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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네, 처음 뵙겠...!"
"거봐요. 내가 자주 보게 될 거라고 했죠?"
아이보리색 치마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날 밤과는 사뭇다른 분위기의 민
정이 자신을 보며 장난스런 미소를 짓고 있는 정우를 보고는 놀란 듯 눈을 동그
랗게 떴다.
"많이 놀랐나 보네. 우선 앉아요. 뭐 마실래요? 커피?"
"네..."
"김 비서, 커피 두 잔."
-네, 사장님.
비서에게 커피를 가져 달라고 말한 정우는 민정이 앉아있는 쇼파로 다가가 앉았
다. 그러자 민정은 어느새 차분한 표정을 되찾고 정우를 보며 정중하게 입을 열
었다.
"다시 정식으로 인사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MH 디자인 실장 차민정입니
다."
"그럼 저도 다시 정식으로 인사하죠. 소슬 엔터네이먼트 사장 이정웁니다. 앞으
로 잘 부탁드립니다."
민정은 정우의 예의바른 인사에 자신도 함께 고개를 숙여 답례를 하고는 작게 웃
어보였다. 정우는 그런 민정의 얼굴에서 묘하게 묻어나는 자신감과 당당함을 느
꼈다.
"민정씨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의류업계의 햇별이라고 소문이 자자 하더군요."
"그런 소문이 도나요? 그 소문에 발 맞추려면 정말 열심히 해야겠는데요."
"이번 MH와 계약을 할 때도 그쪽에서 차민정씨를 히든카드로 내밀더군요. 요즘
MH에서 새로 나오는 의류의 70%가 민정씨가 디자인 한 옷이고, 90%가 민정씨의
손을 한번 거친 옷이라면서요? 소문 듣고 민정씨가 어떤 분인지 정말 궁금했었
는데 제가 상상한 것 이상이네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일 얘기를 나눠보도록 할까요? 브리핑 시작합시다. 이쪽으
로-."
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작은 공간으로 민정을 안
내했다. 그곳은 간단한 문제를 논의 할 때 가끔 쓰는 회의실이었다.
"저희 MH에서는 소슬 엔터테이먼트에 소속 되어있는 강은비양과 하지연씨, 진후
씨, 채나라씨, 김현군까지 다섯 분의 모든 의상을 6개월 간 지원 할 것 이며, 저희
회사의 컨셉대로 각 개인의 신체 사이즈를 정확하게 재고 가장 어울리는 디자인
을 엄선하여 본인에게 꼭 알맞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할 것입니다."
"다섯 명 모두의 디자인을 민정씨 혼자 맡을 건가요?"
"네, 다섯 분 모두 제가 맡을 것입니다."
"흠..."
"혹시 제가 디자이너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다른 디자이너로 바꿔드
릴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이미 계약 조건에 민정씨를 디자이너로 하겠다고 나와있었고 그 계약
조건에 동의 했기 때문에 거기에 관한 불만은 없습니다."
"그럼 혹시 제 실력에 믿음이 가지 않으십니까? 만약을 대비해 제 실력을 어느정
도 증명할 수 있도록 프로필과 디자인 북을 가져왔습니다."
민정의 말에 정우는 피식하고 웃었다. 정말 빈틈없는 여자다. 이미 의류업계에 이
름을 날릴대로 날린 민정을 스카웃하려 여기저기서 난리인데 민정은 자신의 실력
을 증명할 준비를 해왔단다.
"민정씨 실력은 믿고 있습니다. 소문도 자자하고, 저 역시도 MH 의류를 굉장히
좋아하죠.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옷도 차민정씨가 디자인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우가 자신이 입고 있는 양복의 자켓을 살짝 흔들어 보였다.
"전 다만 좀 궁금한 것이 있어서요."
"질문 하십시오."
"그렇게 각각의 배우들에게 딱 맞는 옷을 제작해준다면 MH에 얻어지는 것이 뭐
죠? 어차피 홍보를 위해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일 텐데, 이렇게 되면 매장에 전시되
는 옷들과 너무 달라서 별로 홍보가 되지 않을 듯 싶은데..."
"저희 MH에는 각 매장에 기본적 디자인으로 제작된 옷들이 배치되어 있는 동시
에 전문 디자이너가 한 분 이상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우선 고객님이 원하시는 기
본 디자인의 옷을 고르시면 직원이 고객의 신체 사이즈를 정확히 재고 각 매장에
있는 디자이너 분께서 고객의 체형과 분위기에 가장 알맞도록 다시 디자인 하여
제작해 드리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 회사 제품에 같은 제품
은 없습니다. 기본 디자인이 같아 조금 비슷한 옷이 있을 수는 있으나 완전히 같
은 옷은 없습니다. 사장님께서 저희 의류를 자주 접하셨다면 아마 같은 일을 겪
으셨을겁니다. 그러니 다섯 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정확한 신체 사이즈
측정 후 기본 디자인 중 가장 어울리는 것을 골라 재디자인 할 것입니다."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었다. 자신이 MH를 자주 이용하는 몇 가지 이유
중에서 그냥 공장에서 대량 생산 된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곳에 배치되어 있는 옷의 디자인은 모두 굉장히 훌륭했다. 하지만 옷을 고르고
나면 매번 새로이 치수를 재고 자신에게 꼭 맞도록 다시 제작하여 준다. 그것이
MH에서 내세우는 개인맞춤 전략이었고, 이것은 이미 거의 MH만의 고유 이미지
로 굳혀져 가고 있는 상태였다.
