑승 직후 곧장 선반에 넣어 보관하였고 재차 이를 확인하기까지 했는데, 손에 들고 다니던 홍삼 드링크가 안 보이는 겁니다. 아까의 지갑과 같이 제발 선반 속 구석 어디에 처박혀 있거나 좌석 옆에 쇼핑백이 놓여 있기를 바랬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어딘가에 쇼핑백을 놔두고 와 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하나, 탑승구 옆 출국장 의자에 앉아 비행기 사진을 찍을 때 그 곳에 드링크 쇼핑백을 두고 왔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순간 저는 그 때 굴릴 수 있는 최대한의 뇌세포들을 동원하여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출발 시간까지는 앞으로 10분. 홍삼 드링크를 포기하고(바꾸어 말하면 50유로를 포기하고) 자리에 앉아 그냥 출발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낮뜨거움을 감수하고 잠시만이라도 출국장으로 나가 쇼핑백을 찾아 볼 것인가?
그나마 모든 경비가 들어 있는 지갑을 잃어 버릴 경우와는 달리 이번에는 그 액수가 50유로로 한정되었기 때문에 쇼핑백을 포기한다고 해서 다시 광주로 내려가실(-_-) 일이 없기는 하지만, 멀뚱하게 앉아 50유로를 내버린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키지 않아 염치없이 옆자리 승객분께 양해를 구하고 다시 비행기 앞으로 튀어나갔습니다.
탑승을 할 때에는 여유에 넘쳐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기까지 했는데, 고작 출발 10분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출국장까지 나갔다 오자니 여간 마음이 급하지 않았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는데, 저의 경우는 비행기 안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 되려 꽁지가 빠지게 급해져 버린 겁니다.=.= 승무원님께 사정을 설명드리자, 그 승무원님이 비행기 출입문 옆에 있던 지상직 직원분께 다시 상황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나가 보는 데 의의를 두고 쇼핑백에 지나친 미련을 가지지 않기로 하고, 앉았던 자리에 백이 없으면 지체 없이 비행기로 돌아오자고 속으로 다짐한 뒤 그 분과 함께 출국장으로 달려나왔습니다. 막상 나오기는 했는데, 새삼 밖에서 비행기를 다시 바라보자 승객들로 가득 찬 저 큰 비행기가 저 하나 때문에 지연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하여튼 제가 앉았던 자리로 쇼핑백아 제발 있어라 하고 마음 속으로 기원하며 달려가 보았지만, 이미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결국 50유로를 날리는구나'라고 탄식하며 비행기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그 순간 함께 나왔던 직원분이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는 공항 미화원 아주머니께 '혹시 의자에 놓여 있던 쇼핑백 못 보셨나요?'라고 물어 보셨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서 예상치 못하게 '혹시 이거 맞아요?'라고 하시며 수거함에서 꺼내 든 가방은 제가 찾고 있었던 그 쇼핑백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쇼핑백을 받아 들고 직원분과 미화원 아주머니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 뒤 쏜살같이 비행기로 뛰어갔습니다. 어지럽게 저의 좌석에 돌아와 앉으니 출발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3분. 정말 그 짧은 시간에 무지하게도 뛰었고, 그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 입으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좀 민망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평소 주위 사람들로부터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이라는 평을 들어 온 제가 하루에 말도 안 되는 실수를 두 번이나 저지른 것을 보니, 머리 속으로 인식하지는 못했으면서도 생애 첫 국외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에 많이 긴장해 있었나 봅니다.
이제는 정말 소지품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있다고 해도 이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도 없고 취할 생각도 없습니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골랐습니다. 이 큰 비행기가 나 하나 때문에 지연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다시한번 기분이 아찔했습니다.
어지러운 일을 겪기는 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비행기의 폭이 좁아지며 3열인 좌석이 2열로 줄어드는 곳입니다. 옆에 어중간하게 남는 공간은 사진과 같이 2열 좌석 승객들의 수납 장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제가 앉은 56열을 포함한 맨 뒤의 네 줄(53, 54, 55, 56)이 이와 같은 2열 좌석입니다.
