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88) -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기행록(22)
~ 강릉의 농촌 지역 돌아 시내로(안인해변 – 중앙시장 30.8km)
5월 30일(월), 구름 끼고 선선하다. 서울 31도, 춘천은 32도라는데 강릉지방은 오전에는 서늘하고 오후에는 햇볕이 따갑지만 걷기에 좋은 날씨다. 아침 8시, 스트레칭 후 숙소를 출발하여 강동면과 구정면의 농촌마을을 돌아 강릉 시내로 들어가는 해파랑길 37~38코스 걷기에 나섰다. 강릉바우길 이기호 사무국장과 김덕수 회원이 숙소까지 찾아와 인사를 하고 김덕수 씨가 길 안내에 앞장선다.
안인해변을 지나 이내 강동면 하시리 야산 길로 들어서서 한 시간 넘게 걷는 동안 마땅히 쉴 곳이 없다. 퐁호 연꽃방죽을 지나 중시리 마을회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강동면 중심부로 걸어가니 정감이마을에 이른다. 이곳에서 다시 야산으로 이어지는 것이 원래 코스인데 원주 - 강릉 간 전철공사로 산길이 폐쇄되어 주변을 돌아간다. 걷는 도중 곳곳에서 각종 공사가 벌어지는 것을 목도하였으나 코스의 상당부분이 없어지기는 처음, 산을 통째로 파내는 등 자연을 크게 훼손하는 현장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농촌지역이라 코스 중간에 마땅한 식당이 없어 평소보다 이른 11시에 정감이마을 인근의 뙡마을 부성식당에서 가정식 백반을 들고 12시에 오후 걷기에 나섰다.
평화로운 강동면의 농촌마을을 걷는 일행
30여분 걸으니 강동면 상시리를 지나 구정면 덕현 마을에 들어선다. 오전 내내 강돔면 하시리, 중시리, 상시리를 지나온 셈, 넓은 구역의 농촌풍경이 풍요롭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구정면을 걷는 동안 높다란 오대산 자락이 우뚝 솟은 모습이 웅장하고 보물로 지정된 굴산사지 당간지주와 신라 고승 범일국사를 학이 품었다는 학마을을 지나며 강릉의 정기와 역사를 새긴다.
보물 86호로 지정된 굴산사지 당간지주, 통일신라 말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안내를 맡은 김덕수 씨가 굴산사지 당간지주는 범어국사가 세웠고 학마을은 범어국사의 어머니가 인근의 석수를 마시고 임신하여 낳은 아기를 부근에 버렸는데 사흘 후에 가보니 학이 아이를 품어 보호하여 다시 데려와 키웠다는 사연을 설명하여 이해를 돕는다. 학마을의 오독때기전수관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큰 돌에 새긴 오독때기 가사를 메모지에 적었다. 오독때기는 오월 초 모내기 때 이곳 주민들이 부르는 농요라고 한다.
‘강릉이라 경포대는 관동팔경 제일일세
머리 좋고 실한 처녀 줄뽕낭게 걸어앉네
이슬아침 만난동무 서경천에 이별일세
강릉이라 남대천에 빨래방치 둥실떴네‘
이곳을 출발하여 강동면사무소에 이르니 오후 3시, 아직도 목적지까지는 8km나 남았다며 홍순언 코스리더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내쳐 걸어 호수 곁을 지나니 야산으로 접어든다. 한참 걸어 잠시 휴식 후 다시 오르내리기를 수차례 반복하여 이른 곳은 모산봉(母山峰), 봉우리에는 강릉의 안산(案山)으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라고 적혀 있다. 숨을 고른 후 모산봉에서 내려와 시내로 들어서서 남대천을 건너니 중앙시장이다. 도착시간은 오후 5시 15분, 30.8km를 걸었다.
모산봉에 오르기 전의 마지막 휴식, 막바지 산길 오르느라 약간 지친 기색이다
숙소(올인모텔)에 여장을 푼 후 인근의 식당(수연감차탕)에서 황태찜으로 저녁을 들고 돌아오니 그대로 쉬고 싶다. 일행 모두 적는 그날의 일지도 작성하고 기행록도 정리하는 것이 남은 일과, 빨리 끝내고 푹 쉬자.
* 오늘 걸은 해파랑길 강릉구간 37~38코스는 해안과 산길을 걸었던 기왕의 길과는 다른 묘미를 안겨준다. 평탄한 코스라 여겼던 선입견 때문인지 막판에 약간 지치기도 하였지만 날씨와 풍광이 어수선한 마음을 치유하기 좋은 힐링 코스다. 아침 출발에 앞서 배준태 단장은 걷기 막바지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마무리를 잘 하자고 강조하였다. 걷기 24일째로 피로가 점점 누적되어 심신이 고단할 터, 힐링코스에서 기를 돋우며 새 힘을 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