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열 처녀의 비유를 통하여 하늘 나라의 신비를 밝히신다.
신랑을 맞이하는 데
어리석은 다섯 처녀는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을 준비하지 않은 반면,
슬기로운 다섯 처녀는 등과 함께 충분한 기름을 준비하였다.
주님을 맞이하는 사람은 등불(하느님의 말씀)에 따른
충분한 기름(말씀의 실천)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복음).
오늘 복음은 열 처녀의 비유입니다.
이 처녀들은 혼인식에서 들러리 역할을 하는 이들로서
당시에는 큰 명예로 여겼습니다.
그러니 준비를 소홀히 해서 잔치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상당히 수치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혼인식은 저녁 무렵에 열렸고, 연회 중에는 축하의 의미로 횃불이 켜졌습니다.
행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부와 함께 있던 들러리들이
신부를 뒤에 두고 밖으로 나가 신랑을 횃불로 맞이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횃불은 막대기를 심지로 삼아 기름에 적신 헝겊으로 둘러싸였습니다.
횃불이 꺼져 갈 때는 기름에 적신 새 헝겊으로 감아 주어야 했습니다.
오늘 비유에서 어리석은 처녀들이
기름을 준비하지 못해 혼인 잔치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신랑이 여느 혼인식과 달리 도착하는 것이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비유에서 등잔은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름은 그 말씀을 실천하는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등불을 켠다는 것은 그 말씀을 실천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평소에 하느님의 말씀을 잘 실천한 이들은,
가장 작은 이웃으로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할 때에도
그분을 알아보고 잘 모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을 잘 실천해 보지 못했던 사람은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그래서 제대로 모시지도 못합니다.
운동선수는 평소에 열심히 연습해야 시합 때에도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정적일 때에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해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깨어 있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언제 오실지 그 날과 그 시간을 우리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깨어 주님을 기다리며, 충실히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야 합니다.
온몸을 던져,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그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살아야 합니다.
깨어 준비하고 기다리는 사람만이 주님을 만나 뵐 수 있습니다.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마태25,10)
신랑을 맞으러 나갈 때,
우리는
각자 살아온 날들을
비추어 주는
등불을 들고 간다네.
그 등불은
덕이라는
기름으로 타오른다네.
우리가 기름을
남들에게
나누어 주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에
충분한 덕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네.
- 김혜선 아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