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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월왕 구천> 스틸]
구천(勾踐)은 춘추시기 월(越)나라 왕이다. 오(吳)나라와 싸움에서 실패한 그는 포로가 되어 갖은 모욕을 당했으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귀국 후 와신상담하며 월나라를 다스렸다. 그리하여 끝내 강대한 오나라를 이기고 월나라의 존엄을 회복했다. 구천의 이야기는 후세에 본보기로 전해진 반면 오만한 오나라의 왕 부차(夫差)는 역사적 교훈으로 남았다.
제1화: 오나라와 월나라의 불화
월나라는 북쪽의 오나라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구천이 월나라의 왕이 되자 마자 오나라의 왕 합려(阖庐)가 월나라를 공격했다. 오나라 군대가 드센 기세로 공격하자 월나라는 대적하지 못하고 많은 병사들이 포로가 됐다. 정면 대적이 어렵다고 판단한 구천은 다른 계략을 생각했다.
이튿날 오나라 군대가 또 다시 쳐들어 왔다. 이때 월나라 부대에서 옷차림이 남루하고 머리가 흐트러진 사람들이 손에 칼을 들고 달려나와 오나라 군사 앞에 세열로 가로 막아 서더니 칼을 자신들의 목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군사 판결을 받은 죄수들이다. 형벌을 피할 수 없으니 오늘 전장에서 목숨을 끊을 것이다!”
말이 끝나자 죄수들은 칼을 들어 자결했다. 삽시에 피가 사방에 튀며 죄수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오나라 병사들이 겁을 먹고 눈이 휘둥그래 졌다. 어떤 병사는 놀란 나머지 뒷걸음 쳤다. 오나라 군대의 진세는 삽시에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서 구천이 돌격의 명을 내렸다. 오나라 군대는 기세 드높은 월나라 군사에 밀려 순식간에 격퇴됐다. 합려는 오나라로 도주하다가 쫓아온 월나라 장군의 칼에 맞아 발가락이 잘렸으며 부하의 보호로 겨우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결국 귀국길에 버티지 못하고 사망했다.
합려가 죽은 후 아들 부차가 왕위를 계승했다. 부차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꼭 갚을 것이라 다짐했다. 그는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대신을 파견해 매일 궁궐 문앞에 서서 아버지를 죽인 월왕에 대한 원한을 계속 상기시키도록 명했다. 부차는 아버지의 3년 제를 지내고 바로 월나라를 공격할 것을 계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