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의 자유가 억압된 지 어느덧 일년이 훌쩍 지나 갔다. 그 사이 사람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다가 차츰 좀 불편한 일상으로 적응을 해가는 듯 했지만, 점점 심해지며 기간이 길어져 코로나 불루란 신종 신드럼을 앓기 시작했다.
혈액형이 A 형이라 차가울 정도로 차분하게 세상 환경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AO 형이라 가끔 O 형 기질이 튀어 나와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도 한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통제가 길어지며 A 형 기질과 O 형 기질이 내적으로 충돌하는 느낌을 자각하게 된다.
한국에서 같으면 가까운 암자에라도 가서 조용히 일상을 잊고 쉬다 오겠지만, 캐나다에서 적당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산책이나 달리기를 하다 눈이 쌓이며 그나마 여의치가 않다. 천주교로 개종한지 몇 해가 되었지만, 유교적인 성격에 찬송가 부르고, 봉독하는 등등의 반복되는 형식은 아직 낯설기도 하고...
어제도 답답해 가까운 강가에 나가 시름을 잊고자 꽁꽁 얼어붙은 한 구석에 마른 나무 가지들을 모아다 쌓아 놓고 눌러 앉아 이따금 찾아 오는 물 오리들과 저녁 노을을 기다렸다. 잡아 놓은 카메라 구도 안에 철새 떼들이 들어 와 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라 기원하며...
출입금지 구역이라 계곡 위의 근처 주택가 남의 주차장에 노을이 지고나면 돌아 오겠다고 편지를 차의 보드에 올려 놓고 내려 갔는데, 매일 길어지는 낮의 길이로 예상보다 늦었다. 노을이 졌지만 철새 떼들 대신 토론토로 향하는 미국 쪽에서 날아 온 비행기 한 대가 짧은 비행운을 남겨 주었다.
계곡을 건너는 드높은 다리 위에 조명등이 켜지고 주위가 깜깜해지면 조금 나을까 싶어 기다리다 너무 춥고, 주차도 약속 시간 보다 너무 늦어 걱정이 되어 어둡고 얼어붙은 계곡 언덕 길 숨차게 달려 되돌아 왔다.
아침에 이상하게 적정 온도보다 낮게 내려가던 큰 유유 냉장고 거의 영도를 가르키고 있어 급히 끄고. 콤프레서와 전기 부속 장비들을 점검해도 이상이 없었다. 우리가 이민 오기 훨씬 전부터 밤낮으로 돌아 가던 것이라 전기줄이 삭았나 확인해도 모두 괜찮았다. 상하기 쉬운 것부터 다른 곳으로 옮기고 다시 점검하다 보니 찬바람을 불어내는 팬 하나가 돌다 멈추곤 해서 뜯어 보니 불덩이 였다.
분해를 해서 측정을 해도 내부에서 타거나 부품이 망가지지 않은 것 같아 냉동고에 넣어 식히며 원인을 찾아 보았다. 너무 오래 잘 돌아 가다보니 고정 너트가 약간 느슨해져 플래스틱 날개가 철제 안전 보호망에 닿았다 떨어졌다 하면서 제대로 작동을 못해 모터는 계속 열을 받고, 냉장고는 점점 차가워 진 것이었다.
합선이나 끊어진 것이면 바로 O형처럼 불 타버렸거나 A 형처럼 꿈적도 안해서 찾기도 쉬웠고, 모터도 온종이 불덩이처럼 열불을 않냈지 싶은 것이, 요즘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때문에 열받는 우리와 꼭 닮았다.
냉동고에서 얼음처럼 잘 식은 모터와 부품들을 꺼내 조립해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간극을 잘 맞춰 단단히 설치해 냉장고 최적 온도인 4 도를 유지하며 잘 돌아 가고 있다. 덥썩 업자를 불렀으면 주말 비상 출장비에 월요일까지 기다려 새 팬과 모터를 사다 교체하느라 코로나 팬데믹의 락다운 같은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것이다.
O 형 체질의 똥 배짱과 얼음판을 불어오던 겨울 바람같은 A 형 체질이 오랫만에 잘 협력하여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운 시국을 한 동안 잘 버텨 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코로나도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처럼 싸고, 파이자 백신처럼 효과가 좋은 것이 빨리 나와 즐겁고 자유로운 일상으로 되돌아 가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참으로 대단하시네요. 자가 진단해서 원인을 찾고 고치시는 일 아무나 못하지요. 저는 원래 무슨 고장이 나면 집사람이 못 만지게 한답니다. 왜냐하면 고치지 못할 뿐 아니라 아주 망쳐버린 일이 많거든요. ㅎㅎㅎ 그래서 집사람이 당신 공학 전공한 것 맞느냐고 의심한답니다.
캐나다와서 쿨러 때문에 회원들이 너무 당해서
전문가 분에게 좀 배웠읍니다.
저희도 집사람 잔소리에 몰래 합니다.
이론하고 실무에는 좀 간극이 있어 못고치면 배로 잔소리...
타고난 재능이 있으십니다. 좀 배운다고 모두 잘 할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꽃, 음료, 냉동식품, 에어콘이 비지니스 하는 분들에게는
거의 아킬레스일 정도라 아쉬우니...
기본만 배우고 원인만 찾아 줘도 도움이되죠.
제꺼는 든든한 사부님 믿고 뜯어, 고치면 다행...
기계도 몸처럼 좀 알고 관심을 가지면
병원까지 갈 일이 거의 없더라구요
냉동고를 혈액형
O형과 A형의 기질에 비유해 쓴 글이
무척 재밌습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찌나 비슷한지~
A형 남편이 B형인 제 말을
절대 듣지 않는 점~ ㅎㅎ
우리하고 똑같네요.
어느 쪽이 더 힘 들었을까요? ㅎㅎ
돌다리도 두드리는 A 형과
달려 가고 보는 B 형의 만남은
발란스가 잘 맞는다고 어른들이 그러셨어요.
두드려 확신이 서면 탱크도 몰고 가실 걸요.
엄청 자상하시고...
저희도 A형 남편과 B형인 저와의 운명이랍니다.
요즘같은 어려운 시기에 저희집 냉장고가 고장 나서 해당 회사를 통해 어제
일주일만에 기술자를 보내주었는데 진단만 내려 주는데 180불 들었어요.
아랫 부분 냉동고는 이상이 없는데...
고치려면 3천불 이상 들거라고 해서 그냥 보통 상품으로 바꿔야 할 단계에
이르렀는데 이러한 과정에 혈액형을 무시 못하겠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