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월화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가 종영한지도 10여 일이 지났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여전히 이런저런 자리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교수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교수끼리 한담하는 자리에서 한 교수는 ‘마지막으로 멋진 연애나 한 번 하고 싶었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뜻을 접었다.’고 말했다. 김희애 같은 무서운 여자를 만나면 감당을 못할 것 같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다른 분은 ‘배종옥 같은 여자를 찾으면 될 것 아니냐’고 받았다.
드라마가 성공하면 여러 사람이 뜬다
드라마가 성공하면 여러 사람이 뜬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작가 김수현이다. 김수현이 쓴 드라마가 인기를 모은다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토록 조명을 받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그의 실력 때문이다. 그는 어느 의미에서 맥아더보다 위대하다. 그 나이에 맥아더는 조용히 사라졌지만 김수현은 건재하다. 그는 아마 사라지지 않고 죽을지 모른다. 이 드라마로 가장 각광을 받은 연기자는 역시 김희애다. 여기서도 김희애 저기서도 김희애다. 이번에 그가 맡은 역은 종전의 그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도 그는 새 역을 잘 소화해냈다. 화영을 미워해야 하는데도 도무지 미워할 수 없게 만든 것은 그의 놀라운 연기 덕분이었다.
이미지와 전혀 다른 역을 완벽하게 연기하기는 배종옥도 마찬가지다. 그는 탤런트이자 한 대학의 겸임교수이고 또 어느 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다. 학생으로서 그는 결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리포트도 잘 써내고 발표도 아주 잘 한단다. 드라마에서도 당차고 똑 소리 나는 역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시아버지 말마따나 칠뜨기 노릇을 천연덕스럽게 해냈다. 순수하다 못해 바보 같기까지 한 그를 많은 사람이 안쓰러워했다. 그가 그의 이미지를 재구성한 것은 그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걸 의미한다. 누구누구 해도 이 드라마를 통해 벼락출세를 한 것은 김은수 역을 맡은 하유미다. 언젠가 화면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한 이 탤런트는 기회를 잡자 단 한 방에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와 같은 언니를 두고 싶다는 건 최소한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젊은 주부의 꿈이다. 무명에서 스타로 우뚝 선 그를 바라보며 많은 사람이 인생의 대 반전을 다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일을 한 건지도 모른다.
소리나지 않게 공동체를 받쳐주는 존재를 주목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지수(배종옥)의 시어머니로 나오는 서우림이다. 그는 이 드라마의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홍 회장 가정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은 것이 황 여사였다면 "내 남자의 여자"의 격을 받쳐준 것은 황 여사 역을 한 노배우 서우림이었다. 그에게는 ‘실살스럽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못마땅한 일, 짜증나는 일, 화가 나는 일을 눈빛, 입 모양, 목소리 등을 아주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히 묘사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결코 터트리지 않는, 극도로 절제된 그의 연기가 없었다면 이 드라마는 그저 그렇고 그런 것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서우림은 SBS의 “내 남자의 여자” 홈페이지에 사진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 외 출연진’을 클릭 해야 겨우 그를 확인할 수 있지만 거기서 제공하는 정보는 아주 기초적인 것뿐이다. 이건 지나친 푸대접이다. 하기야 그런 대접을 받는 게 어디 서우림 뿐인가. 소리 나지 않게 한 가정을, 한 기업을 떠받치고 있는데도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은 뜻밖에도 매우 많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서 서우림 같은 존재를 찾아내야 한다. "내 남자의 여자"는 그 때 비로소 우리 삶에서 거듭날 것이다. |
첫댓글 서우림 여사 단아하고 아름다우시죠.. 요즘도 활동하시나 보군요. 저도 조연들만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드러나지않게 주연을 빛내는 연기자들이죠.. 김응석,최용준,김순철..
구명홈피에서 젤로 잘 생긴 분은 역쉬 김명호 교수님이라 할 것입니다. 교수님이 아녔으면 영화배우가 되었을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