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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부처님은 다시 간다 촌에 이르러, 성밖의 북쪽 숲 가운데로 들어가시어, 한 나무 그늘 밑에 쉬시었다. 그때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계율을 지키고 선정을 닦고 지혜를 구하여 해탈을 얻으라. 계율을 지키는 사람은 악을 따르지 않고, 선정을 닦는 사람은 마음이 흩어지지 않으며, 지혜를 구하는 사람은 욕심을 여의어 자유자재한 선행이 생긴다. 그래서 덕이 높고 명예가 크고 마침내 깨끗한 도에 들어갈 것이다. 나도 오래 이것을 듣지 못하였기 때문에, 깨침을 얻지 못한 적이 있었다. 너희들은 정진하여 이것을 닦아라.”
부처님은 다시 일어나 암바라 촌으로 들어가시어 숲 가운데 앉아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계와 정과 혜를 닦는 자는 생사의 바다를 건너갈 수가 있을 것이다. 이미 계가 있으면 정이 생기고, 정이 생기면 혜가 밝아지는 것이다. 비유하면, 포목과 같은 헝겊의 천이 흰 색으로 있어서 깨끗하기만 하면, 온갖 색깔의 물감으로 물을 들일 때, 아름답게 물색이 나타나는 것과 같아서, 이 계.정.혜의 세 가지만 있으면 도를 얻기가 쉬운 것이다. 너희들은 힘써서 이 세 가지를 닦아라.
또 비유하면, 시냇가의 물이 맑으면 물 밑에 있는 모래 빛깔이 다 보이는 것과 같아서, 도를 얻은 자는 마음이 깨끗하여 밝게 일체의 법을 관찰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를 구하는 자는 반드시 그 마음을 맑히지 않으면 아니 되는 것이다. 마음만 깨끗이 하면 도는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다.”
부처님은 암바라 촌에서 염부 촌으로 옮겨, 그 부근의 마을과 마을을 돌아다니셨다. 거기서 설하신 법문은 대개 다음과 같았다.
“마음에는 세 가지 때가 있다. 탐하고 구하는 욕심과, 성을 내고 화를 내는 진심과, 그리고 미련하고 어리석은 마음이다. 너희들은 이것에 의하여 슬픔과 근심의 근본을 끊어야 한다.”
6 부처님은 아난을 불러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다 의복과 바리를 간직하여 행장을 차려라. 나는 지금부터 부가 시로 가고자 한다.”
하시고, 길 떠나기를 재촉하셨다. 아난과 비구들도 일제히 부처님의 앞뒤를 호위하고, 부가 시로 들어가, 성밖 북쪽에 있는 시샤바 나무 숲속에 앉아 쉬고 계셨다. 아난은 나무 밑에 앉아서 고요히 대지가동요한 인연을 생각하고 있었다. 잠깐 동안 있다가 다시 일어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대지가 흔들린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아난아, 천지가 개벽하여 대지가 이루어진 것을 보면, 땅은 물 위에 얹혀 있고, 물은 바람 위에 얹혀 있다. 그러므로 바람이 움직이면 물이 움직이고 물이 움직이면 대지가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이 땅이 움직이는 하나의 원인이다. 다음에는 대도를 성취하는 자의 감응이 나타나려고 대지가 움직이는 일이 있다. 이것이 둘째의 원인이다. 또는 여래가 그 신력을 가지고 대지를 움직이게 하는 일이 있다. 이것이 셋째의 원인이다. 아난아, 여래의 위신력은 다만 대지만 움직이게 할 뿐 아니라, 하늘도 움직이게 하는 일이 있다. 이것이 곧고 바른 마음의 힘인 것이다. 아난아, 나는 영겁의 옛날로부터 공덕을 쌓아 거듭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신묘자연의 법화를 얻은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에 감화를 미치게 한다. 생각하니, 나는 옛적에 자비로써 널리 모든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풍속을 좇고 그 나라의 말을 사용하고 사문을 찾고 학자를 찾고 임금을 찾고 백성을 찾아서, 몇 번이나 왕래하면서 가르쳐 주었다. 그리하여, 그들을 편안하게 하고 위로하며, 그들의 뜻을 굳게 세워 주고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누구인가를 알지 못하였다. 이리하여, 또 천상에도 올라가, 모든 천신들을 향하여 청정한 것을 좋아하는 자에게는 청정을 설해 주고, 도를 알고 있는 자에게는 힘써 그 교화를 펴게 하여, 여러 가지로 인도해 주고 또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저들은 또한 내가 누구인가를 알지 못하였다. 아난아, 나의 힘은 넓고 커서 되지 않는 일이 없다. 또 나는 보지 못한 곳이 없다. 그러나 나는 그 가운데서 오직 열반만을 가장 잘 알고 또 즐겨하고 있다.
