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금송아지
임두환
우리 집 거실에는 한 폭의 풍경화가 걸려있다. 지인에게 받은 선물로 한쪽 벽면을 차지할 정도로 커다란 그림이다. 하늘이 맞닿을 듯 높은 산봉우리에는 만년설이 희끗희끗하고, 기암절벽 노송들은 세월을 말해주는 듯 기개를 뽐내고 있다. 주변 초목들이 오색단풍으로 물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가을임을 짐작케 한다. 소파에 앉아 풍경화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1972년도 널리 불리어졌던 남진의 ‘임과 함께’가 떠오른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 (하략)
내가 젊었던 시절, 퇴직하면 거실에 걸려 있는 한 폭의 풍경화만큼은 아니지만 산수가 빼어난 산골마을에서 살고 싶었다. 내 고장은 산세가 드높아 골짜기마다 맑은 물이 흐르고, 경관이 수려하여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천혜의 청정지역이다.
나는 매주 토요일, KBS-1TV에서 방영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나긋나긋한 내레이선과 배경음악이 제격이다. 2005년 11월5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지금껏 이어오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세계 각국의 문화유적과 더불어 풍속ㆍ풍경을 샅샅이 소개해준다. 북극과 남극을 비롯하여 사막과 고원의 극한지대에서 살고 있는 끈질긴 생명력에 입이 딱 벌어진다. 해외여행을 하지 않고서도 안방에서 편안하게 구경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며칠 전, 피카소의 그림이 1,968억 원에 낙찰되어 경매 사상 최고기록이라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피카소 그림의 제목은 ‘알제의 여인들’로 최고 수준의 추상화라고 했다. 할렘의 여인들을 강렬한 색조와 입체감으로 표현했는데, 내 눈으로 보아서는 무엇을 나타내고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그림을 국민소득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카타르공화국 전, 총리에게 낙찰되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히다.
아무리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라 할지라도 너무했지 싶다. 요즘 KBS에서 가수 김정연과 개그맨 정범균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우리 집 금송아지”찾기를 진행하고 있다. 분야별 감정 평가단이 합류하여, 우승한 작품에는 무게는 모르겠지만 순금으로 만든 금송송아지를 전달한다. 시청률 20%를 웃돌고 있는 이 프로가 전주지역에서 방영된다면 거실에 걸려 있는 풍경화를 ‘우리 집 금송아지’에 출품하고 싶은 바음이다.
화폭엔 오직, ‘ㅈㅜㄴ ㅅㅓㄱ’ 이라는 사인sign이 남아 있을 뿐, 출처와 년대는 모르지만 아마도 조선 후기의 작품이 아닐는지.
나는 우리 집 거실에 걸려있는 한 폭의 풍경화에서 삶의 활력을 되찾고 있으니, 이 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