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89) -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기행록(23)
~ 강릉 시내 거쳐 양양으로(중앙시장 - 죽도정 23km)
5월 31일(화), 맑고 더운 날씨다. 오전 8시, 스트레칭 후 숙소를 출발하여 남대천을 거쳐 중앙시장을 한 바퀴 돌아 성덕 숲길로 들어섰다. 남대천의 노란 들꽃이 아름답고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 잘 조성된 소나무 숲과 공원지역이 있어 평화로운 느낌이다. 숲길과 들길을 한참 걸어 도착한 곳은 강릉시 교육연수원 별관, 쾌적한 화장실을 이용하고 정문 앞에서 휴식하는 동안 인근의 공군비행장에서 출격한 전투기의 굉음이 요란하다. 18전투비행단은 옆에 있는 김지수 대원이 군대 복무했던 곳, 제대 후 처음으로 강릉을 찾아 감회가 새롭다고 말한다. ‘아~ 그대를 위한 축하비행이로구나’고 조크를 하며 함께 웃었다.
강릉교육연수원으로 가는 길목의 숲길을 걷고 있는 일행
연수원에서 나와 큰 길 따라 걸으니 비행단 입구를 지나 남항진 해변에 이른다. 이곳에서부터 안목해변, 송정해변, 강문해변을 거쳐 경포호수로 이어지는 해안 길이 깨끗하고 아름답다. 경포호수 광장 옆의 초당순두부집이 점심장소, 11시 40분에 오후 1시까지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가졌다. 메뉴는 순두부 정식, 식사 후 그늘의 마루에 누워 오수를 즐기기도.
오후 1시에 강릉시청에서 제공한 버스에 올라 3일 전에 걷기축제 개막식 후 경포호수에서 지경해변까지 걸었던 코스를 점프하였다. 출발지점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 해안 따라 40여분 걸으니 남애항에 이른다. 바닷가 바위 위에 아름다운 정자가 있다. 홍순언 코스리더가 오후 걷기에 여유가 있으니 정자에 올라 아름다운 주변을 감상하며 쉬어가자고 말한다. 지원팀에서 준비한 아이스 바를 하나씩 물고 모처럼 여유를 즐긴다.
바닷가 바위 위의 정자에서 바라본 남애항의 풍광
남애항에서 멀지 않은 광진 해변을 지나니 언덕길에 관음성지라 팻말을 붙인 휴휴암이 있다. 작은 언덕을 올라 바닷가로 내려가니 찾는 이들이 꽤 많다. 남은 길이 얼마 안 된다며 다시 휴식, 바닷가의 암벽에 올라 혼자서 여럿이서 포즈를 취하느라 바쁘다. 연일 강행군에 시달렸으니 여유를 즐기며 심신의 피로를 푸는 것도 좋은 일이라 여겨진다.
휴휴암에서 가까이 보이는 해변이 오늘의 도착지인 죽도정, 걸으며 쉬며 목적지에 도착하니 숙소(어메이징모텔) 앞에 부착한 해파랑길 이음단의 플래카드가 일행을 반긴다. 도착시간은 오후 4시, 23km를 걸었다.
걷는 도중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 회장이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오늘로 25일차 걷고 있습니다. 지치고 정신적으로 짜증스러울 때입니다. 이때는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따가운 태양은 스트레스를 받게 하지만 따뜻한 동료의 마음은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것입니다. 힘내세요!’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마음으로 오늘까지 잘 걸었다. 내일도 우리 모두 파이팅!
따뜻한 동료애로 서로를 끌어주며 바위에 오른 대원들
숙소에 여장을 풀고 같은 건물에 있는 식당(밥 먹고 놀자)에서 불고기백반으로 저녁을 맛있게 들었다. 젊은 대원들이 특히 좋아하네! 파도치는 바닷가 거닐며 산책도 하고 편안한 밤 보내시라.
* 점심 후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에 대원들에게 해파랑길 순례와 강릉 탐방의 소회를 전하였다. 단순한 걷기 이상의 체험과 성찰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 여행 또는 순례에서 내가 살피는 관점은 관광(눈으로 보는 풍광), 관음(귀로 듣는 이야기와 소리), 관서(글로 접하는 역사와 문화), 관덕(배려하고 베푸는 마음씨)이다.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을 계속 탐색하고 있다.
2. 강릉은 그간 여러 차례 방문하여 많은 추억이 서린 곳이다. 이번 걷기를 통하여 새로운 감흥과 깨침을 얻었다. 바우길 곳곳에 새긴 좌표가 인상 깊고 스스로의 좌표를 살피게 된 것, 길을 가꾸고 보살피는 현장을 보며 삶의 길도 그렇게 가꾸고 보살펴야 하겠다는 생각, 안인마을이 ‘편안하고 착한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 새긴 돌판을 보며 모든 마을이나 세상이 그러하기를 바라는 마음, 굴산사지 당간지주와 오독때기 농요가사를 통하여 살핀 역사의 흔적과 지역문화의 확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