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에서 현장 소장님이 날아오셔서 부서별로 업무 보고를 받고 계십니다.
저도 현지 업체가 저지른 엄청난 문제와 이의 해결방안에 대한 보고를 위해 수십페이지에 달하는(ㅜ.ㅜ) 보고서를 준비하여 호출만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잠시 후 제 차례가 오면 목숨이 무사하련지.... 휘유우~~~~
암튼 막간을 이용하여 호외를 한 부 발행합니다.
사우디란 나라에 처음 오시면 아마 적응이 힘드실 것입니다.
이 나라는 이슬람 종주국입니다.
이슬람교가 태동했고, 수니파와 시아파가 갈라진 역사적인 전쟁도 여기서 일어났으며, 이슬람의 최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도 바로 이 나라 제다 근처에 있습니다.
오죽하면 왕국 (사우디의 정식 영어 국명은 Kingdome of Saudi Arabia, K.S.A.)의 국왕에 대한 공식 호칭이 '두 성지의 수호자....'로 호칭되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하루 다섯 번 있는 기도시간에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공항의 가장 좋은 자리에는 코란을 놓아둔 기도소가 자리하며, 공공장소 옆에는 그 공공장소보다 더 잘 지은 모스크가 항상 자리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때때로(하루 5번) 울리는 기도시간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이제 신성한 기도시간이니....'하는 이맘(이슬람 성직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이상한 노랫소리같은 것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나라 전체가 마치 거대한 이슬람 수도원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나라입니다.
아시다시피 이슬람은 술과 돼지고기를 금합니다.
삼겹살에 쐬주를 신이 내린 최대의 선물로 알고 지내는 저같은 사람들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죠. ㅜ0ㅜ
그러나 궁하면 통하는 법!!!
눈치만 빠르면 절간에서 새우젓 얻어먹듯이 이곳에서도 얼마든지 술을 마실 수 있답니다. ^^
그 방법 몇가지를 여기 공개합니다.
1. 밀주 마시기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우선 한국인 식당 주인 등 믿을 만한 사람을 얼른 사귀어 놓습니다.
적당히 친해졌을 때 '휴~~~ 술도 없고 뭔 재미로 산다냐.... 어흐흑...'하고 엄살을 부리십시오.
담박에 답이 올 것입니다.
'술 필요허슈? 내 싸대기 구해 줄까나?'
'@.@ 엥? 구할 수 있슈?'
'그려... 1/2리더에 100리얄만 내면 존 것으로 구해줄꺼구마.'
요렇게 하여 싸대기라는 밀주를 몰래 구할 수 있습니다.
싸대기란 현지어로 '사디끼'라 부르는 밀주인데, 아랍어로 친구를 '사딕'이라 부르므로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팔리는 무알콜 맥주에 식빵을 넣어서 발효시킨 후 증류한 술인데, 알콜도수 50가 넘는 육박하는 매우 독한 술입니다.
아무 맛도 없고 너무 독해서 오렌지 쥬스나 7-UP 등을 타서 칵테일로 마셔야 하며 조금만 마시고도 화끈하게 취할 수 있는 기막힌 술이죠.
단, 반드시 집에서 몰래 마시고 빈 병(주로 물병에 담아 줍니다)도 물로 깨끗이 씻어 놓아 증거 인멸 후, 집에서 한 잠 자고 술이 깬 후에 바깥 출입을 해야 합니다.
반드시 믿을만 한 사람에게 구해야 하며 적당히 접근하여 팔겠다고 하는 넘들은 이 나라의 종교경찰 끄나풀이거나 메탄올을 섞어서 만드는 가짜 술 판매원이므로 잘못 마시고 실명하거나 목숨을 잃거나 아니면 이 밑에 설명드리는 처벌을 받을 수 있음에 유의 바랍니다.
2. 양주
이것도 믿을만한 사람을 통하면 죠니워커 블랙라벨 1리터를 75 usd 정도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주로 생일이나 귀한 손님 등을 접대할 때 살짝 마시는데, 이 나라의 고위층이나 거래 회사의 고위 중역들을 통해 구입할 수 있으며, 이들은 이 술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자체가 큰 접대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한 병 살짝 구입해서 제 숙소에 깊이 깊이 숨겨 놨습니다.
참 나, 사우디 도착 1주일도 안되어 싸데기, 양주 다 구해내는 저는 과연 뭔 소질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ㅡ.ㅡ;;;
3. 쐬주
자 술 중의 술, 술의 여왕, 만인의 친구 쐬주를 마시고 싶은데 어찌할 것인가?
ㅋㅋㅋ 요거이 정말 스릴 넘칩니다.
우리 현장 같이 큰 물건이 많이 들어오는 곳에서는 간혹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한국에 기계를 주문한 후 수출용 나무박스로 포장할 때 병이 아닌 참이슬 팩을 기계 아래 바닥에 몇 박스고 좍 깝니다.
