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날씨 탓인지 통증에 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대부분 오십견과 관절통증, 요통에 관한 문의다. 계절 때문인 탓도 있지만 통증을 느낀다면 잠재되어 있던 요소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견딜만 했던 통증이 찬 기운과 습한 기운을 만나니 유난히 심해진다.
한방에서 오십견을 견비통(肩臂痛)이라고 부른다. 어깨와 팔꿈치 부위에 생기는 통증이라는 뜻이다. 요즘은 오십견이라고 부르지만 과거에는 40~50세에 생기는 통증이라 해서 사십견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왜 사십이니 오십이니 하는 나이에 찾아와서 병명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일까?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여자는 7살 단위로 남자는 8살 단위로 신체적 기운의 배치가 달라진다. 그에 따라서 2차 성장이 일어나 성숙과 노쇠를 경험하게 된다. 때문에 여자는 42세가 되면 상부의 양경맥(陽經脈)으로 흘러다니는 기혈(氣血)이 쇠약해진다. 이 양경맥들은 얼굴로 이어져서 여자는 42세 쯤부터 얼굴이 초췌해지고 백발이 나기 시작한다.
반면 남자는 48세가 되면 상부의 양기(陽氣)가 소진되면서 얼굴이 초췌해지고 수염과 머리칼이 하얗게 세기 시작한다. 때문에 40~50대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상부의 기혈운행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몸 위쪽의 기운이 뭉치고 그 기운이 어깨에 자리 잡고 통증을 유발한다.
그런데 왜 하필 어깨일까? 팔다리 즉 사지(四肢)는 양기(陽氣)가 통하는 곳이다. 이 양기가 통해야 팔다리를 마음대로 쓰면서 살 수 있다. 그런데 팔은 다리에 비해서 더 양적(陽的)이다. 때문에 팔의 양기가 드러나는 문에 해당하는 곳이 어깨다.
견(肩)이라 이름을 붙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몸(肉=月)의 양기가 드나드는 문(戶)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어깨는 양기가 넘치는 팔과 오장육부가 담겨 있는 몸을 연결시켜주는 지도리에 해당한다. 이 지도리를 움직여주는 양기가 소진되면서 녹이 슬어버리는 것이다.
40~50대에는 누구나 이런 신체적 조성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오십견을 앓는 것은 아니다. 오십견을 유발하는 보편적인 원인은 기혈의 쇠약에 있다. 하지만 이것을 부추기는 원인은 따로 있다. 오십견이 생기는 주원인은 주독(酒毒)과 담음(痰飮)이다. 특히 남자는 음주로 인한 오십견이 많고 여자는 담음에 의해서 오십견이 생긴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사람은 흔히 목덜미가 붓고 팔이 아프다. 그것은 열(熱)이 상초(上焦)에 있으면서 깨끗하게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술을 오랫동안 마시면 담연(痰涎)이 생기고 음기(飮氣)가 모여서 목덜미와 팔다리로 돌아다니므로 붓지 않으면 아프게 되는 것이다. -동의보감 838쪽..-
술은 양기이자 화기(火氣)에 해당한다. 더구나 흔히 먹는 곡물 즉 식(食)이 음에 해당한다면 마시는 것들 즉 음료(飮)는 양이다. 그러니까 술은 그 자체로 양의 기운을 마시는 것이다. 힘든 일을 할 때 술을 한 사발 마시면 힘든 줄 모르고 일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렇게 마신 술의 양기가 힘을 쓰는 과정에서 완전히 소진되지 않으면 몸에 남아서 열(熱)을 발생시키게 된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들의 코가 빨갛거나 얼굴과 목 부위가 불그스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열은 따듯한 기운이다. 때문에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다. 이것이 얼굴이나 어깨로 올라가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이 열로 인해서 몸의 담음(痰飮)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담음은 몸의 기혈순환을 막아서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병인이다. 이 담음이 경맥을 타고 몸을 흘러 다니거나 아예 한 자리에 터를 잡고 경맥의 기혈을 막는 경우 통증이 발생한다. 이를 한방에서 불통즉통(不通則痛)이라고 한다. 통하지 않아서 생기는 통증이라는 뜻이다.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양기가 세다. 따라서 술을 마시면 쉽게 양기가 태과(太過)하게 된다. 태과는 많이 넘치고 지나감을 말한다. 바로 이 태과가 담음을 만들어낸다. 남자에게 이것이 어깨에 자리 잡으면서 오십견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지나친 양기와 걸쭉한 담음을 적당하게 만들어야 오십견을 치료할 수 있다. 피를 맑게 하고 주독을 풀어야하며 음주도 자제해야한다.
기와 혈을 통하게 하고 넘침은 조절하며 탁함은 맑게 해야한다. 어혈을 제거하고 주독을 풀며 통증을 완화시켜 그 기운을 조절해야한다. 오십견은 노화의 시작을 알리고 퇴행을 빠르게 진행시킨다. 따라서 피를 맑게 하고 퇴행을 멈추게 하면 통증은 자동으로 사라진다. 퇴행을 막아 통증을 없애고 기와 혈을 조절해줘야한다.
요즘은 음식들이 많이 기름져서 젊은 층이나 청소년 층에서도 오십견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전보다 더 빨리 퇴행이 진행되는데 장수할 수 있겠는가. 미래는 120수 세대라는 말은 얼토당토한 수다에 불과하다. 산 송장으로 생명이나 유지시킨다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