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절 불성
순다가 떠나간 지 얼마 안 되어 , 부처님은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의심이 있거든 물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그 소원을 따라 그 의심을 끊어 주고, 그리고 열반에 들 것이다. 비구들이여, 여래가 이 세상에 출현하기는 드문 일이다.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려운 일이다. 여래를 따라 신심을 일으키고, 참기 어려운 것을 잘 참으며, 계를 지켜 깨뜨리지 않고 무학위를 얻는 것도 또한 어려운 일이다. 비유하면, 금싸라기 같은 모래가, 우담바라 꽃을 찾는 것과 같은 것이다.
너희는 나를 만나 허송세월해서는 안 된다. 나는 옛날의 수행에 의하여 이제 이 무상의 힘을 얻을 것이다. 너희들을 위하여 과거 무량겁 동안에 손과 발과 머리와 골수와 뼈다귀까지 보시하여 버리기를 한없이 하였다. 너희들은 방일하여서는 안 된다. 비구들이여, 바른 법의 성에는 공덕과 보배가 갖추어져 있는데, 계와 정과 혜가 담이 되고 참호가 되어 있다. 너희들은 지금 이 불법의 보배 성에 있으면, 다른 거짓 것을 취하여 가져서는 안 된다. 비유하면, 장사하는 사람이 모처럼 보배 성에 들어왔다가 자갈이나 돌이나 기왓장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너희들은 소승의 작은 마음으로써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너희들은 출가는 하였으나 아직 대승을 사모하지 않고 있다. 물들인 옷을 입고 있으나 마음은 아직 청정한 법에 물들어 있지 않다. 음식을 구하여 여러 곳을 헤매고 있으나 아직 대승의 법식을 빌지 못하고 있다. 수염과 머리는 깎고 있으나 아직 정법을 위하여 모든 번뇌를 끊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제 진실로 너희에게 고한다. 여래의 법성은 진실하여 뒤바뀌어 있지 않다. 너희들은 마땅히 마음을 거두어 용맹스럽게 모든 번뇌를 끊어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지혜의 해가 빠져 버리면 너희들은 다시 무명에 덮여 버리고 말 것이다.
비구들이여, 비유하면, 많은 산의 약초가 사람의 병을 고치는 것과 같아서, 내 법은 묘한 감로를 쏟아 중생의 번뇌의 병을 구제하고 있다. 이제 나의 사부중으로 하여금 다 비밀장 속에서 쉬게 할 것이다. 나도 마땅히 이 가운데 쉬어서 열반에 들려고 한다.
이 비밀장이란 무엇인가? 여래의 법신과 반야의 지혜와 해탈의 법이 곧 그것이다. 비구들이여, 열반에는 상. 락. 아. 정의 네 가지의 덕이 있다. (1) 여래의 법신은 항상 떳떳한 것이요 (2) 열반은 즐거운 것이며 (3) 여래는 참나인 ‘나’요 (4)여래의 정법은 청정한 것이다. 그러나 유위의 법은 더럽고 부정한 것이다. ‘나’라는 나는 여래의 뜻이요, 떳떳함이란 법신의 뜻이요, 즐거움이란 열반의 뜻이요, 깨끗함이란 정법의 뜻이다. 중생은 고통을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즐거움을 고통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뒤바뀜이다. 무아를 아로 헤아리고, 아를 무아로 헤아린다. 이것이 뒤바뀜이다. 부정한 것을 깨끗한 것으로 헤아리고,깨끗한 것을 부정으로 헤아린다. 이것이 뒤바뀜이다. 너희들은 이 뒤바뀜의 소견을 버리지 않으면 아니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네 가지 뒤바뀜을 여의고 계십니까? 그러신데 어째서 일 겁이나 반 겁 동안이라도 이 세상에 머물러 계시어 저희들을 지도하여 주시지 않으려 하십니까?”
“너희들은 그렇게 말하여서는 안 된다. 나의 무상의 정법은 영원히 세상에 전하여졌다. 여래가 모든 중생을 편안하게 하여 주는 것과 같이, 여래의 끼친 법도 또한 너희들을 편안하게 하여 줄 것이다. 너희들은 반드시 힘써서, 어떤 곳에 있을 지라도 항상 상. 락. 아 . 정의 생각을 가지고 수도하고 공부하여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전에 모든 법은 아가 없는 것이니 너희들은 이것을 배워서 나라는 아의 생각을 버려라. ‘나’라는 생각을 버리면 교만심이 버려지고, 교만심이 버려지면 곧 열반에 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 뜻을 알아야 좋겠습니까?”
