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만에 제자리 찾은 ‘긴 목 항아리’ 4cm 다리
경주 금령총 기적같은 파편 결합
본체와 15m 떨어진 곳에서 발견
“죽은 아이 위해 이승과 다리 끊어”
국립경주박물관의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 전시에 소개된 ‘긴 목 항아리’와 파편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6세기 초 경북 경주에 조성된 금령총에서 나온 유물 파편은 총 2만여 점이다. 파편들이 제자리를 찾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7월 22일 국립경주박물관 역사관에 있는 ‘1수장고’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최지은 학예연구과 연구원(32)이 2018∼2020년 금령총 재발굴 과정에서 출토된 파편 조각을 맞춰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토기 아래를 받치는 ‘굽다리’ 파편 500여 점을 바닥에 깔아놓고 함께 출토된 토기와 맞춰 보던 중 아무리 찾아도 맞는 구석이 없는 조각 하나가 있었다. 2019년 9월 무덤 중앙에서 남쪽으로 약 15m 떨어진 데서 찾은 4cm 크기의 굽다리 파편이었다.
최 연구원은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1924년 금령총에서 출토됐던 ‘긴 목 항아리’를 가져와봤다. 긴 목 항아리 바닥의 깨진 단면과 굽다리 파편 조각을 맞춰 본 순간 빈틈없이 유물과 파편이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던 파편과 유물이 실은 하나의 완형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 연구원은 2020년 11월 발굴 현장에서 가져온 1.5cm 크기 굽다리 파편 역시 ‘긴 목 항아리’의 일부였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는 “첫 발굴부터 파편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4년이 걸렸다”며 웃었다.
그의 발견은 금령총에 얽힌 제의(祭儀)를 이해하는 단서가 됐다. 무덤 중앙에서 출토된 ‘긴 목 항아리’의 파편 일부가 왜 본체와 15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을까.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훼기(제사 그릇을 의도적으로 깨뜨리는 행위) 의식의 실마리가 풀렸다. 김은경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금령총은 어린아이의 무덤”이라며 “항아리 아래 굽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 시신이 안치된 무덤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뿌린 것이다. 이는 죽은 아이가 이승을 떠돌지 않도록 이승과 저승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를 끊는 의식”이라고 해석했다. 2만 점이 넘는 금령총 출토 파편 가운데 최 연구원의 손을 거쳐 제자리를 찾은 유물은 200여 점에 이른다. 그가 찾은 ‘긴 목 항아리’의 굽다리 파편 조각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다음 달 5일까지. 무료.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