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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부
3월 25일 목요일 밤 9시 55분
$#1. 신형의 집 전경, 아침
$#2. 신형의 집, 거실
병국, 혜자, 신형, 현수 앉아있다. 병국, 현수 아버지와 전화하고 있다.
병국 그래, 그래. 아, 그러게 말이다. 뭐 같이 사는데 우린 전혀 불 편한게 없거든.
(사이) 그지. 요즘 애들 우리 때하고 다르지. 어른 떨어지고 싶어서 난리지. 니가 허
락했다니 난 할 말없 다. 이사 가는 집이, 근처니까 자주 드려다 보지 뭐. 알았다. 끊
는다. (하고 전화 끊고 혜자 보고 답답하게) 일주일에 한 번은 집에 오고 (혜자 보며)
당신도 이삼일에 한 번씩 들여다 보고.
혜자 (심란한) 그래야죠.
병국 (현수 보며) 차는 몇시에 오냐?
현수 11시오.
병국 (시계 보며) 곧 올 때 됐네.
그 때, 딩동하는 인터폰 소리 들리고, 신형, 일어나 인터폰 받는.
$#3. 신형의 집 앞
포장이삿짐 센터 짐꾼들 짐 나르고 있다. 길진, 일꾼들과 짐 나르고.
현수, 신형, 병국, 혜자 답답한 얼굴로 서 있다.
길진 (짐 다 날랐는지 장갑 벗으며 병국에게) 아버님, 저희 가보겠 습니다.
병국 (답답하게 현수 보고 길진 보며) 이사하면 이것저서 번잡스러 운게 많으니까, 오
늘 저녁은 다들 집에 와서 먹어라.
길진 네.
병국 (혜자 보며) 들어가자구.
혜자 네.
병국, 혜자 들어가고.
길진 (현수 보며) 현수야, 타.
현수 (차 조수석에 올라탄다)
길진 (신형에게) 들어가. (하고 운전석에 타고 출발한다)
신형 (굳은 얼굴로, 가는 차 보고)
$#4. 거실
신형, 문닫고 돌아서는데, 혜자 주방에서 물컵 갖고 오다가. 그런 신형 보며,
혜자 한동안 허전하겠다. 친자매처럼 지냈는데....
신형 (속상해, 못들은 척 아무 말 없이 이층으로 올라가고)
$#5. 신형의 방
이삿짐 나간 어수선한, 신형 그런 방안 보며 무표정한,
$#6. 길진의 집 전경
이삿짐 사람들, 현관에서 나와 가는.
$#7. 현수의 방 안
대충은 짐들이 정리돼있는, 책들만 한쪽에 정리되지 않은 채있는. 길진, 현수 차 마시
며 앉아있다.
길진 (둘러보며) 정리하려면 시간 좀 걸리겠다. 차 마시고 바로 정 리하자. 도와줄게.
현수 (무표정하게) 괜찮아. 오빤 차 마시고 오빠 방에 가.
길진 왜, 같이 하지.
현수 (안보고) 재호 보고 도와달랠거야. 오후에 만나기로 했어.
길진 (찻잔 내려놓고, 잠시 그대로 있다. 현수 보고) 내가 너한테 재호를 보내라고 했
던게, 신형이랑 재호만을 위해서였다고 생 각하니?
현수 ?
길진 (어렵지만, 단호하게) 너, 그런 생각 해 봤어? 어느 날 재호가 너를 보면서 그게
너를 보는게 아니라 신형이었으면 하고 바 라고 있다면... 넌 어떻겠니?
현수 (길진 보며) !
길진 넌 널 사랑하지 않는 남잘 평생 볼 자신 있어? 나는 자신없 어. 날 사랑하지 않
는 여자랑 평생? 자신 없어. 그리구 그것 보다 더 자신 없는건 나랑 살면서 끊임없이
내가, 재호였으면 재호였으면 하면서 마음 아파할 신형이를, 난 볼 자신이 없 어. (사
이) 현수야.
현수 (길진 보며, 단호하게) 오빠방에 가. 그딴 얘기하면 더 듣고싶 지 않아.
길진 너 전에 그랬지. 사랑은 이기적인 거라구. 근데 난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사랑하
는 사람한테는 이기적이면 안되는 것같 애. 난 널 조금은 알어. 넌 재호를 사랑하는게
아니야. 갖고 싶은 거지.
현수 (보면)
길진 사랑한다면 보내.
현수 (무시하고, 전화기 들어, 전화거는) 재호니, 어딧어?
길진 (그런 현수 속상하고 안타깝게 보는) ?
$#8. 재호의 방
재호, 전화 받고 있다.
재호 집이야.
현수E 오늘 몇 시에 시간 나.
재호 5시에 신촌에서 보기로 했잖아.
현수E 2시엔 어때?
재호 시장에 나가봐야돼.
현수E 안가면 안돼.
재호 (기분 별로 안좋다.) 넌 일하지 말라는 소리가 왜 그렇게 쉽 니? 넌 니 아버지가
주는 돈으로 먹고 사는데 지장 없겠지만, 난 사정이 달라. 너 볼려구 일 팽겨치구, 그
럴 수 없어.
$#9. 현수의 방 안
현수 그래. 알았어, (사이) 그럼 그때 봐. (하고, 전화 끊는)
길진 (그런 현수 보며, 맘에 안 드는, 안타깝지만, 단호한) 넌 니 무덤을 왜 그렇게
파는 거니?
현수 (보면)
길진 두 사람은 사랑해.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껴서, 니가 뭘 어쩌 겠다는 거야. 똑똑
해져. 너만 다쳐.
현수 누가 다치는건 두고 봐야지.
$#10. 진숙의 방
재호, 재영, 진숙, 인숙, 달건, 희진 밥 먹고 있다. 재영은 재호의 눈치보고 있고 재
호는 밥만 먹고 있다. 진숙, 재호가 보지 못하게 재영 에게 숟가락으로 재호에게 말
걸라는 시늉한 다.
재영 (재호에게) 오빠오늘은 일 몇 시에 나가?
재호 (밥 먹으며, 무성의하게) 밥 먹고 나가야지.
재영 (진숙 보면)
진숙 (눈치주며, 재호 못 듣게 아주 작게) 미안하다 그래. (자기뺨 손으로 치며) 전에
뺨친거.
재호 (그 소리 못 듣고 밥 먹는)
재영 (진숙 눈치보며, 재호에게 머뭇대며) 오빠, 내가...
진숙 (어서 말하라는 눈치 주고)
인숙 (밥먹다 재영과 진숙의 하는 양 보고 맘에 안든다는 표정으 로) 무슨 눈치를 그
렇게 봐?
진숙, 재영 (그 말에 놀라고)
진숙 (재호 보며) 야, 동생하구 이모하구 니 눈치 보느라 밥 한숟 갈이라도 제대로 먹
겠니? 사내하고 벤뎅이 소갈딱지 같아선, 재영이가 니 뺨 친거 미안하다잖아. 쫓아내
지 않고 한집에서 살거면 사과 받아 줘.
