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출근길 소묘 (2005.10.28 금)
○기상 : 새벽 5시 30분
▶커텐열고 이부자리 정돈, 조간신문 뉴스 훑어보기
▶ “나는 할수 있다” 자신에 체면걸기, 세수, 식사
○출발 - 06:00 이마에 점멸등 켜고 출발.
▶ 사당2동 우성아파트 -경문고-이수4거리-반포지하터널 시내통과구간. 새벽이라 교통량은 적지만 과속차량이 많아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 자전거 앞뒤 점멸등(일명 깜빡이)이 있어서 다행이다. 차가운 공기와 매연으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다녀 호흡이 가쁘다.
○한강시민공원 자전거 도로 도착 : 12분
▶ 가로등은 깜빡 졸고 있고 새벽달은 서산 마루에 걸려있다. 안개자욱한 한강 둔치 자전거길. 바람은 차고 아직 새벽운동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전거 출퇴근족의 점멸등만 깜빡이며 목례하고 스쳐 지나간다. 길옆 능소화, 부용화 꽃은 져버린지 오래고 , 길옆 코스모스만 찬바람에 하늘거리고 칸나 꽃이 가는 가을이 서러워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서래섬 토박이 청둥오리와 거위가 회를 치며 이제 막 아침 기지개를 준비중이다.
○반포대교(잠수교 ) 통과 : 20분
▶지난 여름 밀밭, 보리밭을 가꾸던 둔치도 어느덧 텅빈 들판으로 변하고 저녁이면 인라인 스케이트 매니아로 법석대던 엑스 -게임장은 안개속에 침묵으로 묻혀 있다.
▶생태공원 억새풀 숲을 통과하면 언덕길, 숨을 헐떡이고 거친숨을 몰아쉬면 이마엔 어느새 굵은 땀방울, 수영장을 지나면, 야생화 꽃밭. 야생화 꽃밭을 지나면 벌개미취 보라색 꽃들이 마지막 작별인사를 준비하고, 원추리 꽃밭은 어느새 묵은잎이 베어져 나가, 구루터기 새싹이 내년봄을 기약하고 흙속에서 긴 동면을 준비한다.
○한남대교 통과 : 24분
▶ 유람선 선착장 앞 잔디트랙이 환하게 밝아오기 시작하고 여름날 네잎클로버 찾아 헤매던 넓디넓은 잔디밭은 이제 누런 황금색으로 변색되는 것이 완연하다.
▶ 새로 조성된 잔디광장이 너무 포근하고 넓게 터진 시야로 인해 가슴이 탁 트이고 바람이 상쾌한 이곳, 잠시 숨돌리고 이곳 잔디언덕에 서서 한강을 바라보면 마치 유년의 고향에 돌아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이곳을 지나면 왠지 모르게 나는 유쾌해지고, 이유를 알수 없는 포근한 행복감에 빠져든다.
○동호대교 통과 : 30분
▶ 이제 길은 외줄에 둔치는 없다. 동호대교에서 청담대교 까지는 2차선 외줄기길, 핸들에서 손을떼고 두발로만 고속으로 균형 잡으면서 , 손목운동, 팔운동, 목운동, 등뒤 배낭에서 물병꺼내 냉수한모금, 마스크 벗고 코풀고, 자전거 출퇴근 경력 3년 이제 달리면서 휴대폰 문자까지 날릴수 있을 정도 되었으니 매니아라고 할 수 있을까?
▶ 한강변에 원앙새를 비롯하여 겨울철새가 부쩍 많아졌다. 항상 2마리씩 떨어지지 않고 늘 함께 붙어 다니는걸 보니 옛날 결혼식때 원앙새 목각을 놓는 이유를 내 이제서야 알겠다.
