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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부
3월 31일 수요일 밤 9시 55분
$#1. 신형의 집 정원, 밤
현관문 열리고 현수, 길진 굳은 얼굴로 걸어나온다. 현관문 열린틈 사이로 병국의 목
소리 새어 나온다.
병국E (버럭) 너 뭐라 그러는 거야, 이 누무 자식, 지금 뭐라 그랬 어?!
길진 (현관문 닫고 현수 보면서) 어디 가서 술 한잔할래?
현수 싫어, 집에서 손님 기다려. (하고, 가고)
길진 (가는 현수 보다, 몇 걸음 대문쪽으로 걷다가 답답한 표정으 로 신형의 집, 돌아
본다)
$#2. 신형의 집, 거실
신형,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 숙이고 있고 병국, 일어나서 신형에게 삿대질 하며 소리
지르고 있다. 혜자, 그 옆에서 병국을 잡지도 못하고 안 잡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다.
병국 (신영 보며) 다시 말해봐! 왜 길진이가 싫어. 니가 뭔데 길진 이가 싫어 자식아!
신형 (눈가 붉어졌지만, 단호하게 병국 보며 말하다) 길진 선배가 싫다는 말씀을 드리
는게 아니예요.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 다구 말씀드리는 거예요.
병국 (속상한, 큰소리) 사랑?! 사랑이 뭔데? 사랑이 밥 먹여주냐? 부부가 사랑으로 사
는줄 알어. 임마! 결혼은 사랑만 가지구 되지않어! 펄펄 뜨겁게 끓다가도 차갑게 식어
버리는게 사랑 이야. 막말로 사랑하나 때문에 니가 그 놈하구 결혼한다구 치 자. 결혼
해서 그 사랑이 식으면 어떡할래? 그땐 이혼할래, 이 자식아!
신형 (답답하고 속상해 병국 외면한다)
혜자 (병국 보며) 그만해요, 그만!
병국 (혜자 보며) 뭘 그만해?!
혜자 딸한테두 할 말이 있구 못할 말이 있어요. 결혼도 안한 애한 테 이혼이 웬 말이
야. 싫은데 어떻게 결혼을 하니. 살구 싶지 않은데 어떻게 살어. 깡패를 만나 산다는
것두 아니구. 나이 두 세 살밖에 안 어리다며. 번듯한 애라잖아요. 걔두 일단 만 나보
구 그때 아니다 기다 해두 돼요. 얘다 길진이랑 약혼이나 했을면 몰라두 아니잖아. 십
년을 만나두 결혼 말 나오거요, 근래예요. 그것두 얘 입에서 나왔어요? 당신 입에서
나오구 길진이 입에서 나왔어요,
병국 (화나지만, 할 말 없어서 답답하게 혜자 보며)
혜자 (병국의 눈길 피하고, 고개 절래절래 흔들며) 남자들은 정말 웃겨. 뭐든지 지들
맘이야 지들 맘. 여자는 생각도 없구, 마음 도 없는 줄 아나? (그러다 병국 보며 조금
큰 소리로) 여자 두 남자 찰 수 있어요!
$#3. 이층
신형, 속상한 얼굴로 계단을 올라오고, 혜자, '올라가, 올라가' 말하며 신형을 등뒤에
서 밀드시 하며 올라온다.
신형 (다 올라온)...
혜자 (그런 신형 보며) 아무 생각하지 말고 자. 아버지 뭐라 그러 는거 신경쓰지마.
너두 부모 입장 되보면 아버지 저러는거 이 해갈거야. 다 너 잘못될까봐 그러시는거야.
그래두 엄만 니 편이야. 너 좋은 사람하구 살어. 오늘밤엔 아무 생각 말구 잠 이나 자.
신형 (혜자 보지 않고) 잘게요. (하고, 침대로 가려하면)
혜자 (안방으로 가려다 돌아서서) 참, 신형아.
신형 (돌아보면)
혜자 (걱정스런) 걔 집안은 괜찮은 애니?
$#4. 안방
병국, 답답한 얼굴로 담배 뻑뻑 피우고 있다. 혜자, 잠옷 차림으로 화장대에 앉아 병
국 보며,
혜자 당신이 채였어요? 웬 담배를 그렇게 펴. 창문이나 종 열구 펴 요, 눈매워 죽겠어.
병국 (혜자 보며) 신형이 자식 뭐래?
혜자 (몸 돌려 병국 마주 보고 답답한 얼굴로 타이르듯) 바랄걸 바 래요, 주던 용돈
반으로 깍는 일이면 신형이두 두 말 않고 그 러자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이건 그게
아니야. 당신이랑 나 랑은 길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악다구니 쓰는 정도지만 재 는
지금 인생이 걸렸어. 우리가 죽자사자 뎀비는 쟤를, 어떻 게 이겨, 못 이깁니다. 포기
해요, 나 봐요. 이렇게 새침하게 생겨서 당신 부모 이긴거. 당신 부모만 이겼어? 나중
엔 우리 부모님도 반대했어요. 그런 푸대접 받고 니가 그 집에 왜 가 냐구. 물론 지금
은 부모님 말씀 안들은거 백번 천번 후회하 지. 하지만 이건 이제와 얘기구, 그땐 눈
에 아무것도 안뵙디 다.
병국 (답답한) 길진이두 길진이지만 나이어린 제자랑 결혼이라니, 남들이 뭐라 그러겠
어.
혜자 (병국의 말꼬리 자르며) 그만합시다. 그만 해. 나이가 어리면 어때. 열 살 짜리
코 흘리개랑 산다는것두 아닌데. 남들 눈은 또 뭘 그러게 의식해.
병국 아무튼 난 반대야. 길진이만한 놈 없어. 능력있겠다, 자상하겠 다. 집 안 좋겠다.
난 신형이가 다른 놈이랑 결혼하는거 싫어. 신형이 길진이항 결혼시켜.
혜자 (병국 보며) 길진이가 그렇게 좋아요?
병국 (대답하기도 귀찮다) 그래.
혜자 그럼 당신이 길진이랑 사시구랴.
병국 (그런 혜자 밉게 보고) !
$#5. 신형의 방 안
신형, 전화기 들고 전화하고 있다. 속상하지만 애써 감추고, 짐짓 밝게 말하는.
신형 지금 어딧어... 요? (어색한, 서글픈 웃음) 너무 귀한 사람이라 존댓말 써주고
싶은데 이상한네. (사이) 보고 싶어서 전화했 어... (작게 웃는) 이 말도 웃기다. 보
고 싶은데 전활 왜 해. 전화하면 볼 수 있는것도 아닌데, 그지, 다시 말할게. 목소리
라도 듣고 싶어 전화했어. 이렇게 보고 싶을 줄 알았으면 오 늘 나제 아무리 바빠도,
잠깐 얼굴이라도 볼걸 잘못했다. 잘 자구, 낼 보자. (전화 끊고, 아버지 생각에 걱정
스런 얼굴이 다.)
$#6. 현수의 오피스텔 안
재호, 굳은 얼굴에 답답한 그러다 시계 보는.
$#7. 편의점 전경
안 들여다 보면 현수, 냉장고에서 맥주 고르는 모습 보인다.
$#8. 편의점 안
현수, 맥주캔 두 개 들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한다.
직원 이천육백원입니다.
