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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인간은 왜 계속 편을 가르는가?
심리학의 대가, 스타노비치 교수가 집대성한
편 가르기의 본성과 과학
‘내 편 네 편’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편 가르기는 왜 인간의 삶에서 계속되는가? 합리성과 편향을 오래 연구해 온, 과학적 심리학의 대가, 스타노비치 교수는 오직 ‘우리편’만을 우호적으로 해석하고, 그 결점에 관대한 인간의 경향, 우리편 편향Myside Bias에 주목한다. 집단 정체성으로 귀결되는 이 편향의 저변에는 신념과 확신에 찬 세계관이 존재한다. 관점을 바꿔 보는 능력을 결여한 채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팔이 안으로 굽는 식으로 애써 진실을 외면하는 우리의 본성은 스스로의 꾸준한 노력 없이는 개선될 수 없다.
저자는 인지심리학 과목을 가르칠 때면 이 상황을 브로콜리와 아이스크림에 비유한다. 어떤 사고 경향성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배어 있어 달콤한 아이스크림처럼 그저 편하고, 어떤 사고 과정은 애써 노력이 필요해서 영양을 섭취하곤 하는 브로콜리와도 같다. 우리는 달콤하지 않은 브로콜리를 먹는 것과 비슷한 인지적 노력을 수행해야 한다. 즉 자기 부족의 정체성, 편안한 지대에만 머무르려고 하는 관성, 자기 가치관을 강화하는 의견만 들여다보려는 경향성은, 결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깊이 이해하도록 이끌어주지 않는다. 사회를 분열시키며 공익에 해를 끼친다. 합리적 소통이 가능한 공론장, 공적 의사소통 공유지 영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 저자 소개
키스 E. 스타노비치
Keith E. Stanovich
심리학자. 응용인지과학협회ACS의 캐나다 연구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토론토 대학 응용심리학 및 인간개발학과의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1973년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심리학 학사 학위를, 1977년 미시건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자의 연구팀은 우리편 편향이 다른 편향들과 달리 인지 능력에 의해 줄어들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놀라워하며 꾸준히 논문을 발표했다. 2013년 〈우리편 편향, 합리적 사고, 지능〉이라는 논문도 같은 주제에 착안했는데 당시 그 사회적 함의는 다루지 않고 남겨 놓았다. 이후 《합리성 지수The Rationality Quotient》(공저)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이 맹목적 편향이 어떤 정치적 함의를 지니는지 명료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그 사회정치적 함의를 숙고하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약 200여 편의 과학 논문과 9권의 저서를 출간한 스타노비치는 국제통계협회에 따르면 100번 이상 인용된 논문의 수가 30편에 이르며 독서의 양극화 현상을 다룬 그의 1986년 논문은 1500회 넘게 인용되었다. 미국심리협회 ‘E.L. 손다이크 경력성취상’의 2012년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으며 독서를 다룬 영향력 있는 논문을 쓴 공로로 국제독서협회로부터 앨버트 J. 해리스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또한 1990년대 중반, 발달심리학자 가운데 피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50인 목록에 이름을 올렸으며 가장 생산적인 교육심리학자 25인에 선정되었다. 현대 심리학에서 과장된 프로이트의 위상과 검증되지 않은 사이비 대중심리학을 비판하고, 과학적 심리학을 역설하며 쓴 《심리학의 오해》라는 입문서는 11쇄를 찍으며 각광받았고 400개가 넘는 고등 교육 기관에서 채택되었다.
📜 목차
들어가며 우리의 뉴스, 우리의 진실
감사의 글
1장 어디에나 있는 우리편 편향
나는 누구에게 우호적인가 | 편향이라는 말에 대하여 | 어느 편에 서 있는가 | 수리력이 좋아도 강해지는 편향 | 모든 나이대와 다양한 곳에서
2장 우리는 언제 비합리적으로 되는가
인간의 정보 처리라는 것 | 거짓 신념의 고립된 섬들 | 내가 옳기를 바라는 마음 | 널리 정당화되는 우리편 사고 | 누구의 결점에 관대한가 | 좋은 편향과 나쁜 편향 | 세계관 투사가 꼭 비합리적인가 | 자신을 표현하는 의사소통 | 의사소통 공유지의 비극
3장 우리편 사고는 왜 특이한 편향인가
편향과 지능의 관계 | 개인차 변수가 없는 특이한 사례 | 개인차와 흥미로운 지점들 | 인지 능력과 관계없는 편향 | 규칙성을 보이는 우리편 편향 | 우리편 편향의 영역 특이성 | 당신이 어느 편인지에 달려 있다
4장 우리의 확신은 어디서 오는가
대안적 개념을 위하여 | 최근의 심리학이 간과한 것 | 소유물과 밈으로서의 신념 | 기능성과 성찰적 신념 획득 | 확신과 거리를 유지해 주는 도구 | 요약과 결론 .