53열에 앉은 승객은 창가 좌석에 앉더라도 사진과 같이 창과 좌석간의 거리가 멀어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기가 불편할 것입니다. 그에 반해 제가 앉은 56열은 다른 3열 좌석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창이 좌석으로 매우 근접해 오는 위치이기 때문에 그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제 무릎 옆으로 살짝 보이는 가방이 저를 정신없이 뛰어다니게 한 기념비적인 쇼핑백이십니다.=.=
처음으로 앉아 본 747-400 신기재 좌석은 생각 이상으로 편안했습니다. 일단 기존에 기체에 따라 306석~310석이던 일반석 좌석 수를 262석으로 크게 줄여 공간을 여유롭게 하고, 인체공학적인 설계와 좌석마다의 쿠션 비치로 승객의 편의를 최대한으로 도모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좌석의 편안함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개인 모니터 설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다리를 앞좌석의 아래로 '완전히(180도) 편 채로 뻗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참고로 저의 신장은 180센티미터입니다). 이는 일반석 좌석 수를 크게 줄인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지만, 제한된 객실의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이면서도 승객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하려는 설계자의 지혜가 빛을 발한 경우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승객들로부터 편의성에 관한 지적을 받는 우리나라 고속철 일반실의 경우, 좌석 간격 자체는 비행기의 일반석과 거의 차이가 없거나, 단거리용 기체의 좁은 좌석보다는 오히려 넓은 좌석 공간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제가 같은 다리를 가지고(-_-) 앉아 본 결과는 '정강이가 앞좌석의 아래 부분에 걸려서 다리를 뻗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탄 비행기의 일반석 시트가 엉덩이 받침의 높이를 올리는 방법을 쓴 것도 아닙니다(설마 그런 방법을 쓴다고 해도 뒷승객 역시 같은 높이의 좌석에 앉게 되므로 정강이가 앞에 걸리는 좌석은 어떤 높이로 설치를 하더라도 결국 다리가 걸리게 됩니다). 결국 이것은 좌석 설계상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 추후 새로 출시될 신형 고속철은 운영상의 효율과 승객의 편의성 어느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 우수한 열차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푸쉬백 전 바라본 비행기의 날개와 엔진.
날개 끝의 윙렛을 클로즈업하여 찰칵. 자세히 보면 스포일러 왼쪽으로 작은 배출구 하나가 보이는데, 저것은 비상 상황에서 비행기가 연료를 버려야 할 때 버려지는 연료가 배출되는 곳입니다. 즉, 연료를 버린다고 해서 화재진압용 헬기나 비행기가 아래로 물을 쏟아내듯 한꺼번에 항공유를 퍼붓는 것은 아닙니다.^^
AVOD 화면입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총 네 개의 언어를 지원합니다. 비행기가 출발하지 않은 지금은 아직 작동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비행중이라도 안내 방송을 할 때에는 사진과 같이 화면 좌측 하단에 'Passenger Announcement'라는 문구가 뜨며 영상과 소리가 정지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마침내 탑승구가 폐쇄되고, 비행기는 토잉카에 의해 푸쉬백을 하였습니다. 푸쉬백을 마친 비행기는 잠시동안 제자리에 서서 앞으로 열한 시간여동안 쉬지 않고 돌아갈 네 대의 엔진에 차례대로 시동을 걸었습니다.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문득 맨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습니다.
사진 속의 비행기는 신도색을 한 아시아나항공 AIRBUS A330-300입니다. 신도색을 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AVOD 화면으로 비상구와 구명조끼의 위치, 작동법, 산소 마스크 사용법 등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습니다. 탑승할 때의 분주한 모습과는 달리, 이륙을 눈앞에 둔 비행기의 객실은 쥐죽은 듯 고요했습니다.
안내 방송을 모두 마친 비행기는 마침내 거대한 몸을 움직여 활주로로 택싱을 시작합니다. 747의 창틀을 찰칵.
활주로로 나가는 길.. 이따금씩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띄울 것처럼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엔진 구동음을 들으며 이륙이 임박하였음을 실감합니다.
앞서 택싱을 하던 대한항공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서서 이륙 활주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비행기도 저 활주로를 사용합니다.
활주로를 앞두고 문득 카메라를 돌려 공항 청사를 바라보았습니다. 처음으로 그 품을 떠나는 우리나라 한국에 마음 속으로 작별 인사를 건네며, 40일 뒤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원했습니다.
활주로 옆으로 펼쳐진 유도로입니다. 또다른 대한항공 BOEING 747-400이 이륙을 하기 위해 주기장을 빠져나와 유도로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비행기는 방금 인천공항에 착륙하여 주기장으로 택싱하고 있는 중국국제항공공사 비행기입니다.
대한항공 BOEING 747-400이 유도로에 들어서서 우리 비행기 뒤를 따라오고, 중국국제항공공사 비행기가 유도로를 벗어나 주기장을 향하는 모습입니다.
시원하게 뚫린 활주로 입구에 도착한 비행기가 기수를 왼쪽으로 돌리기 시작합니다.
