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밥그릇이 비어가면 아내가 채워주고, 시어머니는 며느리 그릇에 밥을 보태고,
어머니의 빈 그릇은 다시 아들이 채워주는 이 아름다운 제주도 가정에 불행이 찾아온 것은
'지상낙원' 소문 때문이다.
먹을 것 걱정 없고 기화요초가 만발하며 선녀들만 산다는
이어도를 찾아 동네 남정네들이 모두 떠난 것이다.
'낙원의 섬' 개척에 나섰던 이들이 대부분 실종된 사이, 부부의 행로는 엇갈린다.
해변가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파도에 휩쓸려 우여곡절 끝에 이어도에 도착하고,
남편은 겨우 고향에 돌아왔지만, 아내 잃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어도에서 부족함 없이 살던 아내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섬을 탈출해
천신만고 끝에 집에 와보니 4대 후손이 살고 있었고,
자신은 순식간에 꼬부랑 할머니가 된다.
이어도 전설에서 이어도의 하루는 속세의 10년이었다.
이어도는 마라동서 149km, 일본 도리시마에서 276km 떨어진 곳에 있다.
남북으로 1800m, 동서로 1400m 크기다.
이어도란, 우리말 '여섬에서 비롯됐다.
여섬의 여(礖) '물속에 숨어 있는 바위'를 밀한다.
가장 높은 바위 끝이 수심 4.6m다.
'礖'는 발음이 깉은 '女'라는 왜곡된 뜻으로도 회자된 듯하다.
선조들은 이미 이곳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좌초돼 돌아오지 못한 넋을 위로하기 위해 낙원의 섬에 갔을 것이라고 위안 삼았던 것 같다.
10년 전 76m (수면 위 36m)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우뚝 세워진 우리 땅이다.
산유국의 꿈이 서린 '제7광구'의 중심지이다.
과학을 통한 지상낙원의 희망이 살아 숨쉬는 이어도에 독도 사랑의 그 마음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131123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