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일이라 휴일이지만 그래도 내가 봐 주어야 할 환자들이 있으니까 아홉시에 병원 도착.
내 환자들과 뇌혈종으로 입원한 나의 이모, 또 소개받은 졸도 후 안면손상을 입은 젊은 여자까지 보았다.
이모는 그래도 내가 보기에 가장 효성스러운 2남 2녀 중 둘째딸이 간호사실에서 내일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서약서를 작성하고, 안면손상 환자도 성형외과에서 모래 수술 받기로 하였다.
신장실에 들려 환자대기실의 보호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간호사실에 들러
"지간호사는 항상 웃어서 좋더라" 하니까
"애기들 셋 키우려면 늘 웃고 지내야 되요" 한다.
내가 자랑하는 우리 신장실은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모두 심성이 곱고 밝다.
늘 같은 만성 혈액투석환자를 대하니 이런 성격이 큰 장점이다.
물론 환자 상태 파악이나 처치 등과 돌발상황 발발 시 대처하는 능력도 탁월하고
과내 집담회나 외부연수강좌에도 열심히 참석하는 학구파들이지만.
흑석시장 자주 다니는 빵가게에서 새로 나온 빵 등 몇가지를 사고
청과가게에서 참외 및 토마토를 사서 처에게 아파트에 내려와 기다리라고 미리 전화를 해두고 집으로 왔다.
비도 그치고 하니까 "양재 시민의 숲"에서 처와 봄마중과 꽃마중가기로 하고.
공원의 주차장은 텅 비어 있네.
이 잔 나뭇 가지 속에 작고 예쁜 박새들이 날아다녀 사진을 찍고 보니까 한마리도 걸리질 않았다.
아, 다시 자세히 보니까 우측 상단에 한마리가 있구나.
길따라 개나리도 만개를 하였다.
이 길은 공원에서 고속도로 가까운 길이라 평소에는 씨끄러워 다니지 않으나
오늘같이 목련이 흐드리지게 핀 호젓한 길은 둘이만 겉기엔 아깝다.
그저 말없이 손만 잡고 걷는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진달래도 꽃봉우리를 터뜨리고
수생공원 옆에 심어놓은 일년초
홍매화도 꽃 피기 시작하고
비들기부부가 입을 맞추더니 다정하게 깃털을 쪼아주고 있다.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집에서 비들기 한쌍을 키우고 있었다.
실컷 나가서 놀다가 처마 밑에 매달아 준 집에서 자곤 했는데.
어느 소나기 몹씨 오던 날, 내리치는 물받이 비를 맞고 마침 그 아래에 있던 커다란 물통에 빠져 죽었다.
사흘 뒤 짝 잃은 비들기는 비들기 떼를 따라 가버린 아픈 기억.
멋진 신발을 신은 반려견이 비들기를 보고 있다.
잘 씻기고, 털을 잘 고르고 빗기고, 한번 보아도 사랑받는 개라는 걸 알 수가 있다.
이런 개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부르면 좋아라 하며 달려 온다.
행복해 보이는 개에, 행복한 주인이 있다.
쑥사이에 핀 노란 꽃은 무슨 꽃일까?
맛있는 냄새가 나서 찾아 가보니 BBQ장.
여러 팀들이 고기를 구워 이른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 팀들도 언제 토요일 오후 여기에서 한 번 모일까요?
정구장사이로 난길을 넘어 양재천으로 나왔다.
수영장을 지나 다리로 건너 다시 계단을 올라가다
계단 사이에도 제비꽃이 피어 있다.
전에 한번 소개한 뚝방길 옆 "Brunch Coffee"에서 브런치를 먹기로 하고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 별로 신통치 않는 외제차가 왕복 2차선 도로의 중앙선을 넘어 추월해 가며 길을 막는다.
"저런 새끼들은 빨리 뒤져야 해"하며 점잖은(?) 입에 욕이 나온다.
정초 백운대 일출을 보고 하산할 때 새치기하는 놈들에게
"죽을 때도 새치기 해라" 라고 야단을 쳤었지.
오늘따라 실내에는 손님들이 가득하여 일하는 사람 셋이서 바쁘다.
아마 둘은 부부같다.
아메리칸 커피가 포함된 "고르곤졸라 피자"세트 14,500원을 시킨다.
실내를 장식하는 화분들.
모르는 꽃이 있어 아래에 꽃이름인가? 하였더니 가격이 7,000원.
파이 처럼 만들어진 얇은 도의 고르곤졸라 피자는 맛이 훌륭하였다.
처가 "커피도 맛이 있네" 한다.
식당 바깥에 매달아 놓은 화분 들
양재천으로 넘어와
지난 가을의 흔적 들
다시 주차해 둔 "양재 시민의 숲"으로 넘어 왔다.
유채를 심어 놓았다.
젊은 남녀가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고 나갔다.
우리는 인물사진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오늘도 한장도 찍지 않았다.
작약은 몰한같은 꽃도 좋치만 이렇게 붉은 꽃대가 올라올 때도 보기 좋다.
정성을 다하여 조형비를 갖추어 식재한 일년초 꽃들.
나올 때쯤 가족끼리, 쌍쌍끼리,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 등 붐비기 시작한다.
어린애가 자꾸 꽃밭으로 들어가려니 젊은 아빠가 말리느라 바쁘고
꽃을 배경으로 사진찍는 가족들도 눈에 띈다.
아래는 노란 개나리, 위에는 노란 산수유이다.
나오며 뒤돌아 보니까 윤 붕길의사의 "상해 의거 80주년 행사"안내가 붙어 있다.
이런 행사에 참석하여도 좋으련만 그 일요일에는 "고대 구로병원 연수강좌"의 좌장을 맡았으니 어쩔 수 없다.
주차비 3천 3백원, 한참이나 있다 나왔군.
이제는 아파트에 차를 세우고 투표를 하여야 겠다.
첫댓글 봄은 그 곳이 더 빨리 오는 것 같습니다. 이 곳은 지난 주에 개나리 꽃봉우리가 필 준비를 한 것을 보았는데...
나도, 화 날 때는 혼잣말로 욕을 할 때가 있는데, 집사람이 욕은 듣기 싫다고 하여, 여러번 다투었었지요....
욕을 할 때는 하여야 한다는 나의 지론입니다.
역시 좋은 곳에 사십니다. 이 곳 분당도 봄이 되면 무척 아름다운데 한 번 사진을 올려 보아야겠습니다.
역시 좋은 곳에 사십니다. 이 곳 분당도 봄이 되면 무척 아름다운데 한 번 사진을 올려 보아야겠습니다.
앞으로 내가 혼자 욕할 때, 집사람이 시비 걸면, 유교수도 욕하고 산다고 말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