재호 (먹다 숟가락 놓고) 일 갈게요. (하고 나가려면)
인숙 (재호 잡아 앉히며) 어디 으른이 말하는데, 자릴 피해.
진숙 (인숙 맘에 안들게 보다) 너, 왜 그래?
인숙 (진숙 보며) 내가 뭐 틀린 말했어? 언니두 조카 새끼 교육 시키려면 제대로 시켜.
얘는 위에 사람이 없어. 우리가 저한 테 밥을 얻어먹었어, 옷을 얻어 입었어. 부모 없
다고 오냐 오 냐 했더니 이제 얘 하는 짓 좀 봐. 사람 숨을 못 쉬게 하잖 아. 숨을 못
쉬게. 맨 날 뚱해서.
진숙 뚱하긴 얘가 뚱해, 니가 뚱하지. 너두 머리가 있으면 생각 좀 해. (재호 가르키
며) 얘가 지금 속이 속이겠냐, 석구란 놈은, 사고쳐서 지 밥줄 끊어놨지. 동생이라고
있는 건, 그런 놈 좋 다고 길길이 뛰며 지 오빠 뺨치지. 너는 말끝마다 얘만 보면, 으
르렁 이지.
인숙 나만 으르렁댔어, 언니두 그랬지.
진숙 (맘에 안 들게 보면)
인숙 재호, 어려서부터 지 앞가림 지가 한다고 고생한 거 나도 알 어. 하지만, 우리도
고생했어. 지 빨래해 줘, 밥해 줘, 입학식, 졸업식이면 학교 찾아가 선생한테 집안사
정 말하면서 잘 봐 달라고 굽신거려. 중 고등학교 땐, 또 나쁜 애들하고 어울려 쌈박
질하고, 뻑 하면 파출소 불려 다녀.
진숙 그런 일 다 니가 했어. 내가 했지. 부모 없이 이 만큼 자라준 것도 감지덕지야.
재호 (더는 듣기 힘든지, 나간다)
식구들, 모두 나가는 재호 보는
재영 (그런 재호 울상돼 보는)
진숙 (인숙 보며) 너, 정말 왜 그래!?
인숙 나두 속상해, 그래, 식구나 많어. 서로서로 사이 좋으면 좀 좋 아. 내가 다 늦게
결혼을 왜했는데. 오손도손 좀 살아볼려그 런거야. 언니네 집이나, 우리집이나 아버지
를 잘못 만나 맨날 밥상머리에서 오갇다닞 깨지고, 엄마들 머릿끄뎅이 잡히고, 난 그
런 것만 보고 자라서, 밥상머리에서 진상떠는 인간이 젤 싫어.
진숙 그럼, 니들 밥 따로 먹어.
달건 처형, 그만하세요. 이 사람이 생각이 모자라서.
진숙 (무시하고, 재영보며) 니 오빠한테 가 무릎 꿇고 사과해. 그리 고 너 석구 분명
히, 안본다 그랬지.
달건 (재영 보며) 너, 결심했냐, 그거 아주 잘한거다.
재영 (달건 보며)
달건 석구, 그 놈 증말 못 쓸 놈이다. 어제두, 일하러 안나왔어. 너 한테 간다 그래놓
고, 속상하다고 술 마시고 방구석에서 퍼질 러 잠만 잤다드라.
재영 (속상한)
진숙 (재영 보며, 다짐시키듯) 들었지
$#11. 재호의 방
재호, 옷입고 있는데, 재영 문 열고 들어와 선다.
재영 오빠, 나랑 얘기 좀해.
재호 (재영 보지 않고) 오빠 시간 없어.
재영 (머뭇대고)
재호 (재영 보고) 용돈 필요해? (안보고) 낼 통장으로 넣줄게. 지 금은 가진게 없다.
재영 그게 아니라.... 오빠, 친구 있으면, 나 소개 시켜줄래?
제호 (보면) ?
재영 (못보고) 이제 오빠가 한잔대로 할게.
재호 무슨 말이야?
재영 요며칠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석구오빠 안만나는게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어.
전엔 그냥 석구 오빠가 못배우고 가난하 고 그래서 오빠가 만나지 말라그러는 줄 알았
어. 그런데, 다 시 생각해보니까 그게 다는 아니거 같더라. 석구 오빠, 게으 른거 오
빤 그게 가장 걸리지? 일하기 싫어하구, 겉멋들고, 생 활력도 없구...
재호 (외면하며) 알면서 왜 물어. 너두 사회 나와보면 알거야. 가진 거 없는 놈이 ,
게으르기까지 하면 살아 갈수 없는게 세상이 댜. 니가 고생을 남들 만큼 못했어? 할만
큼 했어. 그런데, 석 구 만나서 또 고생을 한다구? 난 싫어.
재영 나두... 자신 없어.
재호 (재영 보면) ?
재영 같이 고생하는건 그래, 참을 수 있을거 같애. 나두 열심히 살 구 석구 오빠두 열
심히 살구, 그러면 되겠지. 그런데 내 생각 만이었나봐. 석구 오빠는 날 사랑할 때마
안 할 때나 똑같애. 심심하면 일 안나가구 게으르게 구들장 지구 누워서.. 평생 그런
모습 보는거 자신 없어. 오빠 기분 좋으라구 하는 말이 아니라 나, 석구 오빠랑 헤어
질래. 오빠같은 남자루 내 신랑 감 한번 구해볼래? 진심이야.
재호 (재영 보는) ?
$#12. 거실
길진, 신 벗고 거실로 들어오는.
혜자, 그 옆에서서.
혜자 저녁 먹으러 왔는데 어떡하니, 아직 시장을 못갔다.
병국 (안방에서 나오며) 지금 갔다오면 되겠네.
길진 (어색한 웃음) 아니예요, 이제 4신데요. 저녁 천천히 준비하세 요. 저 신형이
보러 왔어요, 신형이 있죠.
병국 뭐가 안좋은지 위에서 꼼짝을 안한다. 올라가봐,
길진 네. (하고, 올라가는)
혜자 (병국 보며) 오늘 애들 불러놓고 무슨 말하려 그래요?
병국 궁금하면 이따 들어.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혜자 (어이없는) 말하는거 하구, 밉상맞어.
$#13. 신형의 이층 거실
신형 (굳은), 길진 (담담한) 앉아있다.
길진 (어렵게 말꺼내는) 많이 불편하지? 이제, 더는 아무 생각하지 마. 현수 집나간
거 차라리 잘된 일이야.
신형 (길진 보면)
길진 이제 니 맘대로해. 나한테도 현수한테도 더는 미안해 하지마. 오늘밤, 부모님 앞
에서 니 의사 분명히 밝혀. 이젠 니가 흔들 리는게 나난 현수를 더 힘들게 하는 일이
야. 그말 해 줄려고 왔다.
신형 ...
