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진
원제 : Destry Rides Again
DVD출시제 : 라이스 어게인
1939년 미국영화
감독 : 조지 마샬
출연: 마를레네 디트리히, 제임스 스튜어트, 미샤 아우어,
창스 위닝거, 브라이언 돈레비, 알란 제킨스
워렌 하이머, 아이린 하비, 잭 카슨
'대사진'은 조지 마샬 감독에 의해서 두 번 영화화 되었는데 1939년 흑백영화로
만들어졌고, 1954년 칼라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흑백영화는 장신 배우인 제임스
스튜어트가 톰 디스트리를 연기했고, 칼라영화는 다부진 체형의 오디 머피가
연기했습니다. '대사진'이란 제목은 오디 머피 주연의 국내 개봉제인데,
39년 버전의 개봉기록은 찾을 수 없습니다. '대사진'이란 제목은 거대한 모래먼지
라는 한자 제목입니다. 희귀작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얼마전 국내에서 DVD
출시가 되어 한글자막 감상이 가능해졌고, DVD출시제는 '라이스 어게인'이라는
원제를 줄인 제목을 붙였습니다.
톰 디스트리라는 선량하고 용감한 청년이 무법자들이 판치는 마을에 와서
질서를 잡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선량하고 용감한 호인역할을 많이 연기한
제임스 스튜어트의 초기 주연작에 속하는데 그는 실제로도 용감한 남자
였습니다. 영화에서는 온갖 용감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군 입대를 피한
존 웨인과 달리 제임스 스튜어트는 2차대전에 공군으로 참전했고 그로 인하여
한창 인기가 올라가는 시점에서 5년이나 영화출연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그는 전역 이후에도 용감한 역할을 많이 연기했지만 전쟁의 진짜 참상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존 웨인처럼 마초적 허세연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서부의 어느 마을, 무법자 켄트(브라이언 돈레비)가 장악한 이 마을은 켄트 일당에
의하여 사기도박과 살인이 일삼아 발생하고 켄트는 마을의 목장과 땅을 하나씩
차지하여 통행료를 받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마을의 시장도 켄트와
한패였고, 켄트을 잡으려던 보안관은 무참히 살해당합니다. 시장은 작고 왜소한
술주정꾼 워시를 보안관으로 임명합니다. 허수아비 역할을 위해서 임명된
워시는 오히려 과거에 용맹한 보안관이었던 디스트리의 아들을 조수로 두기
위해서 불러들입니다. 아버지를 닮아 용맹할 것으로 기대했던 디스트리(제임스
스튜어트)는 워시의 기대와는 달리 선량하고 온순한 젊은이였습니다. 켄트는
디스트리가 총도 안갖고 다니는 순진한 청년인 것에 안심합니다. 실망한
워시는 예전처럼 주정뱅이로 돌아가려 하지만 디스트리는 법과 정의를 통하여
마을의 질서를 바로잡자고 설득합니다. 디스트리는 켄트의 도박사기를
확인하기 위하여 술집의 인기 쇼걸인 프렌치(마를레네 디트리히)를 찾아가고
켄트와 한패인 프렌치는 처음에 디스트리를 경계하지만 그가 켄트와 달리 매우
신사적인 남자라는 것을 알고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디스트리는 실종된
전 보안관의 행방을 마을 사람들에게 수소문하기 시작하는데......
악당이 장악한 마을을 용감하고 선량한 한 남자가 와서 바로 잡는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서부극의 한 형태인데, 이런 유형의 낭만적 서부극과 좀 다른 부분은
존 웨인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라면 폭력 대 폭력으로 더 강한 남자의 모습으로
악당을 처단할텐데 제임스 스튜어트가 연기한 디스트리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합니다. 그는 겁쟁이라고 조롱을 받으면서도 침착하고 차분한 방법으로
법에 우선하여 합리적으로 마을을 바꾸려고 합니다. 이 영화의 묘미는 과연
총도 안갖고 다니는 이 보안관 조수가 어떻게 수많은 부하를 거느린 악당
켄트 일당을 일망타진하느냐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처음에는 무척 흥미롭게 진행되지만 중반이후가 되면 영화가 좀
삐그덕거리는 느낌입니다. 특히 끝 마무리는 아주 흐지부지 하는 느낌인데
'좀 진작 저렇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국 디스트리의 방법이 틀렸다
라는 결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총을 안갖고 다니는 비폭력주의 인간이
결국 이래서는 안되겠다 라는 생각에 다시 총을 잡는 설정은 '셰인'과 매우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셰인은 타이밍이 적절했고, 디스트리는 너무
늦은 타이밍이었다고 할 수 있고, 셰인은 자신을 모욕하는 불의를 참지
않지만 디스트리는 그냥 멍청한 듯 합니다. 뭔가 뾰족한 계획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영화를 끝까지 지켜보던 관객을 저렇게 배신하는 것에 좀 황당하기도
합니다. (누구 말처럼 이럴려고 총을 안갖고 다니고 평화를 지켰는지....)
세기의 각선미로 불리는 독일 출신 여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가 장기인
무대공연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고, 켄트를 돕는 악녀였다가 디스트리의
진실함게 마음을 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너무
만화같은 퇴장에 잘 나가던 영화가 갑자기 한심해지는 느낌입니다.
대체적으로 큰 호평을 받은 작품이지만 앞의 2/3는 매우 수작이고, 뒷처리는
엉망인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나가다 대체 이게 뭐하는거냐 라고
외치고 싶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2/3쯤 진행되다 더 할 얘기가 생각안나서
허겁지겁 마무리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다소 비정하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보안관과 러시아계의 보안관 조수 등을 코믹한 캐릭터로 만들어셔
코믹한 재미도 곁들인 영화입니다. 중간에 디스트리의 숨겨진 총솜씨를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삽입되어 있는 것도 셰인과 비슷합니다. 마지막에
디스트리의 시원한 활약을 기대하고 볼 경우 정말 맥빠지는 결말이라 할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무난한 재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악당들도 여자들에게는 총을 안쏜다 라는 논리를 적용하고 있네요.
ps2 : 서부영화 치고 여성 캐릭터들이 의존적이지 않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ps3 : 서부극에 안 어울릴 듯 한 제임스 스튜어트지만 50년대 안소니 만
감독의 서부극에 꽤 여러편 출연했지요. 이런 선량한 호인같은 외모도
서부극에서 많이 활용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ps4 : 마를레네 디트리히가 보여준 '여자들의 격투'는 '목로주점'과 '꼬방동네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ps5 : 그러고 보니 헐리웃 유성영화 초기의 대배우인 게리 쿠퍼, 캐리 그랜트
제임스 스튜어트 등이 모두 마를레네 디트리히 와의 공연을 통하여
성장기를 거쳤군요. '모로코' '금발의 비너스' '대사진' 등으로.
[출처] 대사진(Destry Rides Again 39년) 무법마을에 등장한 남자|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