“네가 중요한 것을 물었다. 내 이제 비유로써 너에게 일러 주리라. 어떤 국왕이 있었는데, 그는 마음이 어두웠다. 왕에게 한 사람의 의사가 있었는데, 그는 또한 완고하고 어리석었다. 그 의사는 오직 우유를 약으로 쓰는 젖약만을 알고 있었는데, 그것도 충분하지를 못했다. 누구든지 병이 나면 그 병의 성질을 헤아려보지도 않고 모두 유약만을 썼다. 그러나 왕도 이것을 괴이하게 여기진 않았다. 이때에, 우연하게도 병에 약을 잘 쓸 줄 아는 새 의사가 먼 곳에서 왔다. 먼저 의사는 그를 업신여기고 그의 가르침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새 의사는 거기서 곧 구 의사에게 부탁했다. ‘나는 당신을 잘 섬기려 하오. 바라건대 허락하여 주십시오.’ 이때에 구 의사는 ‘네가 만일 사십팔 년간을 나를 섬기면 나는 꼭 너에게 가르쳐 주리라.‘ 하였다. 그래서 새 의사는 ‘ 정성껏 조심하여 모시겠습니다.‘ 하였다. 어느 날 구 의사는 새 의사를 데리고 가서 왕에게 보였다. 새 의사는 거기서 왕에게 여러 가지로 의술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그래서 왕은 처음으로 구 의사의 어리석은 것을 깨닫고 곧 그를 물리치고 새 의사를 깊이 믿고 공경하였다. 새 의사는 생각하되 ‘왕을 가르치기는 바로 이때로구나.’하고, 왕에게 ‘대왕이시여, 국내에 법령을 펴서 구 의사의 유약을 금지하게 하여 주십시오. 이 약은 백해무익으로 사람을 그르치는 일이 많습니다.’하였다.
왕은 이에 널리 명령을 내리고 유약을 쓰지 말라고 금지하였다. ‘만일 이것을 듣지 않고 범하는 자가 있으면 엄벌에 처하겠노라’고 하였다. 새 의사는 여기서 여러 가지로 약을 조제하여 뭇 사람의 병을 고쳤다. 물론 왕의 병도 나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왕은 다시 병이 들었다. 곧 새 의사를 불러 말하기를 ‘나는 이제 병이 중하여 죽을 것같이 괴롭다. 어떻게 하여야 이 병을 고치겠는가.’ 하였다. 새 의사는 정성스럽게 진찰하고 ’ 대왕이시여, 이 병에는 마땅히 우유로 약을 만들어 써야만 나으실 것 같습니다.’ 하였다.
이때에 왕은, ’네가 미쳤느냐, 정신이 빠졌느냐? 또는 나를 속이는 것이냐? 먼저는 유약을 독약과 같은 것이라 함부로 쓰지 못한다고 말하고, 이제 와서는 또 이 우유라야 약이 된다고 하니, 무슨 일이야?‘ 고 했다. 새 의사는 ‘대왕이시여, 벌레가 나무를 파먹다가 글자의 형상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이 벌레는 그것이 글자인 줄은 모릅니다. 사람도 또한 이 벌레가 글자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왕이시여, 구 의사도 또한 그러합니다. 여러 가지의 병을 구별하지 못하고 다 유약만 주어서 먹게 하여 그 약이 듣는지 아니 듣는지 모릅니다. 마치 저 벌레가 우연히 나무에 글자를 만들어 놓은 거와 같습니다’ 고 했다. ’ 구 의사가 알지 못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대왕이시여, 이 우유로 쓰는 약은 우유에 따라서 독약도 되고 감로의 양약도 되는 것입니다. 만일 새끼를 가진 암소가 먹으면 그것은 적당한 것입니다. 그리고 맑은 물을 마시고 술 찌꺼지 같은 것은 먹지 않으며, 놓아먹이는 장소도 건조한 높은 지대도 아니요 또 비습한 낮은 지대도 아니며, 수소와 같이 있지도 않고, 그 송아지도 유순하면, 그러한 소의 젖은 모든 병에 잘 들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감로라고도 하겠지마는, 이러한 조건이 닿지 않은 것은 어떤 우유든지 독이 많은 것입니다.’ 왕은 듣고 감탄하여 ’아아, 오늘에야 유약의 좋고 나쁜 것을 알았다.’ 하고, 곧 이 유약을 먹고 병이 나았다. 그래서 국내에 명령을 내리되 ’오늘부터는 유약을 먹는 것이 좋다.’ 하였다. 백성들은 어쩔 줄을 몰라 ’왕은 마가 씌어 미쳤는가?’ 하고, 다 왕의 대궐로 나아가 호소했다. 왕은 거기 대해서 잘 설명하여 가르치고, 백성과 같이 새 의사를 공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