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南 상대 의향 없어”… 南 무시-美 직접 상대 뜻 밝혀
[北 ICBM 발사]
“적 행동 주시… 압도적 대응할 것”
한미훈련 등 빌미 추가도발 시사
“위임따라 경고” 김정은 뜻 못박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사진)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다음 날인 19일 “여전히 남조선(한국) 것들을 상대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대화 재개, 교류 등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이번 ICBM 도발이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김여정은 담화 끝에 “위임에 따라 경고한다”고 밝혀 한미를 향한 위협이 김 위원장의 뜻임을 분명히 했다.
김여정은 이날 노동신문에 공개된 담화에서 “바보들이기에 일깨워주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여정은 또 한국을 겨냥해 “남조선 것들도 지금처럼 마냥 ‘용감무쌍’한 척, 삐칠(참견할) 데 안 삐칠 데 가리지 못하다가는 종당에 어떤 화를 자초하게 되겠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여정이 직접 담화를 낸 건 미국의 우크라이나 탱크 지원을 비난한 지난달 27일 이후 23일 만이다.
김여정은 “적의 행동 건건사사(件件事事) 주시할 것이며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도 했다. 22일 한미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과 다음 달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김여정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여정은 “확장억지, 연합방위태세를 떠들며 미국과 남조선 것들이 조선반도 지역에서 군사적 우세를 획득하고 지배적 위치를 차지해 보려는 위험천만한 과욕과 기도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은 각 지역의 안정을 파괴하고 정세를 더더욱 위태해지게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김여정은 최근 미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에 대해서도 “안보리를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실행기구로 전락시키려는 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18일 노동신문은 전날인 17일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16일)을 기념해 진행된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 체육경기를 관람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때 관람석 앞줄 중앙에 김주애가 위치한 것과 달리 김여정이 뒷줄 가장자리에 앉자 일각에서 김여정의 입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8일 열린 북한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도 김여정은 주석단에 앉지 않고 레드카펫을 밟지 않았다.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대남-대미 전략을 총괄하는 김여정의 위상에는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
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