현수 (주머니에서 돈 꺼내주고 캔 두 개 들고 편의점에 있는 간이 의자에 앉아 맥주
캔 따서 마신다.)
그 때 편의점 문 열리고 길진, 들어서다 한쪽에 있는 현수보고 그쪽으로 가 옆 에 앉
는다.
현수 (길진 보면, 무표정한) ?
길진 (한쪽에 놓인 남은 맥주캔 집어 딴다)
현수 (길진에게서 맥주캔 뺏는다)
길진 (현수 보면) ?
현수 (안보고, 건조한) 나, 이거 다 마실거야.
길진 (다시 뺏어 마저 따 마시고 현수 보며) 하나씩 마시구 이차는 포장마차 가자. 너
나 나나 주량이 이 정도로는 안되잖아. 근 데, 집에 손님 왔다더니, 안가봐도 돼?
현수 (건조한, 앞만 보며) 안가도 돼.
길진 (맥주 한 모금 현수 보며) 누군데, 안가도 돼?
현수 (시선 앞만 보며) 재호.
길진 (맥주 마시려다, 현수 보는) ?
$#9. 현수의 집 안
인써트- 벽시계, 10시 사 십 분이다. 재호, 답답한 얼굴로 가방에서 메모장 꺼내 뭔
가 적어 찢어서 탁자위에 놓고 집을 나간다
$#10. 신형의 집, 거실
전화벨 울리고 있다. 병국, 화장실에서 바지춤 올리며 나와 안방으로 들어가려다 전화
받는다.
병국 여보세요.
$#11. 재호의 차 안
재호 (난감하다)
병국E 누구십니까? 말씀을 하세요.
재호 (전화 끊는다.)
$#12. 신형의 집, 거실
병국, 전화기에 대고 계속 말한다.
병국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때 신형, 이층에서 물잔 가지고 내려오다 그런 병국 본다.
병국 (귀에서 수화기 떼고 수화기 보며) 별 싱거운 놈 다 보겠네. (하고 전화 끊고 안
방으로 가려다 신형 보고, 전화기 보고, 다시 신형 보며) 니가 사랑한다는 제자 같다.
신형 ? ...
병국 이자식은 뭐가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끊는데? 사내 자식을 골라도 꼭 저같이 숫
기 없는 자식만... 보기 싫어 자식아. 빨 리 물 떠가지고 올라가. (하고 안방으로 들
어간다)
신형 (속상하고, 답답한 얼굴이다.)
$#13. 현수의 집 안
현수, 침대맡에 앉아 재호의 쪽지 보다 침대 머리맡 탁자에 쪽지 내려 놓는다. 인써트
-쪽지 내용: 기다리다 간다. 피하지 말자. 현수, 무표정한 얼굴, 종이 구겨 쓰레기통
에 버리는.
$#14. 재호의 집 앞 길거리
재영, 민철과 얘기하며 가고 있다. 재영은 어색한 표정이고 민철은 재영이가 퍽 마음
에 드는 얼굴이다.
민철 영화 좋았어요?
재영 잘 모르겠어요. 전 불란서 영화 싫어해요.
민철 (웃으며) 솔직히 나도 싫어해요. (사이) 낼 강의 몇 시에 끝 나요?
재영 (멈춰서서, 거짓말이다) 하루 종일 있어요.
민철 여섯시엔 다 끝나죠? 그럼 내가 내일 학교 앞으로 여섯시까 지 갈게요. 아버지한
테 차 빌려 가지구 나올테니까요. 드라이 브가요.
재영 (뭔가 말하려는 듯) 저... (하는데)
민철 (재영의 말 피하며 뒷걸음질 치며) 낼 봐요, 오늘 즐거웠습니 다. (하고 뒤돌아
뛰어간다)
재영 (가는 민철 보다가 난감한 표정으로 돌아서다 놀란다)
석구 (화난 얼굴로 담담하게 재영 뚫어지게 보고 서 있다)
재영 (그런 석구 외면하고 집쪽으로 가려하면)
석구 (뭐섭게 가라앉은) 강재영, 이리 와. 소리지르기 전에 좋을 말 할 때 내 앞에 와
서 서.
재영 (돌아보면)
석구 (무섭게 버럭) 어서, 이 기집애야! 재영 (이 앙다물고 오기 어린 얼굴로 생각하
다 돌아서 석구의 앞 으로 가 석구의 눈 뚫어지게 보며) 왜 욕해? 왜 함부로 말해, 깡
패처럼?
석구 (재영 보며 자조적인 웃음 지으며) 너 원래 그런 애였냐? 잘 알지도 못하는 자식
이랑 낮 열 두시에 만나서, 지금 몇시야?
재영 내가 말했지? 오빠 성실한 모습 보기전까진 안 만난다구. 그 리고 사람이 왜 그
렇게 비열해. 민철씨랑 나랑 만난 거 어떻 게 알았어. 뒤 밟았어?
석구 (속상한, 자조적인) 민철씨? 민철씨~ (하가 어이없는, 마음 아 픈 헛웃음 지으
며) 야, 그 말 참 달콤하게 들린다. 민철씨라. (하고 다시 헛웃음 짓고 비아냥거리며)
그 자식은 너 한테 뭐 라고 부르냐, 재영씨라고 부르냐? 그래, 내가 오늘 니 뒤 좀 밟
았다. 아주 가관이더라. 커피 마시고 레스토랑 가서 고기썰 구, 영화도 보구 또 레스
토랑 가서 포도주 마시구.
재영 (속상하게 석구 보며) 오늘 또 일 안나갔어? (울상이 되어) 도대체 정말 왜 이러
니? (하고 큰소리로)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려! 오빠가 이러면 이럴수록 우리 사인
점점 더 멀어져. 알어, 이 바보야!
석구 (속상한, 맘 아픈 큰소리) 좋다. 기다려, 일년 아니, 육 개월? (강조) 아니! 한
달, 그래 한 달 안에 내가 전세금 모아 온다. 내 몸이 가루가 돼도 그 돈 모아 와. 박
석구 이름 걸고, 맹세 하는데 한달안에 그 돈 모아 와서 너 데려간다. 그런데 민철 씨
민철씨 하는 그 간드러지는 목소리는 내지 마라 (버럭) 자 다가두 경기 나니까! 알았
어! (하고 씩씩대고 뒤돌아 서서 간 다)
재영 (속상한 얼굴로 가서 석구 보다 눈감는)
$#15. 공중 전화 부스
석구, 수화기 들고 동전 넣고, 버튼누르고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석구 (속상해 괜히 큰 소리 지른다) 어, 장고형! 나야, 박석구, 오 늘 일 못나간 거
미안해. 그건 그렇구 (심호흡하고) 형, 밀수 한다며. 그거 나두 끼워줘.
$#16. 신자의 방
신자, 무뚝뚝하게 미선 보고 있다.
미선 (그런 신자 아랑곳않고 포장지에 싸여 있는 상자 꺼내며) 이 건 엄마 속옷 (하고
주머니 뒤져 봉투 꺼내 놓으며) 이건 월 급, (하고 장난스러운 웃음 지으며) 그리고?
또 하나 있지. (하고 가슴 안쪽에서 손바닥만큼 큰 막대 사탕 꺼내며) 짠!
신자 그기 뭐야?
