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멜 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맨발 가르멜 수도회
“살아계신 야훼 앞에 나는 사랑에 불타노라”(1열왕 19,14)
명칭과 역사
보통 ‘가르멜’회 라고 부르는 수도회의 정식 명칭은 ‘가르멜 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수도회’입니다. “살아계신 야훼 앞에 나는 사랑에 불타노라”(1열왕 19,14) 하신 구약의 엘리야 예언자의 정신을 따르는 후계자들이 구약시대 때부터 엘리야 샘 근처에서 대대로 살아 왔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2세기에 들어 와서 팔레스티나 성지 회복을 위해 십자군 전쟁에 나선 경건한 신자들 중 일부가 성지 회복 후에도 가르멜 산에 계속 남아 자신을 성모님께 봉헌하는 은수자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1206-1214년 사이에 예루살렘의 총대주교 성 알베르또로부터 짤막한 생활 규칙, 곧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이상을 그리고 있는 원회규(原會規)를 받았습니다. 그 내용은 성모 마리아와 엘리야 예언자를 모범삼아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살며, 침묵과 고독 안에서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하느님과 합일을 추구하라는 것입니다. 서로 교정해주면서 형제들 사랑하고, 매일 성찬례를 거행하며 시간경을 함께 바치며 끊임없이 덕을 닦고 노동을 하면서 영적 투쟁 하라는 것입니다.
1230년대에 이슬람교도들의 정복으로 말미암아 그 은수자들은 가르멜 산을 떠나 유럽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거기서 교황님께서는 그들을 탁발(托鉢) 수도회로 인준하시고(1247년), 원래의 관상적 카리스마에 더하여 직접적인 사도적 선교 사명을 결합 시키셨습니다.
유럽으로 이주한 가르멜 수도회는 수도회의 정체성과 외적 변화에 따른 어려움의 소용돌이 속에 있게 됩니다. 당시 총장이던 성 시몬 스톡에게 성모님께서 발현하시어 수도회를 영구히 보호해 주시겠다는 표지로 가르멜 성의(스카풀라)를 직접 건네주심으로써 저희 수도회는 굳건한 영적 도약을 하여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크나큰 성장을 이룩해나갔습니다.
개혁 가르멜
16세기 스페인의 가르멜 수도자이신 성녀 예수의 데레사(St. Teresa de Avila, 1515~1582)는 그 당시 교회의 필요성과 하느님과의 더 깊은 합일에로의 염원에서, 가르멜을 개혁하고자 하셨습니다. 그 일에 십자가의 성 요한(St. Joannes a Cruce, 1542~1591)이 함께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맨발 가르멜 봉쇄 수녀회(1562년) 와 맨발 가르멜 수도회(1568년)가 탄생하게 됩니다. 맨발가르멜 수도회는 원회규에 충실히 살아가면서 그리스도의 신비에 대한 사랑 가득한 관상 안에서 침묵의 기도에 헌신하는 삶입니다. 단순함과 기쁨 안에서 깊은 형제적 삶을 살며 기도와 희생, 그리고 노동을 통해 교회에 봉사하는 생활입니다. 현대에 와서 여러 가르멜 성인 들 중에서, 특별한 성성(聖性)으로 빛나는 두 분의 성녀가 계십니다. 성녀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1873-1897)는, 프랑스 리지외의 가르멜 봉쇄 수녀님으로서, 교회 박사이자 전교의 주보 성녀이십니다. 그리고 성녀 십자가의 데레사 베네딕다 (에딧 슈타인)는, 유대인으로서 1942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순교 당하셨으나, 유럽의 수호성녀로 선포되셨습니다.
현재 전 세계 126개국에 850여개의 수도원이 있는 국제 수도회로서 약 4,000명의 맨발 가르멜 수도자들과 약 13,000명의 맨발 가르멜 봉쇄 수녀님들이 있습니다. 또한 가르멜 영성을 세상 한가운데서 실천하면서 살고 있는 재속 가르멜회(회원 약 40,000명)가 있고, 가르멜 정신으로 살고자 하는 여러 활동 수도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