7 너희들도 마땅히 이 도를 연구하고, 또 힘써 다른 사람에게 일러 주라. 여래가 세상에 나온 것은 우담바라 꽃이 핀 것과 같아서 매우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한 번 들었거든 이것을 두호하고 나타나게 할 것이요, 감추고 숨겨 두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난 뒤에, 만일 어떤 사람이 나는 친히 여래에게서 듣고, 또는 여러 장로에게서 듣고, 혹은 한 사람의 장로에게서 이와 같은 법을 들었다고 말하는 자가 있더라도, 너희들은 그것을 들은 뒤에는 경에 의지하고 율에 의지하고 법에 의지하여, 그것이 거짓인지 참인지를 생각하여, 그의 본과 말을 연구하여야 한다. 만일 그의 설한 것이 경에도 의지하지 아니하고 율에도 의지하지 아니하고 또는 법에도 의지한 것이 아니면, 그것은 악마의 설인 것이다. 너희들은 똑바로 여래의 가르친 말로써 이것을 밝히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경을 듣게 하고 율을 받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가 만일 경과 율을 따르지 않거든, 너희들은 이것을 쫒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악독한 풀을 뽑아 버리지 않으면 좋은 싹이 상처를 입는 까닭이다.
만일 세상에 여래의 교법에 밝은 자가 있거든, 늙은 장로이거나 젊은 신학이거나를 물론하고, 찾아가서 묻고 배우는 것이 좋다. 청신사와 청신녀도 찾아가서 의식과 좌구와 와구와 탕약 등을 이 사람에게 공양하는 것이 좋다. 너희들은 도를 다같이 배우는 자이다. 어찌 화합하지 않을 것이냐? 악도에 떨어지는 것은 다 화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서로 말하기를 ‘나는 도를 많이 알고 있지마는 너는 도를 넉넉히 알지 못한다’ 고 말하여서는 안 된다. 아는 것이 많거나 적거나, 스스로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러한 가치도 없는 것이다. 누가 말을 하든지 말한 것이 교법에 맞는 것이면, 쓰는 것이 좋고, 맞지 않는 것이면 버리는 것이 좋다.
비구들이여, 오직 법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진실로 존승한 것이다. 만일 법을 잃어버리면 마음이 산란하게 될 것이다. 밤중에 실내의 물건을 찾듯이, 또는 칼을 잡자면 그 자루를 먼저 잡듯이 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아니 하면, 도리어 그 손바닥과 손가락을 다치게 될 것이다.“
부처님은 이곳에 계시면서 또 사제 법문을 설하셨으므로 많은 비구들은 깨달음을 얻었다.
8 부처님은 다시 부가 시에서 구파 촌으로 들어가셨다. 이 마을에는 불파육제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부처님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많은 바라문과 부호들을 데리고 와서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무슨 일로써 이 마을에 오셨습니까?“
”나는 꼭 석 달 뒤에는 열반에 들 것이다. 그래서 비사리를 나와 여러 도시를 찾아보고 길의 순서대로 이곳에 온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그들은 놀라서 슬퍼하고, 땅바닥에 쓰러져 가슴을 치며 부르짖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마음에 아파할 것이 없는 것이다. 유위법의 성상은 이러한 것이다. 너희들은 걱정을 버리고 내가 너희들에게 최후로 말하는 것을 들어라. 너희들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항상 착한 도로써 처자를 인도하며, 아래로 부리는 사환이나 종과 같은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있는가, 없는가를 살펴보며, 착한 사람은 친하고 악한 사람은 멀리 여의라. 그리하면 너희들은 이 세상에 있어서는 사람들에게 공경을 받고, 뒷세상에는 항상 빛나고 밝고 좋은 곳에 날 것이다.“
9 불파육제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우리들은 이제부터 부처님의 교법을 순종하고 서로서로 인도하겠나이다.“
하고 일제히 나아가 귀의하는 정성을 표하고 오계를 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부처님께 청했다.
”부처님이시여, 원하건대 제자들과 함께 내일 아침에 오셔서 공양이라도 받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부처님은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 이튿날 아침에 공양을 올리는 식당에 한 비구가 있었다. 그는 위의를 잘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는 기색이 있었다. 부처님은 이것을 살피시고 말씀하셨다.