5장 엘리트의 맹목적인 우리편 추종
유독 지식인들에게 보이는 편향 | 편향의 사각지대는 어디인가 | 보수주의자의 인지적 결함을 찾아서 | 트럼프 투표자에게서 결함 찾기
6장 우리편 편향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사회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 | 인지 엘리트의 편향을 피하는 법 | 충돌하는 가치관을 깨달아라 | 자신의 신념을 의심하라 | 신념은 소유물이 아니다 | 인터넷이 부채질하는 모호함 | 원칙을 세우고 확신을 피하라 | 당파적 부족주의가 편향을 부추긴다 | 편향을 강화하는 정체성 정치 | 관점을 바꿔 보는 능력
주제 찾아보기 / 인명 찾아보기 / 주
📖 책 속으로
우리는 언론에서 보고 있는 모든 뉴스가 가짜 뉴스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오직 우리의 정적들에게서 나온 뉴스만이 가짜 뉴스라고 본다. 우리의 진실, 우리의 뉴스는 믿는다. 우리는 진실과 사실을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긴다. 다만 그것이 우리의 견해를 지지해 줄 때에만 그렇다. 우리 사회의 고통은 우리편 편향myside bias 때문에 발생한다.
__들어가며 (16쪽)
지금껏 우리편 편향은 수많은 행동과학 및 인지과학 분야에 걸친 다양한 패러다임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 왔다. 현존하는 문헌 또한 우리편 편향이 어느 특정 인구 통계 집단에만 국한한 것이 아님을 실증적으로 보여 준다. 그것은 모든 나이대에 걸쳐 나타난다. 3장에서 상세히 논의하게 될 사실로, 우리편 편향은 지능이 낮은 사람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우리편 편향은 온갖 종류의 신념 체계·가치관·확신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고루 보여 준다. 특정 세계관을 지닌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확신에 차서 보유하는 신념은 그 어떤 것이든 우리편 사고를 이끌어가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편 인지는 정보 처리 경향으로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__1장 어디에나 있는 우리편 편향 (59쪽)
자국에 이득을 안겨 주는 규제적ㆍ경제적 결정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내재적으로 비합리적이라 할 만한 구석은 없기 때문이다. 코리 클라크 외가 지적했다시피, “제가 속한 부족을 고운 눈으로 바라보는 편향이 꼭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집단 정체성은 우리편 편향의 핵심적 원천이다.
__2장 우리는 언제 비합리적으로 되는가 (98쪽)
집단 응집group cohesion은 집단 구성원들이 상당한 관성을 드러내는 신념을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집단의 훌륭한 구성원이 되려면 집단의 신념과 배치되는 생각에 부딪혔을 때, 당연하다 할 만큼 상당 정도의 우리편 편향을 드러내야 한다. 하지만 거의 언제나 집단의 구성원 자격을 얻음으로써 누리는 적잖은 편익benefit은 우리편 편향에 의해 특정 구성원의 신념 네트워크에 부정확성이 끼어드는 데 따른 비용cost을 능가한다.
__2장 우리는 언제 비합리적으로 되는가 (96쪽)
사회 전반은 공공 정책이 객관적이고 실제로 참인 것에 기반을 두었을 때 더욱 잘살게 된다. 따라서 ‘과학 의사소통 공유지의 비극’은 우리편 편향을 지닌 채 증거를 합리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효용을 얻는 이가 득시글한 사회에서는 그 개인들 역시 결국에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아지는 데서 비롯되는 난국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모두가 저마다 우리편 편향에 기대어 증거를 처리할 경우 결과적으로 그 사회는 좀처럼 진실에 수렴할 수 없게 된다.
