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연수원 근무 당시, 본사에서 전입 온 한 여직원을 만났다. 그녀는 단발머리에 짙은 곤색 정장을 입고 차분하고 단정한 태도를 보였지만,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우수에 젖은 듯한 표정이 자리 잡고 있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녀의 업무 태도를 꼼꼼히 살펴보니, 책상 위의 사무용품들도 정돈되어 있었고,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간부 시험을 준비하며 토요일 오후까지 함께 자리를 지키던 중, 그녀가 수험표를 작성하는 모습을 보니, 선이 곧고 맑았으며 정갈함과 단정함이 그녀의 성격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작업이 끝난 후, 우리는 서로의 노고를 격려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곤 했다. “수고했어. 횟집에 가서 소주 한잔 하자.”라는 말로 택시를 타고 일광으로 향했고, 도착한 곳은 강송정 옆의 조용한 횟집 평상자리였다.
우리 둘만의 자리였고, 뭉게구름 사이로 떠오른 달이 서쪽 하늘로 천천히 흘러가는 광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달님이 강물처럼 산마루에 걸터앉자, 달빛은 마치 요정의 실처럼 강송정을 휘감으며 솟아올랐고,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은 꿈결처럼 황홀했고 신비로웠다.
榮枯一吹(영고일취) — 세상의 번영과 쇠락이 한순간에 일어나지만, 한 잔 술이 어떠하겠느냐! 마치 삶의 의미를 찾은 듯 나는 술잔을 기울였다. 그녀의 주량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주인에게 말을 건넸다. “아줌마,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그녀는 애교 섞인 눈웃음을 지으며 말하였다. “자꾸 귀찮게 하지 말고, 여섯 병 정도 시켜요.” 그 말투에는 친근함과 장난기가 섞여 있었고, 그 순간 나는 그녀와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에 미소 지었다.
이제 술이 많아지면서 우리 눈앞의 의식은 흐려졌고, 이성은 점점 사라졌다. 평소의 냉철함은 희미해지고, “야! 해운대 가서 한 잔 더 하자,”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미포 오륙도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바닷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하며, 어지럽고도 따뜻한 감각이 흘러들었고, 그 순간 치자꽃 향기와 함께 예의 바른 여고생 같은 순수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가 꽃가게를 하며 열심히 공부했고, 노력 끝에 이 자리에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는 말끝마다 회한의 눈물을 감추려 애쓰며 무의미한 말을 내뱉었다.
멀리 바닷가 기슭의 호텔과 반짝이는 네온사인, 부드럽게 넘실거리는 파도 소리, 마치 잊혀진 꿈 한 조각처럼 흩어진 풍경 속에서, 나는 “ㅇㅇ야! 하고 싶은 게 뭐야?”라고 물었다. 그녀는 쉽게 답하지 않고, 네온사인을 비춘 건물들을 가리켰다. 5층에서 8층까지의 호텔과 그 위에 자리한 스카이 라운지가 눈에 띄었다. 그때 내 마음은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 뛰기 시작했고, 알 수 없는 흥분과 동시에 불안감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내 안을 파고들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생각이 스쳤다. “이러는 게 옳지 않은데, 더 이상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었다. 스카이 라운지에 내려서 멋진 야경을 감상하며 맥주를 주문했지만, 그녀는 썩 내키지 않는 듯 무겁게 표정을 지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녀를 택시로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죄책감과 더 깊은 내면의 복잡한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여전히 깨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허허로운 들판의 어린 토끼처럼, 그녀는 가장 안정되고 편안한 쉼터였다.
돌이켜보면, 아내에 대한 사랑은 마치 흐릿한 달빛에 싸인 안개와 같아 희미했고, 그러나 그림자처럼 뚜렷이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첫댓글 이 글 보는사람 목 뿌러지겠다. ㅋㅋㅋ
사진을 바르게 걸든지, 아님 사진을 제거하는게 낫지 않을까?
똑 같은 내용을 두 번이나 올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