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구슬이 보라수정 되고 나서 처음 올리는 글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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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우리 가족은 서대문 로터리 근처에서 살았다.
그 무렵 나는 동네 친구 몇 명과 친구 동생들과 어울려
여름방학 내내 물놀이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서대문 우리 동네에서 남산 어린이회관까지 그 먼 거리를 걸어서! 그 땡볕 아래 걸어서!
어린이 회관 실내 수영장에 가서 물놀이가 즐거웠고
그보다 가까운 사직공원 파라다이스 수영장도 자주 다녔다.
어린이회관 수영장도 파라다이스 수영장도 다 입장료가 아주 저렴했다.
그리고 그 수영장 두 곳보다 더 재미났던 물놀이 장소는
우리 동네에서 버스 한 번 타면 갈 수 있는 북한산성 계곡이었다.
155번 아니면 156번 버스였던 것 같은데, 그 버스의 종점이 북한산성 계곡이었다.
아침 먹고 일찌감치 수영복을 입은 뒤에 그 위에 옷을 입고(계곡엔 탈의실이 없으므로)
양은 도시락에 밥을 담아서, 우유 또는 사이다 한 병을 사가지고 갔다.
그리고는 10시 좀 넘어 계곡에 도착해서 놀다가
점심 때가 되면 밥을 우유 또는 사이다에 말아서 먹었다!
우웩! ㅎㅎ 그런데 그 밥이 초딩 입맛에는 그렇게도 맛있었다는 사실^^
기상천외한 식사를 마치고 나면 또, 지치지도 않고 물에서 나올 줄을 모르며 놀고 또 놀았다.
오후 네 시 쯤 되면 물에서 나와 큰 수건으로 물기를 대충 닦고
수영복 위에 옷을 또 입고ㅎㅎ 집으로 오곤 했다.
사흘이 멀다하고 그렇게 계곡 물놀이를 다녔는데
사춘기 가까운 여자 아이들이 그렇게 보호자 없이 다녀도 아무 위험이 없었으니
그 시절이 참 좋은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계곡 물놀이 도중에 갑자기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순식간에 먹구름이 밀려오더니 굵은 소낙비가 사정없이 퍼붓기 시작하니
계곡물은 눈 깜짝할 새에 엄청나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집중호우였다.
갑작스런 상황에 우리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고 있노라니,
주변에 계시던 어른들이 어서 높은 데로 올라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허겁지겁 우리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계곡에 무섭게 불어나는 물을 바라보는데,
맙소사! 상류 쪽에 시선을 돌리자!
계곡물이! 마치 태풍 때 바다에 해일이 일어나듯
물이 벽처럼 일어서서 내려오는!
너무도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물론 바다의 해일처럼 그렇게 높은 벽은 아니었지만
수평으로 불어나야하는 물이 층을 만들어 일어서서 내려오다니!
나는 그때 봤던 그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좁은 계곡에 큰 비가 오면 정말 위험하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아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렇게 퍼붓던 세찬 비는 한참 후에 그치고 맑게 흐르던 계곡물은 황토색으로 바뀌었다.
오지게 쏟아졌던 집중호우에 혼이 반쯤 나간 우리들은
서둘러 귀가한 뒤 한동안은 계곡 물놀이를 자제했는데
그 뒤로 또 갔는지 어쨌는지는 기억이 희미하다.
그렇게 방학 내내 물놀이를 즐겼지만, 우리의 물놀이는 광복절이 한계였다.
그 시절 다년 간의 경험에 의하면ㅎㅎ
희한하게도 광복절 이후엔 수온이 낮아져서 계곡에서도 실외 수영장에서도 물에 들어갈 수가 없더라.
지금은 모르겠다, 지구가 더워져서 지금은 그때와 다를까?
아무튼 8월 중순 이후엔, 여름 내내 던져놨던 책가방을 꺼내어
밀린 방학숙제 하느라 고생을 실컷하며 여름을 마무리하곤 했다.
어느새 8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혹독한 더위와의 싸움도 이제 얼마 안 남았네..
한반도 전체가 물난리로 고생을 겪고 난 뒤
지난 며칠은 새벽 바람이 선선하다.
이제 입추도 지났고 처서 지나 모기 입이 삐뚤어지고나면, 그토록 기다리는 가을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나면 잠깐이다, 또 한 해가 갈 것이고..
아, 좌우지당간 어서 빨리 이 여름이 지나갔으면..
우리 님들, 남은 더위 잘 이기시고, 계곡 물놀이 가실 거면 큰 비 올 때 조심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내가 미촤분다..ㅎㅎ
이런 인연이..
서대문국민학교 문 닫고 거기가 창덕여중 됐잖아요.
저는 처음부터 덕수국민학교 나왔는데
제 동네 친구들 중에 서대문국민학교 다니던 친구들은
덕수, 미동 이렇게 두 학교로 나뉘어서 전학을 갔죠.
옥수수님은 매동으로 가셨군요.
매동, 전통있는 명문이죠.
어릴 적 동선이 이리 겹치네요.
진짜 우리 할 말 많겠다ㅎㅎ
감사 감사요. 이 인연 너무도 감사요. ^^
평안한 밤 되시어요. ^^
@미국옥수수 매동, 교동이 우리 덕수보다 훨씬 역사가 오래 되었죠.