아니면 기계의 빈 공간을 참이슬 팩으로 꽉 채웁니다.
이 때 잘못하면 기계의 무게에 눌려 술이 다 터져서 걸릴 수 있으니 반드시 2중 바닥으로 짜도록 지시해야 합니다.
모든 수입물품은 반드시 X-RAY 검사기를 통과해야 하므로 이 물품도 반드시 X-RAY 검사를 거칩니다.
그러나 물품이 워낙 고가에 예민한 것이고, 바닥에 깔린 것도 병이 아니 사각형 팩이므로 검사기에는 시커먼 것이 한 줄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때, 세관원이 열어보자 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협박합니다.
'이 기계는 정밀하게 조절되어 있는 것인데 네가 열어서 이리저리 뒤져보다가 만에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모두 물어줘야 한다. 우리도 기술자가 아니면 함부로 못만지는 기계다. 가격은 Invoice에 나온 대로 200만불이다. 알아서 해라. 자, 포장 뜯는다.'
요러면 100이면 100 다 이렇게 대답합니다.
'거 뭐, 별 것 아니지? 우리 사이에 뜯어 볼 것 뭐 있냐? 조심해서 잘 가져가고 세금 꼭 내라이?'
ㅎㅎㅎㅎ
통관 물품을 검사하다가 하자가 발생하면 담당 세관원이 몽땅 물어줘야 하는 것이 이 나라의 법이걸랑요? ㅋㅋㅋ
이렇게 반입된 두꺼비는 약 1년 정도 기막힌 효자 노릇을 하게 됩니다.
4. 사우디 사람들은 그럼 어케 마실까?
사우디는 금주법이 있지만 묘하게도 주변국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두바이는 외국인 상대로는 술을 무제한으로 팔고(호텔 등에서), 바레인은 중동의 해방구라 불릴 정도로 완전히 개방되어 있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 담맘에서 차로 한시간이면 다리를 건너 건너갈 수 있는 바레인 섬으로 목요일 오후부터 장사진을 치고 건너갑니다.
그리고 목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마치 미친 인간들처럼 술과 향락에 빠져듭니다.
그리고는 금요일 오후까지 내내 퍼 자면서 술 다 깨고 다시 차를 몰고 사우디로 넘어옵니다.
술냄새 안나도록 입 철저히 헹구고요.
그리고는 다시 수도원 생활을 시작한답니다. ^^
참고) 술과 관련한 사우디 법률
1. 술을 주조하여 판매한 자 : 참수형
2. 술을 마신 자국인 : 6개월 징역 (징역기간 내내 매일 곤장 20대)
3. 술을 만들어 판 외국인 : 참수형
4. 술을 마신 외국인 : 6개월 징역+매일태형20대 후 추방
5. 술을 반입하다 걸린 외국인 : 운 좋으면 그냥 추방, 운 나쁘면 위의 6개월 징역 후 추방
6. 술을 마신 상태로 입국하다 걸린 외국인 : 운 좋으면 술 깰 때까지 구금 후 입국, 운 없으면 바로 추방
7. 술을 마신 상태로 입국하다 걸린 자국인 : 운 좋으면 술 깰 때까지 구금 후 각종 불이익, 운 없으면 예의 6개월 형.
무시무시하죠? ㅋㅋㅋㅋ
아 오늘은 현장에서 회식으로 양을 4마리나 잡는데, 술을 마실 수 없네요. 공개적인 자리라서리.... 어흐흑....
첫댓글 주당들에겐 괴로운 법률이지만, 뜨거운 나라라서 술을 먹지 말라는 규칙을 지키는 게 건강에 좋겠군요.
전 뜻하지 않게 카타르 도하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게 되었는데, 가지고 있던 맥주 3병과 미니양주 1병 모두 압수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답니다. transfer 하는 승객에게 넘 심한 처사 아닌가요..?
ㅎㅎㅎ 어제 저녁 회식때 살그머니 싸데기 마셨습니다. 제 직원 중 한 녀석이 기막힌 싸데기를 아이스박스에 숨겨서 물병처럼 위장해서 가져다 놓았더군요. 아주 시원한 칵테일로... 양고기 바베큐에 톡 쏘는 싸데기, 거기다 사막의 밤... 평생 잊지 못할 회식이었습니다. 지금은 내일 아침 비행기 일정때문에 담맘의 우리회사 통관 사무실에 와서 쉬고 있습니다. 머리나 깎으러 가야겠습니다. 감사.
술은 음식인데............사우디 아주 재미있는 동네군요...ㅎ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해 이렇게 글로 접하게 되니 참 좋습니다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
흠, 그 나라에서 술을 금하는 것이 연오랑 님 말대로 종교적인 이유 말고도 기후적인 요소도 있을 듯하군요...^^