길진 내려와. 어머니 시장 가시는 거 같더라. 도와드려야지. (하고 내려가고)
신형 .... $#14. 거리
현수, 재호 기다린다. 재호의 차 현수의 앞으로 와 멈춰서면 현수, 차에 탄다,
$#15. 멈춰있는 재호의 차 안
재호 (담담하게) 어디로 갈까?
현수 (보며) 우리집, 나 집 나왔어.
재호 ?!
$#16. 현수의 집 안
현관문 열리고 재호와 현수 들어선다. 재호, 어색하게 둘러본다.
현수 (웃으며) 나 좀 도와줘. 너 일 시키려구 하나도 안치웠어. 도 와줄거지?
재호 ?
$#17. 길진의 오피스텔 계단, 밤
재호, 쓰레기 봉지 들고 내려가고 있다.
$#18. 길진의 오피스텔 앞
재호, 쓰레기 박스 들고 나와 한쪽에 놓고 힘든지, 한숨쉬고 그 위에 앉아 담배 피운
다.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현수의 방쪽 올려다 보는.
$#19. 현수의 집 안 주방
어느 정도 정돈된 분위기다. 현수, 두부 썰어 찌개에 넣는다. 그때 욕실에서 재호, 씻
은 얼굴로 나오다 뭔가 이상해 현수 보면, 환상
신형 (찌개의 간을 보고 나서 밝게 웃으며 재호 보고) 된장찌개 너 무 맛있게 됐다.
재호, 서서 가만히 보고 있다.
현실
현수 (재호 보며) 뭐 해? 앉어.
재호 (어색하게 현수 보며) 응. (하고 식탁 의자에 앉는다)
현수 (식탁에 반찬 놓으며 밝게 웃으며) 신혼집 같지? 우리 결혼 하면 너무 큰 집 얻
지 말자. 이 정도면 되겠지?
재호 (조금 고개 숙이고 현수 보지 않고) 밥 먹자.
현수 잠깐만. (하고 밥통의 밥 푸며 혼잣말하듯) 넌 내가 아무것도 못한는 줄 알았지?
근데 너무 잘 하지? (하고 밥 마저 푼다.)
재호 (고개 숙이고, 물 마시며, 가만히 생각하는)
현수 (밥 담긴 밥공기 가지고 와 자리에 앉는다.) 이건 니 밥, 이건 내 밥.(하고 재호
와 자기 앞에 밥 공기 놓는다.)
재호 (가만있다.)
현수 (밥 먹으며) 첨하는 건데, 밥이 너무 잘됐네. (하고 찬 집어 먹는다.)
재호 (가만 있다가 고개 들고 현수 보면)
환상
신형 (재호 보며) 먹어봐, 내가 한 밥이지만 너무 맛있다? (하고, 찬 집어 먹다, 재호
보고 웃는다.)
재호, 멍하니 보고 있다가 밥 먹고 다시 고개 들어 보면 현수가 보인다. 재호, 내가
왜 이러지 싶은 마음 든다. 고개 작게 젖고 밥 먹는다.
$#20. 신형의 집, 거실
병국, 길진 소파에 앉아 바둑 두고 있다. 신형, 주스 들고 주방에서 나와 병국과 길진
앞에 있는 탁자에 놔준다.
병국 (바둑 두며) 밥 멀었어?
신형 곧 돼요.
혜자 (주방에서 앞치마 차림으로 나오며) 현수는 왜 안오니? 전화 한 번 해 봐.
신형 전화기를 잘못놨나봐. 핸드폰도 꺼놨는지 안되구. 그냥 우리 끼리 먹자.
혜자 어떻게 우리 끼리만 먹냐. 니가 한 번 가 보든가.
신형 (내키지 않는) ...
길진 제가 갔다 올게요. (하고 일어난다.)
병국 (길진 보며) 넌 앉어. 두던거 마저 둬야지. 신형이 어서 갔다 와.
신형 (마지못해, 나가는)
길진 (그런 신형 눈치보며, 마지못해 자리에 앉고)
$#21. 신형의 집 대문 앞
신형, 답답한 얼굴로 대문 열고 나간다.
$#22. 현수의 집 현관 앞
재호, 나오고 현수, 뒤따라 나와 문 닫는다.
현수 차 마시구 가지. 이제 여덟시 밖에 안됐어.
재호 (현수 보지 못하고) 일이 있어. 들어가.
현수 배웅하고.
재호 아니. 내려가면 바루 차 있는데 뭐. 갈게. 설거지해야 되잖아. 들어가. (하고 간
다)
현수 (재호의 팔 잡는다.)
재호 (현수 보면)
현수 (재호 보면) 사랑한다구 말 안 해줄래?
재호 잘자. (하고 가는)
현수 (무표정하게 문 열고 들어간다)
$#23. 현수의 집 안
현수, 현관문고리 잡고 씁쓸한, 혼잣말.
현수 나쁜 자식.
$#24. 오피스텔 계단
재호, 걸어내려오다, 느낌이 이상해 멈춰서면 신형, 계단 오르고 있다. 신형, 느낌이
이상해 고개 들어보고 재호 보고. 재호, 스쳐지나 내려가려 하면, 신형, 재호 부르는.
신형 (차분한) 재호야...
재호 (돌아보면)?
신형 지금 나랑 얘기할 수 있어.
$#25. 오피스텔 앞
재호, 신형 차 앞으로 걸어나온다. 신형, 재호의 차문을 연다.
재호 (신형 보고) ?
신형 길거리에 서서 얘기할 순 없잖아, 어디든 가자. (하고, 타고)
재호 (차에 타고)
$#26. 달리는 재호의 차
신형, 담담한, 재호, 굳은 얼굴로 가는.
$#27. 일산호수 공원, 벤치
재호, 신형 (고개 조금 숙이고 있는) 마주 앉아있다.
잠시, 두사람 그대로 가만 있는.
재호 (앞만 보다, 신형 보며) 잘 지냈어요?
신형 ...
재호 묻잖아요. 잘 지냈어요.
신형 (잠시, 그대로 있다, 고개 들어 재호 보는 눈가 그렁하다, 하 지만 단호하게) 잘
지냈다고 하면 거짓말이야. 잘못 지냈다. 넌, 잘 지냈니?
재호 (보면) ?
신형 (재호 보며, 울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단호하게) 난, 잘 지낼 수가 없었어. (안보
고) 머릿속이 온통 니 생각뿐이데, 널 볼 수가 없어서.. 힘들었어.
재호 (신형 보는) ?
신형 (보며, 눈물 흐르지만, 단호한) 어제 니 메시지 듣고 생각 많 이 했다. 뭐가 무
섭냐고 물었지. 그 동안 현수, 길진이형, 아 버지, 어머니... 널 선택해서 그 사람들
과 싸우는게 무서웠어. 그런데 (마음 떨리는)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있드라. (떨리
는) 너를 보지 못 하는거. 니가 내 옆에 없는거. 내가 나를 속이는거...