미선 (사탕 껍질 까서 보이며) 아탕. (하고 한 입 빨고) 나 한 입 빨아먹고 (신자의
입에 대주며) 엄마 한 입 빨아먹고.
신자 (사탕 손으로 치며) 니 뭐해? 드롭구로, 니 입에 쳐 넌 걸 왜 내 입에 쳐 넣어?
미선 딸이 먹은게 뭐가 드럽냐? (하고 신자 젖 만지며) 엄마 젖도 먹었는데.
신자 (가슴 가리며) 이기 왜 이래? 징그럽구로.
미선 (신자 보고 해맑게 웃으며) 엄마, 나 기특하지? 월급 탔다고 엄마한테 속옷도 사
다주고. (봉투 들어 신자에게 보여주며) 내 용돈 십 만 원 빼구, 월급 고스란히 가져
왔다. 한 번 봐. 신자 (봉투 뺏듯, 열어보며) 용돈을 얼마를 빼?
미선 십 만 원.
신자 (봉투 내려놓고, 손 내밀며) 그 십 만 원 도,
미선 왜?
신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 봤어? 이거 떼고 저거 데고 사십 이 만원 받는 년이 십
만 원을 먹어 조지? 그것도 주전부리로? (손 다시 내밀며) 팔 만원 내, 이 만원만 쓰
고.
미선 (큰 소리로) 이 만원 갖구 어떻게 한 달을 써?
신자 그것 갖구 한 달을 왜 못써. 에미가 옷 사주구, 밥 멕여주구, 재워주구, 내 이
요번 달부터 팔 만원짜리 적금 넣어. 그거 착실히 부면 일년에 백 만원 돼. 그거 한
삼 년 모아 가 시집 가.
미선 (눈 똥그랗게 뜨고, 반항하는) 백 만원 삼 년 모아 봤자 삼 백밖에 안 되는데 그
거 갖고 어떻게 시집 가냐?
신자 니 석구한테 시집 간다며. 삼 백만원짜리 사글세 사는 놈한테 삼백만원 혼수자금
가져가는거면 집 한 채를 가져가는 건데 그기 어때서.
미선 아무튼 난 삼 백 만원 갖구는 시집 못 가. 천 만원 해줘.
신자 (기막히다) 애미 목을 떠라, 목을 따. 아따, 도둑년이네. 이거. 미선 (귀엽게 웃
으며) 엄마, 그래두 나 사랑하지?
$#17. 진숙의 방
재영은 한쪽에서 자고 있고 진숙은 전자계산기 두들리며 뭔가 생각하는 얼굴 이다.
진숙의 주변 방바닥엔 통장 서너개 널부러져 있다. 그때 신자, 방문 열고.
신자 니 뭐하노?
진숙 (신자쪽으로 돌아보며) 어, 언니 왔어? 잘 밤에 웬일이예요?
신자 (진숙의 옆으로 와 앉아 방바닥의 통장들어 펴보며) 빈 통장 은 뭐한다구 디다
보고 있어? (통장 내려놓고) 와? 니 내뺄 라카나, 사내 생겼나,
진숙 (피식 웃으며) 남자 때문에 고민하면 팔자 편하게.
신자 지랄하네.
진숙 근데 일이야?
신자 (뻐기듯이 배에 넣고 온 돈꾸러미 꺼내 진숙의 앞에 놓는다. 대략 오 백 정도 돼
보인다)
진숙 (조금 놀란 눈으로 신자 보면)
신자 혜자 돈 쓴거 찝찝하다메. 갚아. 이 돈 갖고는 택도 없겠지만 그래도 뭐 급한대
로 불은 안 끄겠나.
진숙 (고마운 눈길로 신자보면) 미선이 월급탔다. 그 돈도 여기넜 다.
진숙 살림은 어떻게 할려구?
신자 내가 땅콩 돈 갖고 여적 살았나. (가슴 쭉 내밀어 보이며) 내 갑바 안보여? 내
아직 힘 쓴다 실밥 뜯은 일당도 낼 모래면 받을기고, 십 만원이지만 여유돈도 좀 있고.
진숙 (미안한 듯 눈치보며) 한 두 달안엔 못 갚어. 반년은 쓸텐데.
신자 반년? 그때 까진 괜찮아. 설마 그 안에 내가 죽겠나, 뭐, 나 죽으면 마 미선이
한테 갚아도 되고.
진숙 (고마운, 돈 들고 보며) 잘 쓸게요.
신자 그람 자고 빈 통장 너(넣어)라. 꼴보고 싫다. (하고 일어나) 나간다. (하고 방문
열려다 진숙 돌아보면) 근데 진숙아.
진숙 (신자 보면)
신자 (미안한 듯) 이자는 일부 도고.
진숙 (웃음)
$#18. 신형의 집 대문 앞, 아침
병국, 신형 출근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혜자, 배웅한다.
병국 (차문 열고 신형 보며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너 버스 타고 가.
혜자 가는 길에 태워다 줘요, 왜 안하던 짓을 해?
병국 가는 길은 뭐가 가는 길이야? 얘 데려다 주고 가면 십 오분 은 더 걸려. 아침 시
간 십 오분이면 저녁시간, 시간 반이야. (하고 차에 타고 가버린다)
신형 (답답한 얼굴이다)
혜자 (가는 병국 맘에 안들게 보다 신형 보며) 기분 나뻐 하지마. 니 아빠, 길진이 같
은 아들 뒀으면, 아들 뒀으면 얼마나 그랬 니? 그래서 그런거야. 아들 잃은 기분 들어
서. 이해하지?
신형 엄마, 들어가.
혜자 그래. 가.
신형 (간다)
혜자 (집으로 들어가려다 돌아서서 신형에게) 신형아.
신형 (돌아보면)
혜자 너 만나는 애, 엄마 한 번 안보여 줄래?
$#19. 은행 안
진숙, 은행원이 건네주는 돈 다발 받고 있다. 천만원정도 돼 보인다.
은행원 여깃습니다.
진숙 (받으며) 고마워요. (하고 가방에 돈 넣는다. 그리고 두리번거 리며 공중전화 찾
다, 전화기 발견하고 가는)
$#20. 신형의 집, 거실
혜자, 전화 받고 있다.
진숙E 밖에서 만나자, 집까지 가기 싫어.
혜자 집 비어서 못나가, 오늘 인숙이도 안오는 날이잖아. 기다릴게. (하고 전화끊고
혼잣말) 그 큰 돈을 어디서 구했지? 이 양반 도 그 돈은 없을텐데....
$#21. 신형의 집 주방
진숙, 속상한 얼굴로 앉아있고 혜자, 씽크대에서 차 따르다 기막힌 얼굴로 진숙 돌아
보며 말한다.
혜자 어, 어 얼마?
진숙 (눈만 들어 혜자 보며, 미안한) 천 오백.
혜자 (찻잔 가져다 진숙이 앞에 놔주고 진숙의 앞자리에 자기 찻 잔 놓고 앉아 기막힌
얼굴로 진숙 보며) 목돈을 줬는데 짜투 리 돈으로 갚어?
진숙 (속상한 얼굴로 혜자 보면) 나두 이렇게는 안해주고 싶었어. 그런데 어떡하니.