__2장 우리는 언제 비합리적으로 되는가 (103쪽)
우리편 편향의 수준을 예측해 주는 것은 그 신념을 보유한 개인의 인지 성숙도가 아니라 신념 그 자체의 강도인 것이다. 신념의 방향도 이따금 약간의 차이를 만들어 내지만74 자주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편 편향을 평가하는 순간과 마주한 인지 엘리트들에게 특별한 장애로 작용한다. 스스로가 남들보다 덜 편향되어 있다는 그들 자신의 가정은 실제로 휴리스틱과 편향 문헌에 나오는 대다수 편향에서는 옳다. 다만 그것이 우리편 편향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 사실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짜증 나는 정치적 교착 상태의 원인이다.
__4장 우리의 확신은 어디서 오는가 (171쪽)
과학이 매끄럽게 굴러가는 것은 결코 과학자들 자체가 편향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스템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거기서는 상이한 편향을 지닌 다른 과학자들이 비판과 수정을 이어 간다. 연구자 A의 편향을 연구자 B가 공유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러면 연구자 B는 의혹을 담은 눈길로 연구자 A의 결과를 살펴볼 것이다. 마찬가지로 연구자 B가 결과를 내놓으면, 연구자 A는 비판적 경향을 띨 테고, 회의적인 시선으로 그것을 검토할 것이다.
__5장 엘리트의 맹목적인 우리편 추종 (179쪽)
여러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사람들은 그다지 이념적이지 않다.35 그들은 일반적인 정치 원리에 대해 깊이 고심하지 않으며, 특정 이슈가 자신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는 경향이 있을 때만 그에 대해 모종의 입장을 취한다. 그들이 견지하는 입장들은 이슈에 따라 달라지며, 그들이 의식적으로 분명하게 표명할 수 있는 일관된 정치적 세계관에 의해 한데 묶여 있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이슈 입장들이 마치 이념처럼 보이는 방식으로 한결같이 일관성을 띠는 것은 오로지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는 사람들, 혹은 고급 언론 출처에 꾸준히 몰두하는 가방끈이 긴 사람들에게서만 볼 수 있다.
__6장 우리편 편향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245쪽)
아이러니하게도 1970년대에는 학생들을 개인적 세계관에서 과학적 세계관으로, 즉 자기중심적 관점(X로서 말하기)에서 ‘어디에서도 오지 않은 관점’으로 옮아가도록 안내하는 편이 정치적으로 진보적인progressive 것으로 간주되었다. 인간 조건에 대한 객관적 진실을 드러내는 것은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는 데 (방해가 아니라) 도움이 된다는 한층 넓은 가정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인드셋이 오늘날 대학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다.
__6장 우리편 편향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279쪽)
🖋 출판사 서평
“우리 시대를 위한 책이다.
당파성 현상을 균형감 있으면서도 빼어나게 조명한다”
스티븐 핑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편을 가르면 편향이 시작된다
우리는 탈진실 사회가 아니라 우리편 편향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고통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편’의 유불리만 점치는 우리편 중심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무분별하게 모든 뉴스를 가짜뉴스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대체로 자신의 정치적 적들에게서 나온 뉴스만을 가짜 뉴스라고 여긴다. ‘우리의 진실’ ‘우리의 뉴스’만을 믿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진실과 사실을 소중하게 여긴다. 다만 그것이 자신의 견해를 지지해 줄 때에만 그렇다.
우리편 편향은 지금껏 인지과학에서 광범위하게 연구되어 온 주제다. 저자 키스 E. 스타노비치 토론토대 응용심리학 및 인간개발학과 명예교수는 10년 넘게 ‘우리편 편향’을 연구하며 논문을 발표하며 놀라운 발견을 했다. 바로 우리편 편향이 인지 능력에 의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우리편 편향Myside Bias는 우리가 자신의 사전 견해와 태도를 우호적인 방식으로 증거를 만들고, 가설을 검증할 때 나타나는 편향이다. 여기서 문제되는 태도는 강한 확신이다. 확신은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정서적 헌신과 자아 몰두를 보여 주는 신념이다.
과학 문헌에는 그간 합의된 정의 없이 무분별하게 편향을 정의해왔지만 저자는 확증 편향과 우리편 편향, 신념편향을 구분한다.