재호 (눈가 그렁한, 피하지 않고) ....
신형 (눈물 흐르는, 그래도 단호한) ... 재호야, 나한테 한 번만 기 회를 줄래? 너
랑... 사랑하고 싶다.
재호 (눈물 흐르는, 담담하게 신형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는)
신형 (울며, 애서 담담하려하며) 한 번만 안아봐도 되니?
재호 (안아주면)
신형 (안고, 울면서, 맘 아프게) 사랑해, 그리고 고맙다, 기다려줘 서.
재호 (신형 안고 그대로 있다가, 떼어내며 손으로 신형의 얼굴 감 싸안으며, 따뜻하
게) 날 정말 사랑하죠?
신형 (울면서, 이 앙다물고 고개 끄덕이는)
재호 (신형의 뺨에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고, 이 앙다물고 신형 보 며) 이젠 피하지 않
을 거죠?
신형 (고개 끄덕이는) 그래.
재호 (입맞추는)
$#28. 현수의 방
현수, 전화하고 있는.
현수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게 전화 드렸죠. (사이) 전화가 잘못 놓여져 있었네요.
정리할게 너무 많아서 이제 전화드렸어요. (사이, 이상한) 네?
병국E 신형이 너 부르러 8시쯤 갔어. 거기 안 갔어?
현수 (난감한, 재호를 만났구나하는 생각드는) 안 왔는데요.
병국E 아니, 이 자식은 거기 안가고 도대체 어딜 간거야?
현수 (사이)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낼 저녁에 가서 뵐게요. (사 이) 네, 네.
현수, 전화 끊고, 화나는 눈빛.
$#29. 신형의 집 앞
재호의 차 와서 멈춰서는.
$#30. 차 안
신형, 안전밸트를 끄른다. 재호, 그런 신형을 편하게 본다.
재호 어른들한테 혼나는 거 아니예요?
신형 그러겠지. (재호 보며, 어색한 웃음)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마. 재호 다신 흔들
리면 안돼요.
신형 (재호 담담하게 보며, 미안한 웃음 짓고) 절대 안그래. 근데...
재호 ...
신형 니 욕심 다 버리구... 왜 날 사랑해?
재호 당신이 날 사랑한다고 했을 때, 내 욕심은 이미 다 채워졌어 요.
신형 (고맙다) ...
재호 잃는거 아무것도 없어요. 난 지금 당신을 얻었단 생각밖엔 안 들어요.
신형 (눈가 그렁해지는. 재호가 고맙다, 재호의 머리를 가만히 만 져준다)
재호 (머리 쓰다듬던 신형의 손을 잡아, 손을 꼭 잡아주고) 들어가 요.
신형 (애써 웃어보이는) 그래... (하고, 차에서 내린다)
$#31. 차 밖
신형, 운전석쪽으로 걸어가서 재호에게.
신형 조심해서 가.
재호 낼 봐요.
신형 (고개 끄덕이며) 그래, 낼 보자.
재호 (가는)
신형, 가는 재호 보다가
대문쪽으로 걸어가는데, 그런 신형의 모습위로 병국의 이펙트 들리는.
병국E 넌 뭐하는 자식이야!
$#32. 신형의 집 거실
병국, 혜자, 길진 거실에 앉아있고 (바둑 두고 있었던 듯 싶다) , 신형 벌서는 사람처
럼 현관 앞에 서 있다.
v 병국 (신형 보며, 무섭게) 현수네 집에도 안 갔다든데. 너 어딜 갔 다 온거야?
신형 .... 죄송해요.
병국 어딜 갔다 왔냐잖아!
신형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 좀 걸었어요. 죄송해요. 올라갈게요. (하고 , 이층으로
올라간다)
혜자 (올라가는 신형 걱정스레 보고) 쟤가 왜 저래?
길진 (답답한 마음으로 바둑판에 돌 놓으며)
병국 (작심한 둣, 혜자에게) 신형이 내려 오라 그래.
혜자 기분 안 좋은가봐요. 하긴 쟤가 기분 좋을게 뭐있어. 친동생 같은 현수 나가고
지두 속이 속이 아니지.
병국 (벌떡 일어나며) 안 내려오라 그럴거야? (하고 바지춤 올리며 화난) 이누무 자식
말야. 아주 지 멋대로야. 밥상놓고 기다리 는거 뻔히 알면서 두 시간만에 돌아와서는
입이 댓발은 나오 서 말 한마디 없이 지 방으로 들어가? (하고 신형의 방으로 가려는
데)
혜자 (일어나 잡으며) 아우, 여깃어요. 내가 데려 올게. 애한테는 생전가두 성질이라
곤 안 내드니, 이상하네.
그때, 길진 일어난다.
병국 (길진 보며) 너 왜 일어나냐?
길진 (혜자보며) 어머니, 그냥 계세요. 제가 올라가 보겠습니다.
혜자 있어, 내가 갈게.
병국 (길진 보며) 그래, 니가 올라가서 데려와.
길진 네. (하고 올라간다)
병국 (속상한)
혜자 (병국 달갑잖게 보는)
$#33. 신형의 방 안
신형, 침대에 길진 그 앞에 의자 놓고 앉아있다.
길진 (안 보고, 잠시 있다가) 그랬구나. (하고, 잠시 답답하게 앉아 있다. 신형 보고
어색한 웃음짓는)
신형 (길진 안보며, 안 쳐지게) 미안해, 형, 다른 어떤 사람한테 보 다 형 한테 미안
해.
길진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됐다. 어머님, 아버님한테 조금 더 시 간 드리자. 우리
만큼 혼란 스러우실거야. 내가 잘 말씀 드릴 게. (서글퍼진다. 잠시 있다가 신형의 어
깨 툭 치고 일어나며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찍 자라. (하고 나간다)
신형 (길진의 맘 알겠다, 눈물 안 흘리려 이 앙다물고 뭔가 다짐하 는 얼굴이다.)
$#34. 신형의 집 현관 앞
길진, 나가려 신발 신고 혜자와 병국, 길진 배웅하고 있다.
혜자 초저녁까지 멀쩡하던 얘다 웬 감기? 약국 가서 약을 사와야 되나?
길진 자면 낫겠죠. 저 가보겠습니다. 나오지 마세요. 아버님. 어머 님도 들어가시구요.
병국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답답한 얼굴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 다)
혜자 (길진에게) 그래 잘 가구.
길진 네, 주무세요. (하고 나간다)
혜자 (나가는 길진 보다 거실쪽으로 가면)
병국 (현관에서 잠시 생각하다 나가려 신신는)
혜자 (그런 병국 보고) 어디가요?
병국 이부자리나 깔어. (하고 나간다)
혜자 ?
$#35. 신형의 집 앞
길진, 대문 가느데 병국 집에서 나와 길진 부른다.
병국 길진아!
길진 (돌아본다)
병국 너 신형이랑, 심각한 일있지?
길진 아닙니다.
