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아름다운 하루를 맞이해 본다.
오랜만에 태너 엄정행 님의 '기다리는 마음'을 음미하며 글을 쓰는 지금
오래된 중학교 담장을 따라 푸르게 매달려 바람결을 타는
담쟁이처럼 마음이 물결을 탄다.
푸르렀던 시절을 보내고
메마른 갈퀴처럼 벽에 붙어있던 담쟁이가
다시 푸른 잎을 하늘거리던 어제 아침 운동길
그 담장을 따라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 한분이
세월을 향해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가신다.
담쟁이가 수없이 피고 지고 피고 지는
오래된 담장...
그 담쟁이가 그렇게 한해를 마감하고
시작하는 동안 우리의 삶은 세월속으로
하염없이 물결처럼 흘러만 간다.
또다시 푸르게 매달린 담쟁이를 보니
오뉴월의 담쟁이처럼 푸르렀던 날들의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여고 1,2 학년 겨울
단발머리 나폴거리며 친구들과 밤거리를 누빈적이 있었다.
당시 창영동 방앗간은 참새들처럼 이재에 밝은 학생들이 모여들었었다.
방앗간에서 찹쌀떡을 250원에 떠서 500원에 팔면 얼마나 짭짤한 수입이었던지...
제물포 주원고개 부평 등에서 여고생 세명의 목소리가 거리로 낭랑하게 울려 퍼진다.
"아저씨, 찹쌀떡 사세요."
하면
술취한 아저씨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가시던 시절이었다. ㅎ
가끔 좀 깐깐한 분들에 대비해
불우이웃돕기라는 명목을 앞세우기도 했다.
지금도 낭랑하게 울려퍼지던
청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주원고개 골목의 어느 집에서는
저녁 열무김치끼게 냄새가 얼마나 맛있게 나던지
혼자 들어가서 찹쌀떡과 저녁밥을 바꿔먹은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
나도 참 당돌한 면이 있던 학생었음이 분명하다.
밤하늘을 누비는 그 맛도 너무 상쾌하고 좋았지만
옷 사입기에 충분한 용돈을 벌 수 있었으니 얼마나 신이 나던지...
아마도 학생이었기에 가능한 벌이였겠지만 그래도
불우이웃 돕기라는 명분을 앞세워서 더 쉽게 팔 수 있었기에
한가닥 양심은 있는지라 버스 안내양 장갑을 사주며 양심에 호소했던
만망함을 살짝 무마시키기도 했었다.
인심이 좋아 어느 곳에서도 호응들이 좋았었다.
가끔 다방등으로 올라가서 팔면
손님들이 다방아가씨 준다고 팔아주기도 했었으니
그당시 우리네 삶은 넉넉하지 않았어도
참 인정넘치던 길을 걸어온 듯도 하다.
돌아보면 청춘의 마디마디 아름답지 않은 순간들이 없었으니
담쟁이가 피고 지고 피고 지는 동안
모습이 변해갔다 하더라도 지나온 시절에 대한 여한은 없다.
담쟁이 길을 따라 한때 청춘이었을
지팡이 짚고 가시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한번 지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
찹쌀떡 팔던 내 용돈 벌이를 지켜보시며
불우이웃 돕기라고 팔아도 되는 거냐며
웃으시던 엄마...
늘 내 삶에 응원가를 불러주시며
평생 곁에 계실 것 같던 엄마가 그렇게 가시듯
속절없이 떠나게 될 우리의 인생...
곧 담쟁이에도 고운 단풍이 들고
갈퀴진 손등처럼 메마른 줄기만 남아 벽을 감싸고 있을테지만
또다시 푸르게 피어오를 텐데
한번 떠나간 우리의 청춘은
엄정행 님 호소처럼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님과 같으니..
첫댓글 ㅎ 성격이 급해서 일단 지워질까봐 글을 먼저 올려놓고 다듬으려 하다 보면 수정하기도 전에 조횟수가 금방 올라가네요. ㅎㅎㅎ
재미있습니다. 암튼 오늘도 버킹검... 한번 지나면 다시는 오지않는 현재를 진하게 맞이하자는 뜻으로 써 봤습니다. ㅎ 삶방 가족님들 파이팅!입니다.^^*
지금은 여고생이 밤길다니면 클나죠 ㅎ
당돌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열여덟순이였네요 ㅋ
하나하나 소중한추억이 있었기에
오늘이 더 아름다운가봅니다
고운날되시길요~☆
고운마음 감사합니다. 고운아짐 님. ㅎ
요즘은 홈쇼핑 방송이 많아서 연일 연장근무인데 오늘 또 특근 나오라고 하네요. ㅎ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니 힘이 안드는걸 보면 모든 건 역시 매사 즐기는 듯 한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ㅎ
이제 출근준비 합니다. 고운아침 님 향기로 아침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듯 합니다. 고운 날 되세요.^^*
깊은 겨울밤 ,
엣띤 소년의 외침이 들립니다,
메밀묵 사려~~찹쌀~떡 ,,
겨울밤 바람타고 들려오는 목소리가 애쳐러웠습니다,
맛있는 찰떡 에 침 넘어가지만
한개도 사 먹을수 없고 침만 꿀떡 넘겼지요 ,
찹쌀떡 하고 외치던 그 소년 ~아마 지금은 재벌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을 해 봅니다,
예, 예전엔 참 많이 들렸었지요. ㅎ 저는 그런 외침은 못하겠더라구요.
