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철학과 이중표 명예교수의 신간 <붓다의 철학> 붓다의 ‘중도철학’으로 알 수 있는 서양철학의 한계와 현대 철학의 한계를 넘어선 ‘붓다의 철학’!
1992년 처음 출간된 『아함의 중도체계』는 붓다의 근본 가르침에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초기경전을 바탕으로 불교의 핵심 사상인 ‘중도(中道)’의 원류를 파헤친 책이다.
중도란 양극단의 모순 대립하는 사유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바꿔 말하면 ‘모순된 사유의 초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도에 붓다 철학의 핵심이 담겨 있으며, 불교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4성제·8정도·12연기의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27년 전 난해한 국한문 혼용의 한문경전 번역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알기 쉬운 현대어 번역과 치밀한 논리로 붓다의 중도 사상을 밝힌 『아함의 중도체계』는 발간 이래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불교 이해에 목말라하는 많은 독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아왔다. 이미 한국 불교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아함의 중도체계』를 개정 보완하여 새롭게 엮은 『붓다의 철학』은 저자 필생의 연구 성과를 담아 초기경전 원전 해석의 내용을 대폭 강화했다.
이 책은 중도 해설을 중심으로 무엇이 진리이며 그 진리를 어떻게 인식할지에 관한 ‘인식론’, 12연기를 바탕으로 한 ‘존재론’, 4성제를 토대로 실천의 당위성을 논하는 ‘가치론’을 설명하고 있다.
『붓다의 철학』을 통해 붓다의 진의와 중도의 의미는 무엇이며, 서양철학과의 비교분석으로 현존하는 철학 제 문제를 풀 수 있는 ‘중도사상’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단지 지식적인 접근만이 아닌, 수행이라는 실천의 측면에서 번뇌를 끊는 지혜와 모순된 사유를 초월하는 길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처럼 이론과 실천을 겸비하여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 ‘붓다의 철학’이며, ‘중도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진리를 알기 위한 ‘인식론’과 세상의 구조를 설명하는 ‘존재론’
그리고 실천 목표인 ‘가치론’으로 붓다의 철학을 조망하다
‘중도(中道)’는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관통하는 불교의 핵심 사상이다. 중도는 초기불교경전인 『아함경』과 『니까야』에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8정도(八正道)로 대변되는 실천 수행의 중도(中道)이고, 다른 하나는 12연기(十二緣起)의 철학체계로서의 중도이다. 이와 같이 붓다의 중도는 이론과 실천이라는 두 가지 측면의 중도가 하나의 사상을 형성하고 있다. 붓다는 이 중도의 바탕 속에 4성제(四聖諦)라는 철학체계가 있음을 천명했다.
저자 이중표 교수는 이러한 붓다의 사유를 서양철학의 주요 범주이기도 한 인식론·존재론·가치론적 입장에서 재조명한다.
진리의 접근법인 1) 인식론은 연기설(緣起說)과 9차제정(九次第定)으로 설명하고, 2)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논하는 존재론은 5온(五蘊)·12처(十二處)·18계(十八界)로 풀이했다. 3) 그리고 마땅히 실현해야 할 가치에 관해 탐구하는 가치론은 4성제를 기반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이해를 돕기 위한 구분일 뿐이다.
붓다의 가르침은 수행을 통해 올바른 인식을 갖추고 세상의 존재가 ‘허상(虛像)’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붓다의 철학은 ‘존재하는 것은 존재한다’라는 분별심에서 벗어나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붓다의 인식론, 존재론, 가치론은 카테고리의 구분이 아니라 하나로 회통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 진리의 인지를 위해 붓다는 실천 수행체계를 제시했고, 각 수행 단계마다 향상되는 인식 과정을 본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면밀히 설했다. 이러한 체험적 인식론을 기반으로 세상의 구조를 이해하는 연기관(緣起觀)과 해탈의 길인 4성제를 체득하는 것이 붓다 철학의 핵심이다.
이 점은 존재론과 가치론을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한 서양철학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저마다 다른 인식론으로 존재론과 가치론을 구분하며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다. 『붓다의 철학』은 이러한 철학 제반의 문제들을 다루며 해결법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붓다가 말하는 해탈의 경지는 무엇인지 사유하게 하고, 번뇌를 일으키는 모순 대립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