활주로에 들어서는 순간. 네 대의 PW4056 엔진이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하기라도 하듯 소리를 높여 갑니다.
활주로에 완전히 들어선 뒤 잠시 제자리에 멈춰 있는 우리 비행기를 따라오는 대한항공 BOEING 747-400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동료기와 짧은 인사를 나눈 비행기는
힘차게 돌아가는 엔진의 포효와 함께 이륙을 시작하며 폭발적으로 가속하여
마침내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 오릅니다.
파리에 이르기까지 11시간여(순수 비행 시간 기준)동안의 비행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하늘로 날아 오른 거대한 비행기는 이내 바다로 나아갑니다.
아래 링크의 동영상은 참고로 첨부해 본 대한항공 BOEING 747-400의 이륙 동영상입니다. 비행기의 활주 시작부터 Take Off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실 때에는 볼륨을 다소 크게 하시고 보실 것을 권장드립니다.^^
계속 고도를 높여 가는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올라가 순항고도에 접근해 갑니다. 아직까지도 유럽 여행을 간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인지, '이 비행기가 정말 파리로 날아가는 것이 맞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무슨 국내 공항에 나를 내려 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짙게 펼쳐진 구름 아래로 서해의 풍경이 가려져 있습니다.
AVOD의 운항 정보를 살펴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비행기의 운항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 속 화면은 현재 우리 비행기의 위치와 기수 방향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즉, 비행기가 기수를 돌렸을 때에는 저 화면에도 기수가 그 방향으로 돌려져 나타납니다. 이륙을 한 직후 대략 비행기가 남서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화면을 돌려 도착지까지의 남은 거리를 조회해 보니 9,400여 킬로미터에 남은 소요 시간 역시 11시간여.. 아직까지도 여행을 실감하지 못햇던 저는 저 숫자가 과연 '0'으로 떨어지는 순간이 오기는 할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비행기는 계속 고도를 높여 나갑니다.
한낮의 고고도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무척 따가웠습니다.
비행기가 완전히 순항 고도에 이르자 승무원들이 기내 서비스 준비를 시작합니다.
맨 처음으로 받은 것은 AVOD 음향 청취용 헤드셋과 치약, 칫솔, 수면용 안대 등이 담긴 기내 편의품 주머니였습니다. 헤드셋은 도착 직전에 반납을 하면 되고, 편의품 주머니는 가지고 내릴 수 있습니다.
AVOD의 여러 기능들을 살펴 보다가 문득 창 밖을 바라보니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혀 있었습니다. 한 조각 배가 평온한 바다 위를 거닐고 있습니다.
우리 비행기의 실시간 위치를 네 배로 확대해서 본 화면입니다.
처음 사용하는 AVOD 조절용 리모콘의 사용법을 알기 위해 기내 엔터테인먼트 잡지인 Beyond를 펼쳤습니다. 사진 속 리모콘 맨 위의 동그란 부분이 화면의 화살표를 움직이는 버튼입니다. 컴퓨터의 마우스와 같은 역할을 하며, 대각선 방향으로 화살표를 움직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 가운데에 있는 까만 버튼이 마우스의 왼쪽 클릭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확인 버튼입니다.
아래 사람이 그려져 있는 두 개의 버튼은 각각 승무원 호출 버튼(오른쪽)과 호출 취소 버튼(왼쪽)입니다. 그 아래에 각각 모드 조절 버튼, 개인 좌석 조명 On/Off 버튼, 채널과 볼륨 조절 버튼, 밝기 조절 버튼 등이 있습니다. 아래쪽 알록달록한 색깔을 한 네 개의 버튼은 동영상을 볼 때 쓰이기도 하고, AVOD 게임을 할 때 위쪽의 커서 조절 버튼과 함께 게임기 버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AVOD 작동시에는 사진과 같이 세로 방향으로, 게임을 할 때에는 가로 방향으로 사용을 하게 됩니다.
음료수와 주류 제공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승무원님들. 세계적으로 보아도 초일류급인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의 우수한 친절도와 서비스를 유감없이 보여 줍니다.
독한 보드카를 마셔 볼까 하다가(-_-;;), 바로 열 몇 시간 전까지 양맥 폭탄주를 신나게 마셨다는 사실을 머리 속에 떠올리고 무난하게 맥주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함께 서비스 받은 오렌지주스와 양념땅콩을 찰칵.
맥주와 땅콩을 즐기다가 창 밖을 보니 어느새 비행기가 중국 땅 위를 날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물리적인 관점에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 본(?) 다른 나라가 중국이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중국. 이렇게만 본다면 한국 국내선으로 여행을 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입니다.