1990년대 말, 인지 편향을 연구하던 저자는 성숙한 인지 능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즉 ‘능동적 열린 사고’에 능한 사람일수록 편향이 덜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부분의 편향 문헌에서 다뤄지는 편향들은 합리적 사고와 상관성을 띠었고 (118쪽) 저자는 20년 넘게 실험실에서 이 경향성을 거듭 관찰해 왔다. 틀 짓기 편향, 사후과잉 확신 편향, 결과 편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우리편 편향은 달랐다. 종합적으로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이들, 인지 능력이 뛰어남의 개인차가 우리편 편향과는 관계가 없었다. (111쪽) 또한 우리편 편향은 매우 다양한 판단 영역에서 드러난다. 그것은 모든 인구 집단에서 관찰할 수 있다. 다양한 나이대와 거의 모든 인구 집단을 막론하고 포착되었다. 심지어 전문적인 추론가, 소위 가방끈이 긴 사람, 그리고 고도로 지적인 사람조차 예외가 아니다. 이는 인지심리학 , 사회심리학 , 정치학 , 행동경제학 , 법학 , 인지신경과학 그리고 비공식적 추론 문헌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가 거듭 밝혀냈다.
‘그들은 같은 시위를 보았다’
당신은 누구의 편에서 세상을 보는가
저자는 두 가지 널리 알려진 연구를 소개한다. 1954년도의 고전적 연구와 2012년의 연구다. 전자의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1951년도 대학교 미식축구 경기 영상을 피험자들에게 틀어줬다. 이 피험자들은 각각 두 학교에 속한 학생 집단이었는데 그들은 자신이 속한 팀에 더 유리하게 반칙의 숫자를 세며 정량 평가를 했다. 이 고전적 연구는 사람들이 아무리 동일한 자극을 봐도, 그 상황과의 관계 (자신이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토대로 다르게 해석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후자의 연구자들은 메사추세추주에서 발생한 시위 영상 자료를 피험자들에게 보여줬다. 피험자들이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건물 앞에서 시위자와 경찰 들이 충돌한다는 사실뿐이다. 한 집단은 낙태 병원 앞 낙태 반대 시위라고 들었고, 다른 한 집단은 신병 모집 센터 앞에서의 동성애 병사들의 군 복무 금지 반대 시위라고 들었다. 이 실험 또한 애초에 피험자들이 지닌 사회적 태도 (보수주의/자유주의) 에 따라 해석이 달랐다. 자유주의적인 피험자들은 시위대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고 보수주의적 피험자들은 그 반대였다. 이 실험 또한 50년 전의 미식축구 경기 실험처럼 관람자가 어느 쪽에 서 있느냐에 따라 상황을 다르게 ‘볼’ 수 있음을 알려 준다.
그 밖에도 저자는 과학자들이 자기가 지지하는 가설과 일치하는 연구를 그렇지 않은 연구보다 더 질 좋다고 평가하는 경향성을 들 수 있는데,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다. 사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 새로운 정보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무조건적인 해악은 아닌데 다만 그 신념이 거짓에 가까울 경우,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더없이 유능한 자연과학자들이 창조론을 믿는 현상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들은 상당한 계산력을 동원하여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도 있다. 수리력, 과학적 문해력, 일반적 지식 등 지능과 밀접한 변수들이 있어도 이 우리편 편향은 약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113쪽)
확신을 피하고 원칙을 세워라
신념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편 편향은 신념, 확신과도 관련이 깊다. 그리고 교육 수준과 같은 변수는 사회 이슈들에 확신하는 경향에 대해 말해 주지 못한다. (132족) 저자는 신념과 관련하여 진화론적 인식론을 소개한다. 우리가 신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편 편향은 그 행위자가 아닌 행위자 안에 기거하는 밈의 이해에 봉사한다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와 성격심리학자들은 ‘특정 개인들은 어떻게 모종의 신념을 얻는가?’라고 묻지만 이 인과성은 개인이 신념을 결정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밈 이론은 ‘특정 밈들은 어떻게 그 자신을 위해 수많은 주인들을 모시는가?’라고 묻는다. 즉 ‘사람은 어떻게 신념을 획득했는가?’가 아니라 ‘신념은 어떻게 사람들을 획득했는가?’라는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밈 이론은 우리가 신념을 획득하는 사람의 자질보다는 신념의 복제자로서의 특성에 주목하게 해 준다. 대니얼 데닛 또한 우리가 문화적 인공물을 흡수할 때는 의식적 흡수가 아닌 무의식적 결정을 통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우리가 합리적 사고를 통해 신념을 의식적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159쪽) 조너선 하이트를 비롯한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도덕 행동 등 자신의 선언적 지식, 행동 등을 획득하는 것이 선천적 성향과 무의식적인 사회적 학습의 조합이라고 말해왔다는 흐름도 소개한다.
