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5일장터
[90旅路의 追想]
울진5일장터
죽암 장석대
나의 고향은 경북 울진 북면 매봉산 기슭 덕구온천 부근이다.
고향을 떠나온지 60여년이 지났지만, 고향에는 선산(先山)과 농토가 있기에
2년마다 고향을 찾아 승묘도 하고 친척 어르신과의 대소사를 의논하기도 한다.
어느 해 11월인가 싶다.
승묘를 끝내고 몇몇 친구따라 울진5일장터를 둘러보는 기회가 있었다.
옛말에 친구따라 거름지고 장에 간다더니, 별 일도 없는데 친구따라 나선 것이다.
시골 장날은 예나 지금이나 잔치분위기라서 우선 마음이 느긋해서 좋다.
울진 5일장터는 추석명절이 지났는 데도 왁자지껄했다.
야채 한 줌 사들고 부리나케 돌아가는 도시와는 사뭇 다른 시골장터의 분위기다.
좁은 길목마다 줄지어 앉은 아지매들은 더덕, 도라지 껍질을 벗기며 오가는 행인들의
눈치만 살핀다. 깔끔하게 다듬어 예쁘장하게 포장하여 형광등 아래서 제복차림의
점원이 파는 백화점 야채와는 그 풍기는 맛이 다르다.
앞 뜰 뒷 뜰에서 유기농법으로 기른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싱싱한 야채들이다.
볏짚으로 질끈 묶은 무단, 파단 자체가 투박해서 소막한 농촌의 인심이 배어 있다.
한 단이라도 더 팔아서 보채는 아이들의 학용품과 일용품을 사가려는 아낙네들의 손길
에서 눈빛에서 진한 삶의 의지를 읽을 수가 있다.
간혹 친지들을 만날 때면 극진한 인사도 잊지 않는다.
어르신네의 안부에서 아이들의 학교문제까지 들취내는 것은 눈인사만으로 지나치는
도시의 사람들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점심 때가 되면 국밥집이 발 디딜 틈도 없다.
얼큰하게 취한 장꾼들 틈에 끼여 먹는 국밥의 맛은 정겹고 풍미롭다.
손칼국수집도 예외는 아니다.
식당 한 켠에 앞치마를 두르고 두리뭉실한 홍두깨로 콩가루를 뿌려가며 국수 말으는
아낙네의 손놀림은 가히 기계적이고, 마술사의 손놀림 같다.
멸치국수 닭국수는 어딜 가나 있게 마련이지만, 가을철 울진 5일장터는 송이버섯의
고장답게 송이국수가 울진장터의 별미로 통한다.
송이국 맛이 형용할 수 없는 독특한 맛 때문이다.
그래서 서슴없이 덤을 청하면 아낌없이 한 국자 퍼주는 주방의 인심이 또한 흐뭇하다.
시골장터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요, 아직 마르지 않는 시골인심이다.
파장무렵이면 썰렁하면서도 울진 토박이들의 진한 사투리 소리에 골목길은 시끄럽다.
여기 저기서 흥정소리가 들린다.
"에누리없는 장사 어디 있니껴",
"앗따 이 아지매 보소, 저승길 가는 날짜꺼정 깎아 돌라 하것소".
오가는 생떼도 피장 파장이요 ,멍군 장군이다.
봉고차에 울긋불긋한 옷가지들을 아무렇게나 풀어헤쳐 놓고,
"모조건 "5천원이요, 5천원!"
"오늘 못 사면 저승에 가서도 후회할겁니더" 하며 목청을 한 껏 높인다.
도시의 메마른 생활에 찌든 사람이라면 시골장터 한 번 쯤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 파장 떨이요!"하며 외치는 소리는 시골장터에서나 들어보는
장사꾼들의 목소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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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5 일장을 보니까 엿날생각 나는군요 ~
아름다운 시골장터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 하개 잘역어주신 선생께 감사드림니다 언제나 시골은 평온하지요,
선생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고향의 향수를 달래봅니다.
혹시 주인국민학교 다녀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