형편이 그런걸. 내가 돈을 싸놓고 있었으면 이 실장님 돈 쓰지두 않았어. 이것두 통장
세 개 있는거 닥닥 긁어서 간신히 마련한거야. 한꺼번에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한 데....
이해해라, 혜자야.
혜자 (새침하게 차 마시고 잔 내려놓고 진숙보며) 나머진 언제 갚 을 건데?
진숙 기약 못해.
혜자 (어이없게 진수 보며) 기약 못해? 그걸 말이라구 하니? 내가 널 뭘 믿구 기다려.
너 옛날엔 안 그랬는데 사람 참 우스워졌 다. 어렸을 댄 자존심이라도 있었잖아? 너
집 있다며. 가게 있다며. 다 니 명의라며? 친구끼리는 돈 거래 안 하는건지 알 지? 그
리구 마냥 좋은 친구도 아니구 너랑 나랑 껄끄럽다면 껄그러운 사인데... 내가 너 같
으면 이런말 듣기 싫어서라두, 정말 드러워라두 갚겠다. 그 굳세던 자존심 다 어디다
버렸 니? 세상이 널 그렇게 만들었니, 세월이 널 그렇게 만들었니?
진숙 (자존심 상해 눈감고 있다가 혜자 보며) 에지간히 해라. 니 돈 안테먹을 테니까.
에지간히 해.
혜자 (차가운 시선으로 진숙 보며) 한 달안에 갚어.
$#22. 신형의 집 앞
진숙, 신형의 집 대문 '꽝!' 소리나게 닫고 나와 속상해 걸어간다.
$#23. 신형의 집
혜자, 외출복 입다가 문 쪽 보며 혼잣말한다.
혜자 세상 살기 힘들지? (옷 입으며) 너만 그러거 아니야, 나두 그 래.
$#24. 신형의 교수실
신형, 학생들 성적 자료 보고 있다. 여자 조교, 그 옆에서 성적 자료 신형에게 주며
말한다.
조교 기말 시험은 어떻게 하실거예요?
신형 시험 봐야지.
조교 문제 어렵게 내실거예요?
신형 (웃으며) 왜 꼬치꼬치 물어? 이조교 혹시 학생들 스파이야?
조교 (어색한, 웃음) 그런건 아니구요.
신형 (웃으며) 학생들이 물으면 안 본다 그래. 그러구나서 뒤통수 칠거야. 문제 아주
어렵게 내가지구.
조교 짓궂어.
신형 (웃는다)
그때 노크 소리 들린다.
신형, 조교 고개들어 문쪽보면 재호, 문 열고 따뜻하게 웃으며 서있다.
조교 (재호 보며, 석연치 않은) 재호, 너 웬일이야?
신형 (어색하게 조교 눈치 보면)
재호 (조교 보며) 이신형 교수님한테 취업 상담 좀 하려구요.
조교 경영학과 학생이 심리학과 교수님한테 왜 취업상담을 해?
신형 (어색한 얼굴로 조교에게) 이조교, 학생과 가서 삼학년 중간 고사 성적 자료 좀
찾아줄래? 찾아서 학생과에 맡겨 놓고 밥 먹어.
조교 (떨떠름한) 그럴게요. (하고 나가며, 두사람 좋지 않게 보는, 떨떠름한)
신형 (재호 보고, 짐짓 밝게 웃으며) 커피 마실래?
$#25. 현수의 오피스텔 안
현수, 침대에 헬쓱한 얼굴로 쪼그리고 앉아있다.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26. 신형의 교수실 안
재호, 신형 차 마시는.
신형 (어렵게 묻는) 어제 현수 만났어?
재호 못 만났어요. 현수, 오늘 학교 안나왔죠?
신형 (어색한, 웃음) 응.
재호 (신형 보며 따뜻하게) 신경쓰이죠?
신형 (재호 보지않고 찻잔만 보며) 내가 잘못한거니까, 화났겠지. 많이 화났을거야.
재호 (그런 신형 보며) 내가 현수한테 말 잘할게요. 이해까진 못시 키겠지만 당신 잘
못이 아니라구 말할게요.
신형 (고맙게 재호 보면)
재호 그런데 부모님 언제 만나게 해줄거예요? 인사 드려야죠.
신형 (조금 난감한) 그래야지... 근데, 일단 내가 먼저 부모님한테 너에 대해 잘 말씀
드리고 나서,
그대, 신형의 교수실 문 벌컥열린다.
신형, 재호 놀라 문쪽 보면 혜자, 밝게 웃으며 들어와,
혜자 신형아, 엄마 왔어.
$#27. 신형의 교수실 앞 복도
신형, 재호와 나오다. 신형, 누가 볼까 조금 불안한 얼굴로 두리번거리면 재호, 그런
신형 보다 웃음띤 장난치듯 신형 보며 말한다.
재호 사람들이 우리 사이 알까봐 걱정 돼요?
신형 (타이르는 눈빛으로 재호 보며) 여기 학교잖아.
재호 (신형 보며) 학교에서는 연애 못해요?
신형 (타이르듯) 누가 들어. 왜 그래? 짓궂게.
재호 어디가 있을까요?
신형 학교에서 좀 떨어진데 괜찮은데 없을까?
재호 사거리 쪽에 있는 까페 알아요? 거긴 애들이 잘 안오는데...
신형 아, 그 하얀집?
재호 네.
신형 그래, 거기 가있어. 엄마 모시구 갈게. (하고 문 열고 들어가 려면)
재호 (뒷걸음치며 웃으며 장난스럽게 작게 신형에게) 사랑해요.
신형 (들어가려다, 난감한 주위보고, 재호에게 작게 타이르듯) 그러 지마.
재호 (웃으며 돌아서 간다)
신형 (가는 재호 보고, 문 열고, 들어가려는데 그런 신형의 얼굴위 로)
길진 (재호가 간 쪽과 다른 쪽에서 오며, E) 이신형씨.
신형 (목소리 들리는 쪽으로 고개 돌리면) ?
길진 점심 안먹니?
신형 (난감한) ...
길진 같이 먹자.
신형 (어색한 얼굴로) 어, 엄마 와서... 같이 먹어야 될 거 같애.
길진 어머니 오셨어? 같이 가자. 어머니 일식 좋아하시지? 초밥 잘 하는 집 있는데.
(하고 문 열려면)
신형 (문 여는 길진의 손 잡는다)
길진 (그런 신형 보며)
신형 (어렵게) 엄마... 재호 만나러 왔어.
길진 (순간 얼굴 굳는다) 그래? (애써 웃으며 너그럽게) 그래, 그 래야 되겠구나, 한
번 만나 보셔야지.
신형 (미안한 눈길로 길진 보며)
길진 (괜히 너스레 떨며) 어머니 맛있는거 사드려라, 니네들 좋아 하는 양식집 가지말
구. 내가 돈 좀 줄까? 재호, 돈번다구 해 두 학생인데 돈 없을거 아냐.
신형 (미안한) 나한테 있어. 형,
길진 (어색하게 웃으며) 그래? 난.... 김조교랑, 먹어야 되겠네. 들어 가라. (하고 돌
아서 가는데 얼굴 굳은)
신형 (미안한 마음으로 가는 길진 보고 있다.)
$#28. 까페 안
신형, 혜자 앉아있다. 혜자, 셀프 서빙하러간 신형 보며,
혜자 어리다더니 어리지두 않다? 듬직한데? 사내같다, 야.