○성수대교 통과 : 35분
▶ 한강중에서 강폭이 가장 좁고 물살이 가장 빠르고 수심도 가장 깊은 이곳은 1994년도에 상판이 떨어져 무학여고 꽃다운 여고생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희생된 아픈 역사를 간직한곳, 흐르는 강물은 말이없고, 지금흐르는 이강물은 이미 어제의 강물은 아니다. 흐르는 강물따라, 흐르는 세월따라, 우리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로 흐르고 있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나도 오늘 이 순간, 자전거타고 세월속에 묻혀 흐르고 있다. 지난여름 출근길에도 어떤 여인이 투신자살해서 허우적거리며 끝내 물속으로 살아지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 내 출근길 집에서 회사까지 딱 절반 중간지점, 누군가가 한강변에 호박 넝쿨 심어놓고 아침저녁 방문하는 이곳은 까마중이 열매가 많이 익어 가끔씩 단내 나는 입안을 달콤하게 축이며 갈 수 있어 나를 즐겁게 한다.
○영동대교 통과 : 42분
▶ 비내리는 영동교의 노래가사가 있는 영동대교, 그러나 오늘 비는 오지 않는다. 수상스키 교습소를 지나면 박주가리 꽃이 듬성듬성 무리지어 피어나서 지날 때 마다. 꽃향기 냄새 좋아 즐거운 이길 . 오늘 아침은 안개에 젖어 그 향기 좋은 냄새가 없다.
▶ 여름엔 능소화 꽃이 주러리 주러리 만발하던 이 길은 이제는 벽을 타는 담쟁이 넝쿨만 붉게 단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청담대교 통과: 48분
▶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맞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새벽 길손을 환하게 맞아준다. 여름에 비가 온뒤에 지렁이가 제일 많이 기어나오고 비오기직전에 길옆 한강가에서 물고기 들이 제일 많이 점프하는곳, 청담대교 다리 기둥 받침대엔 몇 년전부터 텃세가 된 외가리 5마리가 다리기둥 하나에 한 마리씩 앉아 물속을 노려보며 새벽사냥을 준비하고 있다 .
▶ 복층구조 청담대교, 상부에는 자동차도로 하부는 전철구간, 7호선 전철은 오늘도 변함없이 무심한 세월을 실고 한강위를 왕복하고 있다.

○탄천교 : 50분
▶ 강원도에서 숯을구워 뗏목을 타고 내려와 이곳에서 하역을 했는데, 숯물이 들어 검게 변했다고 하는 탄천
▶ 염라대왕이 수명연한이 초과된 삼천갑자 동방삭이를 잡아야 하는데, 잡을수가 없어서 하루는 이곳 탄천 강가에 변복을 하고 앉아서 숯을 씻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영감 지금 무얼하시오?”하고 물었데지. “보시는데로 숯을 하얗게 씻고 있다네”. 그사람 껄걸 웃으면서 ”내 삼천년을 살아도 숯을 씻어 희게 했다는걸 본적이 없소.“라고 말하자 염라대왕이 ”옳다!“ 네놈이 바로 삼천갑자 동방삭이로구나” 하고 냉큼 잡아갔데지.
▶ 하여튼 비많이 오면 이곳 자동차면허시험장까지 물이차서 자전거 통행이 불가능하고, 하천이 오염이 되어 냄새가 별로 좋지 못한 이곳은 무조건 코막고 빨리 통과하는 것이 최고여~
○잠실대교 : 56분
▶ 둔치가 가장 넓고 넓은 잔디광장이 많고 아름다운 이곳은 각종 이벤트행사가 많이 치뤄지는 장소. 오늘도 헬기장옆에 대형 컨테이너가 6동이 쌓여있고 국제 모터보트 경기 준비가 한창이다.
▶유람선 선착장엔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잔디 광장엔 비둘기가많이 모여, 모이를 먹고 있는데, 하나같이 다리 성한 놈이 없다. 발가락이 한두개가 없거나, 아예 발가락 모두 잘려나간 비둘기도 부지기수다. 유람객이 던져주는 먹이만 먹고 안일하게 살다보니. 야생본능이 사라지고 주의력이 없어 자전거에 다치고, 오토바이에 치이고, 사람에 다쳐서 저렇게 된거 같다. 우리도 우리영혼이 쉽고 안일한 삶에 빠져 나태하게 되면 저 비둘기처럼. 다리병신이 되고, 영혼이 병신이 되지 않겠나. 우리 스스로 개척하고 도전하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 아닌가 생각된다.
