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딱 1주일전, 지난 금요일이던 7월 17일에 이명박퇴출님, 평생정민님과 함께 동구밖과수원길님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써놓고 보니 우습게도 '제헌절'이었군요.
면회 갈 시간 만들려고 새벽 네시까지 일하다 잠깐 눈붙이고 일어나,
아침 일과를 해치우고 여덟시 반이 되기 전에 부랴부랴 집을 나섰지요.
인덕원 역에 도착해서 보니, 약 15년쯤만에 다시 서울구치소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한숨밖에 안나오더군요.
어쨌든, 먼저 도착해서 면회 신청서를 접수해놓고 나니,
비는 찔끔찔끔 그치질 않는데 우중충한 실내에서 기다리기 싫기도 하거니와 실내에선 전화통이 터지지가 않아서 있을 수도 없고,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얼굴 모르는 이명박퇴출님과도 만나고,
드디어 우리 순서가 다됐다 했더니 동구밖님은 점심식사 중이라 면회가 늦어진다고 전광판에 안내가 나옵니다. -.-
이래저래 해서, 열두 시 반이 넘어 겨우 면회실에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한시가 거의 다 돼서였나?
예상 외로 동구밖님은 씩씩하셨고 목소리도 쩌렁쩌렁, 기운이 넘치셨습니다.
저희를 보자마자, 아무말 말고 내가 하는 말 듣기만 해, 하시더군요.
그제야 보니, A4지 한면 가득 빼곡히 이야기할 내용을 써온 종이 한 장을 들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첫마디,
"똑똑히 들어. 난 절대 반성문 같은 거 안 써.
무조건 상고까지 갈 거야. 물론 보석은 다른 문제고. 필요하면 8개월 다 살 각오하고도 있어.
반성문 쓴다는 건 쟤네 말대로 내가 유죄라고 인정하는 거야. 난 절대로 인정 못해.
난 절대 반성문 안 쓴다. 누구는 반성문 쓰는 게 도움이 될 거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던데, 절대 안 써. 알았지?"
그렇게 몇번을 다짐하시더군요.
네, 일주일이나 뒤늦은 후기를 굳이 올리는 건 이 말씀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밖에 평생정민님께, 선고공판날 재판 참관했던 후기를 카페 게시판에 올려라, 판결문 읽고 분석해 달라, 등등 몇 가지를 당부하셨습니다.
그밖에는 보석신청 절차에 관련된 당부를 하셨고, 휠체어를 부탁하셔서 모로기님이 절차를 알아보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해달라는 말씀이 좀 있고 그랬습니다.
제가 요즘 게시판에 들어와 글 읽을 여유가 거의 없어 별로 글을 못 읽기는 했는데,
며칠 전 어느 게시판이었는지 누가 쓰신 글이었는지는 암만 해도 기억이 안 나지만,
반성문을 쓰거나 롯데쪽 증인(판결문 표현으로는 '피해자')과 합의하는 편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점 관련하여 동구밖님께서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셨으니,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해서 이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끼리 왈가왈부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이 망설이고 고쳐 쓰고 한 다음에 올리는 짧은 글입니다.
어떤 의도도 없이 동구밖님 말씀 그대로 전했을 뿐입니다.
제발 새로운 논란거리가 돼 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사족이라고 말씀하실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구속된 두 분이 빨리 바깥세상으로 돌아오시는 데, 또한 2심 진행 중인 스물네 분이 무죄판결을 받아내는 데,
이 문제와 전혀 관련 없는 다른 이유를 끌어들여 자꾸 잡음 만들어내지 말고 순수한 마음과 힘들 모았으면 합니다.
재판 참관 후기, 면회 후기라는 게 기본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올릴 수 없는 글이기는 합니다만,
이번에는 특히 무겁고 복잡한 마음으로 썼습니다.
오늘은 재판 참관을 못갔네요.
오늘 오후 시간이 도저히 안 돼서, 너무 늦어서 포기했는데, 아래 총무팀장님 글 보니 늦게라도 갈 걸 그랬다 싶네요.
그나저나 스물네 분, 두시 전에 시간 맞춰 가셨다가 네시에야 절차가 시작됐다니, 이래저래 진이 빠지셨겠습니다. 에구......
첫댓글 두분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해드립니다. 면회 다녀오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