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옻칠 쌀독 아시나요
70여 년 전
6.25 전쟁의 참화와
가난의 연속으로
커다란 옻칠 쌀독이 비었다
집집마다
텅 빈 쌀독들이 수두룩 했다
추운 겨울 점심때
이웃 초가집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그 쌀독과 굼주림 채우려고
날밤을 일하시던 분들
보릿고개 넘길 때는 한숨만
하늘이 아득했다
지금
그 옻칠 쌀독들 빈 독이지만
가난해서 빈 독이 된 것이 아니라
보릿고개를 잊고 묻혀버려
장독대에 덩그러니 뒤집혀 서 있다
그때 젊은 사람들
독거노인 되었고
낡고 외로운 쌀독들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오늘을 바라보고 있다
노인도
커다란 빈 쌀독도
세월의 발치에 빗껴나 있으니
이 사회 이 나라
이렇게
풍요로 가득히 채워 줬음을
자부하고 있는데
빈 쌀독은 고물 되었고
노인은
융통성 없는 꼰대소리 듣고 있다
누가
‘텅 빈 옻칠 쌀독 아시나요, 물어 온들
두나는 말 문이 막혀버린다
세월의 흐름 속에
회색 빛깔로 변화하는
기억과 추억들
영원히
잊혀져 갈 것 같은
상념에 물들곤 한다
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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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옻칠 쌀독 아시나요
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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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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