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원제 : The Miracle
1959년 미국영화
감독 : 어빙 래퍼
음악 : 엘머 번스타인
출연: 캐롤 베이커, 로저 무어, 비토리오 가스만,
월터 슬레작, 카시나 팍시누, 구스타프 로조
우리나라에서 과거에 히트했던 고전영화들 중에서 고전영화 애호가들이 오래도록
출시되기를 기다리는 영화중 한 편이 어빙 래퍼 감독의 '기적'일 것입니다.
시대가 좋아져서 유명한 고전영화의 상당수들을 쉽게 구해서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꽤 국내에서 사랑을 받았는데 구하지 못하는 영화들이 제법
있습니다. '기적'의 경우는 저화질의 4:3 스탠더드 비율의 동영상은 돌아다니지만
DVD나 블루레이 화질의 2.35 : 1 시네마스코프 비율의 영상을 아직까지도 구할 수
없는 희귀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 1961년, 67년, 72년, 87년 등 여러차례 개봉을 했고, 특히 마지막
개봉이었던 87년에도 단관개봉시절의 개봉관이 꽉 미어터질 정도로 큰 히트를
했던 작품입니다. 이렇게 국내에서는 크게 히트했지만 해외에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거나 유명 감독의 영화가 아닌 경우 희귀한 영화로 남는
경우가 많은데 '기적'이 전형적인 그런 영화입니다.
젊은 시절의 꽃미남 외모 로저 무어
베이비 페이스를 가진 배우 캐롤 베이커
금기된 사랑의 감정
병사와 수녀
19세기초 나폴레옹 시대를 배경으로 스페인의 한 수녀원에서 시작되는
로맨스 영화로 전형적인 종교영화이며 통속 멜러물입니다. 이 영화가 국내에
크게 히트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통속 스토리도 한몫을
했지만 당시 32세의 젊은 시절 꽃미남 외모를 보여준 '로저 무어'라는 배우의
멋진 모습과 전형적인 베이비 페이스의 배우 캐롤 베이커, 이렇게 두 선남선녀
배우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주는 감성효과가 꽤 컸을 것입니다.
고아인 테레사(캐롤 베이커)는 수녀원에서 자라서 예비수녀가 된 처녀인데, 어느날
나폴레옹 군대에 맞설 영국군이 수녀원에 들렀고, 이때 테레사의 눈에 띈 젊은 장교
마이클(로저 무어)은 아직 남자를 사귀어 본 경험이 없는 테레사의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마이클 역시 청조하고 상냥한 테레사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고 부상을 입은 마이클은 수녀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고 테레사는
마이클을 살려주면 평생 하느님의 종이 되겠다는 간절한 기도를 올립니다.
테레사의 기도 덕분인지 마이클은 눈에 띄게 회복되어 다시 수녀원을 떠날 수
있게 되고, 그러는 동안 사랑하는 감정이 싹튼 두 사람은 격정적인 키스를
하며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됩니다. 신앙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던 테레사는
결국 수녀원을 뛰쳐나가고 집시 무리의 도움으로 살게 되는데 집시 남자인
귀도(비토리오 가스만)가 전해준 마이클의 시계를 보고 마이클이 전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후 테레사는 여러곳을 전전하며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 크게
명성을 얻는데 자신을 사랑하던 남자들이 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 주어진 슬픈 운명을 한탄합니다. 그러던 중 테레사와 마이클은
워털루 전투를 목전에 둔 시기에 극적으로 상봉하게 되는데......
