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과
2학년
김 정 길
26일 오후 6시에 동성아트홀을 찾아갔다. 같은 수업을 듣는 아가씨 2명과 함께 갔다. 동성아트홀에 영화를 보러 온지 이번이 2번째였는데, 전에 처음 방문해서 봤던 영화는 ‘더 퀸’이었다.
더 퀸은 스케일도 작지 않고, 독립영화가 아니었다. 같은 수업을 듣는 혜영이 누나는 평소 독립영화를 좋아하고, 보통 즐겨보는 헐리웃 영화도 잘 보는 사람이라서 동성아트홀에서 멀티 플랙스 영화관까지 다 섭렵해서 잘 다니는데, 난 이번 영상예술의 이해 수업을 계기로 동성아트홀을 찾게 되었으니 나의 취미관도 조금은 넓어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오후 6시에 보게 된 영화들은 섹션 7의 영화였다.
○ 섹션7 - 70분 / 가족 : 함께보는 영화 (전체)
<소행성 325호> 남규비 | 2006 | Animation | DV | Color | 8min 30sec
<대화> 김지현, 권만진, 송지은 | 2006 | Animation | Beta | Color | 5min
<Little Boy> 김경수 | 2006 | Experimental | DV | B&W, Color | 7min 25sec
<착한 아이> 강혜연 | 2006 | Fiction | 35mm | Color | 21min
<도둑소년> 민용근 | 2006 | Fiction | 35mm | Color | 26min 10sec
처음 보았던 <소행성 325호>는 애니메이션과를 재학 중인 나에게는 소중한 자료가 되어 내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한번 웃어넘겨버린 짤막한 동화였다. <대화>도 내가 1학년 때 친구가 재미있게 봤다면서 나에게 보여준 애니메이션이었다. 나머지의 영화들도 재미있었지만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는 <도둑소년>이다.
도둑소년에는 서스펜스의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서 보는 내내 영화의 줄을 놓지 않게 만들어 줘서 좋았다. 소년의 집에 있는 문이 잘 닫히지 않는 방에 있던 (아마도 엄마의 시체?)무엇인가가 내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있었다.
보고나서 궁금증이 생기는 것도 기분이 좋다. 아이의 눈에 있는 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첼로를 메고 힘들게 등하교를 하는 여자아이와의 관계는 무엇인지 혹시 우리나라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배다른 형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그저 소년이 그 여학생을 좋아 하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또는 그 여자아이와 닮은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인지...
모든 수수께끼가 확 풀려버리는 영화도 좋기는 하지만 이 <도둑소년>처럼 적당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영화가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향하는 애니메이션의 세계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와 약간의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졸업 작품을 제작할 쯤에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과제로써 즐겁게 동성아트홀에서 영화를 감상하게 되어 기뻤다. 이런 과제는 열 번도 지겹지 않을 듯하다. 다른 과제에는 치명적일 수 있겠지만... 기분 좋게 영화를 감상한 날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