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인 탁구4편이 제가 게으른 관계로 계속 미뤄지고 있네요.
이건 마치 탈고를 재촉받는 무협연재작가의 부담감 비슷한, 학교숙제같네요.-.-;
그 기간이 좀 길어질것 같아서, 중간에 작은 에피소드 하나를 올려봅니다.)
죽으려는 자 살것이요, 살려는자 죽을 것이다. (명량해전, 무인 이순신)
죽음을 각오하고 용감하게 앞으로 뛰쳐나간적이 있는가.
그순간 우리는 삶의 부조리에 대한 해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부조리의 궁극이 죽음이라면,죽고자 하는 그순간, 삶의 가장 큰 두려움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뚫고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그 어떤 대상이든,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나 과장되기 마련이다.
어쩌면 죽으려는 자는 그 과장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실체와 맞닥뜨려 실소를 머금을지도 모를일이다.
지방 어느 탁구장과의 교류전때의 일이다.
어떨때는 그 교류전의 하일라이트는 그 구장최고수들끼리의 시합으로 마무리할때가 있다.
이번 교류전이 바로 그때다.
이런경우는 당해본 사람들만이 아는데, 그 당사자인 최고수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건 마치 조금 과장하면, 내가(구장의 최고수) 지면 우리 존경하는 관장님이 탁구장간판을 내려야 하는, 구장의 존폐가 걸려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모든 시선이 나와 상대방구장 최고수와의 시합에 쏠리고, 한포인트마다 한탄과 탄성이 교차한다.
상대편 최고수는 혹시 예전 신진공고 출신의 선수에게서 탁구레슨을 받은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보통 '예전의' 신진공고 탁구부 출신들은 백스윙을 극단적으로 자제하고, 팔로스로우를 강조하는 옛날(?)드라이브를하는걸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경우 파워보다는 회전량이 엄청나다. 물론 아마추어에서는 훌륭한 드라이브다.
아들을 고등학교 탁구선수로 둔, 상대편 최고수는 전형적인 펜홀더 노가다 드라이브전형이다.
게임을 하면서 속으로 상대편에게 감탄한것은 맹렬하게 회전이 걸린 루프드라이브와 스피드드라이브를 상황에 맞게 섞어서 사용한다는 점이다.
시합내내 상대편의 강하게 회전이 걸린 루프드라이브때문에 선제를 뺏기고 있는 형국이다.
다행히 쇼트는 내가 한수위다.
분명 내가 실력이 딸리는것 같은데, 수많은 시선들이 지켜보기 때문인지, 상대방최고수가 얼굴이 굳은채로 유독 긴장을 많이 한다.
이럴때는 시합중간중간에 한번씩 미소를 지어준다. 상대방 최고수는 내 가식적인 여유때문에 살짝 기가 죽은것 같았다.
내 심리전때문인지,확실히 상대편이 나보다 한수위였지만 시합은 내가 간신히 이겼다.
우리 동호회회장님은 평소 나와 친해서, 격의없이 쌍소리 하시고 핀잔과 농담을 많이 하시는 분인데, 그날따라 내가 상대방구장 최고수를 혈투끝에 누르는 순간, 감격에 겨우신듯 나를 덥석 안으시는것이었다.
'아...놔~~ 남자끼리 안는거 느끼해서 별로 안좋아하는데...'
하지만 분위기상 말없이 회장님품에 안겼다.
교류전이 끝나고 뒷풀이때의 일이다.
상대편동호회는 유독 주부회원들이 많았는데, 뒷풀이 술자석에서 그 주부회원분들이 내 주변을 둘러싸고 앉아,
내게 질문공세를 퍼붓고 술잔을 수없이 건네신다.
"이 젊은 친구 하체근육이 말근육같애...호호호"
"나는 이사람 탁구실력도 실력이지만, 탁구매너에 반했어!"
이런경험을 가끔한 나는 술자리 내내 수줍은듯이 청초한 표정을 가식적으로 유지한다.
한편, 우리 탁구장 내동갑내기 6부치는 친구는 뒷풀이내내 가게 구석자리에서 상대편 구장아저씨들과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초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가끔 여성회원들이 득실거리는 내쪽을 부러운 눈길로 쳐다본다.
여성회원들의 수다폭격을 행복하게 견디고 뒷풀이마무리 시간에 화장실로 가는데, 바깥어느구석에서 그 동갑내기 친구가 쪼그려 앉아 처량하게 담배를 피고 있다.
"뭐하냐? 처량하게 혼자서."
내가 어깨를 툭치면 반가이 말을 건네자, 그 친구는 담배꽁초를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비벼끄며 한숨과 같이 이렇게 내뱉는다.
"젠장...탁구는 잘치고 봐야해..."
첫댓글 ㅋㅋㅋ 자꾸 기다려지네요. 감사합니닷ᆞ
6부 친구 ... 공감이 됩니다
하핫~ 재미있네요~ 졸린 오후에 상큼한 탁구 이야기네요~
탁구는 잘치고 봐야해요~~
재미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
여성회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셨군요^^.
역시 재밌네요ㅎㅎ 어서 4편 나와랏!
재밌게 잘읽었네요...감사합니다~~
젠장...탁구는 잘치고 봐야해...(2) ㅠㅠㅠㅠㅠ
음화화화~
역시....탁구는 잘치고 봐야하는군요ㅠ_ㅠㅋ
젠장...탁구도 잘 치고 글도 잘 쓰고..여기에 잘생기고 키크면 끝~!!!
즐감했습니다. ㅎ..^.^*
젠장.....ㅜㅜ 결론 탁구를 잘치고 봐야...쥬륵~~
어마무시한 필력입니다. 탁구실력보다 글솜씨가 부럽네요.
나도 언제가 되면 이런 섹시한 무용담을 펼칠 수 있을까?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