길가에 서서 지나가는 아저씨들한테
"아저씨, 찹쌀떡 사세요."하면 대부분 맛있게 먹을 가족들 생각해서 사 가셨죠.ㅎ
그 당시엔 가장들이 군고구마 봉투 들고 뿌듯하게 집으로 퇴근하던 때였으니까요. ㅎ
가을이 님의 상상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행복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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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드 님.
출근시간 지하철에서 님의 댓글을 읽고 너무 아름다워서 이슬이 맺힐 뻔 했습니다.
어쩜 표현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지금도 가끔 아름다운 감정과 접할 때 이슬이 맺히지요.
다시 엄정행님 목소리 들으며 차분해진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오후 되세요.^^*
참 대단했네요
여고생이 찹쌀떡 장사를 다 하시고
계속하셨으면 지금쯤 한국을 대표하는 떡의 대가가 되셨을듯ㅎ
저는 어린 날 주말이면 유원지에 가서 공병을 주워다 찐빵과 바꿔먹었습죠
소독차뒤에 매달려 차타먹기도 했고요ㅎ
유년의 추억은 이래저래 아름답습니다
ㅎㅎ 겨울에 잠깐 씩 했던 거예요.^^
저는 학창시절을 참 즐겁게 보냈답니다.
교회 학생회에서 문학의 밤 행사를 할 때 사회도 보고 새벽송도 몇 해 돌고...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갔네요. ㅎ
베리꽃 님. 지금의 시간도 쏜살같이 가버릴 테니 더욱 즐겁게 보내야 겠습니다.ㅎ
베리꽃 님 생각하면 웃음이 나네요. ㅎㅎㅎ 남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시는 좋은 달란트를 가지셨어요. ㅎ
헹복한 밤 되세요.^^*
글 읽다 말고
냉동실로 달려가 압구정 왕찹쌀 떡 하나 꺼내 옆에 놓았습니다. ^^
꽤 당찬 여학생이셨군요.
아직도 소녀같은 감성이 넘쳐나는 순이 님 ..
지난 시간은 모두 아름다움입니다. ~
오늘도 쭉 ~~ 이어가세요.
건강에도 특히!
솔숲 방장님. 늘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아이디 만으로 늘 좋은 향기를 주시고
그 아이디 못지않은 좋은 이미지와 성품을 가지셨으니 깊은 숨을 들이쉬게 됩니다. ㅎ
행복 가득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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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하나하나에도 아름다운 문학성이 가미된 참 멋진 삶방입니다. ㅎ
늘숲 님...
아름다운 마음과 힘찬 모습이 이 밤을 환하게 밝혀 주시네요.ㅎ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아주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갖고계신 반면에 이렇게 또 당찬면도 있으셨네요~ 얼마나 좋은 추억인가요~그뒤엔 인자하신 어머니가 지켜봐주시구요~ 앞으로도 정말 적극적으로 남은 인생 멋지게 사실듯합니다~화이팅입니다~^^
유혜란 님.
마음결이 너무 고우셔서 미소가 어립니다. 전에 만들어놨던 제 아포리즘이 생각나네요.
"상대는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유없이 상대가 미워보이거든 상대를 탓할 게 아니라 흐려져 있는 내 마음을 탓해야 한다."
이렇게 상대를 곱게 봐 주시는 유혜란 님 마음...
정말 맑고 곱습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계시는 님
몸도 마음도 늘 건강하시어 그 추억 오래도록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ㅎ~
정샘 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추억을 하나하나 꺼내볼까 합니다. ㅎ
지나간 날들 귀 기울이시며 함께 감상해 주시는
정샘 님께서 함께 해 주시니 좋은네요. ㅎ 평온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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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감사합니다. 예전엔 제 남편도 아이스 께끼 팔아봤다고 하네요.ㅎ
돌아보면 참 인정넘치던 시절처럼 느껴집니다. ㅎ
잘 팔아주셨었거든요. ㅎ
그저 밤하늘이 상쾌해 뛰어다니던게 신났던 기억입니다. ㅎ
행복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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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그때 공부를 좀 열심히 했다면 지금 쯤 다른 길로 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ㅎ
공부와는 담을 쌓던 시절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여고 올라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백일장에서 금상을 탔었답니다. ㅎ
전교생이 모인 강당에서 이름이 불려질 때 정말 놀라서 얼떨결에 단상에 오르던 날이 떠오르네요. ㅎ
가방 속엔 늘 시 노트 한권 빠지지 않고 들어있던 날들입니다.