신형 (부담스러운) 말도 없이 불쑥 왜 왔어. 놀랬잖아.
혜자 내가 너 아무 놈이랑 시집가라 그랬지만 그건 말이지 내 본 심은 아니야. 딸이
누구 만나나 안 궁금한 엄마가 어딧니? 너 한테 쟤 애기 듣고 궁금하더라구, 길진이
보다 좀이라두 나니 까 니가 쟤 골랐을거 아니야?
신형 낫긴 뭘 나. 그냥 내가 좋아하는거야.
혜자 아버지 뭐 하신다니?
그때 재호, '차 나왔습니다' 하며 찻잔들 놓인 쟁반 가지고 오면,
신형 (혜자에게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하며 손가락으로 쉬한다.)
$#29. 밖에서 본 까페 풍경
세사람 앉아 차 마시는.
$#30. 까페 안
신형, 혼자 앉아있고 반대쪽에 혜자와 재호 나란히 앉아있다.
혜자 (재호 보며) 인물이 훤칠하네. 누구 닮았어요? 엄마하구 아버 지 중에서?
혜자 아버지가 멋지신가보구나. 우리 신형이두 등치나, 인물이나 다 지 아버지 쏙 뺐
느데... 어머니가 서운하셨겠다. 난 신형이 가 날 하나두 안 닮나서 많이 서운했는
데...
재호 닮으셨어요.
혜자 어디가?
재호 느낌이요. 분위기는 어머니가 더 있으시지만.
혜자 (싫지 않게, 웃으며)빈 말도 잘하네.
신형 (서운한 눈빛(조금은 장난기 있는)으로 재호 보면)
재호 (신형 보고 웃고)
혜자 아버님은 뭐하세요? 어머니는 살림만 해요? 아니면 일하시나, 요즘은 나 같이 능
력없는 여자나 집에 있지, 다들 밖으로 나 가서 일들 하시드라구, 어머니 일하시나?
재호 (순간 긴장해서 신형 본다)
신형 (긴장하며 혜자 보고) 엄마, 그만 가자.
혜자 (신형 보며) 뭘 그만 가? 이제 만났는데. (재호보며) 부모님 한테 우리 신형이
말씀드렸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맘에 들어하세요?
신형 (자리 모면하려, 괜히 서두르며) 나 수업 있어. 재호도 수업 있구. (재호 보며)
수업 들어가야지?
재호 (얼굴 굳어 신형의 말 듣지 않고 가만 있다가 혜자 보며, 남 자답게) 저,
혜자 (기대에 차, 재호 보는데) ?
재호 아직 말씀 못들으신거 같은데...
혜자 ....
재호 저, 고압니다.
$#31. 까페 밖
재호, 혜자, 신형 나온다 혜자, 화나는 거 간신히 참는 표정이고 재호, 굳은 얼굴이다.
신형은 그런 재호가 걱정스럽다.
재호 (혜자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남자답게) 다음에 또 뵙겠습 니다. 수업이 있어
서 그만 들어가 봐야 겠습니다.
혜자 (어색하게) 아, (하고 고개만 끄덕여 인사한다)
재호 (신형보고) 갈게요.
신형 (그런 재호 걱정스런) 어.
재호 (돌아서 간다)
혜자 (재호 간 것 확인하고 신형의 등짝 때리며 어이없고 화난 얼 굴로 말하는) 얘가
미쳤어, 미쳤어, (버럭) 얘가 미쳤어!
신형 (혜자 보며, 답답한 얼굴로) 뭐가 미쳐, 뭐가?
혜자 몰라서 물어? 고아? 어디서 저런 근본없는 애를.
신형 (그런 혜자 맘에 안 들게 보며) 엄마, 말 그렇게 함부로 하지 마. 근본이 없긴
뭐가 근본이 없어. 착한 사람이야. 성실하구. 그리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혜자 (기막힌) 사랑하는 사람? (단호한) 사랑하지마. 저런 앨 붤 보구 사랑하니?
신형 엄마, 저 사람이 고아라고 하기전까진 마음에 들어했지? 근제 고아란거 하나 때
문에 안색 싹 바꿔가지구 저 사람 기분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랬어야 돼? 엄만 어른이
잖아. 부모 없는게 저 사람 잘못은 아니잖아.
혜자 부모 없는게 쟤 잘못은 아니지만 그게 쟤 팔자라면 쟤 팔자 도 좋은 팔자는 아니
야. 눈 돌리면 길진이두 그렇구 팔자 좋 은 얘 쌔구 쌨는데 뭐한다구 니가 저런 앨 만
나? 뭐가 아쉬 워서?
신형 (혜자 보며) 난 내가 뭔가 아쉬워서 누굴 만나지 않아. 집에 들어가서 얘기해.
(하고 돌아서 간다)
혜자 (가는 신형의 뒤에 대고 소리친다) 엄마가 안되다면 안된는 줄 알어. 엄마만 그
러니? 아빠두 그럴걸? 세상사람 전부다 거 럴거다. 고아? 웃기구 있어. 기집애, 정말.
$#32. 학교 실내 계단
재호, 굳은 얼굴로 올라가고 있다. 그때, 신형, 뒤에서 부른다.
신형 재호야!
재호 (돌아본다)
신형 (맘 아픈 얼굴로 재호 보면)
재호 (애써 웃으며 한쪽 벽에 기댄다)
신형 (재호의 눈치 살피면, 걱정스런) 기분 상했어?
재호 (잠시, 마음가라 앉히려 애쓰고, 따뜻한 눈길로 신형 보며) 이 정도는 각오했어
요. (어색한 웃음) 교수님 아버님두 어머니처 럼 무서워요?
신형 (안스럽게 재호 보면)
재호 왜 그렇게 불쌍한 눈으로 날 봐요. 각오 안했어요? 나랑 만나 는거 힘들 줄 몰랐
어요? 이제 보니까... 바보였네?
신형 (재호 보면)
재호 (속은 상하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바보 같잖아요. 뻔한 걸. 나 이런 거로
속 안 상해요. 지금껏 살면서 이런 일 한 두 번 당해본거 아니예요. 어려서두 잘 놀던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척하구 그게 속상해서 달려가 물으면 엄마 가 고아랑
놀지 말랬어. (하다 서글프게 웃으며) 그런 일 많 았어요. 신경 쓰지 말아요.
신형 (안쓰러, 그런 재호 보는) 미안하다.
재호 수업 들어가야 돼요, 사람들 보니까 나 먼저 올라갈게요. 천 천히 올라와요. (하
고 올라간다)
신형 (그렇게 가는재호 보며 마음이 아퍼 눈가에 물기가 잡혀있 다.)
$#33. 복도
재호, 비상문 문열고 복도 걸으며 말은 그렇게 했어도 얼굴은 굳어져 있다.
$#34. 애인처럼 전경, 밤
$#35. 애인처럼 안
손님들 두엇 앉아 술 마시는 모습 보인다. 경희는 다른 테이블에 앉아 손님과 얘기하
고 있고, 병국과 진숙은 다른 한쪽 테이블에 앉아있다.
병국 (진숙 보며, 걱정스런) 심하게 당했어요?
진숙 (병국 보며 작게 웃으며) 왜요? 심하게 했으면 그걸로 집에 가서 부부 싸움 하시
게요?