"알겠습니다. 설명 잘 들었어요. 뭐 어차피 계약하기 전에 한번 브리핑을 한 상태
이니까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죠."
정우의 말에 민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료를 정리했다. 그리고는 정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그 다섯 분은 언제 만날 수 있나요? 치수도 재어야 하고, 전체적 분위기나
컨셉 같은 것들도 좀 알고 싶은데요."
"빠른 시일내로 만나실 수 있도록 하죠. 하지만 다들 스케줄이 많은 녀석들이라
다같이 만날 수는 없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다른 건의 사항이나 질문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아, 아직 점심 안했죠?"
정우의 말에 민정이 정우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정우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텐데 좀 친해지자구요. 같이 점심이나 해요."
"그러죠."
깐깐하기만 할 것 같던 민정이 의외로 쉽게 승낙하자 정우는 조금 놀랐지만 아무
런 티도 내지 않고 웃어보였다.
***
"뭐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리로 왔는데, 괜찮아요?"
정우가 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며 민정에게 묻자 민정은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꽤 맛있고 분위기가 좋기로 유명한 레스토랑이었다.
"근데 나이가 어떻게 돼요?"
"......?"
정우의 말에 민정이 대답은 않고 정우를 빤히 쳐다보자 정우는 조금 당황한 듯 얼
른 말을 이었다.
"아니 난 그냥... 그냥 좀 친해지려고 하니까 마땅한 얘기 거리가 없더라구요. 실
례였다면 미안ㅎ..."
"26이에요."
민정은 정우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다시 스테이크로 시선을 옮기고 대답했다.
"아... 그래요? 나보다 어리네. 그래도 그 나이에 실장 자리에 오르기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네요."
"사장님은요? 이 사장님도 사장님 치고는 되게 젊어 보이시는데?"
스테이크를 썰며 민정이 지나가 듯 무심하게 묻자 정우는 기분 좋게 웃으며 얼른
대답했다.
"전 28이에요."
"그렇군요."
"......"
"......"
민정의 물음으로 조금 자신감을 얻어 대화가 잘 풀려 갈 것이라 여긴 정우의 생각
과는 달리 민정은 다른 말이 없었고 정우도 어쩔 수 없이 어색한 식사를 해야만 했
다. 생각보다 대화가 잘 풀리지 않아 정우는 그만 잔뜩 골이 나버렸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요. 그럼 다음에 연락드리죠."
"네. 조심해서 가세요."
민정은 허리를 숙여 한번 인사를 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고 정우는 그
런 민정의 뒷모습을 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
다음 주부터 시험 기간입니다.
물론 당겨서 치는 시험이 있기에 실제로는 이번주 금요일부터 시험이 시작이긴 하지만.
그래서 당분간은 소설을 올릴 수 없을 것 같아요.
겨우 이렇게 달랑 2편까지 올려두고 말이죠. --;;
무튼 이 소설은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제까지 제가 썼던 소설이랑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틈틈히 열심히 써서 여유가 되는대로 가져오겠습니다. ^^
그럼 감기 조심하세요.
댓글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주세요. ^0^
(답글 달아두겠습니다.)
오늘도행복하게♣
첫댓글 재밌어요 ㅋㅋ 다음편기대해용♥
감사합니다. ^^ 시험이 끝나는 대로 곧장 3편 들고 달려올게요!
시험끝나셧어요?이거 재밋어요.ㅋㅋㅋㅋㅋ
아니요, 아직 안 끝났어요. ㅜ.ㅜ 그래도 이렇게 왔다갑니다. 댓글 감사해요!! 힘내서 시험 공부 할게요. ^^;;
와 , 너무 재밌어요! 왠지 민정이가 너무너무 맘에들어요!
으아-.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쓸게요. 민정이 계속 좋아해주세요! ^^
우와..멋있는 커리어우먼^^제가 꿈꿔왔던 이상형이예요 ㅋㅋㅋㅋ
네, 저도 커리우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 소설 보면 여주인공들이 대부분 커리우먼이죠. ^^ 이것이 바로 대리만족의 진수 아니겠습니까? 저도 저렇게 되고 싶어요! --;; 흠흠... 무튼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