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월 '월간 산' 지에 게재된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을 따라 나섰다
함안군은 금년 3월에 아라가야 유적지와 지역 명소를 연결하는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이라는 걷기 코스를 만들었는데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고대 유적지에서부터 현대인들의 삶이 느껴지는 전통시장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 도시와 자연을 이어 주는 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간 산'에 소개된 안내에는 전체 거리가 약18km라고 하였는데
성산산성에서 빠져나가는 길을 잘못 들어 무진정으로 다시 돌아오는 탓에 알바를 한 구간이 있었고
지정된 아라가야 길은, 성산산성이나 말이산 고분에서 단순하게 그냥 통과하는 코스였으나
나는 온전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성산산성은 갓길로 빙 돌았고
말이산 고분에서는 고분 옆을 빠짐없이 오르내린 결과로
무려 5km나 더 걸은 셈이 되어버렸다
10:12 함안 시외버스터미널 출발
터미널 바로 앞에 조그만 쌈지공원에서 트레킹은 시작이 된다
1구간은 전통 5일장이 열리는 가야시장과 옛 경전선 철도의 폐선부지에서 도심재생지로 거듭난
아라길을 지나는 시가지 코스다
쌈지공원
상설시장인 가야시장을 통과하면
전통 5일장이 열리는 가야시장 장터가 나오고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은
옛 경전선 철길을 걷어 낸 자리에 도심 공원과 산책길로 만든 길을 따라 왼쪽으로 간다
일부 구간에는 옛 철로를 상징적으로 보전하고 있었다
함안 찬가
봄 물빛 푸르기야 남강만 하겠는가 연둣빛 실개천이 골마다 다다르고
물같이 순한 사람들 어울더울 사는 곳
가을 산 붉기로는 여항산에 비길 건가 흰 구름 한 자락을 허리에 둘렀으니
비경이 따로 없으리 그 산에 그 물빛
10:43 공원 길이 끝나고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꺾는다
이제부터 2구간이다
2구간은 번잡한 가야읍 중심지를 벗어나 동산정까지 이어진다
함안지역 자활센터 앞의 국도 79호선 아래의 굴다리를 통과한다
이정표 뒤로 보이는 저 검암산은 2019년 2월 산악회를 따라 올랐던 산이다
굴다리를 빠져나와 함안천변 자전거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간다
저기 여항산 왼쪽으로 보이는 삿갓같이 뽀족한 저 산 이름이 무엇인지......
아마도 광려산 능선의 삿갓봉(723m)인것 같다
저 삿갓봉은 낙남정맥과 화개지맥이 갈라지는 길목의 중요한 포인트로
삿갓봉에서 화개지맥은 한치(한재고개)로 내려가서 종지부를 찍고
낙남정맥은 삿갓봉에서 한치로 내려섰다가 다시 봉화산 자락으로 올라 서북산-여항산으로 연결이 된다
함안천을 따라 가다가 검안교를 건너 동산정으로 가야 하는데
검안교는 새로 교량을 짓는 공사 중이고 옆에 임시로 가설된 저 다리를 건넌다
동산정 입구 수령 640년의 이 느티나무는 쇠지팡이에 온 몸을 의지한 채 함안천을 바라보고 있다
동산정으로 오르기 전 왼쪽편에 자리하고 있는 충순당으로 먼저 가보는데
충순당과 동산정은 지난 2019년 2월 검암산 산행 시 답사를 했던 곳이다
충순당(忠順堂)
충순당은 임진왜란 당시 평민을 주축으로 한 의병을 이끌고 직접 진두지휘하다가 전사한
이령(1541~1592)을 기리기 위해 그의 후손들이 건립하였다
충순당(忠順堂) 이령(李伶)은 인진왜란이 발발하자 평민으로서 전국 최초로 100여명의 의병을 모집하여
김해성으로 달려가 참전하였는데 이것이 임진왜란 의병의 효시라고 한다
임진년 4월 20일 김해성 전투에서 전사하였다
이제 함안천변에 세워진 동산정으로 가는데
동산정은 아라가야 길 3구간 시작지점이다
동산 이호성 신도비(神道碑)
동산정(東山亭)
조선 세종 때 병조판서를 지낸 동산 이호성(東山 李好誠)이 짓고, 그의 손자 이희조(李希祖)가 ‘동산정’이라 했다
붉은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동산정 절벽의 배롱나무
11:21 동산정에서 시작되는 3구간은
함안천을 따라 검암산 자락에 조성된 산책로를 지나 함안역까지 이어진다
이 길은 대사마을까지 지난 2009년에 조성된 함안천 생태공원 일주로이기도 하다
그물 뜰채로 물고기를 잡고 있는 노부부의 여름 망중한
순례길은 대사교를 건너야 하는데
대사교를 건너기 전, 순례길을 잠시 벗어나서 먼저 대산리 석조삼존상(대산리 석불)을 둘러 보기로 한다
마을 입구에는 이런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석탑과 해태상이 있고
이런 행적비들로 여럿 보이기에 가만이 들여다보니
애국지사들의 행적비나 공적비 들이었다
함안이 '함안 조씨'들의 씨족 세거지이겠지만
이 대사마을은 훌륭한 인물들이 많이 배출된 예사롭지 않은 마을인 것 같다
보물 제71호 함안 대산리 석조삼존상(대산리 석불)
고려시대의 불상으로 석조보살입상 2구와 불좌상 1구가 모셔져 있다