”여래의 정법은 깊고 넓기가 바다와 같은 것이다. 바다 안에는 무수한 크고 작은 생물이 살고 있는 것과 같이, 여래의 법 바다도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여기에는 이미 도를 얻은 자도 있지마는, 아직 얻지 못한 자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이것 때문에 걸리는 마음을 내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예의작법을 알든지 모르든지, 그것은 본인에 맡기거나 여래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은 마침내 복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마치 그것은 여러 군데의 냇물과 강물이 다 바다로 들어가는 거와 같은 것이다.“
부처님은 계속하여 사람들을 위하여 많이 설법하셨으므로, 사람들은 다 도를 얻게 되었다.
부처님은 다시 이곳을 떠나 파바를 향하여 가셨다. 사람들은 울면서 절하고 전송했다. 그러나 부처님이 떠나신 후에도 그들은 헤어져 갈 줄을 모르고 웅성대고 있었다.
10 부처님은 파바성에 이르러 성밖에 있는 숲 동산에 머물러 계셨다. 때는 이 월 십사 일이다. 이 동산은 성중의 철공을 경영하는 집의 아들로서, 일찍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은 순다의 소유였다. 참으로 한적한 곳이었다.
성 중 사람들은 인산인해로 쏟아져 나와 부처님께 절하고, 전후좌우에 둘러싸고 있었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지혜 있는 자로서 집에 있을 때에는, 생업에 종사하여 부지런히 벌고, 검박하고 절제하는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는 부모 봉양과 처자 부양에 쓰고, 둘째는 손님 접대와 부리는 종과 같은 사환 급식에 쓰고, 셋째는 친척 보조와 친구 접대에 쓰고, 넷째는 나라에 세금을 잘 바치고 사문의 공양에 써서 기쁨을 얻는 것이 좋다. 이렇게 몸을 보존하고 집을 편안하게 하면, 현세에는 힘과 빛과 부와 이름을 얻고, 죽어서는 복을 얻어 천상과 같은 좋은 곳에 날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이 설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헤어졌다. 순다도 부처님이 여러 제자들과 같이 자기 동산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옷을 갈아입고 부처님이 계신 자리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절하고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에 왕림하셨나이까?”
“순다야, 나는 오래지 않아서 열반에 들 것이다. 그래서 최후에 너를 만나 보러 온 것이다.”
순다는 놀라고 슬퍼하여, 땅에 쓰러져서 부르짖었다.
“부처님이시여, 이제는 모든 중생을 사랑하시지 않나이까? 어찌하여 열반에 드시려 하나이까? 원하건대 일 겁이나 반 겁 동안만이라도 이 땅에 머물러 주소서. 세상의 눈이신 부처님이 돌아가시면, 우리들은 마침내 생사의 미혹에서 뛰어날 길이 없겠나이다.”
“순다야. 슬퍼하지 말라. 일체의 법은 다 변천하는 것이다. 만나는 자는 반드시 이별하는 것이다.”
“부처님이시여, 저도 그것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제 가장 높으신 어른이 돌아가신다는데 어찌 슬픔과 괴로움이 없겠습니까.
부처님이시여, 이 세상에는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어렵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순종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겨자씨에 바늘을 던져 맞히는 것과 같고, 눈먼 거북이 큰 바다 가운데서 바다 위에 떠돌아다니는 나무토막을 만나서 그것을 타고 세상 구경을 하는 거와 같나이다. 원하건대, 부처님이시여,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어 열반에 들지 말아 주심이 어떻겠습니까?”
“너는 이제 그런 말을 해서는 아니 된다. 삼계는 다 무상한 것이다. 항상 근심이 있는 것이요, 이 몸은 고통의 덩어리다. 나는 이것을 여의고 진실을 증득하여 이미 모든 고통을 벗어났다. 그러므로 내게는 늙음도 없고 병도 없으며, 죽음도 없고 수명이 다함도 없다. 순다야, 나는 너와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까닭으로 열반에 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여래의 법이 이와 같은 까닭이다.
순다야, 파라사의 새는 봄이 되면, 다 아뇩달지 못으로 모여들 듯이 모든 여래도 모두 열반에 이르는 것이다.”
순다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해, 자리에서 일어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내일 아침에는 저의 집으로 오셔서 저의 공양을 받아 주소서.”
하고, 공양 받으시기를 청하였다. 부처님은 잠자코 허락하셨다. 순다는 기뻐하며 곧 일어나 사례하고, 동산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서 밤이 새도록 성심과 성의를 다하여 공양 올릴 음식을 장만하기에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