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 코앞이다.
마트에서는 선물 꾸러미들 앞에 무심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들의 모습에서 명절이 보인다.
명절이어서 마트에 간 것은 아니었다.
그냥... 먹을 것이 없어서...둘러봤다.
우리 아이가 좋아할 만한, 나의 요리에 익숙한 재료들을 몇 가지 카트에 쑤셔넣고 돌아서는데
우찌된 일인지 내 눈에 국물내기용 멸치 박스가 보였다.
저걸 사? 말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주워다 실으니
점원은 이 멸치에 대해서 가격이 싸고 맛과 질과 영양이 좋다는 얘기를 전달하지 못한 아쉬운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기필코 사야한다는 절대절명의 순간이 온 것 처럼 그렇게 사들고 온 것이다.
집에 와서 멸치의 내장과 뼈와 살을 분리하기 위해 신문지를 펼쳤다.
멸치 다듬는 나.
그것은 애초에 내 몫이 아니었다.
해마다 햇멸치가 나올 즈음이면 작년에 먹던 것이 남아있음에도 엄마는 멸치를 몇 포나 사셔서
곱게 다듬어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냉동실이 멸치로 복잡아진다고 굳이 받지않으려 해도 엄마는
"내가 있으니 이렇게 해줄 수 있다"며 그렇게 사랑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히 멸치 걱정은 안하고 살아왔다.
올해는...
"너희집에 멸치있냐?"
감히 묻지도 못하셨다.
예년처럼 멸치를 다듬어서 보내줄 수 없는 심정을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으신 것이다.
연초에 당한 골절로 두 차례의 큰 수술을 겪으신 후유증으로 아직껏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니
더 이상 멸치나 마늘을 빻아서 배달하는 일은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던가.
멸치를 펴들고 한마리 한마리 다듬으면서 상념에 젖어든다.
오래 구부리고 않아 장시간 일을 못하는 딸이 걱정되어 그렇게 챙겨주시던 손길, 그 사랑으로
우리 가족이 맛있게 멸치 국물을 내서 건강을 지켜왔고,
우리 중국갈 때도 한국사람은 국물맛이 좋아야 밥 맛이 있다며 꼭 멸치 가루를 챙겨가라고 하셨던
그 멸치는 엄마가 다치신지 어언 반 년이 지났어도 아직 먹고 있는데
엄마는 많이 변하여 있다.
예전같지 않은 모습에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난다.
엄마의 자식 사랑도 변하여 간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
"내 걱정하지 마라..."
엄마...
첫댓글 아.......
어머니 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어머니 항상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공감이 됩니다. 왜 우리는 세월이 지나야 그 사랑이 느껴지는지, 그래도 우리는 어머니가 살아계시니 더 잘합시다,
그러게요... 마음하고 행동하고 좀 일치가 되면 좋겠는데...^^*
사랑하는 벗씨... 여기 이렇게 적어 놓으면 내가 어떻게 맨정신으로 읽을 수 있겠어요? 눈물이 앞을 가리지... ... ... 히히.
어머~~ 읽다가 정신줄 놓아도 되어요^^*
마늘까기~~채소다듬기~~~시장보기,,,,,,울아부지 돌아가시고 젤 아쉬웠던것들,,,,,,받은것만 머리에 박혀있네요 ㅠ ㅠ
단우님은 아부지께 받은 것을 이웃에 많이 베풀잖아여~~ 아부지로부터 교육 잘 받으셨어요. 추석쇠고 봐여^^*
엄마의 사랑이 구구절절이 담겨 가슴이 울컥....어제 잠시 들어와서 제목만 봤을 때는 이런 사연인줄 짐작도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곁에 계셔서 그대는 행복하겠수. 개학 임박해서 만나뵈러 간 우리 부모님의 집은 허허롭기만 하더이다. 부지리 찾아뵙기요. 그것만으로도 효도임다요
게으른 딸년이라 자주 찾아뵙지도 않으면서 예전 같지않은 모습을 보는거이 적응이 안되서 마음이 많이 쓰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사소한 이야기로 이렇게 감동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당신은 도데체 누구십니까?
이건 글 재주가 아니고 감성인격의 묘수인가 봅니다.
어쩻거나, 빙그레~ 잠시나마 척박한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조금씩 엄마의 빈자리가 생기기 시작하니... 허전한 마음을 한 번 읊어봤어요. 괜히 제가 우울 모드를 만들었지요? 단우님, 즐거운 추석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