아래로 바라본 중국의 산..
사실 특별한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을 하는 들뜬 마음에 계속 사진을 찍어 봅니다.^^
험준한 산도 이렇게 하늘 위에서 바라보니, 손가락으로 살짝 문지르기만 하면 모래처럼 부드럽게 무너져 내릴 것 같습니다.
광활한 영토를 가진 나라답게 중국은 시시때때로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국내선 비행기를 탈 때와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순간 펼쳐진 순백의 사막은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기내식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비빔밥과 소고기 요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고, 저는 당연히 대한항공의 대표 기내식 메뉴인 비빔밥을 선택하였습니다. '말로만 들어 오던 대한항공의 비빔밥은 과연 어떤 맛일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 왔기에 기내식 서비스는 제가 무척 기다려 왔던 순간이었습니다. 메뉴를 떠나 국제선 비행기를 처음 타 보는 저로서는 기내식이라는 것을 먹어 보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승무원님께 기내식 식판을 받아 드는 순간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컨트리보이 마음껏 티내기^^).
기내식입니다. 비빔밥과 고추장, 참기름, 미역국, 무말랭이, 떡, 생수로 구성된 기본 메뉴에, 주류는 레드와인을 선택하였습니다. 사실 기내식이란 것이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하늘의 풍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식사라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지 요리의 관점에서 그 자체로 무슨 대단한 음식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내식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설레임을 느끼는 여행자들의 로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 먹어 보는 대한항공 기내식 비빔밥은 환상적이라고 할 만큼 맛이 좋았습니다. 변함없는 명성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기내식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가 식사를 하며 하늘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면, 저 역시 그것을 즐겨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빔밥을 먹으며 창 밖 풍경을 바라보니, 여행이란 것이 이래서 좋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이지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이 순간에도 747-400의 날개와 엔진은 비행기를 계속 하늘에 띄워 놓기 위해 열심입니다.
비빔밥의 밥 한 톨, 무말랭이 한 조각 남기지 않고 기내식을 깨끗이 비운 다음 후식으로 나온 커피를 마셨습니다.
제 옆의 56B석에 앉은 승객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저도 일어났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질 때 통로로 나가기 위해 비켜 달라고 하는 것보다, 옆사람이 화장실에 갈 때 저도 나오는 것이 무난하기 때문입니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바로 자리에 앉을까 생각하다가, 아직도 아홉 시간 가까이 비행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천천히 기내도 둘러볼 겸 잠시 서 있기로 하였습니다.
저의 자리인 56A(창측)와 옆자리인 56B입니다. 뒷승객이 없기 때문에 마음껏 리클라이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리클라이닝 각도도 상당히 커서, 시트를 최대한 뒤로 제끼고 다리를 앞으로 뻗을 때에는 정말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일반석이니만큼 편의성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편안함에 '이코노미 클래스도 만들기 나름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반석 객실 풍경. 식사를 마친 뒤 대부분의 승객들이 잠을 청하거나 노곤한 표정으로 AVOD를 바라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저의 좌석 뒤의 이 공간은 많은 승객들이 비행중 서서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진 속 두 명의 백인 남성 승객들도, 왼쪽의 한 명은 좌석이 복도측 또는 가운데 끼인 좌석이었던지 꽤나 오랫동안 저 자세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오른쪽의 흰색 상의를 입은 승객 역시 저의 좌석 창문을 통해 캠코더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길게 이어진 좌석간의 통로.
비행기의 맨 끝에 위치한 좌측과 우측 복도를 이어주는 통로입니다.
제 자리 뒤의 공간에 서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객실을 바라보고 있는데, 승객들의 휴식을 위해 어느순간 소등이 되었습니다. 조명이 꺼지자 창측 좌석에 앉은 승객들이 하나둘 창가리개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하되 창 밖은 아직도 낮입니다.^^
거의 모든 창문 가리개가 내려지고, 객실의 분위기는 무척 아늑해집니다. 제 옆에 앉은 승객은 따로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던지, 노트북을 꺼내 들고 좌석의 콘센트에 노트북 아답터의 플러그를 꽂아 전원을 연결하여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한 시간 남짓 서 있었을까, 심한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가 지속적으로 흔들렸습니다. 착석 사인이 켜졌기 때문에 바로 저의 좌석에 앉았고, AVOD 화면으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을 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설레임은 제가 오랫동안 잠을 자도록 놔두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재어 보지는 않았지만, 기껏해야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였던 것 같습니다. 비행기는 러시아 상공을 비행중입니다. 사진의 색감으로만 봐도 정말 추워 보인다는 느낌입니다.
