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외 1편)
이 미 산
그는 안개 도시에서
어엿한 가장이 되기 위해 고군孤軍 중이었고
나는 상상안개가 출몰하는 집에서
아내의 본분을 지키려 분투奮鬪 중이었지
그가 두 달 치의 안개를 몰고 귀가한 날
우리는 웃었지만 우는 것 같았고
손가락 끝이 떨리는 것 같았고
2년의 연애, 결혼 2년차, 아이는 없어요,
안개가 숨긴 눈알 같은 백열등
낯선 안개에 갇힌 남자와 여자
반짝이는 별이 반짝이는 별을 찾아 떠돌 때
더 반짝이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들
그렇게 죽어간 빛의 알갱이들
서로 다른 기분으로 익힌 달콤한 과일처럼
쾌청한 날씨는 어디에 숨었는지
실루엣의 숨소리 해독되는 방에서
골똘해지는 술래들
뜨거운 이마 부딪치지 않게
젖은 발등 서러이 밟히지 않게
이별의 알고리즘
다시 온 여름과
다시 떠날 여름 사이
매미가 있다
최선을 다 했어요,
고백하는 울음이 있다
장미꽃이 가시줄기 위에서 발그레 웃을 때
손가락을 모으는 장미
매미의 잠 속으로 이동하는 한 줌의 웃음
한 줌의 붉음
만개의 뒤편엔
헛간을 채울 그 여름의 민낯들
이별은
초라해진 최선 같아
중얼거리는 허물 같아
울지 않아도 뜨거운 여름
슬프지 않아도 아름다운 울음
이별 후기로 남겨진
매미라는 이명耳鳴
카페 게시글
시인정신 신작시 초대석
춘천 (외 1편)/이미산
박순자
추천 0
조회 23
19.11.19 13:36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