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사의 꿈
3년의 세월이 흘러도 포향은 풀려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포향의 아들인 포홍덕은 매희나 달기의 이야기를
읽고 '나도 한 번 미인계를 써서 아버지를 살려볼까?'라는 생각에 이르자 직접 시골로 순행을 떠납니다.
아비는 왕에게 미색에 빠지지 말기를 간언했다가 왕에게 미움을 받아 옥에 갇혔는데 아들은 아비를 살리기
위해 오히려 미인계를 동원합니다.
어느게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게 정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군주가 순행을 한다함은 민심을 살피기 위한 일종의 민정시찰인데 포홍덕은 목적이 다릅니다.
한 마디로 이쁜 여자를 물색하기 위한 방편으로 순행을 떠난게지요.
어느날 한 마을을 지나는데 포향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사건이 생깁니다.
어느날 열여섯 꽃다운 시골여자를 우연히 보게 됩니다. 열 여섯이랍니다.
중국 4대 미인 중 하나인 초선이도 열 하고도 여섯에 데뷰를 했지요?
비록 꾸미지 않았지만 수줍음 속에 언듯 비치는 자태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진흙속의 진주이지요.
이 여인이 바로 훗날 많은 제후국을 거느린 서주의 멸망에 깊이 간여한 포사라는 여인입니다.
포사는 후대에 미색을 밝히는 제왕들에게 신하가 늘 언급하는 달기와 함께 단골로 오르내리는 여자입니다.
포사가 무슨 죄입니까? 스스로 자신이 자신을 인생을 결정하여 만든 일도 아니고 단지 홍덕이 감옥에 갇힌
지 애비 살리겠다고 자신을 이용하여 궁에 들어 갔을 뿐인데 욕은 혼자 다 먹고 있습니다.
포사는 역사의 희생자이지요.
물론 억을한 면도 있겠지만 그녀는 그런 위치를 최대한 이용하여 자신의 꿈을 하나하나씩 이루어 갑니다.
그길로 바로 집에 돌아온 홍덕은 어머니께 그 여자를 이용하여 아버지를 구하겠다고 말합니다.
어머니야 자기 서방님을 구하기 위해 아들이 미인계를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지요.
이튼날 막대한 재물을 앞세워 그 처녀집에 가 여자를 데려와 이름을 포사로 바꾸고 온갖 맛난 음식과
좋은 비단옷에 매일 향수를 푼 물에 목욕을 시키며 피부관리에 들어갑니다.
이것이 바로 다른 점입니다.
지금까지 유왕의 부하들은 그냥 여자를 선발해 궁에 들여보냈지만
포홍덕은 돈과 시간을 투자를 해 최상의 미인으로 재탄생시키는 겁니다.
여기에다 궁중 예절과 말투며 표정까지 교육을 시키니 과연 세상에 이런
교양이 철철 넘치는 미인은 세상에 다시는 없는 완벽한 모습으로 변화가 됩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지만 여자는 꾸미고 가꾸기 나름입니다.
당시의 여자들은 별도로 교육을 받는 경우가 드물어 미색은 타고 나지만 행동이나 말투며 지식은
별로 뛰어난 사람이 없었던 시대라 그야말로 군계일학입니다.
당시 시골의 처녀들은 대체로 순진한 편이나 포사는 어려서 부터 끼가 있어 남달랐습니다.
포사는 특히 남녀관계에 일찍 눈을 떴으며 항상 화려한 미래를 꿈꾸고 살아왔기에 이런 교육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어 하루가 다르게 요염한 여인으로 변모되어 갔습니다.
교육이란 하기 싫은 사람에게 아무리 시켜도 효과가 없지만 원하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배가 됩니다.
한 마디로 포사는 화려한 꿈을 꾸고 있었던 여인입니다.
그러니 홍덕에게는 이 여자를 교육시켜 유왕에게 바쳐 감옥에 갇혀있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전략과
그의 어머니의 노력에 시골 처녀인 포사가 오래 전부터 꿈꾸었던 화려한 꿈을 꾸며 신분상승을
노리는 전략이 서로 기가 막히게 맞아들었던 겝니다.
이렇게 서로서로가 필요에 따라 의기투합하면 효과는 가늠하기 어려운 폭발력을 지니게 되지요.
유왕은 원래 호랑이 등에 곰의 허리를 갖고 있어 정력이 무한하고 용마의 정기를 타고나 그와 하룻밤을
보낸 궁녀들은 그 다음날이면 온통 눈물범벅이 되고 온갖 변태적인 행동에 치를 떨며 다시는 가까이
하기를 원치 않았고 또 유왕 자신도 그런 궁녀들의 반응에 다음에는 다시 부르지 않았답니다.
왕궁 안에 궁녀가 아무리 많으면 무얼 합니까?
그래서 궁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여자를 확보하기 위하여 예산을 물쓰듯 합니다.
어느날 홍덕은 포사를 데리고 아부의 달인 괵석보를 만나 포사를 보여주니 괵석보는 금새
눈이 휘둥그레 집니다.
오랜만에 유왕에게 칭찬 받을 수 있는 대단한 미인이 나타났는 데 왜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유왕이 자주 "야! 석보야 뭐 좀 신선하고 참신한 것 없냐?"하며 지금의 궁녀들에게
식상하여 따분한 생각을 갖고 있던 참에 바로 귓속말로 "폐하! 한 번 보시렵니까?" 하고 소근거립니다.
유왕은 한창 진행 중인 가무를 즉시 "그만!" 하고 바로 포사를 들이라 합니다.
여자라면 중대한 국사를 보는 도중에도 "내일 다시 하지?"하며 미루는 판인데요.
잠시 후 포사가 유왕에게 나풀거리며 들어 오는데, 빙판을 미끌어져 들어오는 듯
우아한 모습이 연출이 되고 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포사에게 눈길이 쏠립니다.
유왕은 자신의 눈을 의심합니다.
하늘에서 방금 내려온 선녀인가 싶기도 하고 살짝 가린 얼굴은 유왕의
애간장을 살살녹게 만들고 유왕의 가슴은 홍두깨로 방망이질 하 듯 금방 숨이 멈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세상의 미인이라고 소문난 여자들을 대부분 섭렵을 했지만 포사는 달랐습니다.
벌써 첫 상면에 모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으니까요.
주위에 사람만 없었다면 벌써 그녀를 와락 품에 껴안고 말았을 겁니다.
그래도 왕이랍시고 우선은 가만히 눈으로만 음미를 합니다.
포홍덕이 1년여를 공들여 탄생시킨 비밀 무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