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장인과 장모는 사위가 '반(反)이민 정책'을 밀어붙이던 2018년,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가족 재결합을 위해 부모, 자녀, 형제 등 가족 구성원의 미국 영주를 보증하는 이른바 '가족 초청 연쇄 이민' 제도를 통해서였다. 멜라니아 여사가 부모의 이민 보증인이었음은 물론이다.
당시에도 그는 이 제도가 미국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를 잠식하고 국가안보를 저해한다면서 보증 대상을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대폭 축소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장인과 장모는 이 제도를 통해 국적을 얻었다. '위선 시비'가 일었음은 물론이다.
현재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에도 연쇄 이민을 비난했다. 그는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연쇄 이민을 이제 끝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에) 들어온 뒤 온 가족을 데려오는데, 그들은 정말 악할 수 있다.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도와야 하는데도 선거판이나 재판 도중, 심지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근처에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낳았던 멜라니아 여사가 모친상을 당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9일(현지시간) X 계정을 통해 어머니 아말리야 크나브스(78)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그는 "아말리야 크나브스는 언제나 우아함, 따뜻함, 품위를 가지고 행동하던 강한 여성이었다"며 "그녀는 남편, 딸, 손자, 사위에게 전적으로 헌신적이었고, 우리는 그녀를 한없이 그리워하며 그녀의 유산을 계속 존중하고 사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에서 어떻게 죽음을 맞았는지,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늘은 트럼프 가족 모두에게 매우 슬픈 밤이다. 멜라니아의 위대하고 아름다운 어머니 아말리야가 방금 하늘의 아름다운 곳으로 가셨다"고 전했다. 그는 앞서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새해 전야 파티에서 장모가 매우 아프며, 멜라니아는 어머니와 함께 마이애미에 있는 병원에 있다고 언급한 일이 있다.
멜라니아 여사와 부모인 빅토르와 아말리야 크나브스 부부는 중부 유럽 슬로베니아 출신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어머니는 슬로베니아 국영 아동복 공장에서 패턴 제작자로 일했고, 아버지는 운전사로 일하다 나중에 자동차·오토바이 판매원으로 전직했다.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결혼해 같은 제도를 통해 미국 국적을 얻었다. 지난 2000년 모델로서 영국 잡지 GQ의 표지를 장식한 그는 2001년 미국이 과학, 예술, 교육, 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출중한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발급하는 EB-1 비자를 받았고, 2005년 도널드 트럼프와 결혼해 이듬해 그의 막내아들 배런을 낳은 뒤 시민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