병국 신형이 너랑 결혼 안한대? 정말 딴 놈 있는거야? 심각한거 야?
길진 (외면하면)
병국 (작게 한숨 쉬고 길진 보며) 너 신형이랑 결혼 서두르자.
길진 (보며, 담담하게) 저 신형이 포기했습니다. 아버님.
병국 (그 말에 놀라 버버댄다) 뭐, 뭘 어떻게 해?
길진 (병국 보며 마음 아프지만 단호하게) 저, 신형이랑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저 싫
다는 여자 데리고 살 자신 없습니다. 이젠 신형이가 저한테 온다 그래도 제가 싫습니
다. 아버님도 단념 하세요.
병국 ?!
$#36. 신형의 집 거실
병국, 씩씩대며 신발 벗고 들어와 이층에 대고 소리친다.
병국 신형이 너 이리 내려와!
혜자 (잠옷차림으로 안방에서 나와) 무슨 일이예요?
병국 (그런 혜자 보고) 무슨 일은 무슨 일이야, 집안 일이지! (하고 이층쪽 보며) 너
이자식 안 내려와! 좋아. 니가 안 내려오면 내가 올라간다. 이자식. (하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혜자 (왜 그런가 싶은 얼굴로 병국 보고)
$#37. 신형의 방
신형, 잠옷 차림으로 책상 의자에 앉아 있고 병국, 씩씩대며 신형 다구치고 있다.
병국 이자식 이거 볼수록 가관이네. 내가 임마 길진이한테 너 사내 놈땜에 골치 썩는
가고 얘기 들었을 때 나 설마설마 했다. 어 리버리한 놈, 잠시 잠깐 흔들리는 거겠지
그랬는데... 이렇게 일을 내! 길진이가 왜 싫어. 니가 뭔데 길진이가 싫어! 니들 이
하루 이틀 만났어? 십년 본 남자를 말이야 하루 아침에 걷어 차?
신형 (고개 숙이고 가만 있다, 쳐지지 않게)
병국 입이 있으면 말을 해, 이자식아! 너 남자 있다구? 니 제자라 구? 학교 가서 애들
은 안 가르치고 연애질을 해? 너 현수랑 도 싸웠지? 현수가 왜 집을 나갔어! 너는 알
거 아니야, 임마!
신형 (눈물 그렁해, 속상해 병국 외면한다)
그때, 혜자, 방 문 빼꼼히 열고 들어선다
혜자 왜 이렇게 소리를 질러 이 밤에. 동네 사람들 다 깨겠네.
병국 (신형에게) 내가 너랑 현수랑 싸운 이유 안 들어도 훤해. 니 가 길진이랑 같잖은
이유로 헤어진다 만다 하니까 현수 걔 눈에도 너 언니 대접하고 싶지 않은 거야, 우기
다 이거야. 너 랑 같이 한 방 쓰기 싫다 이거야, 임마.
신형 (서운하고 맘 아프게) 제발 그만 좀 하세요.
혜자 (병국 보고) 내일 얘기해요. 재도 자구, 내일 찬찬히 얘기하자 구. 왜 쟤가 꼭
결혼을 길진이랑만 해야 되는데. 지 싫으면 못하는 거지.
병국 (혜자 보며) 뭐?
혜자 죽네 사네 좋아해서 살아두 헤어진다 만다 소리 나와요, 떨떠 름한데 어떻게 살
어. 쟨가 데리고 오는 애가 길진이보다 날 수도 있어요. 이러지 말구 내려가요. 동네
사람들 다 깬달 말 이야.
병국 (한숨 쉬고 신형 보며) 좋다, 낼 얘기하자. 너 내가 났으니까 한마디만 더 한다.
다른 건 다 몰라두 결혼은 니 맘대로 못 해. (나가고)
혜자 (나간 병국 보고, 신형 보고, 심란한 나가고)
신형 (속상한, 한숨쉬고)
$#38. 시장
일꾼, 트럭에서 비닐포장된 야채를 내려 재호의 등에 얹혀준다. 재호, 런닝바람에 땀
을 흘리면서도.
재호 좀더 실어요.
일꾼 안 힘들겠어? 이것도 많은데.
재호 (힘들지만, 기분 좋은) 두 개만 더 실어요.
일꾼 뭐 기분 좋은 일 있어, 왜 이렇게 힘이나. (하며, 물건 실어주 면)
재호 기분 좋은 일 있죠. (하고, 물건 들고 일꾼 보며) 나, 돈 많이 벌어야 하거든요.
다음에도 품팔일 있으면 부르세요. 언제든 지 올게요.
일꾼 새벽엔 경매뛰고, 밤엔 품까지 팔게. 너 그러다 쓰러져 임마.
재호 (웃으며) 끄덕없어요. 악발이 강재호몰라요. 부탁할게요. 꼭 좀 불러줘요. (하고,
짐 갖고 가고)
$#39. 시장 화장실
재호, 일꾼과 세수를 시원하게 한다
일꾼 (세수하는 재호보며) 너 근데 무슨 좋은 일 있냐, 밤새 일하 고 힘든데 뭐가 좋
아서 싱글벙글이야.
재호 (웃으며, 일꾼 보며, 농담조로) 사랑하거든요.
일꾼 ?
재호 (세수 마저 하는)
$#40. 재호의 집, 전경, 아침
전화벨 울리는
$#41. 진숙의 방
진숙, 재호, 인숙, 달건, 재영, 희진 밥 먹는데.
진숙 (밥 먹다, 수저들고, 밥씹으며 전화받는) 네.
혜자 나 혜자야.
진숙 !
$#42. 신형의 집 거실
혜자, 전화하고 있다.
혜자 내 목소리 듣기싫을텐데, 용건만 빨리 말하고 끊을게. 우리 남편이 빌려 준 돈
좀 갚어줘야겠다. 우리 딸 다음 달에 결혼 할 거 같거든?
$#43. 진숙의 방
진숙 (속상한, 들고 있던 수저 상에 내려놓는다)
재호, 달건, 희진, 재영, 인숙은 밥 먹다 모두 진숙 보는.
진숙 (속상한 참고) 내가 돈 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너 니 딸 그렇 게 가르치는거 아니
다. 나한테 빌려 준거 은행 대출 받은거데 은핸 대출 받아서까지 결혼준비? 남들이 욕
해. 니딸 하나 있 니? 오천이면 사람 인생이 좌지우지 되는 액수야. 그 큰 돈을 결혼
자금으로 써?
혜자E 돈 갚으라는데 웬 말이 그렇게 많어?
진숙 (작게 한숨쉬며) 솔직히 말하는데 나 돈 없다. 니네 집 안 식 구 목숨 왔다갔다
한다 그러면 내가 고리를 써서라두 니 돈 갚겠는데.... 그게 아닌거 같으니까, 내 돈
있으면 나중에 갚을 게. (하고 전화 끊어 버리고)
재호 (그런 진숙 걱정스레 보는)
$#44. 신형의 집, 거실
혜자, 전화기 들고 있다, 멍한, 그때, 병국 출근차림으로 나오다 그런 혜자보며,
병국 아침부터 어디다 전화야?
