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은유를 위하여 / 권도운
열차는 플랫폼에 여객을 부려놓는다
그들의 어깨 위로 4월의 눈이 내려 쌓인다
시인의 의식과 무의식은 4월의 눈처럼 내리면서 녹는다
눈이 녹으면 시인의 순백은 어디로 가야 하나
선로 한쪽은 의식, 또 한쪽은 무의식
혼백을 조문할 시인은 열차를 타고 있다
조문이 끝나면 가족 품에 돌아가
안아주고 안겨보고도 싶은데,
시인은 차창에 풍경을 그린 죄로 열차를 내릴 수가 없다
시인은 영혼을 만나려고
간이역에 내려 본 기억은 있지만,
그것도 요즘은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간이역은 영혼이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
4월의 눈사람은 훌륭한 조문이 되고 있다
의식은 무의식을 만나고 싶은데,
시인은 또다시 간이역에 내리려고 풍경을 그린다
그들은 서로가 닿을 듯하면서도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두 선로의 끝만을 아득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의식이 무의식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시어가 되지 못한 은유는 어디로 가야 하나
시인의 살점이 아려온다
열차를 뛰어내려서라도 만나러 가야만 한다
기억이 맞는다면 곧 간이역이 다가오고 있을 텐데,
꽃샘추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흘러나오고
안내방송이 이어진다
“이 역은 간이역이어서 우리 열차가 서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식의 정신이 절실하면
무의식의 영혼은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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