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 링...
낙엽이 뚝뚝 떨어지던 10월 어느날...
점심식사 후 한가롭게 커피한잔 하고 있는데 전화가 운다.
발신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고향 후배..
여보세요?
아 예 형님..저 요한인데요..
이번 주 토요일 시간 있으시면 운동 함 할래요?
( 안 그래도 한라산 등정계획이 취소되어 안타까웠던 터..)
그러지 뭐..못이기는 체 반갑게 승낙을 한다.
근데 누구랑 칠건데?
신부님이요..
엥? 우리 주임신부님?
신부님도 골프치시나?
그럼요 하하
응 알았어.
드디어 약속한 토요일..
10시 미사를 집전하신 신부님을 모시고
가까운 국*CC 로 향하는데...
안녕하세요? 신부님
아 예..베드로 씨하고 운동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별 말씀을요. 오히려 제가 영광입죠..
근데 바쁘신 사목생활 중에 골프는 언제 배우셨나요?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해 봤는데
골프와 스키는 고급 스포츠란 이미지 때문인지 접근하기 어려웠지요
마침 미국 시카고에서 공부하던 중..가만히 보니
교인들이 전부 골프장에 있는거야!
그래서 선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배웠지 ㅎㅎ
한국에 들어온 뒤 비용도 비싸고 해서 년 중 행사가 되었지만 말이야
"왜 골퍼들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느냐?
그린피를 정책적으로라도 내려야 하지 않느냐?" 고
정치권에 있는 지인들이 자문해 올 때마다 몇 번 답해주기도 하였지만
고쳐지지 않는 것 같아...
근데 어찌 신부님이 되실 생각을 하셨는지요?
불교신자인 K사장이 묻는다.
글쎄 신부가 되려한다고 다 되는것은 아니지만
어렸을 적부터 당연히 신부가 되여야 겠다는 생각이였고
신부 외적인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네
담소를 나누는 사이..차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잠시 후 게임은 시작되는데..
요한(언더파를 가끔치는 핸디3의 고수)이 내기를 하자며
나와 K사장에게 주섬주섬 핸디 8개씩 준다.
오장 스트록인데 신부님도 내기 하실거예요? 라고 물으니
"그럼 한국사람들 내기 안하면 재미있나?" 라는 답이 돌아오매
요한이 신부님께도 핸디 10개를 드리니
똑같은 조건으로 치시겠다며
2개를 돌려주는 자신감까지 보이신다. @@
첫 홀 파4..
k사장의 전광석화 같은 티샷이 페어웨이를 가르고
신부님의 드라이버도 가운데로 잘 맞아 나간다.
요한의 호쾌한 그것도 불을 뿜는 가운데
내가 친 볼만 당겨져서 왼쪽 러프지역으로 가는데...
세컨샷은 네 명 모두 짧아...어프로치 한 후
퍼팅 실패한 k사장만 보기...나머지 3명 파..
두 번째 홀 배판...오르막 파 4..
요한의 티샷만 왼쪽으로 당겨진 가운데 세컨샷 그리사이드 벙커
베드로..파온
신부님..그린 10미터 전방
k사장..그린오버
결국 베드로만 파..
신부님과 k사장 보기..
벙커 간신히 탈줄한 요한이 더블로 보험역할 ㅋ
그늘 집에서 막걸리도 한잔하며 하하호호 웃고 즐기다보니
아쉽게 전반이 끝나는데
결과는...
베드로 36
요한 43
신부님 45
k 사장 45
허접스읭에 의외의 컨디션을 보이며 이븐파로 끝낸 나에게
예상치 못한 일격을 받으신 신부님은
"베드로 씨는 낮도 안 가리고 정말 잘 치시네."
라며 은근한 구찌까지 한신다. ㅎ
잠시 후 속개된 후반도 흘러
어느 듯 세번째 홀..
티샷을 페어웨이 중앙에 정확히 안착시키신 신부님과
나란히 잔디를 밝고 걸으며
제 친구 중 한명은 어느 날 절 찾아와
"신부가 못되면 신랑이 되겠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더니
결국 신부가 된 친구가 있거든요" 하니
이름이 누구지요? 묻는다.
이 광 * 신부요
아! 대전교구에 계신...
그 친구를 아세요?
그럼요 군종 생활할 때 함께 했었지요..
아하 ! 세상 좁다더니 그랬었군요.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즐거웠던 라운딩은 끝이 났는데
후반에 어이없는 실수를 거듭했지만 전반에 많이 벌어놨던 베드로가
80개로 위너를 차지한 가운데
배배판이 걸린 마지막 홀에서 쌍 버디를 잡아 체면을 살린
요한과 k사장은 82타와 87타를 각각 기록하였고
마지막에 대포를 부르셨지만 끝가지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우리의 신부님도 87타로 선전을 하셨다.
신부님과 따끈한 온탕에 몸을 담그고 덕담을 나누며
오늘의 게임을 복기해 보는 맛 또한 각별하고 황송하기까지 한데..
저녁을 먹고 성당 사제관에 신부님을 모셔다 드린 다음
돌아오는 길에 하느님께 고백하오니^^
자비로우신 하느님
벼룩의 간을 빼먹어도 유분수지
제가 오늘 하느님의 으뜸 심부름꾼인 신부님의 쌈짓돈을
그만 따먹고 말았습니다.
그 것도 영명축일(생신) 때 교우들이 맛있는 거 사 드시라고
십시일반 모아 드렸던 약간의 용돈과
새로 산 차..축복해 주신 감사의 대가로 받으셨던
금쪽같은 용돈들을 말입니다.
더구나 게임 중에 1미터 이상 퍼팅에 대하여
컨시드를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은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립니다. ㅋㅋ
사실.. 하느님도 다 아시다시피
신부님처럼 멋진 골퍼라면
컨시드를 남발하기 보다는 긴장감과 재미와 스릴이 공존하는
짜릿한 골프를 원하실 거라 생각 했거든요..ㅎㅎ
행여 삐치실까봐^^ 캐디피 대납과 함께 맛있는 저녁 사드렸으니
너무 심려치 마시구요..
훌륭하신 인품에 매사에 적극적이신 신부님이
앞으로도 좋은 일 더 많이 하실 수 있도록
영육간의 건강을 꼭 챙겨주시고
저에게도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오늘 딴 돈 2만원은 이자까지 보태어
가난한 사람들안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발견하여
그분께 봉사하는 단체..
빈첸시오 아 바오로 회의 헌금으로
기꺼이 기탁할께요.
용서해 주실꺼지요? 하느님... 헤헤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신부님도 골프치세요?
김장환
추천 0
조회 59
08.12.03 09:24
댓글 3
다음검색
첫댓글 잼나게 잘 읽었네...늘 느끼는거지만 글을 너무 실감나게 잘쓰네...소설 한편 써보는것도 좋을듯...
장환이 오래간만이고, 어제 선규형하고 춘하형이 니 안부 묻던데 잘지내고 있지 ? 골프실력도 많이 늘었네. 워낙 운동신경이 있으니 ...... 날풀리는 봄에 한번 자리도 하고, 12/13일 송년회때 꼭 얼굴을 보자구나......
길성아 여전히 잘 지내는구나 ! 격려..땡큐~~고마버 그리고 종광아..가까운데 있으면서 얼굴본지 오래됐네 13일날도 모임이 두개나 겹쳐있으니..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