혜자 (비꼬듯) 당신 여자 친구한테요.
병국 뭐?
혜자 돈해 달라 그랬어요.
병국 무슨 돈?
혜자 당신이 빌려준 돈이요?
병국 그거 내가 빌려준 돈이야. 당신 왈가왈부하게 아니야.
혜자 신형이 식 올린다면서요, 그럼 돈 필요할거 아니예요.
병국 (소리지르려다 참는) 그만해. 그 돈 없어도 충분히 식 올려. 아침부터 소리치기
싫으니까 그만하자구. 신형이 내려오라 그 래.
혜자 벌써 학교갔어요. 그리고, 당신 내 말 똑똑히 들어요. 우리집 에, 신형이 결혼시
킬 돈 없어요. 진숙이한테 받아내서 시킬거 예요. 그리 알어요.
$#45. 진숙의 방
진숙 (심란하게 밥 먹는)
인숙 (진숙에게, 걱정스레 묻는) 혜자언니, 돈 해달래?
진숙 (안보고) 그래.
재호 (진숙 보며) 무슨 일이예요?
진숙 넌 알거 없어. 밥 다 먹었으면 나가.
재호 말해봐요. 무슨 일인지. 필요한게 얼마나 되요?
진숙 니가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야. 오늘 재영이 누구 소개 시켜주기로 했다면
서, 그 일이나 잘해.
달건 (재호 보며) 재영이 니 친구 소개시켜주냐?
진숙 (재호 보며) 밥 다 먹었내. 어서 나가. (재영 보며) 너두 준비 해. 수업전에 미
팅하러 간다며.
재호 (답답하게, 일어나 나가는)
재영 (수저 놓고 나가)
진숙 (다시 수저 들다, 도저히 못 먹겠느지 내려놓고, 한탄하는) 이 나이 먹도록 내가
뭘했나 모르겠네. 산다고 산다고 해도 맨날 쪼들리긴 마찬가지고,
인숙 (진숙 눈치보며) 많이 뭐라그래?
진숙 ...
인숙 신자 할머니한테 말해보지, 그 할머니 실밥 뜯고 쓰레기주어 아구지게 모은 돈
좀 있을텐데.
진숙 그 돈이 얼마나 된다구.
인숙 티끌모아 태산이라구. 꽤 될걸.
진숙 (인숙 보는) ?
$#46. 수돗가
진숙, 나와 신자방 쪽으로 가서.
진숙 언니, 방에 있어요? 없나. (하고, 문 열어 보면)
$#47. 신자의 방
비어있는
진숙 아침부터 어딜 간거야.
$#48. 석구의 방
미선, 벽 쪽 보고 앉아있고 신자, 석구 맘이 안들게 보며 앉아있다. 석구, 신자와 미
선의 눈치 보며 서둘러 바지 입는데 너무 서둘러서 바지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
신자 닌 바지에 다리 끼는 것도 힘들어? 찬찬히, 찬찬히 껴야지 들 어가지 그래 서둘
러서 그게 제대로 드(들어)가?
석구 (짜증스레) 할머니가 보구 있으니까 그렇죠. 할머니도 미선이 처럼 벽 보구계세
요. 뭐 한다구 남자가 바지 입는걸 빤히 들 여다 봐요? (혼잣말처럼 궁시렁) 쪽팔리게.
미선 (석구 쪽으로 살짝 고개 돌리고) 오빠, 다 입었어?
신자 (미선의 머리 때리며) 니는 벽이나 디다 봐. (하고 석구 보 며) 야, 이자식아.
니가 남자야? 니가 남자면 내 처녀다 이놈 아. 자식 뻘 되는 놈 옷갈아 입는거 보는게
뭐 흉이야.
석구 (듣기 싫다, 옷 입고 앉아) 여긴 왜 오셨어요?
신자 (미선 보며) 이년이 오자캐서 왔다.
미선 (뒤돌아 석구 보고 앉아, 눈치보며) 오빠, 안녕?
석구 (미선 갖잖게 보며) 왜 할머니까지 모시구 여길 왔어?
미선 (신자 눈치 보며) 엄마가 말해.
신자 (석구 보며) 니 미선이 데려 가라. 거저 줄게.
석구 (벌떡 일어나며) 아우 그런 말 할거면 나가세요.
신자 앉어.
석구 나가세요! 나두 일 나가야 된단 말예요.
신자 (벌떡 일어나 석구 어깨 잡고 눌러 앉히고 앉아 버럭) 지금 일 나가는게 문제야!
기집애 신세를 조져 놨으면 책임을 져 야지 이 자식아. 우데 가시네 신세를 조져 놓고
도망을 간다 꼬 그래.
석구 (열 받어)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나도 남자예요. 승질도 있 고 오기도 있어요.
딸내미가 철없이 날뛰면 할머니라도 타이 르셔야지 이렇게 같이 나오시면 안되죠. 저
재영이랑 결혼해 요. 재영이 아니면 누구도 싫어요.
미선 (신자 툭 치며) 엄마 내 말 잘 들어. 난 박석구 아니면 누구 도 싫어.
신자 (한숨 쉬고 석구에게) 긴 말 필요 없고 닌 재영이랑 안돼. 재 호가 가만있질 않
아. 닌 미선이랑도 원래 안될낀데 내 봐주는 기야. 알 몸뚱이로 와도 돼. 내 집에서
셋이 같이 살자.
석구 (한숨 쉬고) 저 일하러 가야되요. 그러니까 그만 가세요.
미선 (석구 보며) 내가 이 말 안 할라그랬는데. 재영이 오늘 미팅 가. 어제 오빠랑 걔
는 끝났어.
석구 ? (화나, 잠시 있다, 벌떡 일어나 나가는)
미선 오빠! (하고 석구 따라나가려면)
신자 (미선 잡아 앉힌다)
미선 (신자 보면) 왜 날 잡어, 박석구 잡아야지.
신자 (속상한 마음으로 힘들게 일어나며) 니 낼 당장 동사무소 가 라.
미선 동사무소는 왜?
신자 동사무소 가서 호적 파가지구 니 날 떠나라. 우데 할 짓이 없 어서 애미를 사람
같지도 않은 놈 앞에서 고개 숙이게 만들고 빌게 만들고. 아무리 딸자식이 좋아도 내
더는 내 양심을 몬 판다. (버럭) 호적 파가지고 나가, 이년아!
$#49. 재호의 학교, 전경
$#50. 강의실 복도
학생들 우르르 나오고 카메라 한쪽으로 돌아가면 현수 서 있는 모습 보인다. 그 때 재
호, 강의실에서 나와 현수보고. 서는.
재호 (굳은) 왔니?
현수 (재호 보며 애써 작게 웃으며) 오전 강의 다 끝났어? 밥 먹 자.