부상이 회복되어 가는 마이클,
하지만 부상이 나아서 떠나게 되면 이별을 해야 하는 운명
수녀원을 뛰쳐나온 뒤 집시의 삶을 살게 되는 테레사
집시 청년 역의 비토리오 가스만
예비수녀와 영국장교의 애틋한 사랑을 다룬 영화입니다. 종교에 귀의하기로 한
수녀가 한 남자에 대한 사랑으로 종교와 남자 사이에서 크게 갈등하는 이야기로
전형적인 통속극인데, 우리나라 관객의 감성에도 잘 맞았던 영화입니다. 영화의
완성도는 30-40년대 헐리웃 전성기 시대의 수작들에 비하면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두 선남선녀의 이루어질듯 말듯한 애틋한 로맨스는 보는 관객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며 많은 인기를 보았고, 국내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많은
사랑을 받은 고전영화중 한 편입니다. 여러차례 개봉된 횟수에서 알 수 있듯이
'기적'이 우리나라에서 매우 열광적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인기를 모든 영화인
만큼, 깨끗한 화질의 시네마스코프 비율의 영상이 등장하기를 기다리는 고전영화
관객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국내에 개봉한 고전중에 구하기 힘든 희귀작이
되는 경우는 주로 유럽들이 많은데 헐리웃 영화인 '기적'이 제대로 된 영상이 없다는
것은 어빙 래퍼 감독의 인지도가 당시의 여러 헐리웃 거장들에 비해서 낮은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노래실력을 뛰어나 무대에서 크게 성공한 테레사
007 제임스 본드로 국내에서 70-80년대 많은 인기를 모은 로저 무어가 마이클을
연기하지만 영화가 첫 소개가 되던 60년대는 인지도가 없던 시절입니다. 그래서
개봉광고를 보면 오히려 비중이 훨씬 약한 조연인 비토리오 가스만의 이름이
주인공처럼 등장하기도 합니다. 베이비 페이스 배우 캐롤 베이커는 '베이비 돌'
'자이언트' '서부개척사' '빅 컨츄리' '이혼 천만의 말씀' 등 출연한 헐리웃 고전들이
제법 개봉이 된 배우로 60년대 당시에는 로저 무어보다 인지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로저 무어는 007 이전에는 국내에서는 비교적 무명 배우였고, '기적'외에 톱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공연한 '내가 마지막 본 파리'를 비롯하여 '영광의 기사'
'사랑은 한없이' 등 소수의 영화로만 알려진 배우였는데 그나마도 대부분 조연
출연이라서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었습니다. 더구나 50년대~60년대
중반까지 주로 TV에서 활동한 배우였기 때문에 영화로 알려질 기회가 많지는
않았는데 '기적'에서 이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꽃미남 배우가 우리나라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은것은 70년대 007영화였으니 거의 15년 가량의 시간이 소비된
셈입니다.
관객의 엄청난 탄성을 자아냈을 것으로 생각되는 테레사와 마이클의 극적인 재회장면
종교와 사랑이 결합된 영화의 대부분은 사랑의 유혹을 극복한 종교의 숭고함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 이 영화도 사실 그런 방향입니다. 오드리 헵번의 '파계'
처럼 종교를 버리고 민간인으로 돌아가는 영화가 간혹 있지만 애초에 종교영화
색채가 강하게 흘러가는 '기적'이기 때문에 보는 내내 이루어지지 못할 로맨스를
예감한 관객의 마음을 애틋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로저 무어와
캐롤 베이커가 극적으로 재회하는 장면에서 한국 관객들이 얼마나 열광하였을지는
상상이상이었을 것 같습니다. 많은 고전영화 팬들에게 아마도 그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되는 장면이었을 것 같고, 유럽 전역을 돌며 4년의 세월을 보내며
이별의 시간을 보낸 두 연인의 재회 장면이기 때문에 더욱 애틋했을 것입니다.
통속 고전영화의 묘미는 이러한 감성과 여운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대로 된
화면비율과 화질, 칼라영화의 아름다운 색채로 '기적'을 만날 수 있다면
그러한 감성이 더욱 확실히 전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영화음악의
거장 엘머 번스타인의 웅장한 음악은 이런 영화의 분위기를 살려주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고요. 50년대 영화지만 로케 촬영이 유독 많은 영화
'기적'은 60-70-80년대를 관통하며 스크린으로 한국 관객들을 꾸준히 흡입한
대표적 상업 고전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로맨스 영화로서의 통속적 재미는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종교영화로서의
다소 황당하고 주술적인 내용은 별로 마음에 안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ps2 : 로저 무어는 007로 세계적 스타가 되었지만 그가 첫 007에 출연한 것은
이미 46세가 되어서 입니다. 그의 젊은 미남시절이 돋보였던 작품은
인기 TV외화 '세인트'라고 할 수 있지요.
[출처] 기적(The Miracle 59년)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았던 통속고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