객실은 아직 소등이 되어 있습니다.
문득 어디쯤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운항 정보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처음 이륙을 했을 때 나타났던 도착지까지의 거리가 9,400여 킬로미터였는데 현재 5,525km가 남았으니, 아직 절반이 넘게 남은 셈입니다. 저 운항 정보 역시 실시간으로 계속 변경되어 나타나는데, 몇 초마다 수 킬로미터씩 떨어져 가는 도착지까지의 거리를 바라보며 새삼 비행기가 빠르기는 빠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항공동호인과는 거리가 먼 아버지께서도, 미국이나 유럽 등 출장을 다녀오신 뒤 '비행기 엔진이 열세시간 열네시간씩 안 쉬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는 말씀을 하실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인간이 만들어 낸 발병품 중 가장 인상깊은 것을 하나만 말해 보라고 한다면, 지체없이 '비행기'라고 답하겠습니다.
러시아 상공 비행중 석양 속 747-400의 날개와 PW4056엔진
잠에서 깨어난 뒤 보았던 추워 보이기만 했던 풍경과는 달리, 석양과 그 빛을 받은 구름이 이루어 내는 색감의 조화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항적운을 만들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비행기가 항적운을 남기며 날아가는 것을 로켓이 날아가는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위쪽의 항적운이 1번 엔진, 아랫쪽의 항적운이 2번 엔진이 만들어 내는 구름입니다.
금방이라도 해가 지평선으로 넘어가고 밤이 될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비행기가 유럽 방향으로 비행을 하며 해를 쫒아가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러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석양의 모습만 몇 시간을 바라보며 비행을 하는 셈입니다.
창틀로 비치는 석양의 빛깔이 아름다워 이렇게 사진을 남겨 보았습니다. 소등이 된 객실의 분위기도, 창밖으로 펼쳐지는 하늘의 풍경도 한없는 아늑함과 편안함을 안겨 주었습니다.
창문을 통해 객실로 들어오는 석양의 빛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이 때 저의 AVOD 화면에는 영화를 틀어 놓고 있었는데, 외화의 경우 한국어 자막 대신 더빙을 제공하고, 대신 중국어 자막을 띄우고 있었습니다. 즉 외국 영화에 소리는 한국어, 자막은 중국어가 나오는 셈입니다.=.= 처음 중국어 자막을 띄우며 영화를 감상하는 승객들을 보고 저 승객들은 중국인인가보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승객들도 거의가 다 한국인들이었습니다.
서버 용량 등의 문제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많은 비용을 들여 제공하는 AVOD 서비스인만큼 각 언어로 자막을 제공하였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대로 뛰어내려도(=.=) 푹신하게 받쳐줄 것 같이 짙고 넓게 깔린 구름 위를 날아갑니다. 인천에서 파리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비행 시간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러시아 상공인데, 러시아의 하늘을 날아가는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에 이런 구름이 깔려 있었습니다. 앞의 사진들을 찍은 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비행기는 아직도 지평선을 넘어가려는 해를 쫒아가고 있습니다.
몇 시간 동안이나 질 듯 말 듯 하던 해가 마침내 지평선을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비행기가 유럽 쪽으로 비행을 계속하기 있기 때문에, 밤의 풍경을 보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비행 정보. 도착지까지 앞으로 3,410km가 남았습니다. 전체 구간 중 약 3분의 1 정도를 남겨 두었지만, 어쩐지 파리가 코앞에 다가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두 번째 기내식이 나왔습니다. 돼지고기와 해산물 요리 중 해산물 요리를 선택하였습니다. 메인 메뉴와 함께 버터를 발라 먹는 빵, 새우야채 샐러드, 과일이 나옵니다. 이번에도 샐러드 한 조각, 면발 한 가닥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은 깨끗이 비웠습니다. 식사 뒤 식판 왼쪽 위의 컵에 따라 주는 커피도 맛있게 마셨습니다.^^
기내식을 먹은 뒤, AVOD 화면으로 단편물을 감상하고 이따금 비행기의 위치와 속도 등 운항 정보를 확인하기도 하며 비행을 즐기다가 창 밖을 바라보니, 이제는 점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비행하는 내내 짙게 깔려 있던 구름 너머로 태양의 빛이 점점 그 모습을 감추어 갑니다.
