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당신이 부린 일
다솔 정경임
뒤란 시누대숲에서 휘몰아치는 말발굽소리가 들린다든지
개들이 우우 섣달그믐달을 삼켜버릴 듯 짖는다든지
한밤중 투두둑 나뭇가지 부딪치는 소리라든지
누구요? 당신이 방문을 열어 재낄 때마다
이유 없이 마음이 덜컹거렸습니다
눈발이 때까치처럼 감나무가지 사이를 노닐던 때
소리 소문 없이 빠져나간 당신은
네발무릎걸음으로 언덕을 넘고 솔가리 길을 지나 안양봉을 타고 있었습니다
민들레솜털 같아 후후 불어보았던 머리에
당신처럼 말간 송이눈이 쌓이고 있어서 훅 하얀 입김을 뿜었던
사방으로 흩어지던 홀씨눈
이듬해 안양산에 노란 꽃으로 피었을 테지요
당신 품에 꼭 끌어안은 분홍보자기
바래진 첫 자식 사진 한 장 당신 오랜 손길이 수놓아진 삼베수의 한 벌 돌돌 말린 지폐 열 장
꽁꽁 싸매진
남몰래 아들 찾아 헤매었던 북망산천 이십여 해,
내리막길 텅 빈 매화나무아래 울컥울컥 밭은 숨 부려두었습니다
이태만에 바라본 그 언덕에 매화꽃이 우르르 피었드랬습니다
첫댓글 잘 감상합니다 ()
감사합니다. 날씨가 매섭습니다.
건강한 겨울, 따순 연말보내세요~~^^
슬프다.
감사합니다. 이비작가님,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래요^^
아픈 사연이 담겨 있군요.
할머니 얘기입니다.
세월이 갈수록 매화꽃이 우리 할머니를 닮았습니다.
행복한 연말, 건강한 겨울나시기 바랍니다^^
남몰래 아들 찾아 헤매었던 모정의 세월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리오~
부모보다 할머니에 대한 상념이 유독 많은 것 같아요!
깊은 숭늉맛이 우러나는 시가 늘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올해 들어 처음 보는 눈발이
그날의 사건을 소환시켰네요.
행복한 연말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