병국 네.
진숙 (어이없는) 누가 누구편을 들어요, 지금. 제발 그냥 모르는 척 하세요. (걱정스
런)그런데 정말 어쩌죠? 나머지 돈은 좀 있어 야 될거같은데. (지레 손사레치며) 혜자
한테 뭐라구 말해달라 그러는거 아이예요. 빌어두 내가 빌테니까. 그리구, 어서 일어
나요. 혜자, 오늘 벼르구 있을 거예요. 이 실장님 나 만났을까 봐. 만약 물으면, 안
만났다구 그러세요.
병국 싫습니다. 그런 걸 왜 거짓말시켜요?
진숙 시키는대로 하세요. 날 정말 친구라고 생각하고, 오래 만나실 생각이면,
병국 (웃으며, 안보고) 친구라.... (진숙 보고) 알겠습니다. 친구 말 듣죠.
$#36. 신형의 교수실 아래 있는 학교 주차장, 밤
재호, 주차장으로 걸어와 차 문 열고 책 한쪽에 놓고 문 열고 놓은 채 핸드폰 으로 전
화건다.
신호음 가다 떨어진면,
신형E 여보세요?
재호 (웃으며) 아직 퇴근 안했어요?
$#37. 신형의 교수실 안
신형, 책 보고 있다가 전화 받은 모습이다.
신형 (편하게) 시험문제 내고 있었어. 어디야?
재호E 수업 끝나구 도서관에 있다가 지금 일하러 가는 길이예요. 창 밖 좀 볼래요?
신형 창 밖? 잠깐만. (하고 전화기 통째로 들고 창가로 간다)
$#38. 주차장
재호, 서서 창가 올려다 보며 웃고 있다.
재호 내 얼굴 보여요?
$#39. 신형의 교수실 안
신형 (창가에서 전화기 들고 내다 보고 웃으며) 잘 안보여.
$#40. 주차장
재호 (창가 올려다 보며)난 잘 보이는데, 얼굴 봤으니까 갈래요. 돈 벌어야지 데려가
죠. 등치가 커서 많이 먹을 것 같은데.
$#41. 신형의 교수실 안
신형 나두 하루 세끼 밖에 안먹어?
재호E (웃으며) 대접으로요?
신형 (장난스럽게 표정지으며) 전화 그냥 끊는다.
$#42. 주차장
재호 끊지 마요, 인사는 해야지. (편하지만, 진지하게) 사랑해요.
$#43. 신형의 교수실 안
신형 (작게 웃으며) 조심해 다녀. (걱정) 그리고 일 너무 힘들게 하지마. 병 나면 안
되잖아. 야참, 라면 먹지 말고 밥 먹고.
$#44. 주차장
재호, 핸드폰하는
재호 (편하게 웃는)
신형E 끊어.
재호 네. (하고, 전화 끊고, 창가쪽 본다)
인써트-창가에서 작게 손 흔들고 있는 신형,
재호, 손 흔들어 주고 차에 타고 가는.
$#45. 현수의 오피스텔 안
현수, 탁자 앞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술 마시고 있다 (너무 취하지 않게). 그때, 전화
벨 울리면 현수 그 전화기 덤덤하게 보고만 있다.
$#46. 달리는 재호의 차
재호, 신호음 가는 핸드폰 들고 있다. 끊고, 답답한.
$#47. 길진의 교수실 안
길진, 퇴근 준비하는데, 노크 소리나고 고개 들어 문쪽 보면 신형, 문 앞에 서서 작게
웃으며 말한다.
신형 형, 커피 마시자.
$#48. 낮에 갔던 까페 전경
길진, 신형 커피 마시고 있는 모습보인다.
$#49. 까페 안
신형, 미안한 마음으로 앉아있고 길진, 커피 마시고 내려놓고 그런 신형 보며 너그러
운 표정으로 앉아있다. 신형이 왜 그런 표정인지 알겠다는 마음이다.
길진 (괜히 헛기침 작게 한다)
신형 (길진 보면)
길진 커피에다 코 박겠다. 여기 커피 맛 좋다. 어떻게 알았어?
신형 엄마랑 낮에 왔었어.
길진 (어색하게) 그랬구나.
신형 나.... 형한테 많이 미안해.
길진 (커피 마시며 담담하게) 뭐가?
신형 (말 못한다) ...
길진 (신형 보며) 나 말구 재호 사랑해서 미안해? 그건 미안할 일 이 아니지. 차라리
내가 미안하지. 넌 나 싫은데 내가 추근개 고 그랬잖아.
신형 그렇게 말하지마.
길진 (굳은 얼굴로 담배 피워 물며) 미안하다. 내가 잠깐 마음이 꼬였다. 솔직히 아직
은 괜찮지 않어. 널 보는게 편하지고 않 고 재호 역시 그래. 어머니 아버님, 보기 민
망하구 싫구, 이런 거 이해할 수 있지?
신형 (고개 끄덕인다)
길진 (그런 신형 안쓰럽게 보다 짐짓 웃으며 ) 바보 같은 놈. 니가 알긴 뭘 알어. 임
마.
신형 ?
길진 (자기 마음 다 잡을 수 없어 담배 끄고 일어나 애써 웃으며 친구처럼 말한다.)
너 오늘 버스 타구 가. 난 친구들 좀 만나 고 가야 되겠다. 평동이 알지? 이평동. 걔
출판사 냈대. 오늘 개업이랜다. 가서 술 한 잔 같이 해 줘야지. 낼 보자. (하고 나가
는데 걸어가는 얼굴 어두워진다)
신형 (그런 길진의 마음 알겠다. 가는 길진의 뒷모습 보는데 마음 이 아프다.)
$#50. 까페 주차장
길진, 걸어와 차 문 열고 타지 않고 하늘보고 한숨 쉬고 다시 차 문 닫는다. 그리고,
길가쪽으로 가 걷는다.
$#51. 거리 인다
재호, 바지주머니에 손 넣고 고개 숙이고 걸어가고 있다. 그 뒤에서 진숙, 그런 재호
보며 걷고 있다. 잠시 두 사람 그렇게 걷다가 진숙 멈춰서며 재호에게
진숙 날 어디로 데려가는거야?
재호 (멈춰서서 뒤돌아 보며) 걷기 싫어요?
진숙 (재호 보며) 다리 아퍼.
재호 어디 앉을래요?
진숙 길바닥만 아니면.
$#52. 아파트내 공원
진숙과 재호, 벤치에 앉아있다. 재호, 머리숙이고 땅만 보고 앉아있다.
진숙 (그런 재호 이상하게 보며) 바쁜 사람 불러놓고 왜 말이 없 어?
재호 (진숙 보지 않고) 저, 다음달에 조기 졸업해요.
진숙 잘 됐네. 한 학기 등록금 굳었네.
재호 (진숙 보지 않고, 어렵게) 저... 결혼할까 해요.
진숙 전번에 봤던 아가씨랑?
재호 아뇨,
진숙 걔 말고 딴 애랑? (기막힌) 넌 여자두 잘사귄다. 이번엔 또 어떤 애야?
재호 좋은 사람이예요.
진숙 넌 좋다는게 나랑 기준이 다르잖아. 구체적으로 말해봐 어떤 애야. 지난 번 걔보
다 더 돈 많은 애니? 그룹회장 딸도 모자 라, 이젠 세계적인 갑부 집 딸이냐?