처음 인천공항을 이륙할 때만 해도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이 느껴지던 비행이, 이제 목적지를 멀리 남겨 두지 않고 있습니다. 아주 천천히 저물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조금 있으면 파리에 도착한다는 것과 생애 처음으로 외국 땅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 때 AVOD를 통해 확인한 도착지까지의 남은 거리는 약 천 킬로미터였습니다.
저의 이런 들뜬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도착을 앞둔 비행기는 계속해서 속도를 올려 가며 파리의 하늘로 다가갔습니다. 이 날 제가 확인한 범위 안에서의 가장 빠른 속도는 시속 995km였습니다.
도착이 얼마 남지 않자 조종실에서 안내 방송을 하였습니다. '손님 여러분, 저는 부기장입니다. 우리 비행기는 파리 샤를드골공항 착륙을 앞두고 현재 독일 상공을 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약40분 뒤 목적지 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에 안전을 위해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맬 것을 당부하는 코멘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기장님의 한국어 방송에 이어, 외국인 기장님이 영어로 대략 비슷한 내용의 방송을 합니다. 이제.. 정말 도착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러시아 상공으로부터 수천킬로미터를 이어져 왔던 구름이 마침내 끝나고, 육지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구름이 끝난 지점에 도시 하나가 보여 재빨리 AVOD로 위치를 확인해 보니, 이 곳은 독일 본(Bonn)의 상공이었습니다. 비행기가 본을 끼고 왼쪽으로 선회를 하며 창이 같은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을 때, 본의 풍경을 끝나 가는 구름과 함께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공항으로 마중을 나오기로 한 누나가 지금쯤이면 도착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들뜨고도 편안한 마음으로 의자에 몸을 맡기고 있을 때, 어느 순간 지속적으로 고도 10,366m~10,367m를 유지하던 비행기가 기수를 아래로 내리고 하강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AVOD로 운항 정보를 확인하니 아니나 다를까, 고도와 속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승객들이 하나둘 옷을 챙겨입고 짐을 정리하며 도착 준비를 합니다.
드디어 도달한 파리 상공. 조종실에서 분주하게 관제탑과 교신을 하며 앞뒤 비행기와의 간격 유지와 고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때, 창가 자리의 승객들은 눈 아래로 펼쳐지는 파리의 야경을 바라보는 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창 밖 풍경을 바라보는 데 별 관심이 없던 제 옆자리의 남자분도 이 순간에는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비행 정보. 도착지까지의 거리 7킬로미터. 말이 7킬로미터이지 이제 공항 착륙 직전이라는 의미입니다. 비행기는 11시간여의 긴 비행을 마치고 사뿐히 활주로에 내려왔습니다. 랜딩기어가 터치다운하는 순간 '투웅'하는 둔탁한 진동이 느껴지고, 노즈기어의 접지는 느끼지도 못한 채로 엔진의 역추진 구동음이 울려 퍼졌습니다. 역추진 뒤에도 활주로를 계속 달리던 비행기는 아직 속도가 충분히 줄어들지 않았던지, 다시 브레이크를 잡는 진동이 '투웅, 투웅..' 하고 두 번 울려 퍼지며 완전히 속도가 줄어들었고, 마침내 옆의 유도로로 빠져 나왔습니다.
앞에 소개한 이륙 영상에 이어, 이번에는 착륙 동영상 한 개를 소개드립니다. 대한항공 AIRBUS A330-300이 체코 프라하 공항에 착륙하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봐 온 항공 관련 동영상 중 가장 좋아하는 영상입니다. 볼륨을 다소 높여 감상하실 것을 권장드립니다.^^
활주로를 빠져나와 공항 청사를 향해 택싱하던 비행기가 잠시 멈추어 섰습니다.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활주를 시작한 후 정말 오랜만에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활주로 착륙 뒤 몇 분을 택싱한 비행기는 드디어 샤를드골공항 F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인천공항을 출발할 때에는 소요 시간을 알면서도 언제쯤이나 파리에 도착할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파리에 온 것입니다. 비행 내내 창 너머로 봐 온 비행기의 날개와 엔진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청사에 접속한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어 서고 탑승구가 열리자, 승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하기를 시작합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실천하기로 다짐한 미션(=.=)이 있는데, 그것은 일등석슬리퍼시트 구경을 하고 기념 촬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승객들의 하기가 거의 마무리되어 갈 즈음 승무원님께 일등석 구경을 요청드리자 흔쾌히 승낙해 주셨습니다.