그때, 민철 말끔한 모습으로 강의실에서 뛰어 나오며,
민철 재호야, 가자.
현수 (재호와 민쳘 본다)
민철 (현수에게 눈인사하며) 조현수씨? 안녕하세요?
현수 (민철에게 어색하게 인사한다)
재호 (민철에게) 밑에 먼저 내려가 있을래? 곧 갈게.
민철 빨리 내려와라? (하고 시계 보고) 오 분밖에 안 남았어. 첫 만남부터 기다리게
할 순 없잖냐. (현수 보며) 현수씨 다음에 또 봐요. (하고 뛰어 내려간다)
현수 (재호에게) 약속 있어?
재호 (현수 보지 않고) 응.
현수 무슨 약속?
재호 동생이 오기로 했어. 민철이 소개시켜줄려구,
현수 동생? 나두 같이 보면 안돼?
재호 싫어. 너한테 할 얘기 있어. 오후에 보자.
현수 오후 어제?
재호 너 강의 몇 시에 끝나?
현수 세 시.
재호 세시에 보자. (민철이 간 쪽으로 가고)
현수 (그런 재호 보고 돌아서서 두어걸음 가다가 돌아서 재호 간 쪽 보는) ?
$#51. 재호의 학교 정문 앞
재호, 민철, 재영 만나 서로 인사하고 걸어가는 모습 보이고 카메라 한 쪽으로 돌면
석구, 화난 얼굴로 서서 그런 세 사람 보고 있는 모습 보인다. 석구, 세사람 보다가
뒤따라 간다.
$#52. 까페 안
민철, 재호, 재영 앉아 있다. 재영, 무표정하게 굳은 얼굴이다. 그때, 여종업원 주스
두잔과 커피 놓고 간다.
민철 (여종업원에게) 고맙습니다. (인사한다)
재호 (커피 마시고 내려 놓고 재영 보며) 주스 마셔.
재영 (재호 보지않고 마신다)
민철 ( 그런 재영 맘에 드는 얼굴로 보고 있다)
재호 (민철 보고 툭 친다)
민철 (조금 놀라) 왜, 왜?
재호 (작게 웃으며) 내 동생 이쁘지?
민철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재호 내 동생이 너 차면 몰라두 니가 내 동생 차는 일 생기면 그 땐 혼나.
민철 너 안가냐?
재호 가야지. (하고 일어난다. 일어나 재영 보며) 좀 웃어라.
재영 (어색하게 웃으며 재호 보고) 집에서 봐. 오빠.
재호, 작게 웃고 돌아서는데.
현수, 그 때 까페로 들어와, 재호 앞에 선다.
재호 (현수 보며) 웬일이야?
현수 (재호 보며) 동생 볼려구.
재호 (달갑지 않은 얼굴로) 내 동생 지금 바뻐. 가자.
현수 시간 많이 안 뺏을거야. (재영에게) 안녕하세요?
재영, 민철 (현수 보며) !?
현수 (웃으며) 저 조현수라고 해요. 오빠 여자친구예요. 지난번 말 씀 들으셨는지 모
르겠지만, 이모님도 한 번 뵙었어요.
재영 (일어서 인사하며, 어색한) 아, 네... 안녕하세요?
재호 가자.
민철, 재영 (재호 보며)!?
재호 (민철과 재영 보며) 하던 얘기 마저 해. 우린 간다. (하고 현 수의 팔 잡고) 나
가.
현수 (속상한 것 참고) 인사 아직 안 끝났잖아.
재호 (현수 무표정하게 보며) 나중에 해.
현수 지금 만나고 있는데 왜 나중에 해?
재호 나와. (하고, 무섭게 현수의 팔목 잡는)
현수 (보다, 팔목 빼고, 재영 보고, 웃으며) 다음에 또 봐요. (하고 나간다)
재호 (그런 현수 보고 따라나가고)
재영 (이상하다는 생각하며 자리에 앉으면)
민철 (재영 보고 웃으며 현수 나간쪽 가리키며) 돈 많은 집 외동딸 이예요. 둘이 잘
어울리죠.
재영 (문쪽 보며) ?
$#53. 까페 앞
재호, 현수 나온다. 현수, 돌아서서 재호 보며.
현수 (화나, 가라앉은) 꼭 이래야 되겠어?
재호 (만만치 않게 현수 보며) 얘기해. 할 얘기있어. 지금 하자.
현수 (차갑게) 너 어제 신형 언니 만났지.
재호 ...
현수 강의 있어. 그 얘기 다음에 듣자. (하고 간다)
재호 (그런 현수 보다 반대 방향으로 간다)
카메라 돌면 석구, 현수 간 쪽 보고 다시 재호 간 쪽 본다 다시 까페 안쪽 들 여다 본
다. 민철, 재영 얘기하는 모습 보이는. 석구 화난 얼굴로 뒤돌아 성큼성큼 걸어간다.
$#54. 신형의 교수실
신형, 재호와 전화하고 있다.
재호E 저녁에 현수 만나기로 했어요.
신형 내가 먼저 만나야 되는게 아닌가 싶어. 우리 둘이 만나서 할 얘기가 있는 거 같
애.
$#55. 학교 복도
재호, 전화하고 있는.
재호 미안해요. 내가 너무 일을 힘들게 만들었죠.
$#56. 신형의 교수실
신형 우리 이제 서로한테 미안하단 말 말자. 참, 너 강의 들어가야 지? (사이) 재호야.
재호E 네.
신형 (어색하게 웃으며) 그냥 한 번 불러보고 싶었어. 너무 힘들어 하지마. 잘 될거야.
$#57. 학교 복도
재호 (작게 웃으며) 그래요, 잘될거예요. (사이) 끊어요.
$#58. 신형의 교수실
하고 끊고, 문소리나 고개들면, 현수 서있다. 시간 경과 - 신형, 물 마시고 있다. 신
형, 현수 어색하게 앉아있다.
신형 (머뭇대며) 얘길 어디서부터 해야될지 모르겠다.
현수 (신형 보며) 어젯밤 재호 만났지, 거기서부터 얘기해.
신형 (힘들지만, 결심하고) 우리... 만나기로 했어.
현수 (화난) ?!
신형 재호, 나 서로 사랑해. 그렇다면 만나야 된다고 생각했어.
현수 (물잔 신형에게 끼얹는)
신형 (담담하게 탁자의 티슈 뽑아 얼굴 닦고 현수 본다)
현수 성질 같아선 뺨이라도 쳐주고 싶은데, 참는거야. 사랑하기로 했어. 난 상관없이?
신형 (현수보며, 맘 아프지만 단호하게) 니가 사랑할 땐 내가 상관 있었니?
현수 (화나 눈물이 터질 것 같다, 참고, 모질게) 난 적어도 거짓말 은 안 했어. 이렇
게 될 줄 알았다면 자신하지 말았어야지. 참 는다며?
신형 (눈감으며 마음 아프게) 나도 참아질 줄 알았어. (마음 아프 게 현수 보며 안타
깝지만, 단호하게) 미안해, 동생같은 너한 테.