▶ 뚝섬에서 잠실까지 윈드서핑이 가장 많이 이루어 지는곳인데, 이제 물이 차가워서 금년은 끝난 것 같다. 잠실수중보로 인해 바람이 없는 날은 물이 가장 잔잔하고 조용한 이곳 “ 내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저어 오오~
○잠실철교통과 : 60분 (07:00)
▶집을 출발한지 쉬임없이 패달을 밟아 벌써 1시간, 축구장을 지나서 철교다리밑을 통과하면, 곧바로 아산병원 뚝방으로 올라가는 60도 경사 언덕길. 기어를 최저로 변속하고 온몸을 비틀고 흔들고 올라가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온몸은 땀으로 사우나 찜질방. 후끈후끈 몸에선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고 아침의찬기온으로 인해 땀에 젖은 온몸이 더없이 상쾌하다. 다시 핸들에서 손을 떼고 손목운동, 팔운동,목운동 하면서 뚝방길을 지난다. 올림픽 공원옆 다리밑을 통과 하고 시각장애인 축구장 옆을 지나서 올림픽공원 북문에 도달하면 어김없이 신호대기에 걸려 잠시 거친숨을 고를수 있다.
▶ 공원 북문앞엔 이른아침부터 과일장수, 스넥장수가 진치고 있네. 서민경기가 안좋기는 너무 않좋은거 같다. 누구 덜 덜어진 한사람 때문에... 올림픽 공원옆 가로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고 낙옆이 한잎 두잎 떨어져 벌써 가을의 한중간에 들어와 있음을 실감한다. 올림픽공원 북문 건너편 길를 따라 성내동 시장골목을 지나면 차량과 사람수가 점점더 증가하고 거리가 조금씩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둔촌 전철역을 지나면 보훈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선 역전의 노장들. 역시 흐르는 세월과 나이는 속일수 없는 것.
○·회사도착 : 70분 (07:10±)
▶ 오늘도 어김없이 정확한 시간에 회사도착, 장장 22km의 질주는 끝났다. 경비실에서 신문과 경비일지, 사무실 열쇠를 받아들고 7층 사무실에 도착. 이상유무를 확인한후, 갈아입을 옷을 들고 곧바로 엘리베이터로 지하1층 사우나실로 직행.
▶ 사우나 이상유무 확인하고 온탕에 땀에 젖은 몸을 담그면, 오늘하루 새로운 시작의 아침이 열리고 지천명 한가운데를 증기기관차처럼. 람보처럼 달리는 내가 보인다.
첫댓글 희망을 싣고 힘찬 패달을 밟으시는 님의 건강한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매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만나지는 한강의 모습들에 작은 설레임도 느낄테구요...새벽을 가르며 자전거 출근길의 멋진얘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보잘것 없고 부끄러운 애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날 되세요..^^
정말로 대단 하신 분인듯 합니다...쉽지않은 일을 하시네요.계절따라 변하는 모습 보시면서 더 건강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합니다..평범한 일상을 소개했을뿐인데 과찬 하시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
몸(다리)건강 마음건강 부럽습니다.좋은밤되시고요.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감사합니다..사는날까지는 건강하게 살아가야되겠지요..건강하시고,날마다 좋은날 ,기쁜날 되시기를 빌겠습니다..^^
하하핫 감사합니다 난 이틀동안 태강능에서 낙옆을 밟았지요 오늘은 촉촉하고 포근함이 발바닥에서 윗쪽으로 스믈스믈 올라옵디다. 종고24회 카폐도 모두두루 건강하시길....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 잘 그려 집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적으니까, 하루라도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 하고 있습니다..님 께서도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