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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부터 6·2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경기북부 지역의 후보 공천을 대부분 끝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본선 경쟁이 펼쳐지게 됐다. 그러나 후보 공천을 두고 예선에서 잡음도 적지 않았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은 일부 지역 시장·군수의 공천을 두고 내홍으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공천(公薦)이 아닌 사천(私薦) 논란이 일면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 정당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11일까지 경기도 내 시장·군수 후보 31명 중 용인을 제외한 30명의 후보를 사실상 확정했다. 용인은 12일 열리는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당초 경기도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심위)가 선출했던 후보 29명 중 하남을 제외한 28명이 원안대로 확정됐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 지역구 국회의원, 중앙당 최고위원회가 개입해 공심위의 심사 결과를 무력화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일부 시·군에서는 공천 과정에서 후보 확정이 반려되거나 미뤄지면서 유권자들도 혼란을 겪었다. 후보들은 공천파동 속에서 적잖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파주에서는 지역구 황진하 국회의원이 류화선 시장의 공천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최고위원회와 중앙당, 도당이 서로 결정을 미루는 '핑퐁 게임'이 20일 넘게 반복됐다.
황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이 철회되지 않으면 당 제2정조위원장직을 사퇴하고 파주시장 선거운동에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앙당이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한 최고위원은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공천자들이 몰려와 집단 사퇴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초 표결을 통해 15대2로 류 시장을 후보로 선출한 도당 공심위는 "우리가 신중하게 선정한 후보를 스스로 바꾸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재심사를 거부했다. 전략공천 심사를 담당하는 중앙당 공심위도 "파주는 전략공천 대상이 아니다"며 심사를 거부하고 나섰다. 결국 파주는 경기북부 지역에서 가장 늦게까지 후보를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 7일에야 '전략공천의 취지로'란 단서를 달고 중앙당 공심위에서 후보가 확정됐다.
류 시장의 공천이 확정되면서 황 의원은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정치적인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황 의원은 1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뒤 진로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 시장은 "공천이 미뤄지고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아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의정부와 고양은 각각 정몽준 대표 최고위원과 김영선·백성운 의원 등이 도당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각각 확정보류 지역과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되는 진통을 겪었다. 경기도당은 지난달 14일 공심위원 표결 12대4로 김남성 전 의정부갑 당협위원장을 의정부시장 후보로 선정했다. 그러나 29일 중앙당 최고위원회의 승인 과정에서 반전이 이루어졌다.
의정부는 당초 논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회의 직후 정몽준 대표가 "현직 김문원 시장이 지지율이 높은데 고령이라는 이유로 떨어뜨려서는 안된다"며 직권으로 확정보류 지역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끝에 원안대로 김 전 위원장이 후보로 확정됐지만 이 과정에서 정 대표와 일부 최고위원 간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고양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4명의 의견이 둘로 갈려 도당에서부터 시작됐던 갈등이 최고위원회까지 이어졌다. 도당은 지난달 24일 공심위원 표결 9대8로 강현석 시장을 후보로 선출했지만 29일 최고위원회는 도당의 결정을 뒤바꿔 고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중앙당 공심위는 "후보에 하자가 없어 전략공천지역으로 지정할 수 없다"며 최고위원회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결국 추가 여론조사가 실시됐고 최고위원회는 도당의 원안을 수용해 강 시장을 후보로 확정했다. 공천 심사 과정에서 김태원·손범규 의원이 강 시장을 지지한 반면 김영선·백성운 의원은 "인구 100만의 국제도시에 걸맞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김태겸 전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주와 동두천에서는 당협위원장인 김성수 의원이 불공정 공천 논란에 휩싸이는 등 후유증도 겪고 있다. 양주와 동두천 시장 후보로 나섰던 이항원·박수호 전 경기도의회 의원은 7일 "김 의원이 일부 후보에게만 먼저 당원명부를 나눠주는 등 불공정 경선을 유도했다"며 탈당하기도 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평가한 보고서를 내고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공천 과정에 개입하면서 공천이 사천으로 변질됐다"며 "지역의 실정에 어두운 중앙당이 도당의 결정을 번복하고 전략공천을 남발하는 등 하향식 공천의 잔재도 여전했다"고 말했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특히 한나라당은 후보 추천 과정과 방식 등을 당협위원장과 협의하도록 돼 있어 당협위원장의 의견에 반해 후보를 뽑기 어렵다"며 "중앙당 최고위원회가 뚜렷한 공천 원칙을 가지고 조정에 나섰어야 했는데 우왕좌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