현수 (말꼬리 자르며, 마음 아픈 얼굴로 비아냥) 동생같은 너한테? 맘에 없는 말하지
마. 난 언니 없어. 지금 내 앞에 있는 여자 가 누군지고 모르겠어.
신형 (참담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현수보는) ...
$#59. 신형의 교수실 앞
현수, 문 열고 화난 얼굴로 쾅 닫고 나온다.
$#60. 신형의 교수실
신형(흔들리지 않는), 가만히 앉아있다. 시선 창가로 트는.
$#61. 진숙의 방
진숙, 외출복 차림으로 이것저것 통장들 보고 있다. 그러다 심란하게 통장들 정리해
한 쪽 서랍에 넣고 나간다.
$#62. 신자의 방
신자, 실밥 뜯는데, 진수 문 열고 걸터앉는다.
신자 가게 안 가구 뭐한다구 이방엘 와?
진숙 (눈치 보며) 언니, 돈 있어?
신자 뭐?
진숙 돈 있냐구.
신자 (실밥 뜯으며) 내가 돈이 어딧어. 먹고 죽을라캐도 없구만.
진숙 돈이 있으면 왜 먹구 죽어, 쓰고 죽어야지. (눈치보며) 지난번 에 오 백인가 있
다며.
신자 오 백? (고개 저으며) 없어. 니 하도 코 빠져 있으니가 부러 해 본 소리지. 오
십만원도 없다. 근데 왜?
진숙 (답답한 얼굴로) 혜자가 돈 해달라네. 없다구 말은 그렇게 했 는데 찝찝해서.
신자 (걱정스럽게 진숙 보며) 은제까지 해달라는데?
진숙 딸 결혼 시킨다구 한 달안에 해 놓래.
신자 한 달 안에 으째 해? 석달안에 해준다 캐.
진숙 (신자 보며) 석 달 안엔 되구?
신자 그때 가서 또 석 달 안에 해준다카면 되지. 또 석 달 지나면 그때도 또 석 달 안
에 해준가카고, 또 석 달되면, 또다시.... 그러다 걔가 지풀에 지치면 입 닦느기지,
뭐.
진숙 그러기 싫어. 그리구 왜 빌린 돈을 안 갚어. (한숨 쉬고) 아 이, 어떻게 되겠지.
나 갈께요. (하고 문닫고 나간다)
신자 (문쪽 보며) 등신, 내 돈 오 백을 빌려 달라칼라면 먼저 이자 를 얼매 준다 그래
얘길해야지. 다짜고짜 빌려 달라카면 내 빌려 주간? 이잘 삼부만 주면 내 빌려 줄 맘
도 있는데. 그랜 안주겠지.
$#63. 시장
달건과 석구 한 쪽에 게짝을 트럭에 싣고 있다. 장고, 와 석구 툭 친다.
석구 (맘에 안 들게 장고 보면)
장고 (석구 보며) 너 일 똑바로 해. 여기가 니 놀이야? 벨 꼴리는 대로 나오고 싶음
나오고 안나오고 싶음 안나오고. 한번만 더 그렇게 해라. 내가 아무리 니가 필요해도
일 이렇게 하는건 못 봐. (하고 간다)
석구 (성질 난 표정으로 들고있던 게짝 내려치고, 화난 얼굴로 가 는 장고 보면)
달건 (석구의 어깨 툭 치며) 너두 잘한거 없어, 임마. 성질 죽여. 니가 어딜 가서 여
기서 버는 돈만큼 돈을 받겠냐. 장고가 너 한테 미안한 마음이나 있으니까 그래도 그
돈주고 너 쓰는 거야.
석구 하루 노가다 일당두 오 륙 만원은 돼.
달건 오 륙 만원은 기술자들이지. 너같은 놈 삼 만원도 못 번다. 일있을 때 일해, 그
래야 시골에도 돈 붙이잖어. 니네 부모 너 하나만 바라보고 앉았다면...
석구 형이나, 잘해! 애까지 있는 사람이 술집 기집애한테 가가지 구, 행알행알하면
서... (하고, 가려다, 한쪽을 보면)
장고, 서너명의 일행들과 한쪽에서 쑥덕거리는게 보인다.
석구 (그들을 고깝게 보면서, 궁시렁) 저 자식은 왜 저기서 쑥덕거 리고 있어. 같이
댕기는 놈들하군, 꼭 밀수꾼처럼 생겨서는.
달건 (같이 그들을 보면서) 근데, 석구야. 장고 쟤 요즘 이상하드 라. 전엔 맨날 거래
처, 거래처하드니, 요즘은 시들한지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시장에 중국게니, 어디게니
밀수 게들이 들 어와 난린데, 혹시 자식 그거 하는거 아닌지 몰라.
석구 (이상하단 느낌으로, 장고쪽 보는)
장고, 일행들과 쑥덕이며 시장 바깥 쪽으로 걸어가는.
석구 (혹시, 정말 그런가 싶은 생각드는)
$#64. 현수의 오피스텔
재호, 한쪽 의자에 조금 나감한 듯 앉아있다. 현수, 웃옷 입고 있다.
재호 뭐라구?
현수 지금 시간 없다구.
재호 세시에 까페에서 만나자더니 나오지도 않고, 굳이, 집으로까 지 오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시간이 없다니 그게 말이 돼.
현수 (무시하고) 기다려.
재호 언제까지?
현수 (건조하게) 그런 나도 모르지. 오늘 신형언니집에서 저녁먹기 로 했어. 신형 언
니 아버님이 길진 오빠랑 나랑 모두 부르셨 거든. 두사람 결혼 발표가 있을 거 같은데,
같이 갈래? 재호 ?
$#65. 신형의 집 전경, 밤
병국E 긴 말 필요없다. 짧게 말하께.
$#66. 신형의 집 거실
병국, 혜자, 길진, 신형, 현수 모두 앉아있다.
병국 (신형 보면) 너 길진이랑 결혼해. (길진 보며) 길진이는 신형 이 데려 가. 현수
는 신형이랑 화해해. (하고 혜자 보며) 그리 구 당신은 결혼 준비해. 더는 가타부타
말하지마. 이만 얘기 끝이다. (하고 일어나 안방으로 가려는데)
신형 (병국 보지 않고 앞만 보며) 아버지.
병국 (돌아서 신형 보며)
신형 (여전히 앞만 보며 단호하게 말한다) 저 길진 선배랑 결혼 못 해요.
병국 ? .... 뭐?
신형 (병국 보며) 저... 사랑하는 남자가 있어요.
병국 (기막힌) ?
길진 (고개 숙이고)
현수 (듣기 싫어, 눈감고)
혜자 (어이없는 표정으로 신형 본다)
신형 (단호한 표정으로 병국 보며 말한다) 저... 그 사람이랑 결혼 할래요.
하고 말하는 신형의 얼굴에서 엔딩.
(제 18 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