사진으로만 봐 왔던 일등석슬리퍼시트(프리미엄 일등석)를 직접 보니 무척 감격스러웠습니다. 앞뒤 피치 211cm인 이 좌석은 등받이와 레그레스트가 각각 180도 리클라이닝되는 침대형 시트입니다. 좌석마다 설치된 파티션은 뒤에 승객이 있는지의 여부에 신경을 쓰지 않고 리클라이닝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한편 개인 공간을 확보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기념 촬영으로 찰칵.^^
이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에는 사실상 모든 승객들이 하기를 완료한 상태였기 때문에, 승무원님들이 기내 정리를 하며 방송으로 'OOO 승무원 XX로 와 주세요', 'OO석에 유실물 있네요'등의 의사 소통을 하고 있었습니다.
기념 촬영을 한 뒤 외투를 챙겨 입고 실내를 좀더 둘러보고 있는데, 다른 승무원님이 오시더니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십니다. 저도 사양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기꺼이 요청을 하였습니다. 승무원님께 '이번이 첫 국외 여행인데 대한항공 정말 좋았다'라고 말씀드리자 승무원님도 웃으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이용해 주세요^^'라고 화답하셨습니다.
사진을 찍어 주신 승무원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주위의 승무원님들께도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일등석슬리퍼시트 클래스를 나서는 순간, 외국인 기장님이 역시 기내 방송으로 승무원들에게 몇 마디의 인사말을 건네며 'Have a nice holiday!'라는 말로 방송을 마무리하셨습니다. 저에게는 마치 그 말이 'Have a nice trip!'이라고 들려 오는 듯 하여 웃음을 머금으며 일등석, 프레스티지석 고객용 탑승교를 통하여(^^) 비행기에서 하기하였습니다.
다른 승객들은 이미 모두 내린 뒤였기 때문에 적당히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 길을 찾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프랑스어와 영어, 독일어로만 쓰여진 안내판을 보며 이 곳이 한국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가이드북에서 본 대로 입국 심사대에서의 심사는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여권과 입국 신고서를 받아 든 경찰이 곧장 입국 신고서를 옆으로 밀어 놓고 여권에 스탬프를 찍은 뒤 돌려 주는 것으로, 입국 심사는 한 마디의 대화도 없이 끝났습니다.
입국 심사대를 거치자 수하물 찾는 곳이 나타납니다. 멀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 있는 곳이 제가 타고 온 비행기의 수하물을 찾는 곳입니다. 가 보니 아직까지도 수하물 인도가 시작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결국 비행기 구경과 기념 촬영을 하고 내린 저와 바로 하기를 한 다른 승객들과의 차이가 없었던 셈입니다.
수하물이 나오기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캐리어가 나왔습니다. 한국도심공항터미널에서 위탁 수하물로 부친 지 약 열여섯시간만에 다시 만난 캐리어를 끌고 입국장을 나서니, 바로 누나가 앞에 서 있었습니다.
입국장을 나서자마자 파리 땅을 밟은 기념으로 한 컷 남기기.^^ 이제 갓 한 돌을 넘긴 누나의 아들 라파엘과 함께.
매형이 근무를 마치고 공항으로 온다고 하여, 그 동안 공항 안 찻집에서 누나(금강이누나)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날은 저보다 먼저 프랑스에 와 있던 누나의 언니(현아누나)도 함께 마중을 나와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라파엘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며 셋이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첫 국외여행을 할 때 가장 큰 문화적 충격(?)을 느낄 때가 목적지 공항에 도착한 직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고, 저도 이 날 그것을 실감하였습니다. 한국어 간판은 단 한 개도 찾을 수 없고, 하나같이 외국어(?-여기에서는 제가 외국인이지만=.=)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며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마구 사진을 찍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지만, 혜화동 숙소를 나선 뒤부터 지금까지 신나게 사진을 찍어 온 탓에 이 때는 풀 충전을 했던 두 개의 배터리가 모두 소모되어 버려 카메라가 On/Off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신기한 것이, 여행 출발 당일 밤에 그렇게 술에 떡이 되어서 혜화동에 들어온 와중에도 배터리를 충전기에 끼워 놓고 자는 것을 잊지 않았단 말입니다.^^ 이것 덕분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천에서 파리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는 시간 동안은 배터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고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아쉬운 대로 유럽 도착 뒤 처음으로 입에 댄 음식(?)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공항에 도착한 매형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매형의 차를 타고 공항을 나섰습니다. 앞자리의 조수석에 앉아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으로 처음 보는 '외국'의 풍경을 감상하니, '내가 프랑스에 오기는 했구나'라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중 KFC에서 자동차로 테이크아웃하는 치킨을 먹기로 하고 줄(?)을 섰는데, 황당하게도 현재는 치킨이 안 된다는 대답을 듣고 그냥 빠져나왔습니다. 한국에도 자동차 테이크아웃을 하는 패스트푸드점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하여간 이것을 직접 경험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사진으로 남겨 봤습니다.^^
KFC를 나서 누나 가족이 평소 이용하는 대형 마트인 Auchan(오샹-처음 저는 그냥 영어식 발음으로 오우찬이라고 읽었습니다=.=)에서 식료품 등을 구입한 뒤 파리 근교에 위치한 누나의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에서 거의 잠을 안 잤기 때문에, 막상 비행기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피로감이 매형의 차에 탄 뒤부터 한꺼번에 쏟아져 왔습니다.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눕자마자 바로 꿈나라를 향해 날아가는 것을 끝으로, 혜화동에서 파리의 누나 집까지 단일 여행으로는 생애 최장거리였던 긴 여정을 마쳤습니다.