재호 ....
진숙 (재호보지 않고 조금 비아낭거리며) 드디어 니 양에 차는 여 잘 잡았나 보네. 강
재호가 꿈을 이뤘네. 드디어 이 동넬 떠나 겠네? (재호보며) 신나냐?
재호 (진수 보지않고 담담하게) 그 여잘 사랑해요.
진숙 !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마음 다 잡고) 니가... 뭘해? 사랑?
$#53. 재호의 동네 근처
재호의 차 멈춰서 있는.
$#54. 재호의 차 안
재호와 진숙 타고 있다.
진숙 (안전벨트 풀고 재호 보며) 넌 안 내려?
재호 일 가야죠.
진숙 (재호 기특한 듯 웃으며) 너 정말 사랑하냐?
재호 (쑥스러운) ...
진숙 (웃음 밴) 진짜네, 얘가 진짜 사랑하나 보네. 너두 사람 맞구 나. (하하, 웃고,
재호 보며) 근데 여자가 교수라면 집안도 괜 찮겠네.
재호 우리집 보다 낫죠. 하지만 빈손갖고 오라 그럴 거예요.
진숙 (대견하다) 그 집안 사람들 만나봤어?
재호 (석연치 않은 표정 지으며) 어머니만 만나봤어요.
진숙 (재호 보며) 별로 개운칠 않았나보네.
재호 (진숙 보고 서글프게 웃으며) 내가 가진 조건들이 개운치가 않잖아요.
진숙 니가 어때서? 공부 잘하겠다. 똑똑하겠다. 진실성이 없어서 그렇지. 그런데 지금
은 그것두 아니잖아. 사랑한다며. 집안 보 구 그러는거 아니라며. 그럼 진실하기까지
한데 뭐가 걱정이 야.
재호 (가만있다)
진숙 너 좋아하는 여자는 뭐해? 니 조건 걸구 넘어져?
재호 (진숙 보며) 그냥 내가 좋대요.
진숙 (재호 보며 슬쩍 웃으며) 여자 잘 고른 모양이다? 너두 살면 서 내 맘에 드는 행
동 하나쯤은 하는구나. 여자가 그렇다면 신경 쓸거 없네. (하고 차문 열고 나가려다
재호 보며) 그래 도 나 술집한다는 소리는 하지 마라. 결혼할 때까지 속일 수 있으면
속여.
재호 그 여자 부모님은 몰라두 그 여자는 벌써 알아요.
진숙 (황당한 듯 웃으며) 그 친구 막무가낸가 보다? (사랑이 그렇 지하는 느낌으로 재
호 보다 작게 웃으며) 너, 과거에 내가 사 랑한다고 막무가낼 때 나 비웃었지? 니가
해보니까 어때? 사 랑은 그런거야. 그렇게 대책 없이 정신 없는거라구. 인정해?
재호 (그런 진숙 보고 작게 웃으며) 네.
$#55. 재호의 집 수돗가
진숙, 대문 열고 들어오며 고즈넉한 주위 살핀다.
진숙 집에 사람 없어? 왜 문을 열어놓구 있어?
신자 (그때 방문 연다, 실밥 입으로 뜯고 있다. 남자 군용 바지 실 밥을 뜯는 모양이
다. 진숙보며) 일찍 왔네.
진숙 (신자의 방쪽으로 가며) 일이 있어서 일찍 퇴근했어요. 재영 이 안왔어요?
$#56. 신자의 방
신자, 문턱에서 수돗가 내다 보며 진숙에게 말하고 있고 진숙은 마당에서 신자 보고
서있다.
신자 (진숙에게) 드와(들어와)
진숙 그럴까? (하고 신자의 방에 들어와 앉으며 신자가 뜯는 실밥 거리 보며) 이건 뭐
야?
신자 보면 몰라, 개구리복이지. 니 하나 뽀리쳐주까?
진숙 (어이없니 웃으며) 이걸 훔쳐 뭐할거라구.
신자 거저니까 그라지. 양잿물도 공꼬면 마신다는 말 모르나. 하긴 이까짓거 뽀리치고
내도 도둑년 소린 듣기 싫다. 근데 닌 뭔 일이 있어서 가게도 때려치구 드와?
진숙 (혼자 작게 웃음 짓다 신자 보며) 재호, 장가 갈거 같애.
신자 (조금 놀라는) 어데로? 가시나한테로?
진숙 그럼 머스마한테로 갈까봐?
신자 미선이는 우짜고.
진숙 농담 작작해요.
신자 (조금 짜증스럽게 뜯던 실밥거리 방바닥에 팽겨치며) 아, 그 자식, 우리 딸하고
엮었으면 좋겠구마는. 어떤 가시나한테 장 가 간다고 지랄이야.
진숙 근데 걱정이야.
신자 (진숙 보면) ?
진숙 언니, 재호한테 말은 안했는데... 지 엄마 지들 버리구 도망간 거, 그리구 명색
이 보호자라는 이모가 술집하는거 처녀 집안 에는 문제 될거야, 그지?
신자 집안이 좋나보네.
진숙 처녀는 교수구 어버지두 잘나가는 회사 간부구 그렇다나봐. 우리두 옛날에는 괜
찮았는데. 사실 안그래? 재호 아버지 살아 있으면 지금쯤 교장자리는 할테구, 재호 엄
마두 마나님 소리 들을 만하지 뭐. 인품으로 보나, 인물로 보나.
신자 (그런 진숙 보며 혀 차며) 아이고, 아이고, 씨. 그란 소리 하 면 뭘해? 내가 왕
년에 처년가 지금 말하면 뭐하냐? 지금 처 녀가 아인데. 왕년에 뭐시기 뭐시기.... 천
하 쓸데없는 소리다, 그거.
진숙 예나 지금이나 무슨 집안들은 그렇게 보는지. 누군 뭐 못살고 싶어서 못살구, 술
집은 하구 싶어서 하나? 시대가 변했으면 말야, 사람들 생각두 좀 변해야지. 안그래.
언니?
신자 천년 만년 흘러봐라. 사람에 근본이라는 거는 동서고금을 막 론하고 문제가 되는
기다. 못 사는거야 돈 벌어 잘 살수 있는 기지만은 나 술집하는거는 영원히 문제가 될
기다.
진숙 (서운한 듯 신자 보며) 언니까지 그러기냐?
신자 내니까 이란 소리도 한다. 남 같으면은 니 무시하고 말도 안 주고 받어. 아나?
진숙 (씁쓸한, 한숨)
$#57. 시장 전경, 새벽
석구, 달건 얘기하고 있다.
달건 (걱정) 장고를 왜 볼려 그래?
석구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달건 그게 뭔데?
석구 형이 신경 쓸일 아니야.
달건 이 자식은 저 혼자 기다리기 싫다구 나까지 집에 못가게 잡 았으면서 이제 와서
는 말두 안해주구.
석구 형이 집에 가구 싶어했어? 경희 만나구 싶어 했지.
달건 어쨌든 임마. 근데, 너 정말 장고 왜 볼려 그래. 그 자식 요즘 수상쩍은 놈들하
고 다니던데, 너 함부로 그런 애들하고 어울 리지마라. 알아들어?