물론 우리의 이념적 경향성의 원천에 관해서는 여전히 알아낼 것이 많다. 저자의 결론은 어떤 사람을 자유주의자 혹은 보수주의로 만들어 주는 기질적 특성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이 점점 더 생물학적 기반을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유전 가능성이 상당한 빅5 성격 특성 중 자유주의자는 보수주의자보다 개방성이 높고, 성실성에서는 낮은 점수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물론 우리의 이념적 경향성 중에서 선천성만 다룰 수는 없다. 사회적 학습 부분도 보아야 한다. 가치관과 세계관은 어릴 적부터 발달하며 부모, 이웃, 친구, 학교 등에서 적잖은 영향을 받는 것을 의식해야 하며 이 맥락에서 우리의 이념이 오로지 의식적으로 택한 합리적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집단적 정체성이 주는 확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
저자는 우리편 편향의 주 원천인 집단 청체성, 이른바 정체성 보호 인지 개념을 소개한다. 인간의 핵심적인 사회 정체성으로서 특정 신념을 지지하는 친화 집단에 헌신할 때 생겨나는 인지적 개념이다.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정보들에는 이 신념을 약화시킬 수 있는 증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때 정확히 ‘신념 업데이트’를 하게 된다면 내 정체성을 규정하는 집단에 배척당할 수도 있다. (98쪽)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단에 친화적인 생각만을 받아들이는 것을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느낀다.
나아가 저자는 대다수 사람들이 그리 이념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일반적인 정치 원리에 대해 깊이 고심하지 않으며, 특정 이슈가 자신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는 경향이 있을 때만 모종의 입장을 취한다. 그 입장들은 이슈에 따라 달라지며, 그들이 의식적으로 분명하게 표명할 수 있는 일관된 정치적 세계관에 의해 한데 묶여 있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이슈 입장들이 마치 이념처럼 보이는 방식으로 한결같이 일관성을 띠는 것은 오로지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는 사람들, 혹은 고급 언론 출처에 꾸준히 몰두하는 가방끈이 긴 사람들에게서만 볼 수 있다. (245쪽) 하지만 갈수록 정치적 양극화와 극심한 분열 속에서 환경, 인종차별, 성차별 등의 이슈를 바라보는 해석에서 이분법적인 분화가 심해지고 있다. 우리편 편향을 추동하는 사회적 구조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상의 의사소통 패턴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고도로 복잡하고 전례 없이 복잡해졌다. 높은 수준의 우리편 편향이 드러나는 영역이 된 것이다. (242쪽) 또한 미국의 예로 보면 〈복스〉 등 일부 언론 매체들은 우리편 정보 처리의 해독제가 되지 못하고 외려 부족주의와 당파성을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225쪽) 그 밖에 다양한 이슈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워 표현을 감시하는 방법론에 천착하게 된 매체들도 급증했다. 의사소통의 공유지 영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편 편향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자신의 세계관과 일치하는 주장만 선호하는 사람들
그렇다면 이 편향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우리편 편향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내 안의 충돌하는 가치관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자신의 신념을 꾸준히 의심해야 한다. 신념이 확신으로 변하지 않도록 의식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신념이 스스로를 복제하려는 자체적 이익을 추구하는 밈플렉스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그것을 의심해 보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 뇌 속의 밈플렉스는 그에 적대적인 생각을 수용하지 않은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정치적 이슈에 대해 언쟁을 벌일 때, 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와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많은 경우 이슈가 아니라 부족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지적 분리, 관점을 바꿔 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편 편향을 피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계산 비용이 적게 드는 정보 처리를 디폴트로 삼으려고 한다. 이는 심리학과 인지과학에서 지난 50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잘 확립한 주제다. 따라서 인지적으로 부담이 되는 관점 바꾸기는 습관이 될 때까지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하지만 정체성 정치는 우리를 자동화한 집단 관점에 가두고 사전 승인된 집단 입장에 기반한 맥락과 연결 지음으로써, 그리고 분리를 통한 관점 바꾸기를 패권적 가부장제에 맞선 변절로 간주함으로써, 그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막는다. 진정한 관점 바꾸기는 스스로에게서 떨어져 나올 것을 요구하는데 이 인지적 분리를 꾸준히 의식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