머리가 없는 불좌상을 중심으로 2구의 보살상이 서 있는데 처음부터 삼존불이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좌우 측면의 불상은 다른 불상의 협시보살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2구의 보살입상은 손모양만 다를 뿐 조각수법이 거의 비슷하다는 평가다
이제 대사교를 건너 왼쪽 하천변 자전거 도로를 따라 함안역으로 간다
직진하여 바로가면 무진정을 끼고 있는 성산산성으로 바로가게 되지만
순례길은 함안역으로 빙 돌아가도록 되어 있다
다리를 건너면서 주변 산세를 둘러보는데
오른쪽의 저 삿갓봉은 이름처럼 독특한 산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쪽은 왼쪽이 낙남정맥을 이어주는 여항산이고, 오른쪽이 6.25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서북산임은 분명하다
동산정 쪽 함안천 전경
저기 함안역이 보인다
철교 다리 밑 그늘에 텐트를 치고 놀고 있는 아이들
중학교 고학년이거나 고딩 저학년으로 보이는데 문득 저 때의 나와 내 친구들이 생각난다~
12:12 함안역 / 가야읍 도심에서 제법 먼 거리에 있다
함안역에서 시작되는 4구간은 무진정을 거쳐 성산산성 서문까지인데
이 4구간이 실절적인 순례길의 시작으로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구간이다
나무가 많은 어느 집 정원의 기린을 닮은 목공예 조각품
12:24 함안역을 떠난지 10여 분 만에 도착한 함안군 괴산리 괴항마을의 무진정
연못의 이름은 이수정(二藪亭)이고 무진정(無盡亭)은 뒷쪽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진 이수정 연못은 3개의 섬을 두어 운치를 더하고 있고
제일 큰 섬에는 영송루(迎送樓)라는 누각이 있고, 섬을 연결하는 홍예교를 놓아 경관을 조성하였다
괴산재(槐山齋)
무진(無盡) 조삼(趙參)선생을 기리는 종중의 재실이다
괴항마을은 주변에 괴목(느티나무)가 많아 마을이름이 괴항으로 되었으며
재실 이름도 괴산재이다
이제는 무진정으로 올라가 본다
무진정 앞의 배롱나무(나무백일홍)가 붉은 꽃을 오래토록 피워 운치를 더하고 있다
무진정(無盡亭)
조선 중종 때 사헌부 집의와 춘추관 편수관을 역임한 무진 조삼(無盡 趙參) 선생이 손수 지었다고 한다
정자의 편액과 기문은 당시 풍기군수 주세붕(周世鵬)이 쓰고 지었으며
지금의 건물은 1929년에 중건한 것이다
무진정을 내려와 이제는 이수정(二藪亭) 연못으로 향한다
섬을 연결하는 아름다운 돌다리 홍예교
매년 4월 초파일에 낙화놀이가 열리는 무진정 앞의 연못 이수정
낙화놀이는 일제강점기 때 중단되었다가 1985년 복원되어 매년 행사가 열리는데
참나무를 태워서 숯을 만든 후 숯가루를 한지에 말아 낙화봉을 만들어 불을 부치는 놀이다
몇 년 전부터 낙화놀이 행사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벼루고 있었는데
최근 2년 동안은 코로나19 때문에 행사를 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자료사진> ▲▼ 함안 낙화놀이
언덕 위에 보이는 무진정
무진정이 유명해진 이유는 무진정의 사료적인 가치도 있었겠지만
무진정을 끼고 있는 이수정의 정겨운 풍광과, 무엇보다도 오랜 전통의 낙화놀이 때문이 아닐까
예전 낙화놀이를 했던 흔적이 줄 위에 걸려 아직도 남아있다
첫댓글 무진정은 정말 아담하더라.
지난해, 올해 갔다왔다네. 근처 함안연꽃테마단지가 있어 꽃 찍으러 간김에 둘러보았제.
그곳 함안 추어탕 잘하는 집에 멸종위기식물인 회오라비난초가 있더라.
토종이라 하면서 주인이 특별 관리하고 있더라.
물론 추어탕도 맛나더라.
연꽃테마파크에 가 보았는데
700년 전 고려시대 연꽃인 아라홍련과, 우리나라 최고의 자생 연꽃임이 입증되었다는 법수홍련에 대한
세세한 안내는 보지를 못했다
그냥 훝어보고만 왔제
염천에 먼 곳을 가서 담아온 정경을
이렇게 무상으로 감상하니
미안한 마음 가득하다.
함안이 이토록 유서깊은 곳이었구나.
솟을 대문 돈화문을 지나면 괴산재 종중 재실이 나오고,
발길을 옮겨 조금 가면
동정문이 보이고 무진정이 나온다.
무진 조삼 선생이 공력을 들여 만든 정자와 연못이다.
고고한 선비가 염량세태 속에서 자신을 보전하는 곳으로
윤선도의 행적이 서린 보길도 세연정에 방불하다.
조선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을 창건한 주세붕의 필력을 보니
선비의 조신한 마음이 다가온다.
그리고 함안 낙화놀이의 정경을 진설해 놓으니
더욱 그 정성이 고맙기도 하다.
함안이 함안조씨의 고향이며 세거지였구나.
우리들의 친구 조재영이가 바로 이 함안에 살고 있다.
그러고보니 재영이는 고향을 지키며 여생을 낙락하며 살고있는 듯하다.
잘 보았다.
꼭 함안을 찾아 무진정을 가 보아야 겠구나.
나는 아직 보길도와 세연정을 가보지 못했는데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아직도 지워지지 못하고 남아있다
그러고보니, 70년을 살아온 우리나라 안에서도
가보지 못한 곳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네
벌써 마음이 바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