석구 형은 상관하지 말랬지! (하고 가버린다)
달건 (그런 석구 걱정스레 보며) 쟤 정말 왜 저래?
$#58. 신형의 집 거실, 전경
$#59. 신형의 집 안방
병국, 화장대 앞에서 넥타이 매다 혜자 보며,
병국 (버버대며) 다, 다시 말해 봐. 뭐, 뭐라구?
혜자 (말하기 싫은 표정으로 버럭) 몇 번을 말해. 고아라구!
병국 그걸 왜 이제 말해. 어젯밤엔 뭐하구?
혜자 나두 하두 놀래서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하느라구 그랬어요. 잴 어떡하면 좋아.
우리가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두 부모 노릇 은 제대로 하구 헤어져야 될텐데.
병국 이누무 자식. (하고 나가려면)
혜자 (막아서며) 어디 갈려 그래요?
병국 어기긴 어디야, 신형이 방에 가지.
혜자 당신 피해서 벌써 학교 갔어요.
병국 지금이 몇신데 학굘가 ?
혜자 당신 피해서 갔다니까. 어젯밤에도 내가 닥달하까봐 열두시 다 돼서 도둑고양이
처럼 들어와서 자구 새벽이 가봤더니 벌 써 없더라구요.
병국 도대체 딸년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거야?
혜자 (황당한 표정으로 병국 보며) 나 혼자 났어요? 당신하구 같 이 났어요.
$#60. 신형의 집 거실
병국, 안방에서 나오며,
병국 (화난) 그러게 내가, 내가 몇 번 말했어. 길진이 만한 놈 없다 구. 생각없는 여
편네. 아무나라도 좋다, 누구나라도 좋다, 딸 한테 그딴 말이나 해대니까, 애가 당치
도 않는 놈을 디밀지.
혜자 (듣기 싫다) 알았어요, 알았어, 당신 잘났어.
병국 말버릇하군. (하는데)
그때 인숙, 현관 들어서며,
인숙 언니 안 왔어.
병국 (인숙 보고 화 풀려, 어색하게) 오셨습니까? (하고 혜자 밉게 보며) 회사다녀 올
게. (하고 나간다)
혜자 (그런 병국 보다 심란하게 소파에 앉는데)
인숙 (이상하다는 듯 혜자 보며) 두 사람 아침부터 싸웠어?
혜자 (귀찮다는 듯) 힘이 남아 도니? 아침부터 싸우게?
인숙 근데 왜 그래?
혜자 (생각없이, 말하는) 아유, 모르겠다, 모르겠어. 딸년이라구 하 나 있는게 왜 그
렇게 속을 썩이는지... 남자라구 하나 데려왔 는데,
인숙 (호기심 있는 눈초리로 혜자의 얘기 듣는다)
혜자 (앗차싶다, 인숙 보며 새침하게, 꾸며서 말한는) 집안은 너무 너무 괜찮은데, 잘
살구, 애두 똑똑하구. 그런데 부모가 일찍 죽었댄다.
인숙 고아야? 고아면 어때? 사람만 번듯하면 돼지. 진숙이 언니 동 생 있잖아. 진순이
언니라구, 기억나?
혜자 기억나. 얼굴 이쁘장하구 아담하게 생긴 애.
인숙 응, 그 언니한테 애 있거든. 남매 둘 있어. 그 언니는 죽었는 지 살았는지 모르
지만 이 십년전에 사라진 사람이이까, 죽었 다 치구, 개들두 고아지만 번듯해.
혜자 (당치두 않단 듯이) 어쨌든 고아는 싫어.
$#61. 목욕탕 밖
재호, 손에 작업복 들고 목욕한 모습으로 나온다. 작업복 차림의 남자1, 목욕탕으로
들어가려다 재호 보며,
남자1 오늘 장사 잘했냐?
재호 (웃으며 남자1에게) 푼돈 갖고 하는 건데요. 뭐.
남자1 그래도, 회사에 납입금 안 밀리고 잘 내는 모양이던데. (하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간다)
재호 (웃으며, 차로 와서 키로 차 문 열다가 현수 생각난 듯 핸드 폰으로 전화 건다.
굳은 얼굴이다)
통화중 신호음이 들린다.
재호, 집에 있구나 생각이 드는.
$#62. 현수의 방안
현수, 전화하고 있다.
현수 (어렵게) 저 좀 만나주실 수 있어요?
$#63. 진숙의 방
재영 (이상하다) 왜요?
$#64. 현수의 방안
현수 (어렵게) 오빠에 대해 상의 좀 드릴려구요.
$#65. 진숙의 방
재영, 왜 그런가 싶어 가만있는.
$#66. 현수의 방안
현수 싫으세요? (미안한) 제가 너무 실례를 했나봐요. (속상한) 저, 오빠 때문에 속상
한게 많거든요. 누군하고든 말하고 싶은데.... 친구도 없고, 언니도 동생도 없고...
그래서 재영씨가 내 친구 가 되줬으면... 한 번 밖에 안 봤는데 너무 무리죠.
$#67. 진숙의 방
재영 (미안하다) 그게 아니라...
현수E 그럼, 저 만나주실거예요?
재영 (내키지 않지만) 언제 만나요,
$#68. 현수의 방안
현수 낼 어때요? 내가 학교 앞으로 갈게.
재영E 알았어요,
현수 (반색) 4시쯤요? 좋아요. 참, 그리고 (어렵게) 오빠한텐 비밀 로 해줄래요?
$#69. 현수의 오피스텔 복도
재호, 걸어와 현수의 집 앞에 선다. 잠시 호흡 가다듬고 노크한다.
$#70. 현수의 집 안
현수, 전화하다 문 쪽 보는.
시간 경과.
현수와 재호,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다. 재호, 현수에게 어떻게 말을 꺼낼까 생각이 많
다. 굳은 얼굴이다 현수, 재호 굳은 얼굴로 보고 있다.
재호 (남자답게) 현수야....
현수 (안보고) ....
재호 미안하다.
현수 (그런 재호 본다. 그러다 힘없이 눈에는 힘 풀지 말고 재호에 게 시선 고정시킨
채) 아무말 하지마.
재호 (그런 현수 보면)
현수 (속상한, 애써 감추며) 난 너만 그런 줄 알았는데... (속상한 웃음 흘리며) 아니
다. 신형언니두 그런 줄 알았다. (작게 한숨 쉬고) 모르겠다. (재호 보며) 그런데 난
정말 너 사랑하는데 어떡하니? 보낼 수가 없는데?
재호 (무표정한) ...
현수 얘기하기 싫다, 가. (일어나 현관으로 가서 문 연다)
재호 (그런 현수 보면)
현수 (문 열어 놓은 채 한 쪽 벽에 기대 재호 보며) 난 아직 믿기 지가 않는다. 우리
가 정말 끝났어?
재호 (일어나, 현관 앞으로 가 선다)
현수 (재호 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해봐, 끝났어?
재호 (미안하지만, 단호한) 끝났어. (하고 가려는데)
현수 (그런 재호 눈 떼지 않고 보며) 아니.
재호 (돌아보면) !
현수 (눈가 그렁하지만, 오기 어린) 우린, 아직 끝나지 않았어.
재호, 현수 보는 그렇게 서로 보는 두 사람에서 엔딩.
(제 19 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