첫댓글 컵이 다르네요?? 국제선은 투명이고 국내선은 종이나봐요??
예상하시는 바와 같이 국제선/국내선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근데 중앙대학교이시면... 중앙대 몇학년 이신지... 주위 친척 형이 중앙대라서.... 아 그리고 여행기 잘 봤습니다.. 근데 다음편도 있나요??
02학번이며 현재 3학년입니다. 다음 편도 완성되는 대로 계속하여 올릴 예정입니다.^^
잘 봤습니다. 혹시 위의 고깃집은 엉터리 정육점 아닌가요? ^^
와, 예리하십니다. 저희 학교 동문으로 강하게 추정(!)되는 분을 카페에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진과 글 잘 보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알고 계셔야겠지만 출입국심사장과 비행기 이착륙 시에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됩니다.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특히 이착륙 시에 사진을 찍으면 최고 사형까지 할 수 있는 나라도 있으니 다음에 여행을 하실 때에는 이때만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형 한다는 나라가 어디인지 알려주실수 없나요? 엘살바도르의 음주운전 총살형보다 더 넌센스 같은데 말입니다.
대만(Taiwan)입니다. 싱가포르와 더불어 각종 규제와 벌금이 곳곳에 있는 나라입니다.
아래 댓글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대만의 해당 법률 규정은 이착륙시의 항공기 안전이 아닌 군사 시설의 보안 유지를 보호 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말씀하고자 하는 취지와는 케이스가 다른 경우입니다(이착륙시만이 아닌 순항중에도 대만의 영공에서 사진 촬영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됨). 다만 저의 과실에 대해서는 굳이 변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
사진과 글... 정말 인상적으로 잘 보았습니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네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다음편도 기대되네요^^
평생 타국을 밟지도 못한 저에겐 다음편도 아주 기대가 되는군요 ^^
대단하십니다 ^^ 참 부럽네요 ㅎ
일인승무 // 헉... 대만도 그렇게 무서운 나라였나요? 싱가포르의 "마약소지(헤로인 15g이상)=사형"은 들어봤어도 "이착륙시 촬영=사형"은 ㄷㄷㄷ... 혹시 과거 국민당 독재정권 때 일이 아닌지... 대만에서 요즘도 그렇게 하나요?? 의심하는 게 아니라, 도저히 상상이 안가서 ㄷㄷㄷ ㅠㅠ
대만의 경우에는 군사 시설의 노출을 막기 위하여 대만 영공에 들어서면 전자 기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계로 사형까지 가능한 모양입니다.
재밌게 잘봤습니다^^
격려해 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편의 작성에도 최선을 다하여 기대해 주심에 부응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기내식... 꽤 맛있던데ㅎㅎ 뭐 노선마다 다르게 나오죠 ^^;;
그냥 봐서 넘길수만 없는 스토리에 찬사를 보냅니다...잘 보고 가고요/// 다음호를 기대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ㅡ^ 항상 글 잘읽고있어요 ~ 다음번에도 멋진 글 써주세욥 ^ㅡ^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열심히 후속편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간이 좀더 걸리겠지만 완성되는 대로 카페에 올리겠습니다.^^
사진 잘봤습니다. 공항램프를 떠난지도 어언 2년이 넘었군요...HL72XX 와 HL74XX 번호가 모두 꽉 차버려서 2발기는 75XX, 4발기는 76XX 를 쓰는거죠. 2발기의 경우 75XX도 다 차버려서 77XX 로 넘어왔구요...77XX 가 다 차면 82XX로 넘어가고, 4발기는 76XX 가 다 차면 84XX로 넘어갑니다. 사진들 중에 아시아나 신도색 비행기에서 LSG Skychefs 케이터링 차량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