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
가 있는가 없는 가 하는 것을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
는 것이다.
그 이외의 것들 세계가 삼차원을 가지고 있는지, 정신이 아홉개의 범주를 가지고 있
는지,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가 하는 그런 문제는 그 이후의 일이다. 그것은 장
난이다. 우선 근본적인 문제에 대답하지 않으면 안된다.
원래 약간 심한 조울증 증세가 있었지만, 요즘은 좀 심해지는 것 같다. 내 스스로 인
격적으로 성숙해졌다고 느낄 정도로 여유가 생기고, 좋은 사람만나 정신없이 떠들다
가도 문득 숨이 막히고, 뜬금없이 그런 문제에 대한 심각한 해답을 구한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나는 결코 존재론의 토론을 위해 죽었다는 사
람을 아무도 본 일이 없다. 과학적 진리를 중요시하던 갈릴레오는 그 진리가 자기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자 더 비길데 없이 쉽사리 그것을 포기해버렸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잘했다. 이 진리는 화형을 당할 만큼 가치가 없었던 것이다.
반면에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나
는 알고 있다. 자살에는 많은 이유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말해서 표면상 드러나 있는
이유가 가장 강력한 것은 아니다. 신문은 때때로 남모르는 고민이라든가 불치의 병
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러한 설명은 받아들일만하다. 그러나 절망한 사람의 어떤
친구가 자살한 바로 그날 그에게 냉담한 어조로 말하지 않았는지 어쨌는지 알 필요
가 있으리라. 그 친구야말로 죄가 있다. 왜냐하면 이렇게 냉담한 어조로 말한 것이
아직 유예상태에 있는 모든 원한과 온갖 피로를 떨어뜨리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
다.
자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고백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생에서 패배했다는
것 혹은 인생을 이해하지 못한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첫댓글 참아요!!
자살은 인식 부족이라고 까뮈가 말하더군요 간만에 보는 반가운 까뮈의 글이네요
자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고백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생에서 패배했다는 것 혹은 인생을 이해하지 못한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이거 너무 좋은 말.
저도 조울증이 심했다 약했다 하는데 자살이라는거 물론 용기있는 선택일 수도 있지만 너무 나약한 방법이 아닐까 싶네여 현실 도피의 극단적 방법.....
나약한 선택에 극단적 방법이 맞는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