여기계신 분들 문학소녀 아니셨던 분 한분도 안계듯이... ㅎㅎㅎ
에버그린 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입이 또 귀에 걸렸네요. ㅎ 행복한 밤 되세요.^^*
햐~~다부진 학생이었네요
그리하여 지금은 털기에
아직도 현역으로 열심히 일까지 하시니
그시절 저는 노느라 바빴는데 ㅠ
ㅎㅎ 기회포착을 잘했었지요. ㅎ
돈도 벌고 놀기도 하고...
늘 순간순간 포착을 잘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
그러나 한번 찐 살이 빠지지않으니 아무리 털기를 열심히 해도 살 뺄 기회포착은 제대로 못한 것 같습니다.ㅎ
지나간 날은 이렇게 아름다우니 지금의 삶방에서의 시간들도 훗날 얼마나 아릅답게 회상될까요.ㅎ
미소가 화사하고 고우신 정아 님. 행복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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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정말 아름다운 시네요.
누구의 손을 탈까 경계심 가득 가시를 달고 살며시
피어나는 하늘바라기...시인은 견자라는 랭보의 말이 떠오릅니다. 어쩜 찔레꽃을 이렇게 절묘하게 표현하시다니요.
운동장 밤하늘 아래 앉아 좋은 시 감상하며 댓글답니다. 시골촌부 님. 평온한 밤 되세요.^^*
깊은 겨울밤 ,
엣띤 소년의 외침이 들립니다,
메밀묵 사려~~찹쌀~떡
이런 소리 듣고 싶엇지만 저는촌동네살아서 글쌔요
그레도 동심의 그시절로 가고싶군요ㅡ,ㅡㅡ
물론 지금은시내살아서 겨울에 가끔 찹살떡 하는소리 듣고살지만
아 그떄가 그랍군요ㅡㅡㅡ글 감사합니다,,,
ㅎㅎ 호돌이 님. 시골에서 사셨었군요. ㅎ 닉네임까지 호돌이 님이시니 호랑이와 곶감 얘기가 생각납니다. ㅎ
저도 지나가며 외치는 소년의 찹쌀~~떡~~ 한번도 사 먹지 못했습니다. 그저 제가 팔 때 실컷 먹었었지요. ㅎ
아마 그 당시 찹쌀~ 떡 장사들 대학생 알바가 많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ㅎ
호돌이 님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정말 당돌하고 천진 난만한 소녀, 난 그런 소녀가 좋았지만 그땐 감히 소녀들에게 말을 걸 용기가 있어야지?
'참살떡!' 하고 외치면 뒤에서 누가' 나도' 하고 외치는 자는 없었던가요? '두부 사려' 하면 다음에 따라 오던 이가'나도' 라고 하는 게으름뱅이가 있었다고 하던데, 호돌이 님이 언급하신 '메일 묵 사려' 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나 가 버리고 요즘은 들어 볼 수가 없지요? 문학 소녀의 감성 어린 글귀가 아직도 줄줄이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부러버요. 앞으로 계속 좋은 글을 올려주세요.
해피 가이 님. 아름다운 댓글 감사합니다. ㅎ 그 당시엔 그런 사람이 없던데요. ㅎ 다수를 두고 외치지 않고 길거리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단도직입적으로 ㅎ 팔았으니 누가 흉내 낼 수도 없었을 거예요. ㅎ환하게 웃으며 "아저씨! 찹쌀떡 하나만 사세요." 하면 "어, 그래? 알았어" 하셨었죠. ㅎㅎㅎ 골목에서도 찹쌀~떡 외치지 않고 집집마다 문에 대고 찹쌀떡 사세요. 하면 나오셔서 사 들고 들어가셨답니다. ㅎ 해피 가이 님. 행복한 휴일 되세요.^^*
그시절에 떡판 지고다니며 외친걸 보면 용기가 대단한데
남학생들한테 뺏기지는 않했는지 ~
나한테 걸렸으면 외상 많이 먹고 속좀 썪였을 터인데
세월이 비껴가서 다행이다. ㅎㅎ
떡판 진 것도 없고 찹쌀떡 아주 가볍습니다.
방
돈맛을 아니 다 떨어졌다고 시간이 늦은 것도 아닌데
@산골순이 와우, 어려서부터 상술이 대단하셨네요, 그길로 계속 이어 왔으면 지금쯤 대 기업 회장님이 되셨겠네요?
근데 장사하면서 공부는 언제하고?
찹살떡 일어로 모찌라고도 했지요?
지금먹어도 달짝지근 하고 맛있는 그떡 ..
그떡보다 더 맛갈스런 글, 추억, 가믐에 단비입니다
그 추억속에 감사히 취했습니다
파란반달 님. 막 운동나가려고 일어서려다 한번 봤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댓글이...
파란반달 님 아이디는 읽는 순간 마음이 맑고 깨끗해 집니다. 아마 파란반달 님께서도 분명 아이디와 닮으셨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하늘 올려다 보며 운동장 돌 것 같습니다. 돌아도 효과없는 운동인 듯 하지만... ㅎㅎㅎ
행복한 밤 되세요. 파란반달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