옥수수님 운동 잘하시는구나~~
저는 체육 과목이 아킬레스건이었어요. ㅎㅎ
오늘은 초등 호구조사했고,
담엔 여중 여고 호구조사 드갑시다. ㅋㅋ
완도에 갔을 때 난생 처음으로 해일을 봤어요.
물이 고층빌딩처럼 하늘로 치솟으면서 삽시간에 쏟아져 내리더라구요. 어머, 무서워라!!!
저도 어린시절 내고향 강원도에서의 추억이 정말 자랑스럽답니다. ㅎㅎ
우왕~~ 글로만 읽어도 무셔라~~
해일이 정말 무섭죠.
영화 해운대에서 봤던 무서운 쓰나미가 떠오릅니다.
강원도 분들이 진국이예요.
경기도 교직 사회엔 팔도 출신들이 다 모여드는데
춘천교대와 강릉교대 출신 선생님들이 가장 성품이 좋으시다고 우리 남편이 그랬어요. ^^
산 좋고 물 좋은 고향에서의 추억, 부럽습니다. ^^
왜 수정구슬에서 보라구슬 로 바꾸셨는지 ᆢ 물론 다 예쁩니디ㅡ
지금 제가 서대문 근처 미동초등학교
근처에 삽니다 우리애들도 모두 미동
출신이구오ㅡ ᆢㅎ
제 친구들 중에 미동 출신이 많아서
제가 미동 교가를 다 알아요. ㅎㅎ
그 옛날 미나리골 맑은 동네에 세워진 우리 학교 우리 미동국민학교~~
이랬던 것 같아요. ㅎㅎ
미동, 충정로지요?
친구들과 충정로 미동학교 운동장에서도 많이 놀았어요.
추억이 방울 방울 맺힙니다. ^^
계곡물이 그리 무섭군요.
하마터면 클날뻔 하셨네요.
어떤 사정으로 인하여 촌놈이
갑자기 서울에서 살게 되었읍니다.
8개월정도 살았는데 그때 홍은동에서 남산까지 걸어가본 적이 있고 인왕산계곡 ...
북한산 많이도 쏘다녔지요.
김신조 오고나서 얼른다시 고향으로 내려 왔읍니다.
홍은동, 홍제동, 잘 알지요.
홍은동 4거리에서 고가도로 건너면 나오는 녹번동에서 여고 시절에 살았어요.
인왕산에는 어릴 적 아버지 손 잡고 종종 갔어요.
김신조 내려왔던 1.21사태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
서울 출신들의 댓글도 참 왁자지껄 재미있네요.ㅎ
여름철 계곡의 물은 비가 쏟아지면 순식간에 모여서 위험천만 이라고 해요.
그리고 보라수정님이 일찌기 맛본 북한산계곡의 물놀이
그 물에 첨벙 빠져 망가지는 즐거움을
중년이 지나고나서
진정한 맛을
느꼈으니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 몸입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계곡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코로나로 홍수로 막혔지요.
다년간의 경험으로는
맞아요.
동해바다도 8월10일이면 아무도 안들어간다는 것
오늘도 즐거운 화제로
수다삼매경에 빠집니다.ㅋ
각자 컴이나 폰으로 전국 곳곳, 심지어 미국까지ㅎㅎ
그렇게 서로 떨어져있어도, 이렇게 카페에 글로 교류를 하노라면
마치 한 방에 둘러앉아서 함께 수다를 떠는 느낌이니ㅎㅎ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순기능입니다.
이 카페가 아니었다면 우리 고우신 별꽃 선배님을 어디서 만날 수 있었으리요? ^^
서울서 나고 자라 자연 속에 뛰놀던 추억은 없으나
그 시절 제가 놀던 동네 구석 구석 골목 골목이 제게는 향수의 대상입니다.
이렇게 즐겁게 댓글 쓰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당. ㅎㅎ
아이고 큰일날뻔 했네요
갑자기 폭우가 쏟아기는 대기 불안정한
가운데 계곡에서 물놀이 하는 것은 위험
하지요
그래도 다행이 아무일 없었으니
천운이십니다
이렇게 글도 올릴 수 있고 지금도
건장하시니 하늘의 도움이군요
건필하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글 잘 보고 갑니다
우왕~~ 차마두 선배님 오셨당ㅎㅎ
삶방에서 주 6일 근무 하시나봐용.
그래도 주 5일 근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
삶방은 찐빵, 차마두 선배님의 글은 앙꼬라고 저는 생각합니닷! ^^
내일도 아침에 좋은 글과 그림 부탁드려요~~^^
맞습니다.
광복절만 지나면 스산했지요.
그때부터 방학숙제를...ㅋㅋㅋ
맞아요, 방학 하반기에 넘 바빴어요. ^^
저는 육영수 여사 피격 뉴스도,
중 1때 광복절 날 책상에 앉아 방학 한문 숙제를 하다가 라디오 뉴스로 들었어요.
펜에 잉크를 적셔 한 글자 한 글자 글씨를 쓰다가 너무나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참 추억이 만발하네요. ^^
그버스가 기자촌 까지 갔거든
그뒤가 북한산 물줄기 ㅎㅎ
하마터면 울 구슬 못볼뻔 ㅎ
154, 155, 156, 157, 158
이렇게 다섯 대가 서대문을 거쳐 은평구와 고양시 쪽으로 다녔어요.
그중 일부는 제일여객, 또 일부는 신성여객? 그랬던 것 같아요.
열심히 근무하던 버스 안내양들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