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442 --- 운주사 천 불 천 탑
천 년 세월이 흐르며 어찌 부처님이라고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랴. 코가 문드러지고 귀때기가 떨어지고 가슴이 파이며 손이 잘렸다고 부처님이 아니더냐. 크고 작고 앉고 서고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고 누워있거나 어느 한 곳이 부러져 가까스로 되새겨볼 수 있다고 부처님이 아니더냐. 훤칠하니 잘 생겼거나 박박 얽은 데다 못생겼다고 부처님도 차별하랴. 감실에 있고 논밭에 있고 산속 후미진 곳에 있고 바위 밑에 있고 혹은 바위 위에서 덩그러니 온갖 풍상을 다 맞고 있다고 부처님이 아니더냐. 바위에 생긴 모습 비와 바람에 깎이고 마모되어 흐릿하니 보일 듯 말 듯하다고 부처님이 아니라 하랴. 오로지 모두가 자신의 마음에 있을 터, 스스로가 간직하고 아끼며 또한 우러러 뵐 일이라 할 것이다. 탑도 마찬가지로 다르지 않다. 높고 낮고, 크고 작고 무엇이 다르랴. 사각에 3층 5층 7층 9층이거나 원형에 다층이거나 주판알에 변형된 모습을 한다고 뭐가 그리 다른가. 쌓은 정성 그 마음이 묻어있는 한 탑으로서의 몫은 다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천 불 천 탑 그 많은 부처님과 탑들이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무너졌다. 요행인지 다행인지 그중에 일부만 남아 전설이 되고 있다. 하루의 역사로 끝내려다 닭 울음소리에 그만 천 불의 그 거대한 꿈을 접고 산기슭에 거꾸로 누운 부처님 와불이 있다. 와불은 언제쯤 훌훌 털고 일어서시려는지. 일어서는 날 불토 정국이 이루어질 텐데 점점 멀어져만 가나 보다. 천년의 부처님은 그대로인데 촐랑거리던 수목은 한 번 지나친 불길에 모두를 태우고 숯검정이 되어 빗물에 그 흔적마저 지워가고 있다. 계절의 흐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엄청난 화마의 풍파를 겪은 땅에도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웅덩이에는 봄을 재촉하듯 도롱뇽이 알을 풀고 개구리도 알을 낳았다. 어미는 어디에 숨어 사람의 발걸음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 모성으로 안타까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불심에 젖어보려 열심히 거친 발바닥을 비비고 있을까나. 질긴 인연의 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