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자 1시집 『별이 되신 당신』
전국한밭시조백일장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문학 전문지 계간 『문학사랑』의 신인작품상을 수상하여 시인으로 등단한 김은자 시인이 1시집 『별이 되신 당신』
을 오늘의문학사에서 발간하였습니다.
오늘의문학 시인선 568호로 발간된 이 시집에는 ‘시인의 서시’ ‘시’ ‘작품해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김은자 시인은 문학사랑협의회 회원 겸 운영이사, 대청시낭송가협회 사무국장 등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전시조시인협회, 금강시조협회, 동구문학회 등의 회원으로 좋은 시와 시조를 창작하고 있습니다.
= 서평(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발췌하였음)
#1
김은자 시인은 어느 날 오래된 장롱 서랍에서 ‘낡은 나무 도장’을 찾아냅니다. <인주 발라 찍어보니/ 모서리 떨어져 나간/ 어머니 이름 석 자>가 나타납니다. <이 도장을 평생/ 몇 번이나 사용하셨을까> 생각하며 <세월 속에 묻혀/ 낡아버린 어머니의 삶>을 떠올립니다. 이렇듯이 시인은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사물을 통하여 독특한 생각과 느낌을 작품화합니다. 사람마다 추억의 낱낱이 다를 것이매, 자신만의 추억을 소환하여 작품을 빚습니다.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 어머니의 「목도장」에서 ‘낡아버린 어머니의 삶’을 찾아내듯이 <서리 내리는 찬 새벽/ 정화수 떠놓고 간절히 비시던/ 어머니>를 회상하게 되면서 오직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신 모성(母性)을 형상화합니다. 그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어머니’는 때로 하늘의 별이 되어 아름다운 작품을 빚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2
모친에 대한 그리움은 부친에 대한 정서로 전이되어 감동을 생성합니다. 목도장에서 어머니를 회상하였듯이, 시인은 낡은 라디오에서 아버지를 회상합니다. 아버지가 그리워 찾아간 고향집, 그 다락방 구석에서, 아버지의 소품이었던 「아버지의 라디오」를 만납니다. 아버지는 매일 아침 다섯 시만 되면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온 집안 식구들을 깨우던 분입니다.
몇십 년 세월을 건너 다시 만난 아버지의 라디오는 추억의 매체로 작동합니다. <엄격한 아버지 목소리로/ 뚜뚜따따 호령하던 그 소리에 맞춰/ 우리들은 학교로 가고/ 어른들은 일터로 갔지>라며 당시의 생활을 추억합니다. 특히 ‘오래된 라디오’에는 <열 식구 삶의 무게를/ 등에 지고 다니셨던/ 아버지의 고뇌가 눈금처럼> 덮여 있었다고 노래합니다. 이와 같은 표현은 김은자 시인만의 독자성을 확보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이에 머물지 않고, 시인의 체험에서 더 구체화되어 나타납니다.
#3
김은자 시인에게 대청호의 ‘초록 물결’은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갈 수 있는 희망입니다. 어머니가 그리울 때도 찾아가고, 아버지가 떠오를 때도 찾아가며, 친구들이 생각날 때도 찾아가, 내면의 아픔과 절절한 그리움을 씻어내는 정화작용의 중심입니다. 그는 「대청호 이야기」에서 <파란 각시풀 논둑에 앉아/ 흙으로 송편 빚던/ 소꼽동무들 미소가/ 하얗게 박꽃>으로 피어나던 고향을 회상합니다. <그리움 묻어놓고/ 산모롱이 돌아간 당신은/ 수리부엉이 울면 오시려나> 가슴 먹먹하게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삶이 고단할 때 비틀걸음으로 대청호를 찾습니다. 대청호가 시인에게는 ‘유년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4
김은자 시인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던 「돌샘」을 추억합니다. 그 돌샘도 어김없이 대청호 담수할 때 물에 잠긴 사물입니다. 그는 <내 어릴 적 고향에/ 하늘 닮은 돌샘이 있었다.>면서 온 동네 사람들의 생명수였다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어머니는 물을 긷기 위해, 무명치마 펄럭이며 물동이를 이고 논둑길을 곡예사처럼 다녔다고 회상하면서 <어머니 인생은/ 그렇게 익어 갔다>고 추억합니다. 대청호에 잠긴 돌샘을 회상하면서도 시인은 긍정적 내면으로 일관합니다. <사계절 마르지 않던 돌샘은/ 대청호 품에서도/ 터줏대감으로 살아가고 있겠지>라며, 아직도 맑은 물이 솟아날 것만 같이 유추됩니다. 물에 잠긴 고향에서도 긍정적 시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곳에 시인의 온갖 추억이 상존(尙存)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상상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시집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문운이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